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련님> (4/7)

<도련님>

천상천하 유아독존. 석가모니가 태어났을 때 외쳤다는 탄생게.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즉, 이 세상에 나보다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이 말에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화영이 눈을 휘며 책을 덮었다.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올해로 스물셋. 인생이 즐거운 그는 지금까지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지금껏 그가 걸어온 길은 발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꽃들이 밟히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꽃길이었다.

그의 부모가 가진 재력도 재력이요, 우수한 성적만을 취하는 명석한 두뇌도 두뇌요,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만한 수려한 외모도 외모요,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그야말로 신의 사랑을 받은 아이. 어화둥둥 사랑받는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그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 폐기물보다 못한 인성이었다.

곱디고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 같은 행동에 이골이 난 고용인들은 항상 마음속에 칼을 갈고 있었다. 누구나 그를 처음 봤을 땐 그 섬세한 미모에 감탄을 했으나 일주일, 아니, 사흘만 지나도 그가 얼마나 악마 같은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를 천사같이 여기는 건 오직 그의 부모님과 그와 열 살 터울의 형뿐이었다. 예민한 성정의 도련님이었지만 제 가족 앞에선 사르르 잘도 웃으며 사근사근 대했다. 그 썩어 빠진 인성에도 천륜은 저버리지 않은 건지, 약아빠져서 제 돈줄을 귀히 여기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늘 넘치도록 사랑받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

쨍그랑!

거세게 휘둘러진 골프채에 창문이 와장창 깨지며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그 아래 엎드린 남자의 몸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싹싹 빌었다.

“도련님! 제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용서를….”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화영은 입가에 예쁘장한 미소를 지으며 엎드려 빌빌거리는 모양새를 지켜봤다.

“벌레 같다. 역겨워.”

남자는 엎드린 채 그에게 기어가 바짓가랑이를 조심스레 잡고 애원했다.

“제발요. 아, 앞으론 정말 조심조심 다니겠습니다. 제발….”

“구질구질하다. 진짜.”

화영이 경멸을 담아 남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뭐 해? 발 무거운데.”

그 매정한 말에 돌발 행동이라도 할까 경계하며 남자를 주시하던 경호원들이 바로 그를 제 도련님에게서 떼어 냈다.

남자의 죄목은 씹다 뱉은 껌 같은 얼굴을 감히 제 앞에서 들고 다닌 죄였다. 그저 누구든 하나 잡아 괴롭히고 싶어 아무렇게나 지어 붙인 핑계에 불과했다. 그걸 아는 주변 고용인들은 애절하게 비는 남자가 안타까웠지만 감히 나설 순 없었다.

어쨌든 자기도 살아야 될 것 아닌가. 안쓰러운 남자를 위해 목숨을 버려 줄 위인은 없었다. 그저 죄스럽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정작 죄를 지은 이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세웠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불공평했으니.

“화영아.”

“응? 혀엉.”

화영이 제 형을 발견하고 눈꼬리를 추욱 내렸다. 풀 죽은 강아지처럼 생겨 뭐든 들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얼굴이었다.

“왜 그래? 이 사람은 왜 이러고?”

“아니이… 이 사람이 전부터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나를 이상한 눈으로 봐. 뭐라고 하지, 막 죽일 듯이 노려본다고 하잖아.”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화영이 제 형에게 소리를 높여 호소하는 남자를 보며 입술을 살짝 물었다. 원래도 붉은 입술이 더 탐스럽게 선명한 빛을 띠었다. 화윤은 그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몇 대 맞은 듯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쏟아진 유리 조각에 긁혀 피가 듬성듬성 맺혀 있었다.

“그래? 나쁜 사람이네.”

“그치? 다시는 그런 짓 못 하게 눈이라도 뽑아야 될 것 같아.”

“그러게. 그래야겠네.”

아무리 화영이 제 가족에겐 살갑게 군다 해도 그의 부모와 형조차 그가 쓰레기인 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인성은 감추려 한다 해도 감춰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건 모두가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철들겠지, 하는 안일한 대처가 그의 파탄 난 인성을 더욱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상황은 언제나 그랬듯이 화영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고용인들은 그의 억울한 처지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저처럼 되지 않도록 더욱 행동거지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 봤자 심심한 화영의 눈에 들면 끝이라 쓸데없는 일이었지만 마음이라도 편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형은 오늘 저녁에 미국에 간댔나?”

화영이 차를 들어 입술을 살짝 대었다. 목울대가 울렁이고 입술이 촉촉이 젖었다. 혀를 내어 입술을 핥다 찻잔을 내렸다.

“응. 반년 후에 돌아올 거야.”

“너무 길다. 보고 싶을 거 같아.”

“그럼 그때마다 전화하면 되지. 옛날도 아니고 지금이야 화상 통화도 잘되잖아.”

“형이 바쁘니까 그렇지!”

“미안. 짬 내서라도 종종 연락할게.”

“으으응.”

화영이 불만스럽게 대답했다. 화윤은 그런 화영의 투덜거림이 귀엽다는 듯이 그의 머리칼을 쓸며 몸을 끌어안았다.

“우리 화영이. 언제 이렇게 컸어.”

“뭐야, 키 작은 거 놀려?”

“너 정도면 충분히 크다니까? 평균도 넘잖아.”

“형만큼은 안 되잖아. 나도 형처럼 크고 싶었는데.”

“하하, 앞으로도 많이 먹으면 되지. 아직 좀 더 클 수 있을 거야.”

그들은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우애 깊은 형제의 모습에 비명이 난무하던 저택에 잠시 평화가 내려앉았다.

화영은 자신의 형을 배웅하고 침대에 푹 잠겼다. 구름 같은 포근함이 몸을 감쌌다.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에서 힘을 뺐다. 안락한 잠이 정신을 깊은 어둠으로 끌어 내렸다.

***

눈을 깜빡이자 평소와 다른 소란스러움이 저택에 맴돌았다. 무슨 일이지? 화영은 잠을 방해받은 탓에 눈살을 찌푸리며 소란의 근원지를 찾아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집 안 곳곳에 드라마에서나 보던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어, 저기도.”

“네.”

생전 처음 보는 남자들이 자신의 방에 멋대로 들어왔다. 화영은 그 자리에 굳어 가만히 서 있었다. 눈이 받아들인 이미지를 뇌가 해석하지 못했다. 도대체…. 머릿속에선 한 가지 물음만이 맴돌았다. 이게 뭐지?

일단 부모님한테 전화부터 해야겠어. 그가 다급히 휴대폰을 찾으러 방에 들어가려는 찰나 검은 양복을 입은 무리들이 다시금 큰 소란을 일으키며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아따, 때깔도 참 곱지. 이 집 도련님인감?”

“아주 곱게 자란 티가 폴폴 나네.”

어쩐지 천박한 어투에 화영이 인상을 썼다. 그러자 남자들이 더욱 거리를 좁혀 오더니 볼을 툭툭 쳤다.

“이거 생각보다 더 비싸게 받겠는디?”

“이야, 난 저거 가스넨 줄 알았잖어. 고추는 제대로 달려 있나?”

무리들이 키득거렸다. 생전 처음 듣는 조롱과 당해 본 적 없는 기분 나쁜 손길에 화영이 버럭 고함을 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다 죽고 싶어?”

정색을 하며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잔뜩 심통이 난 애를 대하듯 웃어넘기며 저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중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저건 분명….

“너. 넌 왜 거기 있어? 당장 이것들 데리고 저택 밖으로 꺼져!”

화영이 지목한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걸쳤다.

“이제야 알아보시네. 알아보기 쉬우시라고 흉터도 일부러 안 가렸는데.”

그가 훤히 드러난 이마의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건 자신이 유리컵을 던져서 난 흉터였다. 오래지 않은 일이라 기억이 났다. 가지고 온 토마토 주스가 맛이 없어서 던졌었지.

“뭐야, 그 말은. 건방지게.”

“도련님, 그 똑똑한 머리가 왜 이러실까. 지금 상황이 파악이 안 되세요? 지금 도련님 좆 됐는데.”

“무슨….”

화영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도배를 한 듯 곳곳에 붙어져 있는 빨간 딱지와 저 당장 썰어 죽여도 시원찮을 무리들을 보니 슬슬 불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가만히 입술을 짓씹고 있자 저 건방진 것이 입을 열어 왔다.

“이제야 좀 상황 파악이 되셨나?”

“…네가 말해 봐. 이게 무슨 일인지.”

“안 되셨네.”

기분 나쁘게 웃는 면상을 보니 불안이 날아가고 확 짜증이 났다. 반사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다.

“이 건방진 게!”

하지만 가녀린 팔은 금방 낚아채듯 잡혔고 손목이 잡힌 그대로 방 안으로 끌려갔다. 낭창한 몸이 거칠게 침대에 던져졌다. 태어나서 처음 당해 본 거친 취급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래도 귀하디귀한 도련님이니까 첫 경험은 침대에서 치르게 해 드려야지.”

“크, 벌써부터 기대되네. 구멍도 저 성질머리처럼 아주 야물딱지겠지.”

저 미친 것들의 말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이게 진짜….

“다 죽여 버릴 거야! 지금… 지금 뭔가 일이 있나 본데! 그래도 곧 해결될 텐데 이따위로 굴다니, 아주 멍청하기 그지없는 것들!”

“아이구, 저희도 목숨 아까운 거 자~알 아는데 그러겠습니까?”

껄껄. 역겨운 웃음소리와 빈정거리는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지금 여기서 니 구멍 다 털어 먹어도 뒤탈이 없으니 이러는 거 아니겠어?”

“이… 이….”

저런 천박한 말을! 감히 나한테! 몰아치는 격노에 화영이 말을 잇지도 못하며 부들거렸다.

“백날 천날 말해 봤자 지금은 이해 못 할 것 같은데 그냥 한판 뛰기부터 하죠.”

남자가 흉터를 매만지며 말했다.

“우리 도련님이 좀 곱게 자랐어야지. 지금 보니 아주 악에 받쳐 죽을 것 같은 얼굴이네. 이 상태면 뭔 말을 해 봤자 화만 내시지.”

“안 그래도 좆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잘됐구만.”

우악스러운 손길이 화영의 셔츠 단추를 투두둑 뜯어냈다. 뜯긴 단추가 튕겨 나가고 찢듯이 벗겨진 옷 새로 하얗고 뽀얀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드러났다. 꺼칠한 손바닥이 부드러운 가슴팍을 쓸며 엄지손가락으로 작은 돌기를 꾹 눌렀다.

욕을 내뱉으려는 화영의 입에 벗긴 셔츠가 구겨 들어가 재갈처럼 물렸다.

화영이 격하게 발버둥을 쳐 봐도 덩치 큰 남자들은 어린애의 투정을 제압하듯 손쉽게 팔목을 낚아채 위로 올려 묶었다. 그 격한 반항에도 부질없이 곧이어 바지도 벗겨지고 완전한 나체가 남자들의 눈에 훤히 드러났다.

“이야….”

“역시 다르구만. 아주….”

입맛 다시는 소리가 짧은 적막을 채웠다.

화영은 수치심에 혀라도 깨물고 싶었지만 입에 가득 찬 옷감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 화가 나 제 감정을 감당 못 하고 나오는 독한 눈물이었지만 남자들의 눈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얼굴이 흥을 돋울 뿐이었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또르르 흘러내림과 동시에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웁!”

화영이 독기 어린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저었다.

“아따, 윗구멍은 못 쓰겄네.”

“지금 상태로 넣으면 분명 뭅니다. 뭐라고 협박해도 일단 물고 볼걸요? 좀 밟아 놓은 뒤에 실컷 넣어야죠.”

“쩝, 아쉽구먼.”

화영은 저들이 하는 말이 잘 인지되지도 않았다. 뭐, 뭘 넣어? 지금 설마….

그제야 슬슬 자신의 처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 부모님이 금방 올 거야. 아니, 경호원들은? 다른 직원들은 대체 지금 뭘 하고 있길래 아무도 안 오는 거야? 다 자를 거다. 아니, 다 죽일 거야. 감히, 감히….

“와따, 아주 콱 물어 싸네.”

“웁! 웁!”

구멍에 손가락 하나가 연한 살을 비집고 들어왔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불쾌한 이물감에 화영이 허리를 뒤척거렸다. 벌어진 두 다리는 각각 남자가 하나씩 잡고 있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손가락 하나를 넣은 남자가 양복 주머니를 사부작거리더니 어떤 자그마한 병 하나를 꺼냈다. 남자가 병을 흔들 때마다 하얀 가루가 사르륵 움직인다.

“좋아서 자지러지는 도련님은 어떠실까.”

화영의 다리 사이에 위치한 남자가 노래 부르듯 흥얼거렸다.

뚜껑이 열리며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남자의 손에 흰 가루가 동전 크기만큼 사르르 쌓였다. 남자는 반대쪽 손가락 두 개를 펴 가루를 얹고 화영의 메마른 구멍에 가져갔다.

“으웁!”

화영이 고통에 바르작거렸다.

“어허. 이제 아저씨들이 홍콩 보내 줄 거니까 얌전히 기다려.”

“하하, 요즘은 홍콩이란 말 안 쓰지. 이 사람 진짜 옛날 사람이네!”

남자들이 저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상황을 관조하듯 지켜보던 흉터 있는 남자가 희열에 차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날이 오다니….”

“이거 여기서 돌리고 바로 넘기면 되남?”

“아니요. 지금까지 저 성질머리에 고생한 직원들한테도 보너스를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헐거워지면 제 가격 못 받어.”

“조이는 법을 잘 가르쳐 놔야죠.”

낄낄거리는 비열한 웃음소리들이 귓가에 꽂혀 왔다. 아니, 희미하다. 모든 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가 선명하게 박히다가 다시 흐릿하게… 뭐야. 취한 듯 머리가 어지럽다. 제 아래에서 희미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 생소한 감각에 다리를 비비 꼬고 싶었지만 벌어진 채로 단단히 잡혀 있어 불가능했다.

“이제 저거 빼도 되려나? 이제 좀 얌전해졌겠지 싶은데.”

“혹시나 싶으니 일단 정신부터 빼 놓고 빼죠. 깨물 수도 있잖습니까.”

“그려. 아, 근디 아다 따는데 신음 소리 못 듣는 건 아쉽네.”

“허이구. 나중에 실컷 들어.”

“쩝, 그래야지.”

시간이 지나고 다시 구멍에 손가락이 들어왔다. 그런데 느낌이 좀….

“으붑!”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무슨….

손가락이 구멍 안을 헤집으며 내벽을 이곳저곳 쑤셔 댔다. 뻑뻑했던 아까와는 달리 살짝 흐물해진 내벽이 손가락을 감싸듯 붙어 들었다.

“완전히 녹았구먼.”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남자가 손가락을 세 개로 늘렸다.

푹푹!

“웁! 우브웁!”

허리가 덜컹 튕겨지며 발끝이 오그라들었다. 이게 뭐야. 이게.

“아따, 이거 느끼는 거 봐라.”

아까와 달리 규칙적으로 쑤셔 대는 손가락에 몸 안의 뭔가가 점점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가는 것 같다. 뭔지 모를 감각이 점점 몸뚱이를 부풀려 갔다.

푹푹푹!

“우으, 웁!”

입 안을 꽉 채운 셔츠를 뱉어 내려 애쓰며 화영이 허리를 올렸다. 저절로 몸이 반응을 했다. 낯선 감각에 새어 나오는 소리들이 셔츠에 막히고 화영의 입 속에 들어간 셔츠가 줄줄 흐르는 타액으로 젖어 들었다.

화영의 눈가에 아까와는 결이 다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 씹.”

다리를 잡고 있던 남자가 화영의 종아리에 자신의 부푼 성기를 비벼 댔다. 바지 채로 비비는 남자의 행위에 부드러운 살결의 종아리에 거칠한 바지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반대편에선 발의 오목한 부분을 잡고 비벼 댔다. 온몸의 촉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화영에겐 이런 단순한 감촉마저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쯔즉.

마침내 화영의 구멍을 희롱하던 손가락이 쯔걱이며 빠져나왔다. 물기 한 방울 없던 구멍이 어느새 젖어 있었다. 손가락과 연결된 끈적한 점액질이 가느다란 실을 그리다 금방 뚝 끊겼다.

“우우웁.”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화영은 왜인지 안달이 나 잡힌 몸을 버둥거렸다.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던 뭔가가 갑자기 끊어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곧 화영의 구멍에 성기가 들이밀어졌다.

“크, 역시 대물이십니다.”

“어이구, 새끼, 아부는.”

잔뜩 서 꺼덕거리는 성기가 화영의 구멍에 귀두를 맞추더니, 바로 뚫듯이 박아 그대로 허리를 쳐올렸다.

“웁!”

화영의 눈이 크게 떠지며 몸이 흔들렸다.

“아, 씨발. 이거 빼야 쓰겄다. 영 흥이 안 나네.”

남자가 화영의 입에 박혀 있는 셔츠를 빼 아무렇게나 던졌다.

“하윽!”

막혀 있던 신음이 터져 나갔다.

퍽퍽 박히는 족족 화영이 흐느끼며 신음을 내뱉었다.

“흐아! 아! 흑!”

“그래, 이래야 박는, 윽, 맛이 나지!”

그가 허리를 올리며 잔뜩 벌어진 화영의 여린 허벅지 안쪽을 찰싹 때렸다. 부드러운 살결이 촥 감기는 듯한 손맛에 그가 몇 번 더 허벅지를 때렸다. 뽀얀 허벅지에 빨간 손자국이 새겨졌다.

“흑! 아! 아흐윽!”

화영의 다리가 크게 요동치며 악착스러운 손아귀에 잡힌 허리가 뒤틀렸다. 남자가 연신 허리를 쳐올려 박으며 화영의 유두를 손으로 꼬집었다.

“아흑! 흐!”

색소가 옅어 분홍빛을 띤 유두가 남자의 손에 쭉 늘어났다.

“윽! 끄흐….”

허리가 딸려 가며 한계까지 올라간 허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렇게 들린 허리를 만족스럽게 보던 남자가 푹! 크게 올려 박자 떨리던 허리가 훅 떨어졌다.

“악!!”

남자가 꼬집어 잡고 있던 유두가 한순간에 뚝 떨어지자 예민한 살이 뜯겨 나가는 아픔이 화영의 몸에 찌르르 퍼졌다. 그와 동시에 이름 모를 감각이 아랫도리에 열기처럼 확 퍼져 나갔다.

“흐아!”

화영의 성기에 열이 몰려 점점 세워지기 시작하자 남자들이 비웃으며 툭툭 쳐 댔다. 그 조롱하는 손길조차 자극이 됐는지 더욱 힘을 받아 일어섰다.

“아유, 이렇게 발딱 세우고 말이야.”

남자가 성기를 흔들어 댔다.

“우리 도련님은 성기까지 어떻게 이렇게 백 자지야. 아주 씹, 박히려고 태어났나.”

손안에서 마찰되는 성기와 축축 박히는 구멍에 허리가 절로 흔들렸다.

“흐으, 흐윽!”

화영이 울면서 허리를 한껏 흔들었다.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이 감각에 미칠 것 같다. 이미 올라갈 대로 올라갔는데 분출되지 않는 성감이 정신을 난장판으로 흩트려 놓았다.

“아윽!”

팟 조명이 꺼지는 듯한 감각에 화영의 몸이 덜덜 전율했다.

“으… 흐으….”

“아주 시원하게 싸질렀구만.”

화영이 결국 남자의 손에 사정하며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잡힌 다리도 달달 떨리는 감각에 눈을 깊게 감았다. 하지만.

퍽, 퍽!

“아! 안, 아!”

구멍에 박히는 성기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 빠르게 박아 오는 기둥에 잔뜩 예민해진 내벽이 푹 젖어 들며 수축했다.

“윽! 아주, 씨발.”

“아! 아흐으! 으, 하읏!”

다시 시야가 어둑어둑해지며 쾌감이 손끝, 발끝으로 저릿하게 퍼졌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움칫 오그라들었다가 다시 펴졌다. 남자가 토정을 하고 빠져나왔다.

“아… 흐, 흐흑….”

잔뜩 독이 올랐던 화영이 무기력하게 울었다. 남자가 빠져나왔는데도 양다리는 여전히 붙잡혀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 도련님 기념사진 찍어야죠. 자, 브이 하세요~.”

