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 173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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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아이돌 쿠도 미호.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에서 최저로 떨어졌고 모든 사람이 더 떨어질 곳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을때 스스로 AV로 뛰어들었다.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쿠도 미호의 AV 데뷔는 각종 매체를 뜨겁게 달궈놓았다. 사람들은 충격과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남자들의 반응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아이돌 쿠도 미호의 알몸과 섹스를 볼 수 있다고?’
호사카는 AV에 대해서 가장 객관적으로 말을 하는 심야의 업타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즐겼다.
“쿠도 미호가 AV에 나온다니!”
“아니, AV 쪽 사람들이 쿠도 미호에게 접촉을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나와서 알고 있었는데. 정말 출연할줄은 몰랐지!”
“정말 모두가 예상을 못했을거야.”
“혹시 문스톤 기획에서 아는 사람은 없어?”
“아는 사람이 몇명 있기는한데 모두 노코멘트.”
업타운 개그 듀오는 잘나가는 개그맨은 아니었지만 엄연히 연예인이었다. 게다가 개그맨들은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좋으니 누구와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업타운이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이용해서 평소 관심이 있었던 AV 업계 사람들과도 친분이 조금 있었다.
“요즘 문스톤 기획은 심상치 않아. 말단 직원들까지 똘똘 뭉쳐 있는 느낌이란 말이야.”
“이시이 준 회장이 원래 회사를 이끌고 있을때와는 다른 느낌이지.”
“역시 원인은 하나 밖에 없지.”
“호사카 켄토 감독.”
“벌써 반응이 엄청나.”
“AV 렌탈샵에서는 모두 이 AV 밖에 찾지를 않는다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억엔 섹스 토너먼트 때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것 같아.”
“호사카 감독이 또한번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제 시대의 주인공은 나다! 이렇게 포효를 하는 느낌이지.”
“문제는… 안좋은 반응도 좀 나오고 있다는건데.”
업타운은 AV 팬으로서 모든 사람이 AV에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했고 그것을 무라니시 고루는 이용하고 있었다.
“쿠모토크에서 무라니시 감독이 호사카 감독을 엄청 비난했단 말이지.”
“둘이 사이가 안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업계에서 서로 사이 좋게 지내면 안되는건가.”
“뭐, 무라니시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호사카 감독 때문에 1인자 자리에서 밀려 났으니까 좋게 보기는 힘들겠지만…”
“AV 업계의 1인자라는 캐릭터로 방송도 많이 하고 있는 양반이니… 그렇지 않아도 심야방송 시청률이 가장 잘나오던 쿠모 토크가 좀 흔들거리고 있다지?”
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라디오에서 들려왔다. 업타운 개그맨들은 무라니시 고루가 한말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 있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팬들의 꿈을 짊어지고 있는 아이돌에게 그런 촬영을 시켜서는 안된다는거였지.”
“뭐, 말이 안되는건 아니지. 우리도 연예계에 있지만 아이돌이란 직군은 좀 특수하잖아.”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그만이고 개그맨은 웃기면 그만이지. 가수는 노래를 잘부르면 그만이고. 하지만 아이돌은 다 애매하단 말이지. 애초에 한가지 영역에서 특출나다면 그 분야로 나가면 되니까.”
“아이돌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팬들의 사랑과 돈을 받는 구조니까 말이지. 아무래도 다른 직군보다 팬들에게 많이 휘둘릴 수 밖에 없어.”
“어려운 문제네. 사실 이번 AV를 보면서 느꼈지만 아이돌이라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귀여운 소녀일수는 없잖아? 나이가 들면 술도 먹고 싶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연애도 하고 싶은 사람인데.”
“팬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애정을 가지고 키워놓았더니 배신을 때린 듯한 느낌도 들테고 말이야.”
“쿠도 미호의 AV를 보지 말자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고.”
“이번에 쿠도 미호의 팬들은 문스톤 기획이나 호사카 감독에게 협박을 했다는군. 쿠도 미호 짱에게도 말이야.”
“흐음…”
거침없이 방송을 하는 업타운이었지만 아이돌 팬에게만큼은 말을 조심스럽게 했다. 아이돌 팬들은 그만큼 위험한 구석이 있었다.
“자. 그럼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자고.”
“먼저 쿠도 미호의 AV는 잘팔려. 나도 방송국을 다니면서 쿠도 미호와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솔직히 말하지. 나는 그 AV를 봤어. 그녀가 아이돌이든 뭐든 알게 뭐야. 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의 섹스를 봐주기를 원하면서 AV를 찍었고 나는 그게 보고 싶어서 봤어. 그리고 나같은 남자들은 굉장히 많아.”
