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8)

-지훈이에게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인 것 같구나. 엄마가 네게 못할 짓을 많이 했다. 정말로 미안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네 아버지를 만났던 그때부터 시작할까...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 사람이 17살 때였어. 그는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들어갔던 술집의 종업원이었단다. 망가져 버린 아이었지... 

얼굴은 어려 보이는데 하는 행동은 그렇지가 않았지. 그 어색함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날 그를 유혹했단다. 그리고 하룻밤의 인연으로 스쳐지나갈 줄 알았지.  

하지만 내 마음을 알게 된 건 금방 이었어.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보다 훨씬 어린 그를 붙잡기 위해 돈을 많이 썼지. 그는 내게 마음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어. 나 이외에도 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여자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더군.  

그게 너무나 불안했어.  

그래서 일부러 그의 아이를 가졌지. 사실 그는 아버지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았어. 

네게는 네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로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단다.  

할머니는 가문 있는 집안의 첩으로 아들을 낳았어. 하지만 정부인이 곧바로 아들을 출산하는 바람에 부인에게 쫓겨나셨지. 할머니 혼자 네 아버지를 기른 거나 마찬가지였어.  

그렇게 자란 그가 자신의 아이를 버릴 수는 없을 거라고 믿었어. 그리고 그것은 사실로 나타났지.  

우린 결혼했어.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지.  

하지만 태어난 아이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정했지만. 하나 뿐인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겠지만 다시 아이를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부담스러웠겠지.  

너와 있을 때는 너무나 다정한 아버지였지만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예전보다 더 문란한 생활을 했어. 

나를 안으면 아기가 생길 거라고 두려워했지. 거의 매일 여자의 향수냄새를 풍기며 집에 들어왔어.  

하지만 한번도 외박은 하지 않았단다. 너를 보기 위해서였겠지.  

처갓집에 일이 생겨 너를 데리고 며칠정도 집을 비웠을 때, 그 때 갑자기 일이 생겨 하루 일찍 집에 돌아오게 되었단다. 하지만 집엔 아버지 말고도 다른 사람도 있었어.  

침대 위에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었지. 그가 나를 보더니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하더군. 

그때 나는 알았어. 이미 오래 전에 우리는 끝난 것이란 것을. 그것을 네가 겨우 이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두려웠어. 그가 떠나버릴 까봐 거실에서 소리 죽여 앉아 있었단다. 섹스를 끝내고 나온 네 아버지가 말하더구나.  

그가 먼저 유혹했다고. 

그것은 변명이 아니었어. 적어도 나에게는...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지.  

아버지를 보고 방긋거리며 웃는 네게 한 변명이었을 뿐이었어. 나 외에 다른 상대와 몸을 섞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네 아버지가 내게 변명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런데 말도 알아 듣지 못한 너에게 괴로운 듯이 변명을 한 거야.  

그와 나를 이어주는 것은 너뿐이었지. 

그가 너에게 집착하게되면 나를 버리고 떠나버릴 것 같아서 너와 그를 거리를 두게 했어. 그는 말없이 받아들였지. 처음엔 그렇게 쉽게 너를 포기할 줄은 몰랐어. 뭐라 해도 그는 네가 인생의 전부였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4살이 되던 해에 깨달았단다. 잠든 네 얼굴을 보며 자위를 하는 그를 보았기 때문에... 

그는 너를 다치게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너를 버려 두었겠지.  

그래도 널 떠날 수는 없었던 거야.  

오랫동안 그는 괴로워했단다. 네가 아버지를 멀리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안심했지. 네게 그를 빼앗길 염려는 없다고 말야.  

하지만 네가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을 알았단다.  

참을 수 없었어. 그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지만... 너무나 경계한 탓에 그에게 불을 붙이게 되었으니까...  

지금은 후회 안 한다. 겨우 그에게서 벗어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를 떠나렴.  

이것은 안 되는 일이야.  

네 엄마로서 마지막 부탁이니까 들어주길 바래.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을 거야.  