흉터가 난 남자가 정액이 빠끔 흐르는 다리 사이에 휴대폰을 갖다 댔다. 다리 사이에서 찰칵 소리가 연달아 나고 엉엉 울고 있는 얼굴도 몇 번 찍었다.

“이… 흑, 이….”

화영은 말을 잇지 못하며 울었다. 지금은 수치심과 분노보다도 그저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늘 상냥하고 다정했던 세상이 매섭게 돌변해 낯선 곳에 던져진 것 같다.

“겨우 하나 받아 놓고 이렇게 울면 안 되지. 앞으론 수십 개씩 맛있게 받아먹어야 될 텐데.”

짐짓 다정하게 뺨을 쓸던 남자가 화영의 시선을 끈 사이 아래엔 다리를 잡고 있던 사람이 교체해 들어왔다.

“난 좀 다르게 하고 싶은디. 저거 좀 치와 봐. 난 공중에서 떡 칠란다.”

“어이구, 저 취향 하고는.”

다리를 벌리던 손이 그제야 떨어져 나가고 화영의 허리가 들렸다.

“딱 한 줌이네.”

허리가 붙잡혀 주르륵 침대 밖으로 빠져나온 화영이 땅을 밟기도 전에 붕 떴다. 각 다리를 자신의 팔에 걸쳐 둔 남자가 잔뜩 벌어진 화영의 아래에 자신의 성기를 푹 꽂았다.

“어윽!”

벌써 기력이 딸린 듯 화영이 남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금 허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윽!”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려 치는 허리에 반쯤 몸이 붕 뜰 때마다 굵직한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푹 박혀 왔다.

“아으윽!”

화영이 그 감각을 버티지 못해 자지러지다 몸이 뒤로 넘어갔다. 뒤에서 손이 재빨리 등을 받쳐 오고 화영의 묶인 손목이 풀어졌다.

“도련님, 애먼 곳 부딪혀서 귀한 몸에 상처 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어깨 안고 계세요.”

“그려, 실컷 박히다가 떨어져서 다치면 푸흐, 얼마나 웃기겠남.”

“으, 아학!”

화영은 몸이 계속해서 뜨다가 그대로 제 몸무게를 더해 푹 성기로 꽂히는 바람에 제대로 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성이 날아가 앞의 남자를 무작정 안으며 매달렸다.

“허이, 이거 원, 방금 아다 뗀 순진한 도련님이 아니라 어디서 구르다 온 요물 아니여.”

“아! 흐, 아!”

“어이구, 또 싸네.”

“박으면 싸고, 박으면 싸고 아주 정수기 아녀. 어? 박으면 물이 나와요~야 아주.”

남자들이 낄낄거렸다.

화영의 성기가 어느새 다시 일어나 정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사정을 하는 중인데도 남자의 허리 짓은 멈추지 않았다. 그 바람에 계속 위아래로 처박히는 허리가 턱턱 꺾이며 액을 내뱉는 성기가 꺼덕꺼덕 격하게 흔들렸다.

“아으, 안 돼, 으! 흐윽, 안 돼!”

“응? 뭐가 안 될까~ 우리 도련님이 안 된다네?”

“멈추지 말고 박아 달라는 뜻입니다.”

“어이구, 귀하신 분 부탁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허리가 다시 크게 자지러졌다.

“아, 으흑, 아니야, 제발! 흐….”

“제가 살다 살다 도련님 애원하는 소리까지 듣고. 참 잘 살았다 싶네요.”

흉터 있는 남자가 성기에 한창 박히고 있는 접합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악! 안 돼! 아! 안, 들어가! 흑, 찢어, 져!”

“질질 싸기까지 하면서 좋다고 잘 받아먹는 중인데 왜 엄살 부려요.”

“흐으윽, 아니야! 아니, 흑, 아!”

무자비하게 쳐올리는 성기 틈새로 손가락이 하나 들어갔다. 이미 들어가 있던 성기의 피스톤질을 방해하지 않으려 손가락을 내벽에 꾹 붙이며 눌렀다.

“허으, 빼 줘! 아, 제발!”

화영이 정신없이 애원하며 울었다. 흉터 있는 남자는 그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다 손가락을 빼고 제 성기를 탁탁 흔들며 자위했다.

“흡! 크, 아주 쫀득허니 정액도 잘 받아먹고.”

서 있던 다른 남자가 화영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고통과 함께 느껴지는 쾌감 섞인 자극에 화영이 허리를 들썩였다.

“아따, 이제 다른 좆이 박아 줄 거니까 안달 내지 말어라.”

화영의 배 속에 정액을 방출하던 성기가 허리를 한 번 올려쳤다.

“하으으….”

좋을 대로 정액을 싸지른 남자가 화영을 침대에 내팽개쳤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가녀린 나체가 연이은 낯선 쾌락에 몸을 덜덜 떨었다.

“허으, 흐으윽….”

“키야… 아주 절경이네. 우리 도련님이 존나게 좋았나 보다.”

“거, 저거 좀만 더 박아 주면 눈까지 까뒤집겠어.”

남자가 클클거리며 웃었다.

눈을 꼭 감고 우는 화영을 등이 보이게 엎어 놓더니, 흉터 있는 남자가 자위하던 좆을 바로 박아 왔다.

“악! 이제, 안, 그만, 읏! 제발… 흐윽, 윽!”

화영이 도망치려 시트 위에서 몸을 기어 앞으로 갔다. 하지만 남자가 발목을 잡아당기자 바로 주르륵 끌려와 뒤에서 대기 중인 굵은 성기에 푹 박혔다.

“악! 흐윽, 윽!”

죽을 것 같다. 끝도 없이 올라가 펑펑 터지는 감각에 힘이 쭉 빠졌다. 이 와중에 또 일어서려는 조짐이 이는 성기에 환장할 것 같았다.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이보다 더한 쾌감은 다시없을 것 같은데도 그 끝이 없었다.

한 번 파정하고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구멍 속 성기는 계속해서 예민한 내벽을 짓이기듯 박아 왔다. 그럼 그 자극에 방금 사정한 성기가 다시 일어서려 했다. 조명이 깜빡이듯 연이어 쾌감이 팍팍 터져 가고 눈앞이 희게, 까맣게 번갈아 가며 깜빡거렸다. 화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허리를 흔들며 교성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하, 씨발, 진짜 장난 아니네. 도련, 윽. 후…. 우리 도련님, 안 된다면, 서, 흐, 이렇게 잘 받아 처먹어요? 응? 아주 엄마 젖 쪽쪽 빨아 먹는, 윽, 애새끼처럼 씹, 축축한 구멍으로 오물거리는데.”

“하으응! 윽!”

화영은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도저히 버틸 힘이 없어 상체가 시트 위에 고스란히 쓰러졌음에도 붙잡힌 허리는 타의적으로 끌려가 쾅쾅 박혔다.

그 왕복 운동에 절로 시트와 마찰되는 유두가 쓰렸다. 하지만 팔꿈치로 짚어 상체를 들어 올리려고 해도 격한 허리 짓에 바로 쓰러졌다. 어쩔 수 없이 화영은 엉덩이만 든 채 엎어져 남자가 움직이는 대로 박힐 수밖에 없었다.

“하… 씹, 저 손자국 봐라. 아주….”

내장까지도 건드리고 싶어 하는지 화영의 허리를 꾹 붙들고 깊게 퍽퍽 박아 넣던 남자가 붉은 손자국이 선명히 찍힌 엉덩이를 보며 침을 삼켰다. 그가 한쪽 손으로 자국을 쓸더니 쫙 때렸다.

“하윽! 으!”

“우리 도련님, 맞아도, 윽, 느끼죠? 기다렸다는 듯이 읏, 구멍이 확 쪼이네.”

그가 허리를 붙잡은 손을 떼 한 손으론 화영의 등줄기를 누르고, 한 손으론 반대쪽 엉덩이를 촥촥 때리며 허리 짓을 했다.

“허으으, 윽! 아, 흐윽.”

손에 찰진 살이 철썩 휘감길 때마다 안 그래도 흐물흐물한 연한 살로 성기를 모양대로 감싸던 구멍이 콱콱 조여 왔다. 딱 적당히 따듯하고, 딱 적당히 촉촉하고, 딱 적당히 조여 대고. 우리 완벽한 도련님은 구멍까지도 타고나신 듯했다.

“흐윽, 흐, 아읏! 읏!”

“어? 안 되지.”

또 발딱 일어서 슬슬 토정하려는 화영의 성기를 어떻게 알아채고 남자가 꾹 잡아 엄지로 요도를 막았다.

“학! 아! 안 돼!”

“뭐가 안 돼. 같이 가, 흑, 야죠. 도련님.”

“흐악, 아! 으으응!”

안달이 난 화영이 허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성기를 잡은 손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바람에 속 시원히 비벼지지도 마찰되지도 않았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감각에 어떻게든 사정하려 허리를 격하게 흔들었다.

그 허리 놀림을 뒤에서 보던 남자가 화영과 엇박자로 푹 박아 넣었다. 화영이 허리를 남자에게 치대는 그 순간 잔뜩 성이 난 성기가 구멍을 맞이하듯 푹 깊게 꽂혀 들었다.

그러자 화영이 활에 맞은 새처럼 푸드득 몸을 떨더니 퓨즈가 나간 듯 신음 소리도 없이 몸을 축 늘어트렸다. 기껏 잡은 성기에서도 묽은 액이 찍 나왔다. 남자가 불만족스럽게 혀를 찼다.

기절하면 재미가 없지. 남자가 이제껏 박아 온 힘보다 더 세게 쾅쾅 찍듯이 성기를 박자 화영의 등줄기가 파르르 떨리다 다시 신음 소리가 내뱉어졌다. 만족스러운 남자가 드디어 사정했다.

“아까 도련님 정신 놓은 거 알아요? 응? 얼마나 좋았으면 정신까지 놓고 기절을 해? 도련님은 좋겠어요. 적성에 딱 맞는 일 찾아서. 앞으로 직업 만족도는 늘 최상만 찍겠네.”

“무, 무슨….”

탈진하듯 늘어진 화영이 입술을 달싹였다.

“응? 내가 말했잖아. 우리 도련님 이제 하루에 좆 수십 개씩 맛있게 먹어야 된다고. 천직이라서 다행이에요.”

몸을 지배하는 쾌감과 함께 절망감이 가득 찼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제 곧 부모님이 날 구하러 오실 거고, 이, 이 벌레만도 못한 찌꺼기들은 다 고통스럽게 죽일 거야! 제발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고문을 하다가 가장 치욕스럽게 죽일 거야! 시체가 된다 해도 갈기갈기 찢어 전국 팔도에 뿌릴 거다. 반드시….

“자, 이제 우리 도련님 직원들한테 봉사하러 가 볼까요?”

“무… 무슨….”

“지금까지 그 쓰레기 같은 성질 받아 주느라 좆 빠지게 고생한 직원들한테 보너스라도 줘야죠. 근데 이제 도련님 집안 탈탈 털려서 먼지만 나오거든. 그럼 몸으로라도 때워야 되지 않겠어요?”

“이, 이….”

“이제 몸 좀 사려야 될 거예요. 우리 도련님이 좀 개같이 굴었어야지. 당장이라도 도련님 구멍 씹창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남자가 화영을 안아 들고 방 밖으로 나왔다. 적개심과 분노로 타오르는 눈빛들이 화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맞이했다. 그 눈동자들이 화영의 몸을 훑으니 증오가 탐욕과 섞여 반들반들하게 빛이 났다. 화영이 소파에 던져져 그 시선들에 그대로 노출됐다. 다리 사이에선 방금 싸질러진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화영을 범한 남자들은 거실을 가로질러 문으로 향했다.

“아따, 도련님 후장 걸레짝 안 되게 조심하쇼.”

“거, 맛있게 먹고 갑니다~.”

흉터 있는 남자는 무리를 따라가지 않고 남아 직원들 곁에 서 널브러진 화영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노려보는 자들은 모두 아는 얼굴들이었다. 여섯 명의 남자가 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봤다. 그중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 옆을 지키며 묵묵히 서 있던 경호원도 있었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등골을 타고 퍼진 순간 머리채가 잡혔다.

머리채가 잡혀 끌려간 곳은 딱딱한 대리석 바닥이었다. 강제로 무릎이 꿇렸다.

“윽.”

꿇린 무릎이 금방 빨개지더니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가 일어나려고 시도해 보기도 전에 입 안에 성기가 콱 들이찼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몸인데. 이런 천박한 것들이 감히, 감히!

화영이 성기를 물려고 이를 세우자 머리채가 뒤로 끌려가며 성기가 주륵 타액만 묻힌 채 빠져나왔다. 성기가 그대로 화영의 뺨을 툭툭 쳤다.

“이 씨발 개 같은 게 감히 물려고 해?”

그 험한 말에 화영이 굳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 비위를 맞추며 설설 기었던 것들이….

대리석 바닥에 엎어진 화영의 엉덩이가 쑥 위로 들렸다. 녹진히 풀린 구멍 안으로 핑크색 작은 바이브레이터가 들어갔다.

화영은 뒤에 뭐가 넣어지는 느낌에 몸을 버둥거렸지만 그대로 성기까지 박혀 왔다. 안을 가득 채우며 박는 성기에 정체 모를 물건이 깊숙한 곳까지 쑥 넣어졌다.

“흐아!”

허리가 흔들리며 겨우 중심을 잡는데 돌연 안쪽 깊은 곳에서 이상한 물건이 덜덜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기이한 감각에 화영의 허리가 무너져 내렸다. 땀에 젖은 살갗이 바닥에 달라붙고 몸이 흔들릴 때마다 유두가 쓸렸다. 부드러웠던 시트와 달리 딱딱한 바닥에 마찰되자 꾹 눌린 유두가 쓰라리듯 아파 오며 기이한 열기를 훅 가져왔다.

“헉! 으, 하윽!”

뒤에서 박고 있는 남자가 화영의 머리채를 낚아채 고개를 들게 했다. 눈물로 흐린 시야가 한 사람의 인영을 비췄다. 제 경호원이었다.

“하, 하윽, 흐, 읏!”

뒤에서 제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남자 때문에 허리가 큰 곡선으로 휘어 박혔다. 크게 휜 허리 때문인지 성기가 박아 올 때마다 마른 배가 볼록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직원들이 소리 없이 감탄했다.

화영의 앞에 선 경호원은 작은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진동이 더 거세어졌다.

“아아악! 안, 돼, 흑! 흐으읏! 아!”

“잘못했다고 빌어 봐요. 도련님.”

경호원은 무표정으로 열락에 취해 허리를 흔드는 화영을 바라봤지만 그 모습을 담는 눈동자는 분명한 욕구를 품고 있었다.

“아! 자, 잘못, 윽! 잘못했, 했어, 학! 했어요! 그, 하윽, 제발!”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것 같다. 아래를 깊숙이 파고든 작은 물체가 진동할 때마다 몸이 같이 덜덜 떨렸다. 심지어 그 와중에 뒤에선 성기가 퍽퍽 풀릴 대로 풀린 내벽을 뭉개듯 박아 대서 가느다란 정신 줄이 금방이라도 툭 끊어질 것 같았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가에 침이 줄줄 샜다. 더운 숨을 연신 뱉어 내는 입가가 점점 더 벌어졌다.

“고작 몇 번 박혔다고 이렇게 좋아 죽으려고 하면 어떡해요. 도련님.”

경호원이 구둣발로 화영의 성기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세우기나 하고 말이야.”

“하윽!”

뒤의 남자가 사정을 하고 빠져나가며 머리채를 쥔 힘을 풀자 화영이 앞으로 픽 쓰러졌다. 대리석 바닥에 이마를 찧으려는 찰나 경호원이 급히 몸을 숙여 큰 손으로 이마를 감싸 천천히 내려 두었다. 그리고 바로 진동 세기를 최대로 올렸다.

“하아악! 아읏!”

엎어진 화영이 몸을 버둥거리며 허리를 위로 퉁겼다. 잘록이 잘빠진 하얀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만져 주지도 않은 성기는 혼자 줄줄 정액을 뱉어 냈다.

화영이 반사적으로 제 구멍에 손을 가져갔다. 당장 이 물건을 빼야겠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하지만 그가 바이브레이터 끈을 채 잡기도 전에 손이 경호원에게 잡혀 위로 올라갔다.

그 바람에 엎어진 몸이 위로 끌려가 무릎이 꿇린 채 두 손목이 포개져 위로 잡혔다. 그는 계속 달달 떨며 수치도 모르는 듯이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골반이 움찔 튕겨질 때마다 그의 다리 사이에서 바이브레이터 끈이 달랑거렸다. 정액이 끈을 타고 주르륵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와, 진짜… 아주 걸레가 다 됐네.”

“이렇게 야한 구멍으로 어떻게 사셨어요? 매일 밤 간지러워서 혼자 쑤시지나 않았나 몰라.”

“우리 도련님은 허리도 아주 작살 나게 잘 돌리고 말이야. 평소에 이거의 반이라도 예쁘게 굴었으면 좀 좋아요.”

어제까지만 해도 고고하게 직원들을 부리던 도련님은 지금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쾌락에 취한 눈을 까뒤집으며 싸구려 창부인 양 허리를 흔들어 댔다. 크게 벌어진 입에서 진득한 신음이 흐르고 방금 정액을 내뿜었던 성기가 또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약발이 너무 셌나. 계속 발딱거리네.”

흉터 있는 남자가 화영의 성기를 톡톡 건드렸다.

“묶죠. 뒤로만 가는 법도 익혀야 되니까.”

방금 화영에게 박은 남자가 의견을 냈다.

“아, 좋네요. 우리 도련님, 거기서도 사랑 듬뿍 받으며 살아야 되니까 예쁘게 잘 느끼는 몸이 되어야지.”

“그래, 박히는 족족 느끼며 앙앙거려야 사랑을 받지.”

주위 대화도 못 들으며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던 화영의 성기가 잡혀 손수건으로 단단히 묶여졌다.

“흐으, 흐! 아! 제발, 안 돼, 흐! 진짜, 진짜 정신이, 흐앗! 아, 아!”

화영이 번개라도 맞은 듯 몸 전체를 파르르 떨다 허리를 퉁퉁 튕겼다. 그러다 추욱 늘어지는 몸에 경호원이 다리 사이 줄을 잡고 바이브레이터를 쑥 뽑아냈다.

“하하, 역시 우리 도련님! 배우는 것도 빠르시지.”

“하, 앞을 묶은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뒤로 가다니.”

“눈 뒤집히셨네. 우리 도련님.”

작은 물체가 쑤욱 빠져나가며 물렁한 내벽을 싸악 긁었다. 정액에 뒤범벅된 바이브레이터가 꺼내지고 정액 한 뭉텅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여전히 손을 위로 올려 잡은 경호원이 그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푹 쑤셨다. 손가락 하나도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굵은 그가 검지와 중지를 붙여 푹푹 쑤셨다. 화영이 애써 무릎을 움직여 다리를 최대한 오므려도 손가락은 기계처럼 구멍을 푹푹 쑤셔 들어왔다.

손가락이 나갈 때마다 정액이 꿀렁이며 빠져나와 바닥이 계속해서 정액으로 젖어 갔다. 반들거리는 바닥 위로 철퍽 부딪힌 액체가 주르륵 퍼졌다.

“아흐, 제발, 흑, 나… 나 너, 무 갔어, 제, 흑, 제발….”

화영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이미 남자들에게 돌려진 몸인데 바이브레이터까지 꽂히고 박히고 느끼고 지금 또 손가락이 들어오니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머릿속이 엉망이 된 지도 오래다. 색색의 불빛들이 제 앞에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팍팍 터져 갔다. 한없이 올라가는 성감이 도대체 어디까지 향할지 이젠 두려움마저 들었다. 이 몸으로 감당 못 하겠는 지나친 쾌락이 버겁게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나갔다. 확 퍼지고 훅 조여지고 이젠 정신이 붕 뜰 지경이다.

지금 제가 허리를 흔들고 있는 건지, 다리를 떨고 있는 건지도 구별이 안 갔다. 하체가 찐득한 액체로 변해 내린 것 같다. 땡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꿀렁하게 녹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계속 머리를 뒤흔드는 쾌락에 정말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놓았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화영은 경호원에 의해 다시 소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눈물로 엉망인 얼굴이 색색거렸다.

