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43화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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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회귀 전에 무라니시 고루 밑에서 일을 한적이 있었다. 그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보람은 있었다. 천재 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동경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회귀를 하고 나서 업계에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랬다. 자연히 그는 무라니시 고루의 리액션이 궁금했다.
“딸을 쳤다는군. 마치 농담처럼 어려운 질문을 넘겨버렸어. 모두가 웃었고 말이야.”
“하하. 그 사람 답네요.”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었다. 그는 성역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었다.
야하면 딸을 친다. 허락하면 섹스를 한다.
그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업계에 대한 깊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었다.
‘아직 나를 쓰러트려야 할 존재로는 보지 않는건가?’
무라니시 고루는 AV를 사랑했고 이 업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로리 장르도 있어야 한다는 선지적인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호사카에 대해서는 쓰러트려야 할 적보다는 업계에서 커나가는 후배로 보는 듯 했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의 이런 반응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분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인정 받고 싶었다. 그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업계 1위를 두고 한명이 사라질때까지 싸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호사카는 그러한 것을 원했다.
“덕분에 우리에 대한 반발이 조금은 줄어들었어. 앞으로도 그 사람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계속해서 해주면 좋겠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사람은 파급력이 높은 스타니까요.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좋죠.”
호사카는 이정도로 상황 파악을 끝내었다.
“자, 그럼 다음 작품을 또 고민해야겠군요.”
“이번에는 내가 기획을 해보고 싶은데. 어떤가?”
이마이 유마는 오랜만에 자신감 있게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호사카는 자신의 혼자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8강에서 8작품, 4강에서 4작품, 결승에서 2작품. 도합 14작품을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로 채우려고 하면 품질이 떨어지는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마이 유마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이디어가 좋다면 채용하면 되고 별로라면 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호사카가 허락하자 이마이 유마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말했다.
“원래 이런 대진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클리쉐를 쓰는거지.”
“좋아요. 그래서요?”
“보통 이런 타이밍에는 비슷한 컨셉의 상대와 붙거나 완전히 정반대의 상대와 붙는게 정석 아니겠나?”
“나쁘지 않군요.”
호사카는 솔직히 말했다. 그는 팀장의 기획이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번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할까?’
아미이 유마의 아이디어는 AV 업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해볼만한 생각이었다. 팀장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의 기획대로 하면 자신이 기획한 쿠도 히로미의 독창성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었다. 게다가 로리 장르라는 문제작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럼 여배우는 생각한 사람이 있습니까?”
“츠지 미유로 하지. 요즘 상승세에다가 몸매만 따지고 보면 가장 섹시하니까.”
호사카는 미안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이었다.
츠지 미유도 나쁘지 않은 배우였고 호사카도 나중에 그녀를 좋은 아이디어로 써먹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서 그녀를 사용할만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호사카는 자신을 도와주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인만큼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기로 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을 하나하나 숨기면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는 커져서 나중에 뒷통수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사카의 표정에 이마이 유마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왜?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가?”
“음… 팀장님. 일단 츠지 미유를 불러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죠.”
잠시 후에 츠지 미유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타이밍에 호사카와 이마이 유마가 자신을 부를 일은 1억엔 섹스 토너먼트 밖에 없다고 예상한 것인지 긴장한 표정을 했다.
호사카는 먼저 그녀에게 상황을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츠지. 이마이 팀장님이 다음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참가자로 너를 생각하고 계셔.”
츠지 미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꼭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마이 유마는 일단 웃으면서 츠지 미유를 자리에 앉혔다. 아직 이야기는 끝난게 아니었다.
호사카는 마음 약한 츠지 미유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할게. 널 동료라고 생각하니까.”
“응.”
호사카는 그녀에게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시킨 다음에 말했다.
“나는 네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어. 연기력도 좋아졌고 몸매만은 회사 내에 탑이지.”