난 너무나 이기적인 여자여서 자식인 너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견딜 수 없거든...  

행복해져라.  

그에게서 떨어져서... 행복해져라 

도망쳐도 좋으니까... 달아날 곳이 없으면 내게로와... 

내게온다면 그가 너를 포기할 수도 있을 거야... 

편지엔 눈물방울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엄마... 미안해.... 

엄마를 쫓아버린 듯한 죄책감에 소리내어 울었다. 나를 감싸안는 그 팔을 느끼며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나 아버지를 떠나 보내지 못할 거야... 그래서 더 미안해...엄마... 

-side story  

아직 밝은 햇빛이 문을 통해 들어왔다. 

햇빛이 비치게 문을 연 사람은 명목뿐인 사장이었던 사람.  

정말로 이름뿐인 사장이었지만 엄청나게 핸섬한 얼굴을 하고 남자의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 완벽한 남자이기도하다.  

가끔씩 이곳에 들릴 때면 그의 주위엔 벌떼 같이 사람들이 모여들었었다. 그다지 자상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의 매력은... 마력과도 같으니까. 

이제 조금은 변해버린... 아니 출석 면에서는 너무도 변해버린 그가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가계문을 여는 것을 조금은 행복하게 또 조금은 마음이 아픈 듯이 바라본다. 

과거엔 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즐기고 있는 듯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매달려 오는 직원들과 호텔로 갔다. 아마 그가 이곳에 왔던 것은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처음엔 사장이 이 가계의 주인인가 하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다. 그가 오는 것은 가계가 문을 열기 조금 전인 오전 10시쯤... 그것도 일주일에 한번, 이 주일에 한번 겨우 얼굴만 내밀고서는 가계를 건성으로 둘러본다.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어린 31살의 나이...  

그렇다고 그에대한 소문은 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후처의 자식은 그에게 재벌아버지가 떼어준 가계라는 말도 있었고 어디 조직에 몸담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었다. 무엇하나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사실이라고 확인 할 내용도 없었으니... 

어린 주제에 -나보단 나이가 많지만- 사장이라고 티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가계 안을 둘러보는 것은 상대를 찾기 위한 것도 반은 이유가 된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 가계에 들어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 때 무언가 경쟁하듯 일부러 사장 옆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여 종업원들 사이로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등에 오싹한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전신이 강한 남자라고 외쳐대는 그의 오오라가, 사냥감을 잡았다는 듯 반짝 빛을 발하던 눈동자가 내 몸에 식은땀을 흘러내리게 하고 있었다. 잠깐 충격에 멍해있는 사이에 바로 앞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왔나?" 

단지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말 한마디에 나의 아랫도리는 고개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남자인 내가 이렇게 한순간에 불타오르는 정도니 정말 이 정도까지 되면 마력이라고 할 수 없을 리가 있나.... 

그 순간에는 충격에 뭐라고 대꾸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도망치다 시피 화장실로 피해버린 나를 찾아내 그는 호텔로 이끌었다.  

그의 마력에 빠진 나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기뻐하며 그를 따라갔던 것이다.  

그날 호텔에서 엄청나게 황홀한 경험을 한 뒤로 그가 오는 날만을 기다리게 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냥하진 않지만 나를 꽉 채우는 듯한 섹스... 무언가 차 오르는 듯한 기쁨을 느껴버린 것이다.  

남자에게 안긴다는 것이 거부감조차 들지 않았던 섹스였기에 아픔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아프긴 했지만- 만족감에 날아가 버렸었다.  

하루를 쉬고 나갔던 가계에서는 엄청난 시선과 질문을 견뎌야 했다. 나와 유난히 친했던 웨이트리스 민정씨는 사장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끌어 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사장은 눈감고 사탕을 집는 듯한 방법으로 아무하고나 나가 버리는 것이라고 떠들어대면서 사장과 내가 나간 것은 섹스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사실이었기에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는 사장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을 했었다. 민정씨의 수다 속에는 '사장이 처음으로 먼저 지목한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들어있었고 사장과의 섹스에서 충만감을 느꼈기 때문에 사장이 나를 좋아- 사실은 사랑한다고 착각했었다-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은 그 뒤로 나를 한 번 더 안아주고는 다시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애끓는 듯한 마음에 몇 달 동안은 가끔씩 나타나는 사장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결과는 내가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못했었다. 

