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전의 반전
콰앙-!
“야, 이도진. 서재민이랑 셋이 내 방 가자. 아, 김주열, 주열이 형은 없어?”
“…뭐?”
도진이 영훈과 재민이 왜 이렇게 안 오나 생각하고 있을 찰나, 뒷문이 거세게 열리며 이영훈이 들어왔다. 재민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주열은 잠시 동아리 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이영훈이 도진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을 듯 손을 휘저었다.
“씨발, 뭘 모르는 척해. 너 서재민이랑 잔 거 아냐?”
“…하, 저기.”
“서재민이 씨발, 호빠도 아니고 너랑 나 지목했어. 오늘 벌리겠으니까 박아 달라는데? 이도진 너 낄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이게 무슨….”
“야. 밖에 서재민이 뻐끔거리면서 박아 달라고 질질 싸고 있는데 안 가?”
영훈이 흥분하여 두서없이 무작위로 뱉어 냈다. 도진이 맥주잔 위를 손가락으로 둥글게 쓸며 잠시 생각하는 듯 굴었다. 흥분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안달이 나는 것은 영훈뿐이었다. 영훈은 서재민과 관련된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야, 빨리 선택해. 할 거야. 말 거야. 영훈이 맘에 들지 않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시 물었지만, 도진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김주열에, 이영훈까지. 같이 먹는 구멍이 뭐 그렇게 좋다고 이 난리들이야?’
도진은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거부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생각을 마친 도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너네 뭐야. 서재민은.”
그때, 김주열이 나타났다. 서재민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기며 주열의 눈썹이 크게 휘어졌다. 의자를 뒤로 빼고 이미 일어섰던 도진이 영훈과 주열을 둘러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 마지막까지 숨기려고 했는데. 이거 안 되겠네. 한번 웃음이 터진 도진이 입까지 막으며 큭큭 댔다.
“미친 새끼, 돌았냐?”
“…야. 이도진. 뭐 해.”
주열과 영훈의 어이없다는 반응에 도진이 웃음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 그러니까 말이에요. 사실….
“도진아.”
“왜요, 형?”
“김주열, 이영훈 알지.”
“알지, 형이 전에 말했잖아.”
“우리 재밌는 거 해 볼래?”
“…재밌는 거?”
“응.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리 도진이는 모른 척만 하면 돼.”
도진이 재민이 자신에게 했던 얘기를 들려주며 큭큭 웃어 댔다.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은 영훈과 주열뿐이었다.
“그래 봤자, 서재민인데. 같이 먹는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지나?”
“…….”
점차 웃음을 지운 도진이 잔을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영훈과 주열은 대답이 없었다. 도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 말을 더 붙였다.
“그런데 MT 가서 몸 굴렸다고 하니까 좀 화가 나기는 하더라고요….”
“…….”
“다른 남자 앞에서 다리 벌리는 재민이 형이 궁금하기도 하고.”
모든 것은 재민의 손안에서 계획된 일이었다. 서재민과 섹스하기 위해, 다리를 벌려 좆을 박고 싶어 미쳐 날뛰는 이영훈, 김주열을 재민은 아주 보기 좋게 손 위에서 가지고 놀았다. 이도진 역시 재민의 유희를 위해 움직이는 말 중 하나였다. 알고도 당한 새끼와, 모르고 당한 새끼들만 있을 뿐이었다.
“…씨발, 서재민 이 새끼가.”
주열인지 영훈인지 모를 이의 화가 억눌린 목소리가 이제야 새어 나왔다.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영훈과 주열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박은 도진이 낮게 웃으며 목소리를 냈다.
음, 우리는 서재민에게 씨를 뿌리는 종마 중 하나에 불과한 놈들이니까.
“…서재민, 우리 집에 있어요.”
“뭐라고?”
또 뿌려 주려 가면 되는 거예요. 안 그래요?
“재민이 형은 다 장난이니까-.”
“…….”
“형들한테 이 짓을 해 놓고도 박히겠다고 누워 있다고, 지금.”
잠시 정적이 스쳐 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뻔했다. 주열이 도진을 한 번 보고는 바로 시선을 돌려 영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 한마디 없이 통하는 사람들처럼. 도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저 여러 명이서 하는 건 처음이에요.”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키는 가장 큰 도진이 주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뭐 어쩌라고. 너도 박아 주라고? 주열 대신 영훈이 대답했다. 도진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잘- 부탁드린다고요.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