실제로 그녀는 상승세를 타고 A급을 넘어 A+급에 도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는게 내 판단이야. 지금까지 네가 출연한 시리즈에서 좋은 기획을 빼와서 재탕을 하는게 고작이겠지. 1억엔 섹스 토너먼트의 화제성에 네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을 더하면 평균적인 수준은 달성할거라고 봐.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거라는게 내 솔직한 예측이야.”
호사카가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했음에도 아이디어를 낸 이마이 유마와 츠지 미유는 상처를 받은 표정이었다.
원래 AV 업계는 대박만을 노리는 곳이었다.
어중간한 AV를 만드는 것은 곧 퇴보를 의미했다. AV 팬들은 늘 새롭고 완성도 높은 작품에 몰려들었다.
호사카는 서둘러 이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서 이마이 유마와 츠지 미유를 위로하는 말을 꺼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예상이야. 나라고 항상 정답을 맞추는건 아니니까.”
호사카는 이마이 유마와 츠지 미유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나를 놀래킬만한 작품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어. 나도 연기를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테니까.”
그제서야 이마이 유마와 츠지 미유는 호사카를 깜짝 놀래킬만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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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엔 섹스 토너먼트가 시작된 이후로 오랜만에 호사카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기획, 대본, 연기, 마케팅까지 그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보니 몸이 하나라도 모자랄 정도로 움직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이 유마와 츠지 미유가 매일같이 회의를 하니 자신은 편하게 쉴 시간이 생겼다.
호사카에게 휴식은 집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자신을 찾아오는 여자를 반기는 것이었다.
그와 한번이라도 섹스를 해본 여자는 자지 맛을 잊지 못하고 호사카의 집으로 찾아왔다. 어떤 여자는 섹스가 즐거워서 왔고 어떤 여자는 호사카를 통해서 대박 작품에 출연하려고 왔다. 어떤 여자는 권력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호사카의 집을 방문했다.
호사카 입장에서는 결론적으로 섹스를 하다가 끝이 나는 일이니 여자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호사카가 회사에 출근했을때, 츠지 미유가 대본 하나를 들고 호사카를 찾아왔다.
“완성되었나?”
“응.”
호사카는 슬쩍 이마이 유마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대본을 읽어보았다. 비록 기존에 문스톤 기획에서 만들던 작품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호사카의 영향을 받아서 나름의 독창성을 가미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보였다.
‘아직까지는 평범하지만… 일단 가능성이 없지는 않군.’
호사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촬영 준비는 모두 끝난거겠지?”
“응!”
“그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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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무실로 꾸며진 촬영장이었다.
츠지 미유는 몸매가 잘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원피스 하나만 입었는데도 여자 테니스 선수처럼 건강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츠지 미유 씨. 요즘 인기 급상승 중인 여배우가 저희 1억엔 섹스 토너먼트에 참가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호사카가 웃으면서 악수를 건네자 츠지 미유도 그 악수를 받아주었다. 그녀는 최근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는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많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츠지 미유 씨는 아는 분들도 많을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츠지 미유는 자신감은 있지만 모나지 않은 태도로 말을 했다. 그녀의 원래 성격이었다.
“저도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여자로서 항상 1등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그것은 AV 여배우라면 누구나 가지는 꿈이었다.
AV 여배우는 겉으로는 찬란하지만 조금만 물러서면 누구나 손가락질을 하는 직업이었다.
이 바닥에 붙어서 일을 하는 여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였다. 첫째는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데도 섹스를 할 수 있는 용기였다. 둘째는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AV 업계에 우연히 들어와도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억엔 섹스 토너먼트만큼이나 최고의 여배우가 되기 좋은 무대가 있겠어요? 지금 회사에서 제 등급은 A+에요. 나름 높은 등급이지만 앞으로 저는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단하군요. 회사에서만 사용하는 등급을 이렇게 공개해도 될까 걱정이 될 정도로요.”
지금 일본은 역사상 초유의 경제 호황기였다. 여권도 많이 발달하고 있었고 당돌한 여자에 대한 수요도 많이 생겨났다.
츠지 미유처럼 전통적인 일본 여성의 다소곳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밝힐 줄 아는 여자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남자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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