이럴 거면 왜 사장은 나를 그렇게 채워놓고 떠났을까...  

나를 안지 않았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있는지...  

나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하룻밤의 상대에 대한 감정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전류가 흘러버린 나는 울고 원망하면서 그를 그리워했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냥 하루 밤 데리고 논 많은 사람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탈의실 뒤쪽에서 들려온 여 종업원의 흥분에 찬 고백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자랑을 하듯이 사장과의 관계를 늘어놓는 그 여자는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사장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도 못하고 눈감고 사탕 고르는 식으로 뽑혀 나갔던 것이다.  

그와의 섹스는 너무나 만족감에 차올 라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에 휘청거리던 나를 그 자리에서 쓰러지게 한 것은 상대편 여자의 한숨 속에 들리는 충고였다. 

'사장님은 아무하고나 자. 잘 모르겠지만 여기엔 사장과 잔 남자도 꽤 될걸... 그래도 직원들에게 원성을 듣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가 섹스를 잘하기 때문이야... 나도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듯한 그의 섹스를 알아... 그가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모두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거야. 포기해.' 

그날 나는 6개월에 걸친 가슴만 유독히도 아팠던 사랑을 포기했다. 그 여자의 충고를 새겨들었다기보다는 내 마음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27살의 사랑은 눈물만 바다를 이룬 채 끝나버린 것이다. 

그것이 4년 전의 일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이곳의 사장이 된 후 14년 동안 계속되어온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놀랍게도 2개월 전, 그는 이곳에 홀연히 나타나 하루 종일 테이블에 앉아 가계를 관찰하였다. 고급 레스토랑인 이곳엔 잘 훈련된 종업원들이 잘 해나가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사장의 출동에 놀라 긴장에 실수의 연발이었다.  

아마 희미하게나마 사장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던 여자들의 슬픈 긴장감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내 감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잘 알 수가 있었다.  

그날 이후로 사장은 지배인 혼자 경영하는 것 같았던 이 레스토랑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 배우는 것 같았다.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사람이 열심히 정말 눈에 보이는 정도로 노력을 하며 일을 해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새로운 마력에 빠져 허우적댔다. 

예전의 그라면 하나 하나 골라가며 즐겼을 테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전혀 상대를 원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표정했던 그의 얼굴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깃 든 것을 알아챈 것도 그 얼굴도 충분하게 마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도 아직 그를 잊지 못하는 내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젠 정말 그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걸거야.... 

"아응...아앗.....응" 

달콤한 소리를 흘리며 내 품에 안기는 사랑스러운 소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소년이 내 품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매달려올 것이라는 상상조차 내게는 죄악처럼 느껴졌었다.  

나는 이 소년의 아버지.  

이 아이를 꿰뚫고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낸 나의 진짜 보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듯, 이 운명의 끈은 잘라낼 수가 없다.  

강하게 허리를 밀어 올리며 아이가 내게 더 매달려 오기를 기다린다.  

예상대로 교성을 내지르며 하얗고 갸날픈 다리로 내 허리를 끌어당긴다.  

한계에 다다른 듯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살짝 벌려진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내린다.  

아이의 얼굴에, 아이의 하얀 몸에,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작고 뜨거운 구멍에 도취되어 허리를 격하게 움직인다. 

"아아앙~!" 

높은 하이톤의 교성이 울려 퍼지며 뜨거운 안이 수축한다. 동시에 내 배에 따뜻한 무언가가 퍼져나가고 아찔한 사정감을 느끼며 아이의 안에 내 것을 쏟아 내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니까" 

아까의 섹스로 화가 나 있는 아이를 끌어안고 속삭인다. 갈매기 모양의 입술이 뾰죽 튀어나와 화가 아직 안 풀린 것을 보여준다. 볼은 부-하고 부풀려 있고... 