“제발… 못 하겠어… 미안, 내가 잘못, 잘못했… 흐윽….”

잔뜩 붉어진 눈가가 다시 눈물을 내보냈다. 입에서 힘없는 애원이 흘러나왔다. 가녀린 팔다리가 덜덜 떨리고 한계까지 지친 듯한 얼굴이 짙은 피로감을 드러내며 무력하게 울고 있는데도 그를 동정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가 한 쓰레기 같은 짓들이 머릿속에 상기되어 가증스러움에 분노가 커질 뿐이었다.

그중 유일하게 마음이 약해진 건 경호원뿐이었다. 그의 곁에 늘상 붙어 다니며 그 폐기물보다 더럽고 해로운 성격을 몸소 겪었음에도 제 도련님이 얼마나 나약한 줄 알기에 괜히 마음이 갔다. 이 와중에 배앓이를 할까 염려되어 정액을 긁어내 주기도 했다. 그러게 마음 좀 곱게 쓰시지. 경호원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흉터 있는 남자가 화영의 축축한 다리 사이를 쓸어 보았다.

“하다가 쓰러지면 흥이 깨질 테니 한 시간 정도만 재우고 다시 할까요?”

“뭐? 지금도 좆이 터질 것 같은데.”

“쓰러져도 계속 박으면 언젠가 깨어날 텐데 그냥 박지 그래?”

“저 쓰레기가 편히 잠드는 꼴을 보면 위가 꼬일 것 같은데 말이야.”

여기저기서 불만에 찬 소리가 튀어나왔다. 화영이 그 소리들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울분에 찬 눈물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저 찌꺼기만도 못한 것들을 죽이고 싶어서 미치도록 분이 났다.

그는 줄곧 속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갈며 벼르고 있었다. 내 반드시 저것들을 죽이리라, 아까 방에서 저를 범했던 그것들도 꼭 찾아내 죽이리라, 그렇게 수없이 되뇌며 가까스로 정신을 잡았다.

쾌락이 몸을 휩쓸 땐 이성이 휘발되어 쓸려 가듯 정신 줄을 붙잡긴커녕 몸도 못 가눴지만 그나마 몸이 풀려난 지금,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금 해서 헐렁거리는 구멍에 박는 것보단 잠깐 쉬었다가 꽉꽉 쪼이는 구멍에 쑤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남자들이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만 휴식을 갖기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이미 설 대로 선 성기를 그냥 두기는 뭐해 힘없이 누워 있는 화영의 얼굴과 몸에 비벼 댔다.

도련님은 역시 도련님. 부드러운 살결이 성기에 닿자 진한 만족감이 퍼져 나갔다. 쉬는 동안 화영의 얼굴은 정액 범벅이 되어 눈을 뜨자 속눈썹에서 덩어리진 액이 톡 떨어졌다. 불쾌감에 꾹 다문 입술도 질척한 액에 덮였고 그 뽀얀 피부에도 허연 액이 반질반질하게 묻어 있었다. 머리칼도 예외는 아니었다.

***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남자들이 화영을 일으켰다.

“우리 도련님, 푹 쉬셨죠?”

“늘어지게 쉬었으니까 쫄깃쫄깃하게 잘 조이세요.”

분통이 터진다. 쉬기는커녕 피곤한 몸이 잠에 들려 해도 계속해서 이곳저곳에 저 더러운 것들을 비벼 대는 바람에 화병으로 죽을 지경이었는데 저딴 말을 하다니.

지금도 얼굴에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게 너무 불쾌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입을 열면 안으로도 들어갈까 봐 저 미친 소리에도 반박 한 번 못 하고 입을 꾹 닫고만 있었다.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 화영을 보며 남자가 아이를 어르듯 말했다.

“이제 입으로도 잘 받아먹어야죠. 물지 말고요.”

화영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저 더러운 것을 입에 들일 바엔 혀를 깨물고 말겠다. 지금도 당장 자결하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지만 이 굴욕감을 갚기 전까지는 절대 눈감지 못하겠다. 어떻게든 저것들을 내 앞에서 빌게 할 것이다. 제발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고통스럽게 고문하고 잔인하게 죽일 거다.

“우리 도련님,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눈에 핏발 선 거 봐.”

“그래도 어쩌겠어요. 원래 현실은 좆같은 거예요.”

“야, 도련님께 좆으로 비유하면 못 알아먹겠다. 좆에 환장하는 구멍한테 좆이라고 하면 좋은 거로 알아듣지.”

“아참, 그렇지. 좆이라 해서 벌렁벌렁 침 흘리고 있는 거 아닌가 몰라.”

그가 허벅지를 쫘악 벌렸다. 좀 쉰 탓인지 뻐끔거리던 구멍이 본래 모양으로 되돌아가 꾹 다물려 있었다.

“도련님은 이런 몸뚱이 가진 거에 감사하세요. 이렇게까지 안 예뻤어 봐, 지금쯤 시체 다 토막 나서 새 주인 만나러 가는 장기만 배 타고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겠지.”

“그 지랄을 떨며 살았는데도 안 죽고 실컷 귀여움까지 받잖아.”

“여기 좆 다 먹어도 걱정 마요. 앞으로 실컷 받아먹을 테니까. 거긴 밥에 좆물이 뿌려져서 나온댔나? 좋으시겠어요. 윗구멍도 아랫구멍도 배고플 일 없겠네.”

저 역겨운 말들을 채 해석할 새도 없이 남자가 화영의 몸을 엎고 벌어진 구멍으로 바로 들어왔다. 화영이 얼떨결에 뒤집혀진 몸으로 소파 등받이에 상체를 기댔다.

푹푹 박혀 흔들리는 몸이 등받이에 비벼지며 꼿꼿한 유두가 바닥에서처럼 다시 마찰됐다. 빡빡한 가죽 시트에 뻣뻣하지만 부드러운 유두가 잔뜩 뭉개졌다. 그렇다고 몸을 떼자니 뒤에서 퍽퍽 박고 있는 남자에게 구멍을 더욱 밀착시키고 몸을 치대는 꼴이라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 시간의 휴식이 그래도 그가 제정신을 차릴 틈은 주었던 것이다. 좆이 박히자 다시 슬슬 정신을 잃어 갈 조짐을 보이곤 있었지만. 그가 자진해서 허리를 흔들고 직원들에게 잘못했다고 빌었던 기억은 새로운 쾌감에 덮여 벌써 희미해져 갔다.

“아!, 흐, 잠깐!”

멋대로 튀어 나가는 신음에 결국 입이 열렸다. 화영의 우려대로 벌린 입으로 남자들이 잔뜩 비비며 싸 둔 정액이 끈적히 흘러 들어왔다. 비릿한 액이 혀에 닿자 바로 뱉어 내려 했지만 퍽! 하며 처박아 오는 성기 때문에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꿀렁거리며 묽은 액이 목으로 넘어갔다. 놀란 화영이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가 화영의 구멍만 구경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화영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던 남자가 있었다. 얼굴에 잔뜩 싸질러진 정액에 관심이 있었던 남자가 소파 뒤로 다가와 화영의 머리채를 잡았다. 눈이 슬슬 풀리려 하는 얼굴이 계속해서 신음을 토해 냈다. 그가 화영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바닥으로 쓸어 입새로 밀어 넣고는 입을 막았다.

“읍, 웁!”

제 도련님이 오기로 끝까지 안 삼키고 버틸까 봐 그의 코까지 잡아 막았다. 숨이 막힌 화영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뒤에선 성기가 힘차게 박고 있는 터라 안 그래도 호흡이 힘들었다. 이 마당에 코와 입까지 막히니 정신이 흐려질 정도였다. 화영의 목울대가 넘어갔다. 정액을 꿀꺽 넘기는 목을 만족스럽게 쳐다본 남자가 그제야 손을 떼어 냈다.

“헉, 아! 흐, 아! 아! 욱.”

겨우 숨을 쉬려다 더 세게 박아 오는 성기에 허리가 휘었다. 이리저리 뭉개지는 유두는 이제 그의 신경 밖의 일이었다. 오직 뒤에서 무자비하게 박히고 있는 구멍과 가쁜 호흡만이 생각의 전부였다.

정액이 방출되니 몸이 좀 늘어졌다. 휴식을 취했다고 한들 겨우 한 시간. 구멍만 박히지 않았을 뿐, 정액으로 희롱당하던 게 어디 휴식이겠는가. 하지만 화영의 지친 몸은 남자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미 한 시간이나 기다렸고, 막 시작된 정사에 잔뜩 흥분한 남자들은 이제 화영이 기절한다 해도 놓아주지 않을 터였다.

그의 다리가 쑥 끌려 소파 팔걸이 위로 올라갔다. 브이 자로 들린 다리 사이에선 방금 싼 따끈한 정액이 찔끔찔끔 샜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성기가 들어왔다. 소파에 엎드렸던 몸을 뒤집자 가죽에 이리저리 쓸린 유두가 훤히 드러났다. 빨개진 채 부어오른 유두를 보던 남자가 정액 범벅이 된 바이브레이터를 가져왔다.

“으, 응! 아!”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을 최대로 올린 남자가 그걸 혹사당한 유두에 가져다 댔다.

현실을 외면하듯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채 푹푹 박히던 화영은 진동 소리가 들리자 불현듯 떠오르는 좋지 않은 기억에 그제야 눈을 번쩍 떴다. 우우웅 진동하는 바이브레이터에 묻어 있던 정액이 화영의 몸 위로 이리저리 튀다 유두에 꾹 눌려졌다.

“아악! 으, 아, 흐아앙!”

“와, 자지러진다. 아주.”

“윽, 씹, 구멍 존, 나 조여 와.”

구멍에 박던 남자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씨발, 도련님, 뒤로 액 줄줄 쌌어!”

“뭐?”

“하하! 하하학! 씹, 이게 어떻게 윽, 오늘 처음 박힌 구멍이야.”

그가 시원하게 싼 뒤, 성기를 빼내고 다리를 더 활짝 벌리며 들어 올렸다. 화영의 유두에 바이브레이터를 문질러 대는 한 명을 빼고 모두들 구멍으로 몰려들었다. 방금 성기를 받아 빠끔빠끔 오므라들다 다시 벌어지는 구멍에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동시에 그와는 다른 투명하면서도 묽은 액이 섞여 흘렀다.

한 사람이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방탕하게 헤집다 빼내자 구멍이 물과 정액을 주르륵 뱉어 냈다.

“아, 흐으응, 으!”

“와, 씹 진짜, 이 걸레가….”

그 와중에 가슴으로도, 밑으로도 느끼는 바람에 화영이 허리를 튕기며 소파 위에서 바르작거렸다. 유두에서 흉포할 정도로 웅웅거리는 바이브레이터를 집어 던지기 위해 뻗은 손은 진작 잡혀 남자의 남은 한 손에 포개져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굴렀던 거야? 오늘이 처음이란 건 지나가던 개도 안 믿겠다.”

액들을 줄줄 쏟아 내며 브이 자로 벌어져 있는 구멍을 보던 남자가 못 참겠다는 듯 제 성기를 박아 넣었다.

“흐윽!”

“아, 혹시 첫째 도련님이랑 했어요?”

화영만큼은 아니지만 매번 화영을 묵인한 화윤에게도 악감정이 있는 직원들이 모욕적인 말들을 거리낌 없이 뱉어 냈다.

“하하, 그런 거 아니야?”

“와, 그럴싸하다. 둘이 사이도 좋았잖아. 그게 다 몸 정이 있었던 거지.”

“한 명이랑만 굴렀을 구멍이 아닌데. 첫째 도련님 친구들이랑도 몇 판 했나.”

이성이 휘발되는 쾌락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제 형을 모욕하는 직원들의 언사에 화영이 분노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입에서는 제대로 된 말은커녕 좋아 죽겠다는 듯한 교성만 내뱉어졌다.

“흐으, 아아아! 흐, 아!”

한쪽 유두를 통통해질 정도로 몰아붙인 바이브레이터가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균형을 맞춰 줘야지.”

“아, 흐으! 흐아! 아!”

“이거 봐. 아무리 몸이 야해 빠졌어도 어떻게 첫날에 이렇게까지 느껴? 이건 빼박 열심히 떡 치던 몸이지.”

“아, 그것보다 두 개 박으면 안 되냐. 존나 죽을 것 같아… 도련님 자지러지는 거 개꼴리는데 씨발 넣을 구멍이….”

자신의 성기를 비비며 말하던 그가 화영의 입을 쳐다봤다.

“야, 물어 뜯길라.”

“아니, 씨발 죽을 것 같아.”

그가 화영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으려다 한쪽 유두도 통통하게 만들어 가는 중인 남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야, 이따 해라. 나 좀 입에다 하게.”

“아, 그래라.”

남자는 아쉬움 없이 물러났다. 어차피 도련님을 굴릴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으니. 그들은 오늘 도련님을 씹창으로 만들 의지를 단단히 다져 두고 있었다.

“우리 예쁜 도련님, 경고하는데.”

화영이 제 머리채를 잡은 남자를 멍한 시선으로 보았다. 이미 취한 듯 풀린 눈이었다. 그 넋이 나간 표정을 보며 이대로 입 안에 박아도 물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좆은 소중하기에 그는 연신 박히며 몸을 들썩거리다 허리를 배배 꼬는 화영에게 단단히 경고를 했다.

“이 세우거나 물면 도련님 좆 잘리는 거예요. 알아듣지?”

“흐, 으윽, 아!”

“진짜야. 내가 직접 씹어 먹을 거니까.”

“흐윽, 으!”

화영의 머리가 남자의 말을 느릿하게 해석했다. 그가 무슨 반응을 할 틈도 없이 화영의 가슴팍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가 성기를 입에 들이밀었다. 신음 때문에 벌어져 있던 입에 남자의 성기가 들어왔다.

“욱.”

입 안에 가득 차는 역겨움에 화영이 팔을 휘저어 남자의 허벅지를 꾹 눌렀다. 남자는 그 미약한 손짓에 더 흥분하여 구멍에 박듯 허리를 쳐올렸다.

뒤쪽으로 철벅거리며 질척하게 박히는 구멍과 목구멍까지 성기가 처넣어지는 입에 화영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이를 세웠다.

신나게 박아 넣고 있던 남자가 미간을 찡그리곤 성기를 빼내었다. 직후 가쁘게 숨을 내쉬던 화영의 뺨을 내리쳤다. 굳은살이 곳곳에 박인 거친 손바닥이 여린 피부에 닿고 화영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화영은 충격에 휩싸여 고개가 돌아간 채로 굳었다.

“윽, 맞으니까 후… 구멍이 확 조여드네.”

잔뜩 젖은 구멍을 파고들던 남자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화영은 태어나서 뺨을 맞아 본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왈칵 눈물을 쏟아 냈다. 살면서 맞기는커녕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며 소중히 자라 온 그였다. 심지어 오늘 갑작스럽게 윤간당하던 중 맞은 거라서 더 서럽고 분했다.

“흐윽, 으!”

그런데 우는 와중에도 밑을 쳐올리는 성기는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아 잔뜩 흐느끼며 울먹였다.

“아, 진짜… 인성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게 더러운 주제에 약해 빠져선….”

고개가 홱 돌아가 있는 화영의 얼굴을 다시 원상 복귀시켜 둔 남자가 까칠한 손바닥 대신 그보단 부드러운 손등으로 붉어진 뺨을 살짝 쓸었다.

“도련님, 내가 뭐라고 했지?”

“흐….”

짐짓 다정했던 손길을 거두어 뒤로 뻗은 남자가 아직도 손수건에 묶여 있는 화영의 성기를 잡았다. 손안에서 터뜨릴 듯 꽉 쥐어 오는 힘에 화영이 잔뜩 겁먹어 남자의 팔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아! 안 돼, 흣, 아니야, 윽!”

“내가 씹어 먹는다고 했잖아요.”

“흑, 안 돼… 흐윽….”

이런 상황에서도 푹푹 밑이 박힐 때마다 오롯하게 느끼고 있는 제 도련님을 바라본 남자가 비웃음을 입에 걸었다.

“어이가 없네. 밑구멍은 좋다고 받아먹으면서 위는 안 된다고? 너 아까 허리 존나 털면서 갔던 건 생각도 안 나? 질질 흐르는 좆물 잘 받아 처먹은 건? 온갖 창부 짓 다 해 놓고 위는 안 된다? 허, 참….”

“흑, 흣!”

“봐, 지금도 느끼면서 허리 움찔거리는 주제에.”

남자가 다시 화영의 입을 벌리며 성기를 쑤셔 넣었다.

“진짜 마지막이야. 도련님.”

“웁!”

아래에선 또 누군가가 정액을 싸지르고 다른 성기가 들어왔다. 너무 미끌거린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억지로 역겨움을 참아 내기에 급급한 화영에게는 신경 쓸 만한 소리가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남자가 브이 자로 벌어진 화영의 다리를 일자로 모아 자신의 어깨에 올려 두고 박았다.

“아, 씹, 이거 괜찮다.”

“욱, 우!”

단단한 성기가 입 안의 안쪽 살로 파고들었다. 몰캉한 혀를 짓누르고 물렁이는 안으로 찔러 넣자 화영의 볼이 볼록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가 기분 좋게 웃었다.

“잘 빨아 봐. 도련님.”

입 안을 깔짝이던 성기가 불쑥 목구멍에 쳐들어왔다.

“끄, 웁!”

목구멍에 무언가가 처박혀 숨이 턱 막히는 고통에 화영이 남자의 어깨에 걸쳐진 다리를 버둥거렸다. 팔로는 여전히 그를 밀어내려 허벅지께를 단단히 붙잡았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런 손길을 즐기며 콱콱 박을 뿐이었다.

제 성기가 저 도련님의 작은 입에 가득 차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전신에 퍼졌다. 그 만족감에 평소보다 빨리 사정을 했다. 남자가 화영의 코를 막았다.

“꿀꺽 하세요.”

아까처럼 숨이 막혀 얼굴이 벌게지기 전에 울컥 터져 출렁이는 정액을 삼켰다. 힘겹게 삼키자 꿀꺽꿀꺽 정액이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화영을 더욱 서럽게 만들었다.

“헉, 흐, 으!”

화영이 정액을 삼키는 모습을 보자 구멍에 박을 차례를 기다리며 구경하던 남자들이 입으로 몰려들었다.

화영은 이제 입으로도 구멍으로도 한시도 쉬지 못했다.

소파 앞 테이블 위에서 엎드려 박히는 화영의 얼굴에 또 다른 좆이 들이밀어졌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데 남자들은 저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실제로 기절도 몇 번 했지만 그때마다 거의 직장에 닿을 만치 꽝꽝거리며 처박는 움직임에 파드득거리며 강제로 깨어났다.

화영은 자동적으로 입을 열어 성기를 물었다. 학습된 반응이었다. 배우는 게 빠른 도련님이라서인지 뒤로 박히는 성기에 머릿속에 불꽃이 팡팡 터져 간헐적인 신음을 연신 뱉으면서도 착실하게 좆을 물었다. 하지만 숨이 막히고 턱이 빠질 듯한 고통은 여전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였다.

“흐, 으!”

“힘들면 혀로 핥아요.”

그 말에 화영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를 충실히 보필하던 경호원이 좆을 들이밀며 하는 말이 저딴 거였다.

화영은 혀를 길게 빼내어 기둥을 핥아 올렸다. 목구멍에 성기가 처박히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낫긴 했다.

“아, 으! 흐, 아으응!”

“신음하느라 쉬지 말고 열심히 핥으세요.”

“흐, 으!”

다시금 절정으로 향해 가는 붕 뜨는 도취감을 느끼며 화영이 선분홍빛 혀로 귀두에서 나온 쿠퍼액을 핥았다. 역겨움은 여전했으나 계속해서 혈액이 순환하듯 몸 전체로 퍼지는 야살스러운 쾌감이 이성을 흐리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남자들에게 몇 번씩 돌려진 화영은 소파 앞 테이블에 대자로 눕혀졌다. 구멍이 스스로 호흡하듯 계속해서 아물아물 움직였다. 잘록한 허리와 가느다란 팔다리와 다르게 배가 살짝 볼록 나와 있는 걸 본 남자가 화영의 배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그러자 안 그래도 야물거리며 정액을 뱉어 내던 구멍이 확 벌어지며 주르륵 정액을 토해 냈다.

