소설리스트

〈 93화 〉93. 하와이에서 생긴 일 (93/95)



〈 93화 〉93. 하와이에서 생긴 일

아주  하면 척이네.


세연 언니가 들어오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유라 언니는 내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뒤로 돌아가 그대로 세연 언니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난  뭐라고, 가슴 만지는 게 신고식이야?"


세연 언니는 유라 언니의 공격에도 태연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가슴을 쭉 펴더니 말한다.


"나 가슴 좀 커진 것 같은데. 내가 세나보다 이제 더 클지도?"

오호? 이것 봐라? 어디가서 나도 꿀리지 않는 가슴을 장착하고 있다고 자부하는데... 도발을 시전하시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굉장히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자 유라 언니는 세연 언니의 반응에 재미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야. 세연이 반응 재미없어."

자기처럼 반응하길 기대했던 모양인데. 우린 자매끼리 서로 자주 만지는 편이었다.


내가 여자가 되고 나서 처음 겪었을  무척 당황스럽긴 했지만... 소파에 같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별안간 세연 언니가 자기 가슴이랑 내 가슴을 번갈아 보더니.


'야, 너 가슴 커진 것 같다?' 하더니 한쪽 손으로는 내 가슴을 움켜쥐고 반대편 손으로는 자기 가슴을 움켜쥔 적이 있었다.

처음엔 진짜 당황했었는데. 신세계였지. 누나들끼린 이러고 놀았나 싶었는데.


"아, 우리끼리는 가슴 자주 만져서. 유라 언니는 자매 없어?"
"위로 언니가 있긴 해."
"그럼 서로 가슴 만지고 그러지 않아?"

세연 언니의 물음에 유라 언니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어렸을 때야 친구들 중에 그런 애들이 있긴 했지만... 언니 가슴을 왜 만져?"
"그래?"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같은데...


"너희 둘 사이가 좀 유난히 좋긴 하지."

남자였을 때도 뭐 엄청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하기엔 애매한 사이였다.

내가 여자가 되고 확실히 나한테 잘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남자였을 때보다 언니를 더 잘 따르고 있는 실정이긴 했다.

"아... 언니는 별로 안 좋았어?"
"응,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 근데 보통 다 그럴 걸?"

난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곤 물었다.

"보통 뭐 때문에 싸워?"
"그냥 뭐 사소한 거지. 내가 입지도 않은 옷을 먼저 입었다던가.  말도 안 하고 가방을 들고 나갔다던가..."

유라 언니가 자기가 말 하면서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나고 보니까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머리  잡고 뭐 난리도 아니었지. 내가 진짜  덜덜 떨면서 겨우 산 슬랙스 바지가 하나 있었거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언니가 그걸 입고 나가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싸웠다?"

세연 언니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머리채 잡고 난리였지. 벗고 나가라고 난 막 벗기고. 언니는 미쳤냐면서 바지 붙잡고. 우리 언니가  싸가지가 없거든. 내가 자기 옷 입으면 아주 거품을 물면서 어쩌다 한 번 선심 쓰듯이 빌려주고  빨아 놓으면 아주 지랄을 해요. 그러면 지도 내 옷 빌려 가면 빨아주던가. 아무 데나 휙 던져 놓고는 잘 입었다는 말도 한 마디 안 하고. 에휴..."


유라 언니는 그때 생각이 나는지 손부채질을 하며 와인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 모습에 세연 언니와 나는 서로를 쳐다봤다.


"봤지? 넌 진짜 착한 언니 둔 거야."
"왜 언니 생각만 해. 난 언니 옷 입고 나가기 싫다니까."
"아,  입고 나가라고!"

유라 언니는 우리 둘의 대화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같은 자매인데 이렇게 상황이 다른가 싶었나 보다.


"여긴 무슨 상황이야?"
"아, 그래. 언니가 잘 알겠다."

세연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유라 언니에게 아주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언니는 얘 옷 입는 꼬락서니 알지?"

유라 언니는 잠깐 우리 둘 사이의 대화를 생각해 보더니  것 같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세연 언니의 등을 토닥여 준다.


"네가 고생이 많다."
"으아아앙! 역시 언니 말곤 나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가슴에 폭 안긴 세연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유라 언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흘겨본다.