“그리고 아이돌의 AV 출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지. 무라니시 감독이 이를 방송에 나올때마다 주장하고 있고.”
“그럼 이제 호사카 감독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해지는군.”
“그렇지 않아도 방송가에서 뉴욕 하츠에 호사카 감독이 출연을 곧 한다고 하던데?”
“오오?”
“호사카 감독이 어떤 대응을 방송에서 낼지 또 궁금해 지는군.”
업타운이 궁금해 하는 것은 곧 전 일본의 남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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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쿠도 미호의 AV가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가 공중파에서 자신을 또 한번 비난할 것도 예측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잘근잘근 밟아줘야겠군.’
AV가 잘팔려나간다고 소소한 공격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가 항복하거나 자멸할때까지 작은 공격도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끝까지 버틴다면 카이샤쿠 할 뿐이지.’
일본에는 할복이라는 병신 같은 전통이 있었다. 사무라이가 스스로의 배를 갈라서 자살을 하는 것인데 보통은 고통만을 느끼고 바로 죽지는 못했다.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다른 사무라이가 목을 쳐주는 것을 카이샤쿠라고 했다.
현재 무라니시 고루가 하는 짓거리는 스스로를 죽이는 할복과 같았다. 그리고 호사카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호사카는 이번에도 뉴욕 하츠에 방청객이 있는 녹화 촬영을 부탁했다. 쿠도 미호는 팬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촬영을 방해 받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지만 생방송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컨트롤은 가능했다.
방송이 준비되는 일주일 동안 쿠도 미호의 AV 출연과 관련된 이야기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AV 판매량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대중은 피냄새만 맡으면 몰려드는 상어떼와 같았다. 그들은 쿠도 미호와 AV를 물어뜯으면 더 많은 피를 바다에 흘려내었고 더 많은 상어떼가 왔다.
그리고 그들은 궁금해 했다.
호사카 감독은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나.
쿠도 미호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얻고 있던 팬들은 절망에 빠졌다. 이런 것까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게 옳은가.
문스톤 기획의 마케팅 팀이 가장 편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문스톤 기획과 AV 작품을 홍보해주는 것과 같았다.
방송국에서는 이번 일에 대한 특집을 편성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각계의 저명인사를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냥 사람들의 호기심만 더 왕성해질 뿐이었다.
‘이게 모두 내 작품을 홍보해줄 뿐이지.’
호사카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누구보다 AV를 좋아하면서 누구보다 AV를 혐오했다. 그리고 아이돌은 누구보다 고귀하게 여겨지는 존재였다. 이것을 뒤섞으니 커다란 핵폭탄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호사카는 상어떼들이 자신을 물어뜯고 먹잇감으로 삼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쿠도 미호도 그랬다. 쿠도 미호는 이후에 당당하게 호사카의 집을 찾아왔다. 파파라치들이 그것을 찍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홀가분해 했다.
뛰어난 소재. 깔끔한 작품성.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진행되는 홍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쿠도 미호의 작품은 기록적인 판매량을 내었다. 이번 분기만큼은 문스톤 기획이 업계의 1인자 자리를 완벽하게 굳혔다.
그리고 뉴욕 하츠의 방송일이 되었다. 호사카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방청객들이 입장하면서 말하는 소리는 호사카의 대기실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오. 반응이 심상치 않네.’
오늘의 방송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방송 스탭이 들어와서 호사카에게 입장을 준비하라고 말해주었다. 호사카는 천천히 복도를 걸어나갔다. 저 멀리서 뉴욕 부츠 개그맨 둘이 방송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온갖 애를 쓰는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둘은 외쳤다.
“오늘의 게스트! 아니, 저희 가족이죠! 호사카 켄토 감독님입니다!”
화려한 음악 소리가 울려퍼지고 호사카는 백스테이지에서 앞으로 나아갔다. 방청객들의 다양한 반응이 울려퍼졌다.
환호와 야유였다. 호사카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비난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들은 감정이 고양되어 조금이라도 건들이면 터질 것 같았다.
조명이 호사카를 비추었다. 호사카는 여유롭게 걸어나갔다. 그리고 뉴욕 부츠의 개그맨 둘과 악수를 나누었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나서 회귀한 호사카도 지금 상황은 익숙하지 않았다. 심장이 크게 뛰고 긴장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호사카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냉정한 것보다 좋은 무기는 없지.’
호사카는 웃으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모이셨네요. 온전히 저의 팬은 아닌것 같은데.”
사방에서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지금 야유를 보내신 분들은 쿠도 미호의 팬이겠죠? 그 분들에게도 선물을 하나 드리죠.”
호사카는 뒤를 보면서 손을 뻗었다.
“모두 환영해 주세요. 쿠도 미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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