“아! 흐으….”

“와, 저 배가 정액으로 찬 배였어?”

“줄줄 쏟아 내는 거 봐라. 아주… 또 박고 싶네.”

“또 박으면 되지. 아직 하루도 안 지났어.”

“야, 무슨 수도꼭지 튼 것처럼 콸콸 쏟아져! 하하학!”

남자들은 저마다 손을 뻗어 직접 배를 눌러 보며 난잡하게 정액을 쏟는 화영을 구경했다.

“저 정도는 돼야 크림 파이지. 정액 찔끔 나온 거 보고 크림 파이다 뭐다 하는데 저런 게 찐이지. 크, 저것만 찍어도 한 달 동안 딸 칠 수 있겠다. 심지어 얼굴도 도련님인데 말 다 했지.”

화영이 누운 테이블에 물이라도 엎지른 것처럼 정액이 진득하게 퍼져 뚝뚝 바닥으로도 떨어져 갔다. 이제 그의 부른 배는 다시 판판해졌다. 화영은 구멍이 하도 예민해져 정액이 밖으로 배출되는 감각에도 느낀 듯 혼미해진 상태로 벌린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정액은 그 테이블뿐만 아니라 소파 아래로도 흥건하게 쏟아져 있었다.

구멍에서 쏟아진 정액도 많았지만 화영이 꾸역꾸역 정액을 삼키다 결국 뭉텅이로 토해 냈을 때 생긴 토사물도 있었다.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입에서 나온 거라곤 지금껏 욱여넣어졌던 정액뿐이었다. 남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아주 신나 죽으려 했다.

한 남자는 그걸 다 핥아 먹으라 했지만 끝끝내 거부한 화영이었다. 그러나 토사물의 일부가 몸에 치덕치덕 발리는 것까진 피할 수 없었다.

이제 끝났나 싶어 눈을 감으려는데 몸이 들려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 어디로 가는 건가 가물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니 형의 방이었다. 형의 침대에 눕혀진 화영이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정액투성이가 된 몸이 시트에 닿아 형의 침대가 정액으로 얼룩지며 더럽혀졌다. 화영이 수치심에 달아올랐다.

“이제 좀 익숙하세요? 여기서 첫째 도련님이랑 붙어먹었던 거 다 알아요.”

저 미친 것들의 망상에 화영이 경악하며 힘이 없는 몸으로도 당장 내려오려고 바둥거렸다.

“왜? 침대에서는 너무 자주 떡 쳐서 감흥이 없나?”

“그럼 책상으로 갈까요?”

“아, 싫어, 싫어!”

누군가 옷장에서 큰 와이셔츠를 꺼내 왔다.

“이거 입힐까? 존나 꼴리지.”

“아, 이 사람 이거! 뭘 좀 아는 사람이네.”

남자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형의 방을 더럽혀 갈 동안 화영은 나체에 형의 와이셔츠만 걸친 채 책상에 엎드려 박히고, 의자에 묶여 분수를 싸고, 창문을 짚은 채 뒤치기를 당하고, 바닥에 꿇어 앉아 직원들의 정액을 받아먹었다.

형이 앉던 의자 팔걸이에 다리가 벌어져 묶인 채 멈추지 않고 가장 예민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쑤셔 대는 손가락에 화영은 여러 번 분수를 쌌다. 지나치게 치닫는 절정에 정말 몸이 어떻게 될 것 같아서, 진짜 어딘가 망가질 것 같아서 화영은 제발 그만하라고 울며불며 애원했다.

화영은 애원 끝에 겨우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한 남자는 질질 싸질러 대는 천박한 구멍을 막아 주겠다며 디퓨저에 꽂혀 있던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 와 화영의 요도 구멍에 꽂아 넣었다.

통증과 쾌감이 뒤범벅돼 눈이 뒤집힌 화영을 보며 남자들은 저마다 음담패설을 뱉어 냈다. 이제 첫째 도련님 방에 도련님 정액 냄새가 퍼지겠다, 향이 더 널리 퍼지게 스틱을 하나 더 꽂아야 되는 거 아니냐, 정액 디퓨저 시향 하러 왔다 등. 온갖 음설한 말들을 들으며 화영은 결국 그 기묘한 감각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러나 요도 구멍에 꽂힌 스틱을 피스톤질 하듯 들이밀다 빼내고 다시 쑥 깊게 넣는 감각에 화영은 곧장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는 결국 막대기가 깊게 꽂힌 채로 창문을 짚고 허리를 굽혀 뒤에서 쳐올리는 성기들을 견뎌 내야 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마침내 자신의 구멍과 입에서 나온 정액이 형의 방 곳곳에 흥건히 묻었다. 화영은 자괴감에 몸을 둥글게 말았다.

***

기절하듯 잠에 빠졌나 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화영은 작은 방 안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저를 범했던 남자들이 없어 안심한 것도 잠시, 낯선 공간을 잔뜩 경계하며 둘러보았다. 방 안은 깔끔했지만 퀴퀴한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화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뻐근하게 몸 마디마디까지 쑤셔 오는 통증에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거의 수십 번을 싸고 수십 번을 박혔는데 몸이 성할 리 없었다. 목도 한 음절의 말조차 내뱉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침을 삼키는 것조차 까끌거리고 아파 와 화영은 잠시 혀를 깨물고 죽을까, 진지하게 고려해 봤다. 그러다 복수심에 타올라 생각을 바꿔 먹었다. 내 반드시 그것들은 죽이고 가야겠다.

조용한 방 안에서 화영은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부모님이 구하러 오신 걸까. 그런데 왜 이리 방이 작지? 방 안을 채운 건 침대 하나와 3단 서랍장 하나, 벽에 고정되어 있는 가방 걸이 같은 게 전부였다.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돌연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끼이익 열렸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커다란 인영 하나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건 분명….

“형?”

형이 틀림없었다. 형이 날 구하러 온 것이다.

“형… 형 맞지?”

눈물이 차올랐다. 그간 고생했던 끔찍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다. 화영은 고통도 잊고 곧장 형에게 달려들어 너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혀엉….”

“화영아.”

울먹이느라 한껏 구겨진 얼굴이 화윤을 향했다.

“손님 안 받아?”

“…형?”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제 귀가 잘못됐나 싶었다.

“응? 화영아, 누워서 다리 벌려야지.”

“형… 형 아니야?”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무슨….”

화영은 처음 제 집 안 곳곳에 붙여진 빨간 딱지를 보았을 때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늘 저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네던 다정한 목소리는 변함없었지만 그 내용은 가히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화영아. 여기가 어딘지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여기 사창가야.”

“뭐….”

“봐.”

그가 서랍을 덜컥 열었다. 서랍 안에는 콘돔 한 상자와 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들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왜 침대밖에 없겠어? 씹질 하라고 둔 거지.”

그의 눈엔 광기와 희열이 반짝였다. 그 이채 서린 눈을 보자 저를 범하던 그 눈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지금 자신의 형처럼 반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왈칵 이름 모를 감정들이 치밀어 올랐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여기엔 매직도 있네? 화영아, 뜬금없이 왜 이런 게 들어 있는지 알아? 한 번 뺄 때마다 허벅지나 엉덩이에 쓰라고 있는 거야. 정액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표시하려고. 우리 화영이는 형이 허벅지에 예쁘게 써 줄게.”

처음 놀이공원에 온 아이처럼 설렘과 기대를 잔뜩 품은 목소리가 화영에게는 지금껏 질리도록 들었던 별의별 희한한 음담패설들보다도 아프게 꽂혔다. 고개를 들어 화영을 본 화윤이 그의 눈물을 닦아 내며 얼굴을 감쌌다.

“왜 울어? 아직 아픈가? 하긴 걸레짝 수준으로 박혔을 텐데. 우리 화영이 아픈 것도 모르고 형이 너무했다. 그치?”

화윤의 광기가 살짝 누그러졌다.

“그래, 뭐. 여기서 하는 것보단 집에서 하는 게 낫겠지. 상황도 그렇고 공간도 이래서 좀 흥분했어.”

“무슨… 형, 부모님은? 우리 집은 어떻게 된 거야?”

형의 변한 모습을 못 본 척하며 화영은 급한 대로 부모님과 집에 대해 물었다.

“음, 폭삭 망했어.”

“…뭐?”

“그래도 걱정 마. 우리 화영이는 형이 데려가면 되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망했다니….”

“말 그대로. 화영이는 몰랐겠지만 아슬아슬하긴 했어. 그래서 내가 미국으로 튀었잖아. 화영이도 데려가야 됐는데 이렇게 빨리 주저앉을 줄은 나도 몰랐어. 부모님이 너 혼자 내버려 두고 도망친 것도 예상외였고. 내 딴엔 어느 정도 안정을 시켜 두고 데려오려 했는데 내 실책이었지.”

화윤이 한숨을 푹 쉬며 화영을 껴안았다.

“내 예쁜 화영이. 형이 잘 여물도록 그렇게 정성을 쏟았는데 다른 새끼들한테 굴려졌다고 해서 얼마나 미칠 것 같았는지 알아?”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제 형이 쏟아 내고 있는 미친 소리들에 화영은 시야마저 아득해졌다.

“화영아?”

화영이 화윤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다. 이 모든 게 꿈이길 바라며 깊은 어둠에 잠겨 들었다.

***

으리으리한 그 저택에 입양된 건 일곱 살 겨울이었다. 쭉 지내왔던 고아원에 좋은 추억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기억도 없었다. 그래서 별다른 놀라움 없이 입양이 됐나 보다, 생각하며 저택에 갔다. 처음엔 그 화려함에 기가 죽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양부모님은 상냥하셨고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듯 새로운 일상에도 빠르게 적응이 되어 갔다. 그러다 열 살의 봄, 화영이 태어났다.

처음엔 마냥 귀여웠다. 천사 같은 작은 아이가 가만가만 숨 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매일 방에 찾아가 구경하면서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짤막하니 귀여웠던 키가 자라 몸 선이 낭창해지고, 통통하고 야들야들한 볼살이 쑥 빠져 가녀린 턱선을 그리기 시작할 무렵, 화윤은 매일 밤 악몽처럼 화영의 침대 속에 기어 들어갔다.

처음엔 머리칼만 조금 쓰다듬다 볼을 톡 건드리는 정도의 소극적인 손길이 다였다. 그러나 화영이 성인이 된 후 그 손길은 점점 성적으로, 노골적이게 변해 갔다.

수십 수백 번 미친 짓이라고 되뇌면서도, 그가 동생임을 상기시키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매일 밤의 방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점점 뻔뻔해졌다.

동생이라고? 좆 까. 같은 피도 아닌데 뭔 동생 타령이야. 범죄라고? 좆 까. 형으로서 동생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뿐인데 뭔 범죄 타령이야. 화윤은 모순되는 헛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화영이 곤히 자고 있는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이불을 스르륵 벗겨 내고 그 부드러운 살결을 손으로 쓸었다. 그 뽀송하고 흰 피부는 절로 소름이 돋을 만큼 딱 알맞게 손에 잡혔다. 그러면서도 실크처럼, 모래알처럼 사르륵거리며 손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씨발, 이게 사람 피부야?

“화영아, 이건 너무하잖아.”

화윤이 화영의 조막만 한 얼굴을 살살 쓸며 작게 중얼거렸다. 긴 속눈썹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기도 하고 한 손에 잡히는 가는 목도 긴 선을 따라 훑어 내렸다.

그치? 이건 너무했잖아. 어떻게 이렇게 자라서 사람을 충동질해. 응? 우리 화영이가 잘못했다. 그렇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는 화영의 바지와 속옷을 한 손으로 잡아 내리며 조심스레 다리를 벌렸다. 귀엽게 앙다문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으니 화영이 뒤척거렸다.

“으으응….”

구멍은 빠듯하게 손가락을 조였다. 따듯하고 약간 축축한 내벽이 손을 물고 오물거리자 당장 다리를 활짝 벌려 박아 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머리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직은 안 되지. 좀 더 여물고, 좀 더 흐드러지면 그때, 이 구멍을 취할 것이다. 우리 화영이의 처음은 내가 가져가야 되지. 응? 형이잖아. 형이 지금까지 구멍도 넓혀 주고 열심히 길을 내었는데 당연히 그래야 되겠지?

손가락 하나로 안을 천천히 헤집으며 전에 찾아 둔 예민한 곳을 쑤시고 주르륵 뒤로 물렸다. 빠져나가려는 손가락을 알아차린 듯 내벽이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쫀득하게 물어 댔다.

“으응! 으….”

다디단 신음이 입새로 새어 나갔다. 화윤이 그 입술을 가볍게 축 물다 혀를 밀어 넣었다. 몰캉한 혀를 건드리며 입 안을 훑었다. 별거 아니고 동생 구강 상태를 체크해 둬야 될 것 같아서. 피는 통하지 않았어도 형인데 하나뿐인 동생에게 매정하게 신경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는 제 동생의 고른 치열과 분홍빛 혀, 입 천장과 몰랑한 볼 안쪽까지 세세히 훑어보고 나왔다. 타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평상시엔 멀쩡히 잘 지내던 화윤은 매일 밤, 화영의 방 안에서 조금씩 미쳐 갔다. 그 몸이 마약이라도 되는 듯, 화윤은 점점 더 화영을 놓을 수 없었고 망상과도 같은 자기 합리화가 일상이 되었다.

화윤은 점점 더 대범해졌다. 새근새근 호흡하는 그 입술에 쿠퍼액이 새어 나온 제 좆을 문지르기도 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박을 수 있도록 손가락을 늘려 가며 구멍을 넓히기도 하고, 잘 느낄 수 있도록 성감을 예민하게 개발해 갔다.

화영이 깨어나기에 충분한 짓들을 해 댔는데도 그는 단 한 번도 눈치챈 적이 없었다. 사실 그는 화영이 깨어나 제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그에게 해 댄 건지 알아차리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저는 화영에게 무해하고 상냥한 형이었다.

그리고 결국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화영을 손에 쥘 수 있는 덫을 조금씩 만들어 갔다. 사실 그는 화영이 저런 쓰레기 같은 인성으로 자라 줘서 참 고마웠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그의 더러운 성질머리가 제 계획에 꽤나 도움이 되었다.

뭐, 성질이 고약하면 어때. 저렇게나 예쁜데 그럴 수도 있지. 직원들에게 잔인한 처사를 한다고 해도, 심지어 그걸 눈으로 직접 봐도 화윤은 마냥 오냐오냐 화영의 편이었다. 애가 그러고 싶다는데 뭐, 응당 그렇게 해 줘야지. 평균적인 수준인 그의 도덕심은 화영에 의해, 화영에 한해서만 기준을 다시 세웠다.

그의 마지막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 반년 동안 미국에 갈 일정이 잡혔다. 그 긴 시간 동안 화영을 보지 못한다니, 벌써부터 시체처럼 어그적거릴 자신의 모습이 눈에 선했지만 이 반년만 버티면 화영을 제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참아야 했다. 화윤은 디데이까지 설정해 그날을 고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파산이라니.

화윤은 자료를 넘기며 양부모를 비웃었다. 그들에게 악감정은 없으나 너무도 어리석은 작태에 웃음이 나왔다.

그럼 화영이는 내가 데려가게 될까. 화영을 애지중지하는 양부모는 저에게 화영을 부탁할 것이었다. 화영이 위험에 처하는 꼴은 못 볼 테니. 그래서 예정보다 이르게 화영을 손에 넣을 준비를 했다. 집도 그의 취향대로 꾸며 놓았다.

당혹스러운 일이었으나 결국 자신에겐 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양부모는 생각해 둔 다른 대안이라도 있는 건지 굳이 저에게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아쉽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화영을 두고 먼저 미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씨발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그사이에 폭삭 망해?

화윤은 소식을 듣고 반쯤 미친 상태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되돌아왔다. 화영은 그새 몸이 돌려져 사창가에 팔려 갔다고 했다. 반쯤 돌아 버린 뇌가 다시 반쯤 돌자 제정신처럼 차분해졌다.

하지만 차가워진 이성 위로도 어찌할 수 없는 초조함이 불어났다. 화영의 몸, 화영의 정신. 머릿속엔 온통 동생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러나 문득 애간장을 졸이는 걱정의 틈으로 추잡한 질투가 툭 끼어들었다. 소중히 아껴 두던 것을 한순간 빼앗겨 버린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이었다. 느껴 본 적 없는 열등감과 자괴감, 낯선 허무와 적개심 등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들끓었다.

점점 더 격하게 고양되는 증오가 몸을 데웠다. 아니야. 나는 화영의 구멍에 내 성기를 비벼 쿠퍼액을 묻혀 둔 적이 있었다. 그의 머리맡에서 자위하다 나온 정액을 손가락에 발라 구멍에 넣어 머금게 둔 적도 있었다. 그러니 처음은 씨발 내가 취한 거야. 그 구멍에 처음 닿은 좆은 내 좆이었고, 그 구멍이 처음 먹은 정액도 내 정액이었어. 화윤은 참 유치하고도 같잖은 정신 승리를 하며 화영을 데리러 갔다.

***

점차 아름아름 정신이 돌아왔다.

[아! 흐, 으!]

어디선가 난잡한 교성이 들렸다.

[아! 아! 흐, 제발!]

멍한 머리로 눈을 감고 누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아윽! 읏! 와, 도련님 이젠 여기로도 느끼나 봐. 한 번 쭉 빼 줄 때마다 몸이 아주 씨발 진동 모드야. 약간 그거 같다니까? 진동 오나홀? 아아, 흑!]

찔꺽거리는 소리가 진득하게 깔리고 그 사이사이 남자의 교성과 음담패설이 들려왔다. 퍼뜩 눈을 떴다.

“혀, 형….”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제 형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형… 뭐 보는 거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물었다. 형이 휴대폰에 고정시킨 눈을 저에게 내렸다.

“내 화영이, 일어났어?”

“뭐 보는 거냐고!”

[흐으윽! 흐, 으응! 하하, 느껴서 몸 존나 떠는데 구멍 안까지 떨려! 아, 진짜 죽인다. 으흣, 아!]

형은 제가 보던 화면을 저에게 돌렸다.

작은 휴대폰 화면 속엔 단추를 다 풀어 헤친 커다란 와이셔츠를 반쯤 걸친 남자가 한쪽 다리를 접어 올리고 창문에 기댄 채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다. 남자는 한쪽 뺨을 유리창에 붙이고 뺨을 붉힌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아랫도리는 너저분하게 성기가 뒤로 빠질 때마다 속에 담아 둔 정액을 투둑, 툭 내보냈다. 철벅거리는 소리가 나며 이따금 물이 튀기고 벌겋게 손자국이 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리듯 묽은 정액이 반들거리며 칠해졌다. 격한 움직임에 정액이 금방 다리로 흘러내렸지만 또 금세 덧발라졌다.

피가 차게 식어 갔다. 어떤 억센 손이 가슴을 꾹 틀어쥔 듯했다.

“애초에 사창가에 팔아넘길 생각이었는지 손님 모으려고 홍보 영상 같은 걸 찍어 뒀나 봐. 화병 나서 죽을까 봐 안 보고 다 폐기시키려 했는데 과거를 인정하기로 했어. 지나간 일은 상관없으니까. 이제 내 화영이는 형한테만 박힐 건데 얼마나 굴렀든 무슨 상관이야. 그치?”

제 형은 저런 정신 나간 소리도 말이라고 잘 지껄여 댔다. 화윤을 바라보는 화영의 표정이 아연해졌다.

“형, 형 미쳤어? 집안 문제 때문에 미친 거야? 아니, 나도, 나도 엄청 놀랐어. 그래도 부모님이 해결해 주시겠지. 응? 뭔진 몰라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주저앉진 않을 거 아냐. 그,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고….”

[흐읏, 응!]

“일단 저건 꺼!”

화영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아 던지려는데 화윤이 홱 손을 뒤로 빼며 화영의 행동을 저지했다.

“걱정 마. 유포될 리 없어. 설령 영상이 아무데서나 나돌아 다닌다고 해도 상관없잖아. 이제 형이랑만 오순도순 살 건데.”

“형! 정신 좀 차려!”

“그리고 꽤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더라고. 형 와이셔츠 입고 박히니까 기분 좋았어?”

화영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수치심, 불안, 두려움, 격노 등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역시 화가 나긴 하네. 정말. 우리도 이런 거 찍을까?”