17살의 남자아이라기엔 너무나 가느다란 선. 어린애 같은 행동이 나에게만 보여진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이렇게 화내는 모습조차 너무나 사랑스럽다. 

가계의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허리에만 두르는 에이프런을 걸치고 음식을 만들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후줄근한 츄리닝 바지에 면 티, 그냥 평범하기만 한 천 조가리를 걸쳤을 뿐인데도 참을 수 없이 안고싶어졌다. 

참을 필요도 없이 바로 아이에게 손을 대어 싫다고 우는 아이를 식탁에 올려놓고 마음껏 꿰뚫고 나서 지친 아이를 안아들고 침대에서 다시 한번.  

싫다고 울부짖지만 결국 쾌락에 빠져 나를 원하는 아이에게 적당히란 있을 수 없었다. 

지칠 줄 모르는 나의 정력에 나도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언제나 내 쪽에서 질려버렸는데... 아이가 질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처음 이 아이를 안았을 때는 갈 곳 없던 내 비틀린 사랑을,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내 일그러진 사랑을 모두다 줘버리고 싶어서 자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아이는 커다란 소동을 겪고 이틀 동안 깊이 잠들어 버렸다.  

쌔근거리며 잘 자고 있던 아이가 일어났을 때 배가 걱정되어 식사거리를 사러 나온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미친 듯이 집안을 뒤지다가 밖으로 뛰어나와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 여자가 데려간 것일까?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겨우 결심하고 손에 넣었다고 안심한 순간 사라져 버린 아이.  

여자가 갈 곳을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처음으로 여자를 알지 못했던 나에게 화가 났다. 혹시나 집에 돌아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집에 돌아와 보았지만 아이는 없었다.  

우연히 아이의 방에서 교복이 없어진 것을 깨닫고 바보처럼 멍했다. 

이런... 학교에 가버렸나... 그런 몸을 하고.... 

아이가 어디에 있는 줄 아는 순간 피곤했던 온몸의 생기가 다시 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러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자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전화를 받자 마자 말을 시작했다. 

이제 끝났다고... 이혼하자고  

내가 생각해도 뼛속까지 차가운 목소리였다. 다른 한마디의 부연설명도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침묵이 느껴졌다.  

'다시 지훈이를 만난다면 분명 크게 상처 입을 거야....' 

아직도 여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와 헤어져 줘. 그리고 지훈이를 만나지 말아 줘. 부탁이야' 

한숨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순간 여자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전화가 끊 

어졌다. 

'잔인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하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를 내 안에 가두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다 아이와 바꾸어도 좋다. 비정할 정도로 내 머리 속엔 아이의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아이가 무슨 학교에 다니는지 몇 반인지 몇 번인지 몇 시에 끝나고 집에 오는지 모두다 알고 있었다.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주지 못한 결과로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샅샅이 캐내어 알아두고 있었으니까.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도와줄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그 손은 아마 다른 의미로 소년을 안아버리리라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내가 데려오기 위해 학교로 뛰어갔다. 아무도 없는 듯한 텅 빈 교정에서 왠지 울고있는 아이가 안에 있을 것 같았다.  

육감이 이끄는 대로 뛰었다. 복도 끝에서 교실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한 순간 깨달았다.  

이건 운명이야... 끊어지지 않는 질긴 운명이야... 

부탁대로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편지한통을 남겼다. 편지를 읽던 아이는 내 가슴에 기대어 소리 죽여 울었다. 아이를 감싸안으면서 내 안에 그 여자의 존재를 지워갔다. 그리고 그날 밤 여자의 편지를 태우는 것과 함께 여자는 내 안에서 완전하게 사라져 버렸다.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가족의 집을 팔았다. 그리곤 방 세 개 짜리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큰방은 아이와 나의 커다란 킹사이즈의 침대가 있는 침실. 남은 두 방은 각각의 공부방이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아이를 안고 난 밤에 새로운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이에게 들킬까봐 소리 죽여 울었다. 과거를 흘려 보내기엔 아직도 약한 나를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있었기에 난 해낼 수가 있었다. 세면대에 한참을 눈물을 흘려보낸 다음에야 일어날 수가 있었다. 

