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질 사형입니다-57화 (57/141)

<57화>

“…바보 같은 짓이요?”

“다음 손님!”

사아의 말과 상인의 외침이 겹쳤다.

“그런 일이 있어.”

나는 대충 답하며 사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상인에게로 몸을 틀었다.

가판 위의 노릇하게 구워진 닭꼬치는 두 종류였다. 소금으로 간한 것과 양념으로 간한 것. 소금은 담백해 보였고, 양념은 많이 매워 보였다.

“양념? 아니면 소금? 그런데 양념은 좀 매워 보이는데. 매운 거 잘 먹어?”

금낭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그런데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사아를 돌아봤다. 나와 한 손을 맞잡고 있는 사아는 나만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게 뭔지 말해 주세요, 형님.”

“그거?”

살짝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내가 예전에 했다는 그 바보짓…?”

“네.”

사아에게서 긴장한 기색이 느껴진다. 그런 사아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왜 알고 싶은데?”

“…제가 알고 있으면… 좀 더…….”

“좀 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되물었다. 사아는 더는 말이 없었다. 품 안의 종이 인형만 꼭 끌어안았다. 그런 사아를 바라보다가 낮은 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것부터 먼저 고르자. 소금 맛이야, 아니면 양념 맛이야? 양념은 좀 매워 보여.”

내 물음에 사아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형님이랑 같은 거로 해 주세요.”

“그럼 양념 듬뿍으로 한다?”

난 매운 걸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매운 것 자체를 좋아한다.

“…….”

내 물음에 사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매운 거 잘 먹어?”

재차 묻자, 사아가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매운 거 잘 못 먹을 것 같은데.

“…잘, 조금 많이요.”

‘잘, 조금 많이’는 또 뭐야.

피식 웃으며 결국 소금 맛 한 개랑 양념 맛 한 개로 샀다.

한 손에 인형을 들고 한 손은 내 손을 쥐고 있는 사아는 닭꼬치를 들 손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맞잡고 있던 손을 놨다. 그러자 사아는 그 대신인지 내 옆에 딱 붙어서 걸었다.

나는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 허리춤에 걸었다. 멱리는 여전히 어깨에 매단 채다.

쓰고 있던 가면을 반가면으로 바꾼 사아는 닭꼬치를 먹었다. 닭꼬치에 꿰인 고기를 한 점씩 우물우물 먹으며 나를 곁눈으로 힐끔거린다. 입안의 고기를 꼭꼭 씹어 삼킨 후에야 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나를 불렀다.

“……형님.”

“왜?”

닭고기와 파를 한 번에 같이 먹으며 대꾸했다.

이 닭꼬치 생각보다 불 향이 강하네. 난 불 향 강한 건 별론데.

“아까 그 얘기…, 역시 저도 알고 싶어요.”

……아직도 그 이야기인가.

“왜 그렇게 알고 싶은데?”

“…바로잡았으면 좋겠어요.”

“뭐를?”

“형님의 사제가 형님을 믿지 않고 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형님의 오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설령 오해가 아니더라도 그게 원인이 아닐 수도 있고…, 그리고 그게 어떤 일이든 형님의 사제는 형님을 분명 좋아할 거예요. 형님은 좋은 사형이니까요.”

“…네가 네 사형을 좋게 생각하는 것처럼?”

“네. 전 제 사형을 좋아해요.”

“그건 네 사형이 어디서든 사제를 구해 주는 훌륭한 사형이라 그러겠지. 나는 아니야.”

“…….”

사아가 불만스런 낯빛으로 입을 꾹 다문다. 내 말을 인정 못 하겠단 눈이다. 그 모습을 보며 코끝으로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일이 걔한테 있어 날 믿지 못하게 된 원인이 아니더라도, 내겐 그 일이 모든 것의 시작이야.”

“시작이요?”

꼬치에서 닭고기를 빼 먹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거의 이런저런 일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배회한다. 결국 그 모든 일의 시작은 그날의 그 사고였다.

‘사형이 되어서 사제의 뒤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다니.’

우연찮게 일어난 그 일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그 잔흔이 지워지지 않는다.

“응. 그러니까 이런 거지.”

실수로 입가에 묻힌 양념을 꼬치로 가리켰다.

“이 양념은 고추기름을 많이 써서 손수건으로 닦아 봐야 흔적이 남아.”

어떻게 보면 정곡을 찌르는 답변이었지만, 내 내심을 모르는 사아에겐 그저 동문서답으로만 들렸을 거다.

“…물로 닦으면 되잖아요.”

착한 사아는 내 동문서답에도 차분히 대꾸해 줬다.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바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엔 지금 물이 없잖아.”

내 반박에 사아가 갑자기 팔을 뻗어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방심하던 찰나라 엉겁결에 허리를 숙여 끌려갔다. 사아는 내 입술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짙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사아가 망설임 끝에 나직이 속삭였다.

“하, 핥으면…….”

말하는 사아의 귀 끝이 은은히 붉어진다.

“핥아?”

멍하니 반문했다가 곧 소리 내어 웃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다.

“하하하-. 그래, 핥아 주겠다고?”

“…….”

다음 순간, 사아가 고양이처럼 내 입가를 핥았다. 이거 역시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었다.

웃는 낯 그대로 굳어선 사아를 쳐다봤다. 사아는 목덜미까지 붉힌 채 천천히 내 옷깃을 놨다. 내 옷깃은 사아가 쥐었던 그대로 구김이 가 있었다.

“……매울 텐데.”

짧은 정적 끝에 내가 말했다. 사아는 자신의 옷소매로 내 입가를 슥슥 닦아 준 뒤에야 물러났다.

“매울 텐데.”

사고회로가 원활하지 않아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머릿속이 고장 난 것 같다. …설마 그런 식으로 닦아 줄 줄이야.

“괜찮아요. 그보다 이제 흔적 하나 없어요.”

사아의 차분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들떠 있었다.

“제가 전부 먹었어요, 형님.”

사아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아의 매끄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술을 봤다. 말하는 와중에 사아가 가끔씩 혀끝을 빼꼼 내밀었기 때문이다. 숨도 살짝 몰아쉬는 걸 보니 역시 매운가 보다. 혀끝이 빨갛다.

사아의 입술을 보다가 전체적인 입매와 턱선을 눈에 담았다.

사실 처음부터 느끼던 거긴 한데, 보면 볼수록 반가면 아래로 보이는 입매와 턱선이 낯익다. 목소리도 그렇고.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묘한 기시감이 밀려든다.

“…너…….”

나직이 말문을 뗀 그 순간, 사아가 한 손에 쥐고 있던 닭꼬치가 지나가던 행인의 옷에 스쳤다. 닭꼬치의 기름이 행인의 옷자락에 그대로 묻어났다.

“뭐야?!”

거친 목소리로 외치며 행인이 곧바로 몸을 돌려 우리와 대치해 섰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남자였다. 산발인 머리를 짧게 묶었고 왼쪽 눈썹엔 가로지른 흉이 나 있다.

남자가 사아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내리치는 각도가 정확히 사아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 애새끼가! 잘못했다 빌지 않고 어딜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크게 휘둘러지는 팔이 위협적이었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5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