화윤이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틈에도 영상에선 제 신음 소리가 난무했다.

“일단 그거부터 끄라고!!”

얼굴이 달아오른 화영이 크게 고함쳤다. 정말 화가 났다.

형을 보고 당연히 날 구하러 와 준 줄 알았다.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형이 해결해 주겠지, 해결해 줬겠지 그렇게 믿으며 안도했다. 이제 그 남자들도 제 마음대로 고문해 죽일 수 있겠다 싶어 꽉 막혀 답답했던 마음이 좀 트이는 듯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과 화가 드디어 사그라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저건 자신이 알던 상냥한 형이 아니라 웬 정신병자였다. 자신을 무참히 범했던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파렴치한 중 하나일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형은 날 예뻐했었다. 저를 사랑스럽고 귀여워하는 게 어린 눈에도 보일 정도로 어화둥둥 보듬어지며 자랐다.

무슨 행동을 하든 잘했다, 잘했다 칭찬 일색이었고, 형은 정말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넘기며 영원히 변하지 않을 애틋함을 줄곧 내어 주며 살아갈 것 같았다.

그랬기에 당연히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형을 잘 따랐다. 늘 무한한 사랑을 퍼붓는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도 형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데….

화윤이 그제야 순순히 영상을 정지시키고 휴대폰을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여긴….

담배 냄새가 폴폴 나던 그 작은 방이 아니었다. 제 예전 저택만은 못하지만 그에 견줄 수는 있을 정도로 꽤 넓고 호화로운 방이었다. 마치 내가 꾸미기라도 한 양 완벽히 내 취향대로 정돈되어 있었다.

“…여긴 어디야?”

“우리 집.”

“부모님은?”

“도망쳤어.”

“…뭐?”

무슨… 부모님이 왜….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그럼 나는? 형은?”

“우리랑은 이제 상관없어.”

“가족인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없게 처리했으니 걱정 마. 이제 여기서 나랑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야.”

형의 말에 순간 안도감이 퍼졌다. 단단히 미친 것 같은 형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자니 좀 미심쩍긴 했지만 그래도 저 말이 맞는다면 다행이긴 했다. 부모님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래도 난 괜찮다는 거잖아.

그나저나 내가 그 저택에 남겨져 그렇게 망가질 동안 도망치셨다니…. 솔직히 믿기지 않기에 별 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참 막막하긴 했다.

내가 이렇게 되다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는데. 세상에 나보다 더 잘난 이는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 나를 덮쳤다.

처음 느낀 고통과 모욕이 지나자 어쩐지 허무가 몰려들었다. 인생무상이라 했던가. 그런데 그런 생각에 채 빠져들기도 전에 벼락 같은 내용이 귀에 꽂혔다.

“화영아, 내가 아까 몸을 좀 살폈는데 다행히 크게 이상이 있지는 않았어. 구멍이 많이 붓기야 했지만 찢어지지도 않았고. 영상을 보니 내 생각보다 더 심했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참 다행이지. 내일까지 기다려야 되나 싶었는데 오늘 할 수 있겠어.”

형의 손이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애무하듯 허벅지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소름이 돋아 얼른 뿌리치며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뒤로 물렸다.

여기가 안전하다고 해도, 아니, 제 형이 지금처럼 계속 미쳐 있는 한 안전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나가야겠다.

“나, 나갈 거야. 옷 주고 비켜.”

“나가서 어디 가려고?”

“그건….”

“화영아. 네가 갈 곳이 사창가밖에 더 있어? 내 화영이한테는 매음굴에 기어 들어갈 생각 같은 게 있을 리 없는데. 왜 그러지?”

“무슨 소리야! 난 알아서 잘 살 수 있어. 일이라도 하면….”

“네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이나 있어?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곱게 살아왔으면서 뭘 하려고.”

화영이 이불을 잔뜩 쥐어 끌어당겨 아래로 가는 발목이 보였다. 화윤이 그 발목을 붙잡아 훅 당기자 화영이 맥없이 딸려 왔다.

“놔!”

“화영아. 왜 이리 복잡하게 생각해? 넌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편하게 살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게. 대신….”

그가 이불을 확 걷어 내 뭉텅이로 말아 침대 아래로 집어 던졌다. 흰 나체가 드러났다. 화영이 당황하며 눈알을 데구루루 굴렸다.

“형이랑 밤마다 놀아 주면 돼.”

“형 지금 제정신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이래! 형이잖아, 형이잖아! 나, 나 형 동생이야!”

화영이 거의 절규하듯 소리쳤다. 어떻게 제 핏줄한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설령 다른 사람이 날 그런 눈으로 보더라도 형은, 형만은 그러면 안 되지!”

“왜?”

화윤이 반항하는 화영의 팔을 한 손으로 포개 누르며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밀듯 쓸었다.

“왜 그러면 안 되는데?”

“피가 섞였잖아! 근데 어떻게 그래?”

“화영아, 우리 피 안 섞였어.”

진지하게 말하는 화영이 귀엽다는 듯 화윤이 싱긋 웃으며 손등으로 그의 유두를 쓸었다.

“흣, 무슨!”

“어쭙잖은 도덕관념도 귀엽다. 세상만사 그때그때 날에 따라 끌리는 대로 살면서 또 확고한 건 있고.”

그가 고개를 내려 유두를 물어 빨았다. 그의 입에 가슴이 둥글게 흡착되며 빨려 들어갔다. 이를 세워 작은 돌기를 건드리고 살짝 깨물자 화영의 허리가 퉁 튕기며 휘어졌다.

“하윽!”

“그래, 반응이 생생해서 좋네.”

그가 반대편 유두로 입을 옮겼다. 밑으론 손 하나를 내려 구멍 주위를 둥글게 쓸었다.

“흣, 지금이라도 그만… 흣!”

손가락 하나가 퉁퉁 부은 구멍에 파고들었다.

“살살 하긴 해야겠네.”

화윤이 혀를 쯧, 찼다.

“그 개새끼들을 어떻게 쳐 죽일지는 나중에 머리 맞대고 생각해 보자.”

그가 손가락을 한 바퀴 돌렸다. 제 검지를 감싼 부은 살점이 쭈욱 늘어나며 손가락을 따라왔다. 부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따듯했다. 얼음이라도 하나 넣으면 바로 녹아내릴 듯했다. 아, 얼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화윤이 휴대폰을 들었다.

“지금 당장 그릇에 얼음 몇 개 담아서 방 앞에 가져다 두세요. 노크만 하고 방문 앞에 두면 됩니다.”

“흐, 무슨… 아!”

“느끼긴 잘 느껴서 다행이네. 아파하지도 않고. 착하다. 괜히 뿌듯하네.”

“흣, 그… 그런 소리, 읏, 응!”

먼저 들어온 검지에 이어 중지도 푹 박혀 왔다. 가위질하듯 두 손가락이 엇갈리며 내벽을 넓혀 갔다. 오동통한 살이 쯔걱거리며 벌어지는 게 마음에 들었다. 부은 것도 꽤 괜찮은데. 화영이만 안 아파하면 이것도 괜찮지 않나? 나야 어떤 상태든 좋지만.

“하으….”

화영이 안을 지분거리는 손가락을 느끼며 허리를 둥글게 돌렸다. 안에 박혀 움직이는 손가락의 형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여드는 살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막처럼 얇게 붙어서 손가락을 벌리는 대로 찔꺽거렸다.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고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화윤이 주위를 둘러보다 서랍을 더듬거려 젤 통을 꺼냈다. 긴 타원형의 매끄러운 몸체가 화윤의 손에 잡혔다. 그는 뚜껑을 열지 않고 그걸 그대로 화영의 안에 푹 박아 넣었다.

“하윽!”

찔걱 쑤셔진 기다란 몸체를 구멍이 꽉 조였다. 돌아가던 허리가 위로 떠 파드득 떨렸다.

“잠깐만.”

화윤은 여상하게 침대를 내려가 문을 조금 열고는 얼음이 담긴 볼을 들고 왔다.

조심성 없이 쑥 넣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젤 통을 쑥 빼낸 그가 얼음 하나를 입에서 굴렸다. 볼 안쪽으로 움직여 타액을 묻히며 화영의 다리 사이에 위치했다.

그가 다리를 확 위로 접어 올리며 구멍을 잡아 벌렸다. 부어오른 빨간 내벽이 뻐끔거렸다. 아직 정액을 싸지도 않았는데 그 구멍에선 허여멀건 액이 흘렀다.

중지를 푸욱 쑤셨다가 빼내자 끈적한 점액질의 액이 묻어 나왔다.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비비다 천천히 떨어뜨리자 쯔극 하는 소리와 함께 액이 물풀처럼 즈윽 늘어나다 툭 끊겼다. 절로 침이 고였다.

모난 부분 없이 둥글게 작아진 얼음을 툭 손바닥에 뱉어 내고 그대로 구멍에 가져가 쑤욱 넣었다.

“아으! 아! 빼 줘!”

차가운 얼음이 뜨끈한 구멍에 닿자 빠르게 녹아 갔다. 구멍에서 느껴지는 시린 감각에 화영이 몸부림쳤다.

덜그럭거리며 얼음을 꺼낸 화윤이 다시 제 입에 넣었다.

화영의 구멍에 들어가자 벌써 구슬만치 작아진 얼음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화영이 위로 접힌 다리를 더욱 올리려 해 엉덩이가 들렸다. 과연 절경이다. 칭찬하는 의미로 더 꾹 누르며 밀어붙였다.

“아아! 으, 흐으!”

저기에도 좀 해 줄까.

그가 얼음 두 개를 집어 양 유두에 가져다 대고 꾹 누르며 빳빳하게 세운 유두를 짓뭉갰다.

“아악!”

화영이 바로 허리를 버둥거렸다.

“흐, 싫어!”

그가 몸을 뒤집어 웅크렸다. 이 자세도 나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마른 몸이 그새 더 말랐는지 웅크린 몸에선 날개 뼈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그곳에 잠깐 입 맞추곤 화영이 누운 시트 아래로 얼음을 쥔 손을 비집어 넣어 기어코 유두에 가져다 댔다.

“아으! 하지 마!”

화영이 몸을 확 일으켰지만 제 손도 꼭 붙어 따라갔기에 피할 곳이 없었다.

“읏, 하지 마! 혀어엉… 흐….”

화영이 섬섬옥수로 제 양 손목을 붙잡았다. 미약하게 밀어내는 힘에 끌려가듯 손을 떼 주었다. 거의 다 사라진 아주 작은 얼음 조각이 툭 화영의 허벅지에 떨어져 물로 변했다.

양 유두가 흐무러지게 푹 익은 것처럼 빨갛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아, 그래. 이거지. 통통하게 한껏 농익은 듯 부푼 돌기가 마음에 들었다.

화윤의 관심사는 다시 구멍으로 향했다. 가슴에 정신이 팔려 이미 한참 녹은 얼음은 그냥 꿀꺽 넘기고 다른 얼음을 집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인지 그릇 안의 얼음들도 대부분 녹아 모서리가 모두 둥글었다. …바로 넣어도 되겠는데?

그가 그릇 안의 얼음을 집어 화영의 구멍에 쑥 밀어 넣었다.

“흐으읏!”

몇 개까지 들어갈까?

화영이 엉덩이를 치켜들고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다리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져 침대보가 흥건히 젖었다. 처음엔 너무 시린 얼음이 들어가 허리가 찌르르 울리는 그 고통 섞인 이상한 감각을 못 견뎌 몸을 뒤틀었지만 이젠 감각조차 둔했다.

마취라도 한 것처럼 지금 구멍이 벌어져 있는지, 다물려 있는 건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제 속을 가득 채운 얼음들을 다 빼내고 싶었지만 반항을 거세게 하다 침대 헤드에 팔을 꽝 부딪쳐 멍이 들었다. 그러자 형이 팔을 뒤로 묶어 버렸기에 미약한 도망조차 치지 못하고 그 감각을 오롯이 견뎌 내야 했다.

“흐으… 으….”

벌써 몇 개나 넣은 건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흐릿한 시야에 투명한 그릇 하나가 보였다. 그 많던 얼음이 이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저 많은 게 내 안으로 들어갔다고? 화영은 질려 진저리 쳤다.

화윤은 몇 개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 얼음을 넣어 봤지만 넣다 보니 가장 안쪽에 있던 얼음은 이미 녹아 개수를 셀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도 더 뜨겁던 내벽이라 그럴 만했다.

그래서 그는 계획을 바꿔 그릇 안의 얼음을 다 넣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금방 녹아 물이 되어 후드득 떨어지니 화영의 몸에 부담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뜨겁게 부어 있는 구멍을 좀 가라앉혀 주지 않을까. 안이 저렇게 뜨거우면 열이 오를지도 모를 텐데 열을 식혀 주는 게 제 동생에게도 좋을 것이다.

“아으… 혀엉….”

“응. 기분 좋지?”

저 정신병자가 기분이 좋냐고 물어봤다. 이제 형으로도 보이지 않는 화윤이지만, 저 미친 것이 아무래도 그릇 안의 얼음을 다 넣을 생각인 것 같아서 그를 제지하기 위해 일부러 불러 보았다. 저걸 다 넣다니 절대 안 된다.

“아니이… 흐, 빼 줘. 이젠 너무 이상해….”

“좋아서 그래.”

화윤이 얼음을 또 밀어 넣으며 구멍 안쪽을 지분거렸다.

“흣, 아니야! 이제 그만….”

“아….”

화윤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 즐겁게 입을 열었다.

“빨리 박히고 싶구나.”

그가 해사하게 웃었다. 천연덕스러운 웃음이 만연하게 번졌다. 행복한 망상에 빠진 병자 같은 표정이었지만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는 화영에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이지 않았다.

뭘 잘못 처먹은 게 분명한 헛소리에 화영이 기겁했지만 부정할 순 없었다. 지금 이 말을 부정하면 저 그릇 안의 얼음들이 모조리 제 구멍에 들이박힐 게 분명했다.

화영은 입까지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튀어 나가려는 온갖 욕설을 애써 누르며 그저 얼굴을 더 깊숙하게 묻었다. 무게에 눌린 폭신한 침대가 푹 들어갔다.

화윤이 화영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구멍 안의 얼음들이 다 녹길 기다렸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녹은 물이 선정적으로 보였다. 화윤의 목울대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차지고 끈끈한 점성 특유의 끈적한 맛은 없어 아쉽지만 투명한 것이 졸졸 흐르는 것도 꽤나 보기 괜찮았다. 분수도 참 시원하게 잘 싸던데 나중에 해 봐야지. 영상 속의 화영이 떠오르자 괜히 더 몸이 달았다.

그가 성기를 화영의 구멍에 느릿하게 삽입했다.

“흐윽!”

“윽….”

차가운 감촉이 닿자 더 자극적이었다. 내벽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시린 물과 성기를 물어 오는 연한 살점의 뜨끈한 감촉이 어우러지자 씨발, 넣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형, 흐, 잠깐만! 나, 나 배가….”

화영이 갑자기 묶인 손목을 거세게 흔들었다. 뭔가 싶어 그의 손목을 풀어 주고 상태를 살피려 시트에 푹 파묻은 얼굴을 돌리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가 불그스레한 눈가 위로 반짝여 지나치게 요염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 홀릴 것 같은 얼굴이 발갛게 뺨을 상기시킨 채 습한 숨을 내뱉었다. 물고 빨아서인지 평소보다 두툼하게 도드라져 더욱 붉어 보이는 입술이 내뱉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나… 나 배 안쪽이 흣, 찰랑거려….”

한껏 찌푸려진 눈이 더욱 울상 지으며 눈꼬리가 추욱 내려갔다. 화영이 풀어진 손으로 배를 감쌌다. 녹은 물이 배에 잔뜩 고여 있는 듯한 감각에 화영은 미칠 지경이었다.

성기가 마개처럼 박아 넣어지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가운 물이 그대로 들이차 찰랑거렸다. 그의 성기가 뒤로 물려졌다 다시 처박을 때마다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았다.

화윤이 숨까지 삼키며 저 자태를 지켜봤다. 화영은 저 꼴리는 얼굴을 반쯤 드러내고 시무룩하게 구긴 채 숨을 골랐다. 등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엉덩이만 볼록 솟아올랐다가 뚝 가느다란 다리 선으로 떨어졌다. 구멍에는 제 좆을 박아 작은 틈도 없이 딱 들이차 있었고, 팔은 배가 깔린 시트로 비집고 들어가 그 가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배 속이 찰랑거린다고 울고 있었다.

씨발, 저게 외설이지. 너무 차갑고 울렁거린다고 칭얼거리는 소리가 자신을 유혹하는 속삭임으로 들려왔다. 저게 빨리 박아 달라고 보채는 게 아니면 뭔데.

퍽!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퍼지는 동시에 배 속 물이 크게 출렁이며 허리가 훅 휘었다. 화영이 제 배를 부여잡은 손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울렸다.

“하윽!”

화윤은 화영이 가장 잘 느끼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찌르며 움직였다. 구멍 안 오른쪽의 깊은 내벽, 야들야들한 속살이 짓밟히듯 뭉개지며 화영의 허리가 매트리스 아래로 깊숙이 처박히고 움찔 엉덩이가 들렸다. 발끝이 오그라들며 벌린 다리가 경련하듯 떨렸다.

“아윽! 응! 흐! 아!”

화윤은 화영의 예민한 반응을 즐기며 속도를 더욱 높여 갔다. 거친 마찰 음이 방 안을 야릇한 소리로 채워 갔다. 퍽퍽 살 소리를 내며 올려 박을 때마다 그의 엉덩이가 들렸다 떨어지고 다리가 점점 더 벌어졌다. 쾌락에 취해 아예 벌어진 다리 아래, 그 가는 발목을 양손으로 붙잡고 들어 올렸다.

“학! 으!”

순식간에 엎드린 허리와 다리가 붕 떴다. 화영은 얼굴과 널브러진 팔만 시트에 올려놓은 채 공중으로 반쯤 끌려 올라가 푹 박혔다. 화윤의 힘에 화영의 몸은 장난감처럼 쉽게 끌려왔다.

발목을 잡혀 잔뜩 벌어진 다리 사이에 흉흉한 성기가 푹푹 꽂혔다. 귀두가 거의 구멍 끄트머리에 다다를 때까지 빼내곤 다시 꽝! 부딪히듯 깊게 박아 왔다. 화영의 정신은 이미 하얗게 탈색된 지 오래였다.

아슬아슬하게 구멍 끝까지 귀두가 걸쳐졌을 때, 그 미세한 틈새로 화영의 안에 고여 있던 미지근한 물이 한 줄기 주룩 흘러 나갔다. 그 순간 뜨거운 안쪽까지 푹 박으며 포동한 살점을 뭉개는 감각이 너무 짜릿해 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아흑! 아, 잠까, 응!”

화영은 발목을 붙잡혀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폭력적인 추삽질을 받아 냈다. 그때마다 몸속에서 풍선이 팡팡 터지는 것 같았다. 크게 부풀어 오른 풍선을 아주 커다란 손이 꽉 쥐어 펑! 터트리면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때로는 풍선을 타고 높은 구름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팡! 터져 훅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뒤죽박죽 엉킨 생각들을 하며 시트를 그러당겼다. 마치 그러면 더 이상 몸이 멋대로 끌려가지 않기라도 할 것처럼 절박하게 붙잡았다. 그러나 그 절실한 손을 비웃듯 그러쥔 시트까지 같이 주르륵 끌려가 부드러운 살이 꽝꽝 짓눌러졌다.

“악! 흐, 악! 아!”

교태롭게 퍼지던 비음 섞인 교성은 이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사람의 단말마처럼 퍼져 갔다. 그러나 화윤에게는 뭐든 좋아서 죽으려 하는 화영의 다디단 신음에 불과했다.

화윤이 마음 가는 대로 잔뜩 분탕질한 내부가 성하게 익어 뭉그러졌지만 그럼에도 구멍은 아직 뒤로 빠지는 성기를 아물아물 물어 조르는 힘은 잃지 않았다. 처음처럼 야물딱지게 꽉꽉 조이는 것도 좋았지만 흐물흐물한 살이 야물거리며 제 성기를 따라 딸려 오는 게 아주 화영이 저를 죽이려 작정했구나 싶을 정도로 미치게 했다.