그 울음 속에 과거를 모두 흘려보낼 수가 있었다. 

아버지의 과거이야기...일탄... 

어렸을 때 언제나 생각한 것은 엄마였다. 

굉장히 예쁜 엄마. 언제나 슬픈 얼굴의 엄마. 

초등학교때 부모님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를 시키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내 이름은 불러졌다. 

"김영민, 발표해보세요" 

다정한 듯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쥐어짜듯 목소리를 내었던 것을 기억한다. 

"엄마...엄마 이름은 장미선입니다. 엄마는 내가 집에 가면 맛있는 것을 많이 해주고 웃어줍니다...." 

얼굴이 빨개져서 자리에 앉으려는 내게 선생님이 결국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영민이는 아버지가 없니? 아버지 이야기도 해야지" 

몰랐으니까 물어봤겠지... 설마 진짜 아버지가 없는 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할 선생님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어린 나는 선생님이 나를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작년의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가 없다고 나를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 아빠 없단 말야! 내 잘못이 아니란 말야!" 

울면서 소리지르는 나를 감싸 안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빠가 없는 나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싫었다. 친구들이 아빠가 없다고 불쌍하다고 말할 때마다 화가 나서 애들을 때렸다. 엄마는 학교에 몇 번 불려왔다. 그렇지만 내게는 아무런 화도 내지 않았다. 그런 날마다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어린 그때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영원히 내 곁엔 없을 거란 사실을.... 

엄마도 나도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알고 이렇게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나도 항상 많이 맞고 다녔다.  

또 다시 나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를 향해 처음으로 소리질렀다. 

"엄마는 너무 나뻐! 왜 나는 아빠가 없는 거야! 엄마 정말 싫어!" 

친구들로부터는 외톨이가 되어있었고 선생님에게는 아버지가 없는 자식으로 건방진 녀석으로 분류되어버린 나는 꾹 참고 있던 마음 깊은 곳의 생각을 엄마에게 마구 쏟아내었다. 

한참이나 내 말을 듣고 있던 엄마는 갑자기 빗자루로 나를 때렸다. 그때까지 한번도 엄마에게 맞은 적이 없었던 나는 온 몸을 내려치는 그 물건에 맞아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음속의 무언가가 씻겨 내려감과 동시에 어두워져 가는 것을 느꼈다. 난 이제 더 이상 아이로 남게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깡패들과 어울렸다. 엄마는 빗자루를 든 날 이후로 나를 자주 때렸다. 엄마가 나를 끌어안고 우는 것보다는 훨씬 견딜만 했기 때문에 난 맞았다. 

엄마는 그때부터 가끔씩 이상해지기도 했다. 나를 향해 모르는 남자의 이름으로 말을 건네 왔다. 생기가 흐르는 듯 예쁜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붉게 물든 볼로 말을 했다.  

소풍을 가자는 둥 무엇이 먹고 싶다는 둥... 

처음엔 굉장히 놀라 엄마를 마구 불렀다. 그러면 엄마는 꿈에서 깨어난 듯 멍한 얼굴로 돌아와 혼자 오열하곤 했다. 내가 중3이 되었을 무렵엔 엄마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이미 그때는 제 정신이 아닌 날이 더 많았던 것이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겉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를 일년 빨리 들어간 내가 15살인 중3때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에게 이끌려 첫 경험을 했다. 

선배가 데리고 간 여관에서 여자를 안았다.  

이미 그때 170이 넘는 키와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던 나는 금방 성에 눈을 떴다.  

깊숙하게 빠져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도 있었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내 얼굴만 보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집은 더 이상 내게 안식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내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너무나도 가기 싫은 그곳에 나는 날마다 가야만 했다. 이미 내 마음은 집을 떠나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내가 술에 취에 여자를 안고 집에 들어간 날은 16번째 생일날이었다. 평소엔 내 얼굴을 피하던 엄마가 유난히도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무서워 졌다.  