"아니, 내가 입는 옷이 뭐 어때서? 편하고 좋기만 하구만."
"그래, 그게 문제라고 그게! 제발  자각 좀 가져라! 집에 있는 트레이닝복 진짜 다 찢어 버릴 거야. 청바지는 무슨... 어휴, 진짜. 동대문에 있는 청바지는 다 가져오나?"
"청바지가 얼마나 편한데!"
"네가 무슨 스티브 잡스세요?"

세연 언니의 말에 유라 언니가 푸흡! 하곤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내가 입는 옷이 뭐 어때서? 난 내가 입는 옷 스타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심플 이즈 베스트!"


내 말에 세연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스럽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한다.

"Vog는 어쩌자고 이런 애한테... Vog는 얘가 이런 거 모르죠?"
"글쎄다..."


난 둘의 핀잔에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간 야경을 감상하며 와인을 마시다 하연이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난 마중을 나갔다.

"와, 대박!"


스위트룸에 들어온 하연이는 감탄하며 구경하기 바빴다. 난 그런 하연이를 보곤 미소를 지으며 바로 스파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하연이 왔네?"
"왔어?"

반갑에 맞이해 주는 세연 언니와 유라 언니를 보고 하연이는 함박 미소를 지었다.


"실례  할게요."
"에이, 실례는 무슨."


난 그렇게 말하며 스파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하연이도 걸치고 왔던 옷을 벗었는데 팔 부분과 하의는 검은색이고 몸 부분은 하얀색으로 된 래쉬가드를 입고 있었다.


"와, 예쁘다."
"래쉬가드 예쁜데?"


나와 세연 언니의 말에 유라 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연이랑 잘 어울리네. 근데 피부가 진짜 새하얗다."

나도 피부 톤이 굉장히 하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연이는 진짜 이상하게 백인처럼 우유빛에 가까웠다.


"물 안 뜨거워요?"

하연이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딱 좋아. 따듯해."

난 손짓을 하며 하연이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하연이는 발끝으로 물 온도를 체크하더니 괜찮았는지 바로 들어왔다.

"와, 따듯하다."


하연이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난 그런 하연이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곤 말했다.

"왔으니까 이제 신고식을 치러야겠지?"


 말에 하연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신고식?"
"그럼 내가 먼저 실례할게."

세연 언니는 아주 익숙하게 스윽 양손을 들어 하연이의 가슴에  얹더니 조물조물거렸고 갑작스러운 세연 언니의 행동에 하연이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곤 놀란 표정으로 세연 언니를 보는 하연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반응이 괜찮은데?"


유라 언니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하연이의 뒤를 점거하고 있었다.


이 언니도 아닌 척하더니 몇 번 해보니까 굉장히 익숙하다. 나한테 배운 걸 아주 제대로 써먹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어설프게 가슴을 양팔로 교차해 가리고 있던 하연이의 뒤에서 유라 언니의 검은 손이 쑤욱 들어간다.


"꺄아악!"

갑작스러운 기습에 하연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유라 언니는 뒤에서 아주 제대로 하연이를 잡고는 마음껏 하연이의 가슴을 유린한 뒤 울상을 지으며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내게 뒤를 내준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를 내던진 거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을까?

"어휴, 진짜 언니들 장난이 너무 심하네."

난 슬쩍 하연이를 한쪽 손으로 안고서 언니들을 나무랐지만 내 음흉한 얼굴을 본 언니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연이도 은근히 볼륨감이 있네."
"엄청 말랑말랑해. 우리 중에 제일 말랑말랑한 것 같은데?"
"그치? 촉감 엄청 좋다."

가슴 품평회도 아니고 참... 손동작까지 재연해가며 감각을 느끼는 그녀들의 모습에 하연이는 굉장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런 걸 안 당해봐서 그런지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연 언니와 유라 언니는 별안간 서로의 가슴을 다시 주물러보면서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 모습에 하연이는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진 찍을 때 가슴 커 보이는 방법 알려줄까?"

유라 언니의 말에 세연 언니는 가슴을 슬쩍 내밀더니 말한다.