퍽! 마지막으로 화윤은 거의 살점이 녹아 흐를 듯 허물어진 화영의 구멍에 푸우욱 성기를 깊게 묻으며 파정했다. 화영이 의도치 않게 품고 있던 투명한 물과 묽은 정액이 어우러져 질척한 액체로 섞여 갔다.

영원히 나오고 싶지 않아 괜히 더 게으름 피우듯 뭉근하게 성기를 돌리는데 화영이 훌쩍이는 수준을 넘어 눈이 짓뭉개지도록 엉엉 울고 있는 걸 발견했다.

서서히 이성이 돌아온 화윤은 천천히 제 성기를 빼냈다. 계속 떠 있던 화영의 하반신이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 잔뜩 벌어진 채 시트에 축 처진 흰 다리를 보니 또 몸이 동했지만, 화윤은 넘칠 만큼 남아 있는 화영과의 시간을 생각하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마개 역할을 하며 입구를 막고 있던 성기가 빠지자 안에서 질척하게 섞인 액체들이 주르륵 빠져나왔다. 한껏 흐드러지듯 벌어진 구멍을 잡아 벌리자 거의 콸콸 쏟아지듯 액체가 흘렀다. 침대는 이미 푹 젖어 얼룩을 피해 누울 자리도 없었다.

“……?”

그런데 아직 사정을 못 하고 잔뜩 서기만 한 채 꺼덕이는 화영의 성기를 발견하곤 의아하게 눈썹을 올렸다. 왜 사정을 못 했지? 의문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쿠퍼액을 질질 흘리면서도 가지 못한 불쌍한 성기를 제 손에 쥐어 몇 번 흔들어 줬다.

“읏! 아, 안 돼. 형, 나, 몸이 이상, 흐, 이상해….”

잔뜩 쉰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하는 화영을 안아 달래며 결국 사정시켰다. 조금의 힘도 남아 있지 않은지 살짝 몸을 발딱거리다 가 버린 화영을 조심조심 안아 들었다.

제 손에 그대로 널브러진 화영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이슬을 맞은 새벽 꽃처럼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 살포시 감긴 두 눈이며, 제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다 지쳐 처진 몸이며, 흰 피부에 발그스름한 뺨이며, 살짝 벌어진 반들거리는 입술이며.

정말 뭐 하나 빠짐없이 예뻤다. 발가락, 손가락, 머리카락, 심지어 저 치아 하나하나까지도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대책 없이 어여쁜지 화윤은 억울하기까지 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이 피어오르는 욕조에 화영을 안은 채 들어갔다. 물이 첨벙거리며 차올라 넘치고 잔잔해진 물 안에서 화영을 고쳐 안았다.

화영이 풀린 눈을 껌벅였다. 약하게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오자 그의 몸 구석구석을 가만가만 어루만져 주었다. 화윤은 인생에서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한 순간을 만끽 중이었다.

아니,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니 여한이 없진 않았다. 아직 화영이 분수 싸는 걸 직접 보진 못했지 않은가. 겨우 영상 따위로 본 건 본 게 아니었다. 체위도 다양하게 못 해 봤고 플레이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하나도 못 해 봤다. 생각해 보니 미련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다.

“형, 나… 몸이 이상해졌어….”

화영이 다시 울먹거리며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화영은 며칠 동안 연속으로 생전 처음 겪는 극상의 쾌락들을 몸에 받아 감각 기관 자체가 뒤집어진 것 같았다. 방금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성감의 한계를 찍은 것 같아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정신은 지금 이 순간 저를 안고 달래는 이가 미쳐 버린 형이란 것을 빠릿빠릿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한탄하고 싶었고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근의 일이 너무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옛 기억이 더 애틋하게 남아 기억 속의 형이 더 친근했다.

어렸을 적 형과 단둘이서 무서운 영화를 보다 갑자기 등장한 귀신에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을 때 저를 안고 달랬던 품 안이 새록새록 했다. 지금, 저를 쏙 넣은 그 너른 품과 성적인 의도 없이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그날의 기억을 불러왔다. 어린 시절의 향수와 겹쳐 화영은 화윤의 품에 쓰러지듯 몸을 내맡겼다. 화윤은 기껍게 화영을 품었다.

“나 이제 앞으로 가는 게… 계속 막혀… 뒤로는 가지는데 앞으로는 누가 텁 하고 막는 느낌이야….”

화영이 진지하게 말하며 금방이라도 또 울 듯 얼굴을 처참히 구겼다. 떠오른 어린 시절과 몽롱한 정신은 형을 그저 걱정 인형 정도의 무해한 존재로 인식하며 속에 담아 둔 고민들을 풀어놓게 했다.

수치스러움도 들지 않았다. 화영에게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뒤로만 갈 수 있는 몸이 됐다니.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물론 앞으로 못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직접적으로 만져 주지 않으면 고통스럽게 막혀 있었다.

만지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게 정상적인 상태라는 건 안다. 하지만 자신이라도 쥐고 흔들지 않으면 치밀어 오르는 성감이 턱턱 막혀 괴로웠다. 뒤로는 한 번 쑥 찌를 때마다 가는데 앞의 꽉 막힌 쾌감은 해소되지 않아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바로 방출되는 게 낫지. 뒤를 박히면서 직접 성기를 움켜쥐며 자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래? 괜찮아. 형이 보내 줄게. 분수도 시원하게 싸지르게 해 줄 테니까 걱정 마.”

화윤은 화영을 귀엽게 여기며 여상하게 말했다. 화영은 형의 품에 파고들며 흐느꼈다. 저딴 성희롱을 바란 게 아니었다. 심지어 저건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말이지 않은가. 화영의 정신이 점점 무거워지며 까무룩 잠에 잠겼다.

***

형이 우리 집이랍시고 데려온 저택은 꽤 괜찮았다. 오자마자 이상한 짓을 당하긴 했지만 거품이 가득 든 욕조에 몸을 푹 담갔다가 뽀송한 시트로 간 침대에 몸을 푹 묻었다. 반쯤 잠이 든 노곤한 상태로 누워 있는데 형이 로션을 덜어 몸에 바르며 주물주물 근육을 풀어 주는 마사지를 해 주기도 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여전히 형은 미친 것 같았고 언제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될지, 돌아오긴 할지 걱정이 됐지만 어쨌든 제 안위를 챙겨 주긴 하니 다행이었다.

그다음 날에도 나름 푹 쉬며 식사도 든든히 했고, 형이 새 집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으며, 이것저것 챙겨 주면서 각별히 신경을 썼기 때문에 정말 어제의 형이 맞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모습만 보면 평소의 형과 똑같았다.

화영은 며칠 새에 갑자기 저를 둘러싼 세상이 뒤집어졌기 때문에 고작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이 다 꿈만 같았다. 그러나 밤에 또 돌변한 형의 모습에, 아니, 어쩌면 본모습을 드러낸 형을 보고 다시금 현실을 실감했다.

형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써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미친 사람과는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화를 내기도 하고 애원을 하기도 했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옛날 손버릇이 나와 처음으로 형한테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형은 제가 동생이라는 자각도 없는지 집에 새로 데려온 애완동물 취급을 하며 낯선 공간이라 예민해졌다고 별 헛소리를 지껄여 댔다. 그러면서 기분을 좋게 해 주겠다고 침대로 끌고 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수모를 겪게 했다.

“흑! 응! 하으, 흣! 혀… 형! 혀엉….”

“응. 화영아.”

“보… 보내 준, 흣, 보내 준다고 했잖아!”

화영이 억울하게 소리쳤다. 화윤은 화영의 손목을 뒤로 잡아서 부드러운 솜이 달린 수갑으로 묶어 둔 채 흉측하게 생긴 모조 성기 같은 바이브레이터로 구멍을 쑤셔 댔다.

그나마 처음엔 느릿하게 찔러 대는 정도라 버틸 만했는데 지금은 저 이상한 게 진동까지 하고 형의 손은 속도를 높여 가 또다시 버거운 쾌감이 온몸에 덮쳤다. 화영은 다만 발딱 섰으면서 가지 못하는 성기만 애처로이 비비적거리며 발발 떨 뿐이었다. 화영이 다리를 벌리며 시트에 앞을 문질렀다. 송골송골 나온 쿠퍼액이 시트에 비벼지며 눈앞이 번쩍였다.

“아, 으! 제발! 흐, 윽!”

뒤에서 빠르게 들락거리는 물건을 잘도 받으며 애원했다. 달달달 진동하는 바이브레이터에 달라붙은 점막이 돌기에 스치고 내벽 전체를 긁으며 빠져나왔다가 다시 푹 쑤셔졌다.

눈앞이 깜빡거리며 눈동자가 위로 휙 돌아갔다. 화영이 제 안에서 진동하는 바이브레이터처럼 경련했다.

“지금 말고 형이랑 할 때 보내 줄게. 너무 많이 싸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니까 조금 더 참자.”

“흐으윽….”

화영이 흐느끼며 시트에 계속 성기를 문댔다. 애처로운 허리 짓을 감상하듯 지켜보던 화윤이 화영의 허리를 쑥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자위는 그만.”

자극이 뚝 끊긴 화영은 잔뜩 서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성기를 어디에라도 비비려 들었지만 허리를 한 팔로 안은 화윤 때문에 허공만 가로지를 뿐이었다. 뒤에선 여전히 흉흉한 모조 성기 같은 게 제 안을 들쑤시며 찔걱거리고 있었다.

화영은 미칠 것 같은 감각에 한 팔에 잡힌 허리를 쥐어짜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 몸짓에 오히려 뒤에서 박히는 바이브레이터가 애먼 곳까지 들쑤시게 되어 눈이 돌아갔다. 뒤에서 주르륵 이상한 액체가 흘렀다.

“허으윽, 으… 형, 제발… 흐, 제발….”

화윤은 바이브레이터 기둥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한 줄기 액체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점액질의 액체가 긴 손가락을 타고 주우욱 늘어났다. 액을 묻힌 손가락을 들어 화영의 허벅지 안쪽에 문지르자 정액이라도 싸고 나온 것 같았다.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화영아, 앞에 안 만져 줘서 뒤로 간 거야?”

“허으으, 혀, 형… 잠까, 잠깐만, 아!”

부르르 떨며 방금 간 화영의 내벽이 격하게 진동했다. 화윤은 그런 화영의 반응을 즐기며 진동을 최대 세기로 켜 둔 바이브레이터를 푹푹 박아 넣었다. 예민해진 성감이 크게 부풀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앞은 이젠 따갑게 아파 올 정도로 한계에 다다랐다.

가뜩이나 오래 추삽질 하다 진이 다 빠질 쯤에나 싸는 형이다. 심지어 아직 그의 성기는 넣지도 않았는데 형과 할 때나 만져 준다니. 그 전까지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이건 거의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혀, 흐응, 형! 형!”

“응응. 내 화영이.”

화윤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화영이를 더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보듯 애틋함이 듬뿍 담긴 시선이었지만 아래에서 찔걱찔걱 박아 대고 있는 무자비한 손과는 괴리감이 들었다.

“형, 나 흣! 죽을 것, 아응, 응!”

형에게 애원이라도 하기 위해 입을 벌려 보아도 나오는 말들은 모두 신음에 뭉개져서 앙탈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말 미칠 것 같았기에 진심으로 절실한 애원이었지만 제가 듣기에도 쾌락에 들떠 내뱉는 의미 없는 신음 정도로만 들려서 더더욱 속이 탔다. 무서울 정도로 몸집을 불리는 쾌감에 몸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정말 이대로 심장이 멈추면 어쩌지.

“아응! 흐! 흐응!”

울먹거리는 시선을 들어 올려 저를 바라보는 화영은 더 해 달라고 교태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몸을 배배 꼬고 다리를 비비적거리며 온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화영은 섹스에 안달이라도 난 것 같아 가슴 깊이 충족되는 만족감을 주었다.

그가 한껏 빳빳하게 세워 달랑거리는 화영의 성기에 시선을 주었다. 괴로워 보이긴 했다. 같이 가고 싶어서 사정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언제나 화영에겐 약해졌다. 오늘은 목이 쉬도록 애타게 저를 부르기도 했으니 상으로 지금 보내 주기로 결정했다. 하여간 화영에겐 당해 낼 길이 없었다.

“허억! 윽! 응! 학, 잠깐, 악! 흑!”

여태껏 계속 방출되지 못한 성기에 화윤의 손이 감겼다. 제발 보내 달라고 그토록 빌었지만 막상 손에 잡히니 딱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은 이미 갔던 구멍이 쉴 틈도 없이 또 박히고 있는 중이었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너무 커다란 쾌감이 이지를 잃어버리고 본능만 좇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몸이 크게 꺾이며 요동쳤다.

화윤은 화영이 발작처럼 발버둥 치는 모양을 보며 문득 엑소시즘이 생각났다. 이 와중에 갑자기 든 생각에 화윤이 풋 웃으며 기둥을 위아래로 쓸었다. 화영은 배 안에서 뭐가 튀어나오기라도 할 듯 허리를 둥글게 휘어 배를 천장 쪽으로 잔뜩 꺾었다. 화영은 제가 어떤 자세인지 자각도 못 한 채 흑흑 울며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날것의 신음만을 내뱉었다.

“……!”

그리고 마침내 화영의 성기에서 묽은 액이 픽 뿜어져 나오고 시트에 후드득 떨어졌다. 물감이 잔뜩 묻은 붓을 털어 뿌려 놓은 듯 이곳저곳에 하얀 액체가 툭, 투둑 묻었다. 사정의 순간엔 계속 부풀어 가던 쾌감이 몸에 꽉 들이찬 것 같은 감각에 목까지 턱 막혀 신음은커녕 숨도 뱉을 수가 없었다.

화영은 하체가 탈탈 털린 것 같은 깊은 탈력감을 느끼며 잔뜩 휜 허리를 툭 떨어트렸다. 헉헉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잔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야 제 안에서 진동하던 바이브레이터가 주륵 빠져나왔다. 빠져나올 때도 그 몸체에 빽빽이 박힌 돌기가 점막을 쑤욱 긁어 내렸다. 흐물흐물한 살이 치즈 늘어나듯 입구까지 딸려 나오다 물고 있던 몸체에서 떨어졌다.

구멍이 빠끔 벌어지다 확 수축하듯 꾹 오물거리더니 다시 뻐끔거리며 액 한 줄기를 느릿하게 흘려보냈다. 끈적하게 화영의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액은 흰 허벅지 살결 어딘가에서 멈춰 붙었다.

화윤은 화영에게 물려 둔 바이브레이터를 빼며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화영이 느끼고 있는 그대로 연달아 세 번까지 가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는데, 귀여운 동생이 탈진하듯 쓰러지는 걸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대로 계속 박아 두면 저와는 하기도 전에 기절할 것 같았다. 시간이야 많으니 나중에 해야지.

기절할 때까지 보내 볼까. 너무 힘들어하려나. 화영이 잔뜩 느끼는 건 좋지만 몸에 무리가 갈 정도까지 가는 건 바라지 않았다. 온갖 불순한 생각이 부유하는 정신을 갈무리하며 화영을 안아 등을 쓸었다. 좀 진정시키고 하는 게 좋겠다. 화영은 너무 떨었다. 그의 손목의 수갑을 풀어 주고 등을 토닥였다.

“흑… 내가, 내가 계속, 흐, 부탁했, 는데!”

화영이 억울해하며 소리쳤다. 형이 제가 어떤 감각을 느꼈는지 알면 나한테 절대 이럴 수 없었다. 이대로 숨이 멎을까 봐 진심으로 무서웠었다. 모든 피가 쏠리듯 아래로만 열이 몰리는데 성감은 계속 위를 향하며 부풀고…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진짜….

“응. 그랬어? 형이 나빴네.”

애 취급하는 태도에 짜증이 났지만 형이 나쁘긴 했으니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윤은 지나친 귀여움에 움찔 몸을 떨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쭉 기분 좋게 해 줄게.”

“설마… 지금 또 뭘….”

화윤은 화영의 말을 삼키듯 그의 입술 사이로 혀를 넣었다. 질척거리며 질리도록 얽으며 축축하고 야들야들한 구멍에 성기를 퍽 넣었다.

“흡!”

시작부터 빠르게 박는 성기에 화영이 화윤의 가슴에 넘어지듯 기댔다. 그는 화영의 허리를 안아 빈틈없이 붙들고 성기를 꽂듯 박아 올렸다.

위로 푹푹 솟아오르는 성기에 자신의 무게감이 내려앉아 울렁거렸다. 뻐근한 허리가 다시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한 번 퍽 박아 올릴 때마다 놀란 듯 콱콱 물어 조여 대는 구멍에 허리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바르작거리며 간 화영이 축 늘어졌다. 눈을 감은 화영은 그대로 툭 기절했다. 제 품에 쏟아지는 몸의 무게가 너무도 기꺼웠다. 더없이 포근하게 안으며 내일 밤의 계획을 짰다.

***

반년이 흘렀다.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화영은 그 시간 동안 형에게 별의별 짓거리들을 다 당해야 했다.

상상력의 한계와 성욕의 한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정도로 형은 색에 미쳐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온갖 흉물스러운 것들을 제 구멍에 넣질 않나, 살다 살다 딜도가 달린 승마 기구 위에 앉아 애원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짜 별일 다 당했구나 싶은 날의 연속이었지만 형은 늘 상상을 뛰어넘은 것들을 들고 왔다. 괴상한 것들을 들고 와 제 앞에 늘어놓고는 뺨을 발갛게 물들인 채 말하곤 했다. 형이랑 놀자, 하고. 아이처럼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눈에 담긴 광기에 오싹 저절로 몸이 떨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생활도 적응이 되긴 했다. 알고 보니 저택은 미국에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는 말에 애서튼이라고 해서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곧 그 황당한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찌어찌 잘 지냈다.

물론 초반부터 이렇게 태연할 순 없었다. 끊임없는 설득과 반항의 연속이었다. 식사를 안 하고 버틴 적도 있었지만 구멍에 음식을 넣으려고 하는 형의 제정신 아닌 행동에 얌전히 식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밖의 반항들도 형의 기상천외한 대처들로 인해 수그리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미친 사람은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형을 이기기 위해선 최소한 저것보다 더 미쳐야 될 텐데 지극히 정상적인 나는 저 이상으로 미칠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체념을 하고 며칠은 우울해졌지만 형은 지극정성이었고 전과 같은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살 수 있었으며 주 전공이었던 첼로 수업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생기를 되찾았다.

지금까지 제 핏줄이라고 믿었던 형이 입양아라고 했을 땐 이 또한 거짓말인 줄 알았다. 외양이 딱히 닮은 건 아니었지만 나름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면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었다.

내가 어린애였다면 몰라도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숨기고 있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살짝 들었다가 생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부모님 생각에 바로 수그러들었다. 그러고 보니 만약 형이 나를 챙겨 주지 않았다면 정말 그 담배 냄새 나는 방에서 온종일 처음 보는 남자들한테 다리를 벌려 주며 살았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을 하자 소름이 끼치며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아니, 그런데 지금도 몸은…. 그래도 형이니까. 아니, 형이라서 더 안 되는 거잖아. 따지고 보면 형도 아니지만….

…다행인 건가?

화윤은 갑자기 골똘히 생각에 빠진 화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영이 저 작은 머리로 또 무슨 생각을 하나 지켜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화영이 눈을 돌려 저를 예쁘게 마주해 왔다.

화영이 잘 적응해서 다행이었다. 예민한 화영이기에 내심 불안감이 들기는 해 벌어질 수 있는 온갖 가능성들. 식사 거부나 자해, 도망 등에 대한 대처법을 상황별로 정리해 숙지해 두고 철저히 준비해 두었다. 건강 검진도 달에 한 번씩 행하고 있으며 화영의 정신 상태에도 주의를 기울여 살폈다. 그리하여 화영은 다행히도 잘 적응해 갔고 평소처럼 잘 지내 갔다.

화윤은 화영을 품에 안았다. 신기하게도 화영은 눈 깜빡임 하나만으로도 저를 벅차게 만들 수 있었다. 화영은 익숙한 듯 가만히 안겨 있었다. 이런 뜬금없는 스킨십은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에 화윤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어찌 되든 늘 함께일 것이다.

***

“화영아, 형이랑 크리리스마스 선물 볼까?”

“응.”