엄마의 얼굴은... 

내가 아는 엄마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날 내가 안고 온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엄마의 손은 내 손을 잡아끌어 가슴에 대었다. 

"여보, 오늘 나 안아줘요" 

엄마의 손이 내 손을 엄마 몸 구석구석을 기게 했다.  

얼었던 몸이 갑자기 녹으면서 일어 날 수가 있었다. 엄마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며 엄마를 밀어냈다.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울부짖는 내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온 듯 엄마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입을 방긋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g했다.  

이대로는 위험해... 엄마..가 위험해...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하지만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무시한 채 집을 뛰쳐나왔다. 정신없이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될 때까지 달렸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리다가 누군가에게 부딛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놀란 상대방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머리에서 빙빙거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나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 

머리를 흔들어도 그 소리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내 몸은 그 소리에 반응하듯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참을 수가 없어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을 골목으로 끌고 갔다. 갑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놀란 듯 그 사람은 내 손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남자였다. 힘이 있었지만 머리가 돌아버린 내 힘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그대로 바지를 벗겨내고 내게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를 강간했다. 

여자를 부드럽게 애무할 수 있었던 이 손은 남자의 몸에 닿을 수가 없었다.  

손에는 엄마의 자취가 남아 나를 괴롭혔다.  

내가 만지는 모든 것은 엄마가 되었다. 그 남자의 몸을 미친 듯이 탐하며 울었다. 남자를 만질 수 없는 이유가 생각나서 더 격렬하게 그를 범하고 말았다. 

깨어난 것은 아침이었다. 남자의 안에 있는 채로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남자는 기절한 듯 보였다. 거칠게 벗겨져 내린 바지는 골목구석에 날아가 있었고 엉덩이는 찢어진 듯 피가 굳어있었다. 피 사이로 보이는 하얀 정액에 속이 울렁거려 더 이상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거칠게 옷을 입고는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남자를 안는 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그 때에 그일은 내게 꽤나 충격을 주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결국 나는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어제 그렇게 울었는데도 아직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제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지만 이미 희미하나마 내 육감은 안좋은 일을 예감하고 있었다. 

집에는 엄마가 목을 매어 죽어 있었다. 

울지 않았다. 슬펐지만 엄마를 고통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스스로 행복해졌다. 

나를 불행의 나락에 빠뜨려 놓고... 엄마는 행복해졌다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 2탄... 

친척조차 없었던 내게 장례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다.  

겨우 엄마를 화장터에서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 세워져 있는 검은 차를 보았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차에서 늙은 남자가 내렸다. 

흰머리가 반쯤은 되는 초로의 남자... 

검은 양복을 입고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며 내게 물었다. 

"네가 영민이냐?" 

싫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 같아 싫다... 

"힘든 일을 혼자 시켜서 미안하다." 

알게 되었다.  

그는 나와 엄마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었다. 미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만 더 빨리 나타나주었으면 훨씬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었을 텐데...라는 생각만 잠시 들 뿐이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첩이었다. 재벌가에서 아들이 없어 얻은 첩이라고는 해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듯 본 부인에게서 미움을 받았던 것 같다.  

엄마는 금방 아들인 나를 낳았지만 불행하게도 본부인 역시 아들을 몇 달 후에 출산하고 말았다.  

자신이 아들을 낳았는데도 첩을 그대로 집에 들여놓고 있다는 사실이 참기 힘든 듯 본 부인은 깡패들을 시켜 엄마를 강간시켰다. 그 여자는 엄마를 창녀라고 윽박지르며 집에서 쫓아냈고 아버지는 겨우 집을 사주고 돈만 보내주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다.  

엄마가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모른 채...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직접 내게 해주었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을 보였다. 

그랬구나...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래도 반응을 보일 기운이 없었다. 