"뭐, 별로 필요는 없지만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세연 언니의 능청스러운 말에 유라 언니는 피식 웃더니 별안간 스마트폰을 들면서 말한다.


"잘 봐라."

유라 언니는 자기의 모습을 셀카로 찍고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큰데?"
"충분히  보이는데 언니."


나와 세연 언니의 말에 유라 언니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이 웃겨 우린 웃음을 터뜨렸는데 하여간 세연 언니가 이번엔 나를 찍는다.


갑작스러운 카메라에도 당황하지 않고 포즈를 취하는 내 모습에 세연 언니가 웃으며 말한다.

"오, 역시 프로."

이번엔 카메라를 돌려 세연 언니를 찍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연이까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찍고는 말한다.


"자, 이제 마법을 보여주마."

유라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셀카 모드로 바꿔서 사진을 찍는 법은 내게 강의한다.

"이렇게 상반신만 찍으면 돼."
"언니, 이렇게?"
"응. 맞아, 맞아. 둘이 한 번 찍어봐."

유라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게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우리 여기 배경으로 찍자."


언니는 와인잔도 들고 야경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찍자고 난리였고 난 귀찮지만 언니 말대로 자리를 잡았다.

"준비 됐지?"


유라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됐어."
"자, 갑니다."


유라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별안간 손을 내 밑가슴으로 집어 넣는다. 그리곤 슬쩍 밀어 올리는 유라 언니의 손길에 난 웃음이 터졌다.

"풋! 뭐, 뭐야! 아하하하!"
"찍어, 지금 찍으면 돼."

언니의 말에 난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사진 촬영이 끝나고  뒤 난 그 전 사진과 비교를 했더니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뚜렷한 가슴골은 물론이고 안 그래도 볼륨감 넘치는 가슴이 너 크게 나왔다.

"뭐야... 이거 완전 사기네."

세연 언니는 찍힌 사진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이거 완전 불공평하잖아! 너 이거 지워. 이건 아니야. 내가 앞에서 찍을 테니까 네가 뒤에서 그냥 찍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 가슴 크기에 세연 언니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세연 언니의 성화에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사진을 찍었고 유라 언니는 내가 아닌 세연 언니를 도와줬다.

"음..."


찍힌 사진을 보고 하연이는 살짝 눈치를 살폈고 유라 언니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이건 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볼 수 있는 사진이군."

내 태연한 목소리에 세연 언니는 뭔가 굉장히 분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그런 세연 언니의 살벌한 눈빛에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 엄마, 아빠 잘못이다. 아니, 가슴은 엄마 쪽인가?"

내가 분명히 뒤에서 찍었고 세연 언니는 유라 언니의 마법의 손길을 받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머리 크기까지... 언니가 분명히 앞에 있는데 머리 크기는  그대로인 것 같을까? 착시인가?

하여간 앞으로 나와서 찍어도 뒤로 빠져서 찍어도 뭔가 세연 언니가 손해 보는 느낌이라 그런지 그냥 혼자 사진을 찍겠다며 나를 앵글에서 밀어냈다.

결국, 혼자 사진을 찍고 흡족한 세연 언니는 날 한번 째려보더니 슬쩍 내 가슴을 쳐다본다.

난 슬쩍 언니를 놀리려고 기지개를 켜며 가슴을  내밀었더니 흠칫 뒤로 물러난다.


"아,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네."

난 아까 대화를 나눴던  궁금해 하연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하연아 넌 언니랑 친해?"
"음...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아."

하연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까 하연이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을 터뜨리곤 말했다.

"아까 하연이 언니들한테 당할 때 비명 지르고 진짜 귀엽더라. 반응이 그렇게 재미있으니까 더 당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슬쩍 다가가자 하연이가 움찔 몸을 떨면서 뒤로 물러난다.


  모습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만져보면 안 돼? 언니들은 다 만지게 해주고선..."
"아니, 그건 언니들이 억지로..."
"그래서 안 돼?"


난 굉장히 처량한 표정을 지으며 하연이를 쳐다봤다.

이것이 바로 이솝이야기 중 해와 바람의 해 작전이다.


"그... 그럼 조금만이다?"


하연이의 말에 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금만이 내가 생각하는 조금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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