자그마한 전구들과 아기자기한 장식품들로 휘황찬란하게 둘러진 커다란 트리 아래 크고 작은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 물론 다 화영의 것이었다.

그러나 딱 하나, 가장 구석에 박혀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에는 화영이 준비한 선물인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어차피 형의 돈으로 산 것이기에 선물이라고 주기 민망한 감도 있었으나 자신이 고민하고 직접 선택했다는 것에 감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괜찮겠다 싶었다.

이런 식의 선물 개봉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해 왔던 가족의 전통이었다. 이브 날 형이랑 트리를 장식하고, 당일 날엔 러그 위에 형과 나란히 앉아 부모님이 쌓아 둔 선물들을 하나하나 개봉해 보는 것.

부모님이 사라지시고 형과의 관계가 뭐라 정의할 수 없게 미묘해진 지금이지만 그 전통은 여전했다. 세상이 깨진 것처럼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게 달라졌는데 새삼 변하지 않은 것도 있구나 싶다.

“내 화영이, 선물들 열어 봐야지.”

“응.”

우선 가장 위에 있는 선물부터 잡았다. 빨간 리본이 스르륵 풀리고 겉면을 둘러싼 포장지를 대충 뜯자 하얀 상자가 나왔다. 조금 뻑뻑한 감의 뚜껑을 열자 안엔….

“이게 뭐야!”

화영이 기겁을 하며 상자를 집어 던졌다. 더러운 거라도 만진 듯 손을 털며 제 형을 원망스레 쳐다보았다.

“화영아, 저거 유리인데 저렇게 던지면 어떻게 해. 다음부턴 그러지 말자.”

“형은, 형은 지금 저딴 걸 선물이라고!”

화영이 분해하며 씩씩거렸다. 화윤은 그런 화영을 달래듯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멀리서 나뒹굴고 있는 상자에 다가갔다. 안의 내용물은 상자가 던져질 때 빠져나와 그 옆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화윤의 손에 매끄러운 유리의 표면이 닿았다.

“우리 화영이 장난감인데 왜 그래?”

“형 장난감이겠지!”

“우리 둘의 장난감으로 할까?”

“난 아니라고!”

“저기엔 뭐가 들어 있을까? 마저 풀어야지.”

“싫어. 안 궁금해. 난 갈래.”

화윤은 진저리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화영의 허리를 끌어안아 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팔로 그 허리를 단단히 감아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안으며 선물 하나를 끌어왔다.

“놔! 갈 거야!”

“우와. 이건 뭘까?”

화윤은 대충 포장을 뜯어 주변에 던지곤 유치원 선생님 같은 과장된 리액션을 했다. 기다란 젤 통을 이리저리 살피듯 화영에게 보여 주며 설명서를 읽었다.

“‘둔감한 애인도 한 번에 보내 주는 신비한 그 힘’이라니. 문구가 참 저급하지만 재밌어 보이긴 한다. 그렇지?”

“형 진짜 미쳤어!”

“내 화영이는 잘 느껴서 이런 거 필요 없긴 한데… 그래도 느끼면 느낄수록 좋지 않을까? 문구 때문에 싸구려처럼 보여도 나름 검증된 거야. 몸에도 무해하고.”

화영이 손톱으로 몇 번 틱틱거리다 젤 통을 둘러싼 비닐을 벗겨 냈다.

“성적인 건 좀 천박하게 홍보하는 게 매출을 올리는 데 꽤 도움이 돼서.”

뚜껑을 돌리자 좁은 구멍이 열리고 조금의 힘에도 금세 투명한 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내 화영이는 선물 구경이 시시해진 모양이니까 슬슬 형이랑 재밌게 놀까?”

“…아니, 그냥 선물 구경할래.”

“그래. 우선 이것부터 한번 사용해 보자.”

“형은 제발 내 말 좀 들어!”

“당연하지, 화영아. 내가 얼마나 너한테 예민한데.”

역시 형은 미친 게 맞았다. 가끔 제정신 같아 보일 때도 있었지만 형은 이미 갱생 불가능한 경지까지 간 게 맞는 것 같다. 대화를 해도 어딘지 미묘하게 어긋난 비틀림이 보였다.

부드러운 면바지가 화윤의 손에 쉽게 내려갔다. 제가 어떤 반항을 하든 결국 형은 원하는 대로 하리란 걸 무수한 경험을 통해 깨달았지만 의미 없는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성격상 그닥 하고 싶지 않은 걸 순순히 당하기엔 화영은 무척 당찼다. 집안이 망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화영은 그대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확고히 굳혀 온 그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정은 꺾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 사건은 백일몽처럼 짧았고 스쳐 갔던 악몽인 양 곧 사라졌다. 그 후론 또다시 오냐오냐 화영을 받아 주는 화윤의 보호하에 있었다. 물론 계속 그에게 시달려 왔지만 그건 폭력이라기보단 극진한 희락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화윤도 굳이 화영의 성격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저렇게 예쁜 애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저렇게나 예쁜데 성격이 좀 더러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그의 예외적인 도덕 기준 때문이었다.

“으, 좀!”

“그래, 내 화영이 또 승마하고 싶어서 그래? 그럼 기분이 좀 풀릴 텐데.”

화윤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힘껏 저항하던 움직임이 움찔 멈췄다. 승마. 지난 가을 이후 승마는 화영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되었다.

***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며 화영을 돌보고, 사업을 확장시키고, 화영을 안으며 화윤은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다.

사업부터 돌보자니 애초에 화영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일 때문에 화영에게 소원해지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렇다고 화영에게 집중하자니 화영이 전과 같은 윤택한 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사업에 신경을 써야 했다. 화영의 사치는 일반적인 재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기껏 데려왔는데 해 달라는 것도 제대로 못 해 주면 안 되겠지. 화윤은 나름 고민하며 일과 화영 사이의 균형을 아슬아슬 맞춰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잠깐의 여유가 생겨 화영을 위해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발 디디는 고향에 화영은 기분이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그리웠던 음식을 먹고 이곳저곳 구경을 다니며 화영은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출국 날, 화윤이 내심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난 좀 더 있다 갈게. 형 먼저 가 있으면 되잖아.”

“화영아, 내가 어떻게 널 두고 먼저 가?”

“전엔 잘도 그랬으면서 갑자기 왜? 그냥 형 먼저 가. 나는 진짜 조금만 더 있다가 간다니까?”

“내 화영이, 형이 전에 매정하게 떠나서 속상했어? 형이 나빴었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괜찮으니까 형 먼저 가라니까?”

“화영아, 시간 없으니까 고집부리지 말자. 한 달 내로 다시 시간 내 볼 테니까 얼른 이리 와.”

예전부터 싫은 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제가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같이 갈 것을 종용하는 형이 못마땅했다. 그래도 형이니만큼 했던 말을 또 반복해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의견을 말해 준 건데 저런 식이니 슬슬 신경질이 올라왔다.

“싫다니까? 뭐가 문젠데. 내가 아예 여기 있다는 것도 아니잖아.”

화영의 목소리에 억누른 짜증이 서렸다. 곱던 미간이 찌푸려지며 매끄러운 말투에 날이 섰다.

“네가 없다는 게 문제야, 화영아. 알아들었으면 얼른 오자.”

“싫다고!”

계속 고집을 피우는 화영을 난처하게 바라보던 화윤이 작게 한숨을 쉬곤 다정하게 물었다.

“내 화영이, 왜 계속 있고 싶어? 여기서 하고 싶은 게 뭔데?”

“음….”

막상 물으니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그냥 좀 더 돌아다녀 보고, 음식도 더 먹을 생각이었는데 형이 저렇게 물었으니 뭘 말하든 미국에서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설득을 시켜 기어코 데려갈 것이다. 그래도 안 갈 거지만.

슬슬 화영은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이유와는 상관없는 오기가 생겼다. 바락바락 우겨서라도 지기 싫은 치기 어린 고집이었다. 그래서 이유는 그냥 대충 댔다. 여긴 제주도니까 대충….

“승마할 거야.”

“그건 미국에서도….”

“아니. 내가 길들인 말 아니면 안 타.”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승마를 했던 덕분에 제주도엔 별도의 승마장이 있었다. 지금까진 관심이 없어 가 볼 생각도 없었는데 문득 떠올랐다. 설마 문 닫진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안 죽었을까. 이름이… 막스였던 것 같은데.

“막스 말하는 거면 다른 데로 팔려 간 지 오래야, 화영아.”

“…….”

“열일곱 이후로 승마는 하지도 않았잖아. 왜 되지도 않는 이유나 대면서 고집을 피워? 형 계속 속상하게 할 거야?”

“다시 길들이면 되지.”

“그럼 미국에서 길들여. 그게 훨씬 낫잖아. 원하는 종으로 데리고 와 줄게.”

“싫어. 한국에서 데려갈 거야.”

“그래. 수출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볼게. 일단 집으로 돌아가면 자료 보내 줄 테니까 마음에 드는 애로 골라.”

“싫어. 지금 나랑 같이 안 가면 나도 안 가.”

화윤이 부드러운 말씨로 말을 이으며 화영을 설득했다. 되도록 뭐든 화영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었으나 가끔 이런 충돌이 생기곤 했다. 어렸을 때는 종종 몸에 안 좋은 먹을거리를 먹겠다고 고집을 피워 속을 썩이더니 지금은 이런 유치한 고집으로 애를 먹인다. 어떻든 너무도 사랑스러운 화영이었으나 떼를 쓰는 것에 가까운 무 논리의 고집은 조금 피곤했다.

결국 화윤은 화영을 기절시켜 데려갔다. 흥분하는 동생에게 수면제를 탄 물을 가져다주니 벌컥 들이켜더니 금방 잠들었다. 일어나면 분명 화를 낼 게 뻔해 이런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어쩔 수 없었다.

새근새근 눈을 덮은 기다란 속눈썹을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며 화영의 화를 어떻게 달랠지 생각해 봤다. 한 일주일 정도 몸이 녹아내릴 만큼 기분 좋게 해 주면 좀 풀리지 않을까. 내 화영이는 쾌락에 약하니까.

화윤이 화영의 손에 손가락을 얽으며 엄지로 손등을 살살 쓸었다.

그러고 보니 승마를 하고 싶다고 했지. 승마를 하려면 외곽으로 나가야 하니 조금 불안한 감이 있어 영 내키지 않았다. 승마를 대체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변덕스러운 동생이나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하면 배로 고집스러워지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다.

만족할 만큼 하게 해 주지 않으면 그 고집이 몇 년을 갈지 모른다. 그럼 일단 비슷한 기구부터 사 줄까. 짬이 나면 함께 승마장에 가고 바쁘면 기구에 앉혀 두고. 아, 괜찮겠다. 이 정도면 화영이도 받아들여 주겠지.

“이게 뭐야….”

잠든 사이 미국의 저택으로 옮겨진 것을 알자 예상대로 격노하며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 던지려던 화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괴상한 물체에 들고 있던 캔들을 떨어뜨리고 어쩐지 뿌듯한 표정의 화윤에게 황망히 물었다.

“내 화영이를 위한 선물이지. 승마하고 싶다고 했잖아.”

제 형이 갱신한 새로운 미치광이 어록에 화영이 말을 잃었다. 도대체 지금까진 어떻게 정상인처럼 살아온 거지? 이런 비틀린 사고를 가지고 어떻게….

괴상한 물체는 승마 기구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승마 기구였다면 겨우 이딴 거로 저를 달래려는 형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나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을 것이다. 물론 저가 들진 못하니 형을 시켜서. 그러나 저건 보통의 기구가 아니었다.

우선 안장부터가 이상했다. 형이 밤마다 저에게 장난감이라며 들고 왔던 온갖 괴상한 것들의 표상이 저 위에 솟아올라 있었다. 손으로 다 잡히지도 않을 만큼 두껍고, 작은 페트병은 될 만큼 길며 왜 달린 건지 모를 자그마한 돌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흉측한 생김새였다. 또한 승마 기구의 몸체 하부엔 역시나 왜 달린 건지 모를 족쇄 같은 게 양쪽에서 달랑거렸다.

화영의 낯이 급속도로 굳어 갔다. 어쩐지 저 흉악망측한 것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짐작이 갔다. 형이 작은 상자를 들고 침대에 올라올 때마다 느꼈던 위기감이 머리에서 왱왱 울렸다.

“형. 나 승마 싫어졌어.”

“응? 내 화영이, 그새 질렸어?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싫어. 그러니까 저것 좀 치워 줘.”

“괜찮아, 화영아. 다시 좋아질 거야. 기구는 처음이라 어색한가? 일단 가볍게 앉아 보기부터 하자. 형이 자세 잡아 줄게.”

“아니, 싫다니까?”

“응. 젤부터 바르고.”

화윤은 화영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동문서답만 남기며 미리 준비해 두었던 젤 뚜껑을 열었다. 화영이 시트를 밀며 침대 안쪽으로 숨어들려 하자 시트 아래의 발목을 잡아 그대로 저에게 당겼다. 낭창한 몸이 시트와 함께 주르륵 끌려 화윤 앞에 무방비한 나체가 드러났다.

잡은 발목을 그대로 위로 들어 올린 화윤이 다리 사이에 젤을 쭉 짜냈다. 주르륵 떨어지는 찬 감촉의 액체에 움찔 몸이 굳었다. 성기를 타고 내려가 엉덩이 골 사이로 주룩 미끄러지는 액체를 긁어모은 화윤의 손이 그대로 둔덕에 파고들었다.

“흑! 흐, 하지 마!”

잠이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하는 갑작스러운 봉변에 허벅지가 파드득 떨렸다.

“막상 사려니 욕심이 생겨서 조금 큰 사이즈로 구매한 거 있지. 그러니 다치지 않게 충분히 풀고 해야 돼.”

“하으!”

젤을 가득 묻힌 손가락이 그대로 아래로 파고들고 내벽을 꾹꾹 누르며 좁은 안을 넓혀 갔다. 그간의 무수한 정사로 길이 든 구멍은 걸림 없이 손가락을 받아들이며 촉촉한 안쪽으로 빨아들이듯 이끌었다. 화윤은 제 것을 오물오물 잘도 먹는 구멍이 사랑스러웠다.

바로 박아 주고 싶었으나 오늘은 화영의 기분을 풀어 줘야 하니 애써 참았다. 한쪽 다리를 접어 가슴팍에 붙이자 화영이 한창 느끼면서도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귀여운 표정에 볼과 입술에 쪽쪽 가볍게 입을 맞추며 아래로 내려가 작게 우뚝 선 유두를 약하게 깨물었다. 깨문 순간 내벽을 휘젓고 있던 손가락을 꽉 무는 구멍이 느껴졌다. 아, 좋았구나. 내 동생.

“아흐! 흐으으…!”

가슴팍에 댄 입술이 저절로 호선을 그렸다. 어쩜 이렇게 귀엽지? 깨물든, 빨든, 핥든, 넣든, 돌리든 뭘 해도 다 좋다고 느끼는 화영이 기특하다. 칭찬하는 의미로 혀로 꼿꼿한 돌기를 건드리며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넣어 한 바퀴 돌렸다. 허리가 자지러지며 손가락대로 돌아갔다. 눈을 꼬옥 감은 채 흐느끼며 허리를 돌리는 모습이 지나치게 야스럽다. 눈가는 또 촉촉하게 물들어선.

“이제 앉아 볼까?”

“아흐, 싫, 시러… 그, 저 흣, 건 너무….”

실눈을 떠 다시 봐도 흉측했다. 제 형의 마음이 형체화 된다면 저런 모양일까, 싶을 정도로 기괴해 보였다. 그런 주제에 벚꽃과 같은 연분홍색이라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다.

화영의 허리를 번쩍 들어 안은 화윤이 기어코 안장에 데려갔다. 몸을 떼려고 어깨를 때리는 화영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마음이 간지러웠다. 연애를 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너무 좋았다. 기둥에도 젤을 들이붓고 화영을 앉히기 시작했다.

쯜꺽.

끝부분부터 조금씩 기둥이 들어가자 거대한 압박감에 숨이 턱 막혀 와 주먹 쥐어 때리던 손으로 형의 어깨에 매달려 안겼다.

“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글게 두드러진 작은 것들이 내벽을 이상하게 스쳐 허리가 절로 꼬였다.

“하윽!”

얼마나 큰지, 빠듯하게 벌어진 내벽이 죄다 오돌토돌한 돌기들에 긁히며 들어갔다. 매끈한 기둥이 들어가는 것과는 또 다른 감각에 허리를 가만둘 수가 없었다. 몸을 추스르려 해도 저절로 꺾이고 무너지며 형에게 안겨 들었다.

“흐으, 형형, 나… 흐! 아, 흐으윽!”

“응. 나도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좋다.”

“아니! 으, 하윽, 으!”

애매하게 들린 상태로 점점 앉혀지니 하체가 붕 뜨면서 아래로 꺼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퍼졌다. 발가락이 절로 꼼지락 움직이고 어깨를 쥐어 잡은 손끝이 살을 긁듯 한껏 오므라들었다.

“흐으응!”

절박하게 매달려 보아도 형은 반한 듯 웃기만 하며 허리를 내려앉혔다. 혼자 잘 노는 아이를 보듯 인자하게 접힌 눈웃음엔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형의 정신은 회생 불가한 게 맞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배가 터질 것 같은 두려움에 가만히 숨만 고르며 형의 어깨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형이 슬쩍 어깨에 두른 제 팔을 떼어 내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형을 보니 그 눈엔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내 화영이, 형한테 안겨 있고 싶어?”

문장이 아래로 시무룩 휘어진 듯 안타까운 말투였다.

“으, 응….”

별로 안기고 싶진 않았지만 여기서 형에게서 떨어지면 무게가 더욱 가중될 게 분명한지라 떨떠름한 대답이 나왔다. 어쩔 수 없으면서도 인정하는 게 어쩐지 지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어쩌지. 나도 내 예쁜 화영이랑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이건 혼자 해야 돼. 지금 혼자 해 봐야 나중에 형 늦게 와도 혼자 재밌게 놀 수 있지.”

어린애를 대하듯 조곤조곤, 차근차근 설명하는 목소리가 짜증 난다. 형은 진심으로 제가 이걸 혼자 해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화윤은 부드럽게 화영의 팔을 떨쳐 냈다.

“아으윽!”

역시나 더 큰 압박감이 배 속을 가득 채웠다. 엎어지지 않도록 상체를 세우며 겨우 중심을 잡고 있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와중에 형이란 작자는 제 발목을 쇠고랑 같은 것에 채우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니 시선을 느낀 화윤이 고개를 들어 사르르 웃었다. 특유의 사근거리는 어조가 말을 이었다.

“이거 하면 더 기분이 좋아.”

턱없는 말이었다.

아직 압박감에 채 적응도 못 하고 숨만 고르는데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로 쑥 꺼지는 움직임에 안도한 찰나, 불길함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이건 분명….

“…! 허, 학!”

아래로 꺼져 가던 기둥이 돌연 돌기를 모조리 비비며 솟아올랐다. 허리가 덜컹 떨렸다. 열심히 버티던 팔이 무색하게 바로 엎어지고 말았다.

“으, 하…!”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해 봐도 말을 듣지 않았다. 또다시 기둥은 아래로 살을 긁으며 빠져나갔다. 그리고 또.

“아흑!”

치솟아 살이 물렁이도록 찧었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임에도 살이 몽땅 긁어지고 비벼지는 감각에 몸이 바르르 떨리며 눈물이 고여 갔다. 물기 어린 흐릿한 시야론 입이 귀에 걸린 듯한 형이 보였다. 제 고귀한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올까 봐 바로 고개를 내렸다.

“이제 적응됐지?”

“뭇, 흣!”

형은 미쳐서 그런지 시간 개념도 이상했다.

“허으!”

기구가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혀, 형, 하, 아! 으흐, 하으!”

조일 새도 없이 빠르게 치고 빠지는 기둥 때문에 속이 엉망이다. 그 와중에 내벽을 짓이기는 돌기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물컹한 속살을 울퉁불퉁한 돌기들이 스쳐 누르니 온 성감이 다른 결로도 자극되며 속이 물렁물렁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 하! 학! 으!”

때려 박듯 쾅쾅! 가차 없이 찧이는 속살에 자세라도 바꿔 보려 발을 버둥거렸으나 발목에 감긴 족쇄와 연결된 사슬만 찰각, 찰그랑 울릴 뿐이었다. 발목이 감기는 부분엔 푹신한 솜이 덧대어 있어서 아프진 않았지만 제멋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족쇄에 괜히 몸이 더욱 무거워졌다.