아버지의 등장으로 내 인생은 더욱 변하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은 팔렸고 난 호화스러운 오피스텔을 얻게 되었다. 내 통장에는 상상도 못할 액수의 돈이 들어와 있었고 고등학교도 못 갈 실력이었던 내가 인문계고등학교에 버젓하게 입학하게 되었다.  

나는 더욱 망가져 갔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어느덧 180이 넘어있었고 몸은 원하지 않은 만큼 건강해졌다. 남자, 여자 닥치는 대로 상대를 하는 바람에 원하지 않아도 섹스실력은 늘게 되었지만 섹스 도중에 절대 애무 같은 것을 해주지 않는 내게 이유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밑에서 헐떡이는 몸을 쓰다듬으려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할 수가 없었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내 손이 닿는 순간 엄마로 변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섹스는 오직 찔러 넣는 일  뿐이었다. 

그 여자도 나의 수많은 섹스상대중 한 사람일 뿐이었다.  

아무도 구속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를 아기라는 유혹덩어리로 옭아맬 생각을 한 대담한 -나에게 인생을 걸었다는 사실이-여자라는 사실만 빼면... 

그 여자와 결혼 한 것은 잘못이었다. 그 때의 나는 17살로 사회인인 그 여자와는 몸과 돈에 구애되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고 했을 때... 

지우라고 했어야 했다.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바로 냉정하게 돌아서야 했다. 그때까지 아직 어린 아이였던 나는 기억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나처럼 될 것이다. 나와 엄마처럼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다.  

여자는 내가 아버지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 섹스도중에 말을 꺼냈겠지...  

아이...  

나는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우린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언제나 아이를 보고 있으면 모든 불행이 거짓인 것만 같았다.  

사내아이... 나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뿐이었다.  

아이가 없는 곳에서는 아이의 걱정에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부담스러웠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였던 나를 지켜준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지킬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아내가 된 그 여자를 안을 수가 없었다. 그 여자를 안으면 또 아이를 낳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자를 안지 않았다. 섹스 없이는 살 수 없는 내가 겉돌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더 문란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결코 외박은 하지 않았다. 밤에 아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는 날엔 집에 사람을 불러들여 안았다.  

그날도 먼저 유혹해온 남자와 함께 안방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도착해 버렸다. 아이를 안고 남자와 내가 섹스를 하고 있는 침실로 들어왔다.  

아이가 보고 있다... 

그만 두어야해...  

하지만 내 몸은 쾌락을 쫓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 아이를 보내야해... 

여자를 내보내고 내 페니스에 찔려 신음하는 남자를 거칠게 밀어 부쳤다.  

남자가 커다랗게 교성을 질러댔다.  

아이가 보았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은 후회가 일면서도 내가 섹스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에 더욱 뜨거워져 몇 번이나 남자 안에 정액을 토해내었다.  

기진맥진해버려 내게 안기고 싶어하는 남자를 내팽겨 두고 옷을 입었다. 손이 떨렸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결국 내가 내뱉은 말은 '그 남자가 먼저 유혹했어'라는 변명이었다. 

그리고 그날 꿈속에서 아직 어린아이를 안는 내 모습을 보았다. 

처음으로 내가 아버지를 찾아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건달뿐이던 그 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돈을 벌고 싶다고. 아이가 생겼다고.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아버지는 다음날 바로 내게 커다란 고급레스토랑의 사장자리를 맡겼다.  

아이를 멀리했다. 변태 같은 아버지가 자신을 상대로 자위하는 것도 모른 채 잠들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내 안에 남아있던 도덕심이 칼로 도려내듯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사랑해주지 못한 17년간 내 마음은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라나 버렸다. 그리곤 결국 아이를 안아버렸다. 

결과는 행복이다.  

이렇게 내 안에서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감출 수 없는 뜨거움이 밀려온다.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는 아이에게 키스를 주며 달래었다. 아이의 몸을 만져도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를 애무할 수가 있어서 더 행복하다... 

이 아이는 나를 늪에서 꺼내준 천사이다.... 

어느새 페니스에 찔려서 헐떡이는 아이를 보며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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