“으흐, 흐! 나, 내, 내릴, 학! 으!”

“응. 예쁘다.”

전시된 미술 작품이라도 보듯 진지하며 온화한 표정에 소름이 끼쳤다.

“형! 제발!”

“그래. 알았어.”

화윤이 해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으윽!”

기계음이 더욱 커지며 믿을 수 없게 빨라졌다. 망치질을 꽝꽝! 빠르게 작동하며 돌아가는 공장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와 일정한 세기의 담금질이 구멍 속을 엉망으로 휘저어 갔다. 속살을 짓뭉개려고 작정한 듯 단단한 기둥이 빠르게 솟아 점막을 찧었다.

“하, 으! 아!”

차라리 매끈한 기둥이었으면 그나마 아주 조금은 나았을까. 우수수 박힌 돌기들이 하나하나 저마다의 존재감을 내뿜듯 내벽을 긁어 댔다. 함께 살에 파묻히니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을 무시할 수조차 없었다.

결국 화영은 엎어진 채로 연신 살을 때리는 감각에 버둥거리며 울었다. 겨우 풀렸나 싶었을 땐 형이 등 뒤로 다가왔다. 반짝이는 눈이 불길하게 접히고 허리를 단단히 감았을 때 형이 오늘 저를 재우지 않을 작정임을 깨달았다.

“하….”

완전히 늘어진 몸이 화윤의 팔에 가볍게 걸렸다. 축 처진 모습이 물에 푹 적셔졌다 나온 솜이불 같았다. 마침 솜처럼 부드럽기도 하니.

“내 화영이, 좋았어?”

내 화영이, 라는 말이 이렇게 질리는 소리가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러고 보니 호칭이 좀 변했나. 어렸을 땐 내 동생, 우리 화영이, 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뭐, 호칭이 어쨌든 이젠 형이 저를 부르면 불길함부터 들었다.

이번엔 또 무슨 참신한 헛소리를 하려는 걸까. 이번엔 또 어떤 기상천외한 것을 발견한 걸까. 이제는 저를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미리 체념부터 할 지경이었다. 형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으니.

“매번 말하지만 형은 진짜 병원 가 봐야 할 것 같아. 진심으로.”

“응. 나도 건강 검진 함께 받고 있잖아. 걱정 마.”

“…….”

너무 피곤하다.

***

잠깐의 생각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하지만 승마 얘기만 들으면 어김없이 그날이 생각났다. 결국 그 승마 기구는 형이 회사에 간 후 고용인을 시켜서 창밖으로 던져 산산조각 냈다. 형은 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언제나의 변덕으로 여기곤 굳이 새로 주문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까지도 그 흉측한 게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하지만 지금 또….

“형. 지금 나 협박해?”

“설령 그러고 싶다 해도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가 있겠어?”

화윤이 정말 그게 가능할까, 묻는 투로 대답하며 화영의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사리 분별 못 하고 모든 걸 입에 가져다 대기부터 하는 아이처럼 결 좋은 머리칼을 잘근 씹었다. 잠시 그리 잘근거리다 다시 입을 맞추며 아쉽게 떨어졌다. 다행히도 화영은 제 형이 제 머리카락을 씹어 대는 미친 꼴은 보지 못했다.

“형은 지인짜 이상해….”

화영이 심통 난 듯 고개를 숙이며 웅얼거렸다. 화윤은 그저 파동처럼 웃으며 화영의 허리를 매만졌다.

“그럼 이제 이거 써 볼까?”

“아, 진짜….”

화영이 고개를 돌려 제 형의 말쑥한 얼굴을 질색하듯 보았다. 그런 시선에도 굴하지 않은 화윤은 화영의 허벅지 안쪽 살을 살살 매만지며 더 안으로 들어갔다.

쯔곽-.

손에 젤을 덕지덕지 묻힌 화윤이 그대로 화영의 꾹 닫힌 구멍에 슬슬 밀어 넣었다. 미끄러운 젤을 타고 쑥 들어간 손가락이 야들야들한 속살로 파고들었다. 살짝 차가운 감촉의 젤이었으나 안에 넣으니 금방 녹아 미적지근해졌다. 아니, 그거로도 모자라 오히려 조금 뜨끈해진 것 같은….

“흐! 혀, 형, 혀엉… 이거 이상해….”

젤을 가득 묻힌 손가락이 내벽을 비비자 뜨끈하다 못해 뜨거운 열이 홧홧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응. 어떤데?”

“너무, 너무 뜨겁… 흣!”

손이 닿는 내벽 곳곳마다 열기가 피어올랐다.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다. 뭘로든 긁어내려 줬으면 좋겠다. 점막이 얇게 들러붙어도 손가락은 젤만 치덕인 후 금방 빠져나갔다. 그러다 얕게 드나들며 찔걱거렸다.

“하, 흐…!”

작은 솜털까지 삐죽 설 만큼 예민하게 느낀 화영이 화윤의 팔뚝을 붙잡으며 다리를 세웠다. 바닥을 밀듯 바둥거렸으나 몰려든 쾌락은 여전했다. 본능적으로 도망가려는 움직임을 느낀 화윤이 허리를 품 안쪽으로 더 끌었다.

손가락이 구멍 안에서 녹은 액을 몽땅 빼내듯 뒤적거렸다. 그러다 손가락을 세워 푹! 찌르자 잔뜩 뭉치고 탁해진 젤이 손목을 타고 뚝뚝 흘렀다. 화윤은 손을 털 듯 빠르게 안을 들락거렸다. 손가락이 푹 젖어 드는 소리가 연신 울리며 접합부에서 물이 튀겼다.

속살 깊이 들어가 손가락 끝으로 뭉개듯 박아 넣고 갈고리 모양처럼 손가락을 접어 빼내며 흐물한 내벽을 온통 긁어 놓았다. 무릎 위에 앉아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 귀여운 화영은 숨을 크게 헐떡이며 손목을 잡았으나 화윤의 눈에 그 손짓은 오히려 더욱 보채는 듯한 움직임으로 비쳐졌다.

아. 내 동생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안 해 줄 수가 있나.

손으로 빠르게 추삽질 하며 허리를 껴안은 손을 올려 가슴팍을 더듬었다. 금세 빳빳하게 솟아오른 것이 손바닥에 꼿꼿하게 닿아 왔다.

“흐응, 아!”

검지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돌리자 무너져 내리듯 앞으로 꼬꾸라지더니 뒤로 허리를 꺾어 들었다. 가슴팍에 기댄 머리가 더욱 파고들고 얇은 머리칼이 잔뜩 흐트러졌다.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양 잘 잡힌 매끈한 성기가 바들바들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쿠퍼액만 찔끔찔끔 흘리는 모양새에 가련한 마음이 들어 곧장 손을 뻗어 잡아 주었다.

“하윽!”

“가고 싶었으면 말하지 그랬어. 내 예쁜 화영이.”

가고 싶다고 애원해도 참으라며 더 괴롭힐 땐 언제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얼른 답답한 쾌락을 해소하고 싶어 손에 잡혀 움직이는 대로 허리를 치댔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일수록 뒤의 손가락이 더욱 흉포하게 박아 왔다. 속이 내도록 짓물러졌다. 이젠 손이 박아 오면 그대로 푹 물크러지며 흥건히 젖어 들었다.

화윤은 몇 번 더 처박듯 넣어 준 뒤 살살 손을 빼냈다. 화영의 얼굴을 살피니 제 구멍처럼 완전히 풀어진 눈을 반쯤 뜬 채 색색거리고 있었다. 젖은 회음부를 몇 번 달래듯 매만진 손이 옆을 더듬었다. 아까 화영이 기겁하며 던졌던 것이었다.

“윽!”

투명한 유리관 같은 것이 쑥 들어갔다. 유리이기에 빽빽한 무게감이 있었지만 충분히 풀어 두었던 구멍은 오물거리며 잘 받아먹었다. 액이 잔뜩 묻어 삽입도 용이했다. 화윤은 제 동생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유리를 더 깊숙이 넣었다.

“아, 읏!”

중간쯤 들어간 유리가 어느 지점을 건들며 밀어 넣어지자 구멍이 꿈틀거렸다. 투명한 유리는 작은 꿈틀거림을 여실히 비추었다. 빨간 속살이 한껏 벌어져 움찔움찔 움직이는 꼴이 지극히도 야했다.

“흐으윽, 아, 이거… 너무 이상해.”

“응. 좋아?”

“아니, 이상….”

“그래, 좋구나. 내 화영이.”

“내 말 좀, 흣!”

유리가 빙그르르 돌아가며 쑤욱 들어갔다. 유리 외벽에 쫙 달라붙은 속살이 함께 딸려 돌아가 점막이 엉망으로 엉겨 붙는 꼴이 환히 보였다.

아, 진짜 미치겠네. 화영아. 방탕하게 찌극거리며 떨어지는 점막과 새롭게 달라붙는 점막. 흐리게 비벼지는 액, 연신 꿈틀대며 유리를 꽉 무는 내벽. 어떻게 이렇게 난잡하지? 깨끗하고 흰 몸과는 대비되게 빨간 속살을 다 드러내 보이면서 성기는 금세 또 서서 만져 달라고 끄덕인다. 허리는 안달을 내며 바들바들 떨고나 있고.

반듯한 눈썹이나 가지런한 이, 곧게 뻗은 다리나 섬세한 손, 잘 관리된 피부 결과 머리칼 등. 화영의 모든 부분이 단정하고 완벽한데 다리 사이만 이토록 질척거리며 흐물흐물 풀려 난잡했다. 아. 하긴 지금은 얼굴도 잔뜩 느껴 일그러졌지.

다음엔 슈트라도 차려 입히고 아래를 몽땅 녹여 놓아 볼까. 깔끔한 차림새가 흐트러지는 모습이 너무 좋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아니면 아예 다 입히고 바이브레이터나 꽂아 놓아 볼까. 다리를 꼬며 하리를 배배 뒤틀어 대는 화영도 너무 귀여울 것 같고.

아니면 회사에 데려가 책상 아래에 앉혀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아니지. 내 화영이를 그런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앉혀 놓을 순 없지. 그런 데 기어 들어가서 얌전히 있을 만한 성격도 아니고. 그럼 의자엔 화영이를 앉히고 내가 들어갈까. 잘 빨아 주려면 지금부터라도 연습해 둬야겠는데.

지금껏 온갖 상상을 많이 실천해 왔는데도 아직도 할 것이 수두룩했다.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세 가지 욕망이 새로 태어나곤 했다. 미치겠네. 그래도 다행이지 화영아, 앞으로도 할 게 많이 남았잖아.

“하으응!”

조급하게 유리를 빼내었다. 구멍을 채우던 것이 빠져나가자 벌린 입을 닫듯 오므라들었지만 또 금방 빠끔거리며 질질 녹은 액을 내보냈다. 귀여운 뻐끔거림은 물속에서 작게 호흡하는 금붕어 같았다.

맞아. 오랜만에 화영이랑 바다나 갈까. 해변에서 한바탕하고 나서 물에 들어가면 기분 좋을 텐데. 함께 놀고 난 뒤 축 처진 몸을 물에 담가 주면 화영은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얼굴이 한껏 찌푸려졌다가 푸욱 풀어졌다. 배부른 고양이같이 갸르릉거리며 눈을 꼬옥 감고 하품한 뒤 몸을 이완시키는 화영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 가벼운 무게감이 저에게 쏟아지는 것도, 작은 몸을 어떻게든 추스르려 애쓰는 것도.

“허윽!”

품에 넣어 허리를 안고 있던 화영을 러그 위에 엎드려 놓았다. 침대로 데려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러그가 푹신하고 부드러우니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해 곧장 자리를 잡았다.

성기를 들이대 꾹 누르자 서서히 벌어지며 제 것을 조금씩 삼켜 가는 구멍이 보였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잘 받아들이는 화영이 기특해 등 곳곳에 입을 맞췄다.

치골을 슬슬 매만지며 급하지 않게 서서히 들어갔다. 손가락과 유리 딜도로 이미 질척하게 풀린 구멍이었으나 제 동생은 부드러운 걸 좋아하니까. 물 위로 가득 부푼 거품, 가는 실로 짜인 러그, 누르는 대로 들어갔다 금방 올라오는 솜이불. 모두 화영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아, 하으… 흑….”

제가 아는 가장 부드러운 건 화영의 녹진히 풀린 구멍인데. 부드러운 정도를 넘어서 박히는 대로 물렁 들어가고 얇게 붙어 감싸 오는 속살, 움푹 엉겨 붙고 얕게 딸려 늘어나는 점막. 그보다 부드럽게 살을 감싸는 건 없었다. 그래도 손은 넣을 수 있을 텐데 한번 도와줄까. 내 화영이는 부끄러워할 게 분명하니 직접 도와줘야 했다.

일단 지금은.

“하윽!”

기분 좀 풀어 주고.

“흐, 헉, 하! 하으으…!”

너무 힘들다. 온몸에 힘이 다 풀렸다. 시트를 채 쥘 수도 없고 다리를 세우지도, 허리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저 형이 잡아 주는 자세대로 흔들거리며 박힐 뿐이었다.

구멍은 녹진녹진 풀려 박아 주는 대로 벌어져 살덩이를 살포시 감쌌다. 활짝 열린 다리처럼 쉬이 벌어지는 구멍이 여실히 느껴졌다.

뻑!

“흑!”

주먹을 처넣는 것 같다. 벌써 몇 번을 싸 정액이 흥건한데 형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고 화내도 웃으며 괜히 몸만 보듬듯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딴 걸 원한 게 아닌데.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머리가 선을 넘어 정도가 안 지켜지나….

“헉…! 흐어….”

흠뻑 젖어 성히 물러진 속살에 다시 성기가 박혔다. 또다시 성감이 짓이겨졌다. 이러다 닳고 닳아 사라질 것만 같다. 이미 완전 문드러진 것 같다. 배 속에 가득 차 이미 한참 전부터 흘러넘치던 정액 때문에 지금 형이 싸고 있는 건지 그냥 뭉근하게 움직이고 있는 건지도 분간이 안 갔다.

주르륵. 정액을 끌며 성기가 빠져나오고 흐물거리는 살에 손을 넣어 한번 휘저었다. 철썩 물소리가 나며 손가락 사이사이 끈적지게 점성이 들러붙고 힘없이 늘어지는 살이 엉겼다. 푹 익은 열매처럼 흐물거리는 점막이 손에 부드럽게 감겨 기분이 좋았다.

화영이도 좋은 듯 한껏 늘어져선 흐느끼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속눈썹을 들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쾌락에 절은 표정에 다시 뻐근해졌지만 이제 그만해야 했다. 안 그래도 체력이 그리 좋지 않은 동생을 너무 몰아붙인 것 같았다. 늦은 반성이었으나 최소한의 정도를 지키긴 했다. 내 화영이는 다치면 안 되고 아프면 안 되니.

“아.”

또 잠들었나 보다. 결국 크리스마스는 다 지나갔나. 밤이라서 어두운 건지, 암막 커튼 때문에 어두운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커튼을 걷자니 일어나기는 싫고.

화영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커튼을 빤히 쳐다보았다.

“화영아.”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형이 수건 하나를 개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축 늘어진 수건이 나체의 배 위로 올라가고 뜨끈한 온기가 퍼져 나갔다.

“일찍 깼네? 크리스마스 즐기고 싶었어?”

곱디고운 모래 같은 목소리가 사르르 내리 앉았다.

“지금 몇 신데?”

“3시 정도.”

“으응….”

화윤이 이마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선물 마저 풀어야지. 데려다줄까, 선물을 갖다 줄까?”

“안 풀 거야.”

화영이 단호하게 말했지만 화윤은 이불 채로 안아 화영을 들었다. 하얀 이불에 폭 감싸인 화영이 번데기처럼 둘둘 둘린 채 옮겨졌다. 이불 아래로 삐져나온 다리에 러그의 감촉이 닿았다. 질색하며 선물 상자를 밀어냈다. 그러자 화윤이 화영 옆에 앉아 먼저 선물을 풀기 시작했다.

“이건 향수.”

“응?”

향수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놀랍게도 진짜 향수였다. 이상한 거 아닌가 의심하며 형의 손목에 먼저 뿌려 봤더니 화이트 머스크 향이 훅 퍼졌다. 너무 정상적인 향수이기에 도리어 놀라웠다.

“괜찮아?”

“음… 평범해.”

칙, 한쪽 손목에 분사하고 그대로 옆에 두었다. 의외로 평범한 선물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제야 화영은 자신 앞에 쌓여 있는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풀어 가기 시작했다. 리본을 풀면 형이 옆에서 포장지를 뜯어 주었고 그럼 또 화영이 상자를 열었다.

지갑, 시계 등 일상적인 선물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이제 완연히 평범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중간중간 형이 가져다준 쿠키를 입에 쏙 넣어 주면 오독오독 씹으며 이제 몇 안 남은 상자로 손을 뻗었다.

확실히 형이라서 내 취향은 꿰뚫고 있었다. 물론 몇몇 개 좀 흔하지 않나, 싶은 것들도 보였지만 워낙 선물 개수부터가 많았던지라 그 정도쯤이야 괜찮았다. 기분이 말랑말랑 풀려 갔다.

아, 그래. 이게 문제다. 형이 미친 행동을 할 때마다 정신병자라고 되뇌고 기겁하면서도 이럴 때면 또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형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어차피 형과 쭉 같이 살 테고 지금까지의 세월이 있어서인지 형이 진심으로 싫은 건 또 아니었다.

몇몇 행동은 진심으로 끔찍했지만 막상 해 보고 나면 또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다. 그만큼 지치긴 하지만 또 그만큼 좋은 것도 사실이고. 모르겠다. 솔직히 이건 나에겐 너무 복잡한 문제였다. 일단 피는 안 섞였다 해도 형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 문제가 꽤 얽혀 있으니까 이게 맞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굳이 그런 것들을 지켜야 하나? 나는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지. 난 특별하니까. 세상에 나만큼 뛰어난 사람이 없지 않나. 부모님은 물론이요, 형이든 주변 사람이든 모두 내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왕이 될 재목이었다고 말하곤 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당연하지. 조금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무릇 위대한 사람이라면 인생에 한 번쯤 시련이 닥치기 마련이었다. 또한 극복했고.

솔직히 세상의 도덕이나 잣대 같은 건 내게 맞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나처럼 특별한 사람은 그조차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의무는 형이 알아서 지킬 거다. 형은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입에 맞는 권리만 누리라 했으니. 내가 뭘 하든 알아서 수습해 주겠지.

그러니 복잡한 문제는 그냥 미뤄 두기로 했다. 어차피 감히 뭐라 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조금 다른 결이지만 형이 날 아끼고 사랑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더 이상 문제 될 게 있나? 없다. 있다 해도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하찮은 것들일 터. 귀찮은 일이 생긴다면 형이 알아서 하겠지.

“응?”

형의 의아한 소리에 그를 보니 제가 준비한 만년필을 보고 있었다. 또 언제 열었대.

“그건 내가 준비했어.”

“아.”

화윤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내 화영이, 언제 이렇게 컸지?”

투명한 감격이 탄성처럼 흘러나오고 하얀 이불 덮인 몸을 단단한 팔이 꽉 끌어안았다. 보드라운 이불의 감촉이 살결에 밀착되고, 그 품에 안기니 습관 같은 안정감이 마음을 평온히 가라앉혀 갔다.

무엇도 변함없이 존재할 것처럼 매 계절이 순환한다. 화영이 커다란 창에서 하늘하늘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를 시야에 가득 담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응?”

화영을 안은 상태로 고개를 살짝 돌린 화윤은 네모난 창 가득 희게 난분분한 눈들을 일별했다. 무감한 시선은 곧장 화영에게 돌아왔다. 그제야 눈이 휘어지며 작은 반짝임을 담았다.

“눈 와서 기분 좋아?”

“…응.”

“아, 너무 예뻐 진짜….”

이불 뭉치 안에서 빼꼼 드러난 말간 얼굴 위로 작은 애정이 쉴 새 없이 내려앉았다. 닿는 순간 녹아드는 눈송이처럼 닿는 족족 애틋한 온기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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