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174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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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니시 고루에게는 호사카에게 없는 무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공중파 방송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방송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여성의 존재였다.
쿠로키 하루.
그녀는 누가 지켜보아도 오히려 흥분을 더하는 변태였고 그만큼 깡이 있는 여자였다. 공중파 방송에서 할 말을 하며 당당한 신세대 여성의 이미지를 쌓아나갔다. 호사카도 쿠로키 하루의 이미지를 좋게 써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호사카에게는 쿠로키 하루 같은 존재가 없었었다. 그에게 좋은 AV 배우는 많지만 공중파에 함께 출연해서 개그맨들의 짓궂은 농담도 웃으면서 받아칠 여자가 없었다. AV 촬영과 공중파 예능은 또다른 차이가 있었다.
호사카는 이를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자신조차 무라니시 고루처럼 공중파에서 활약할 능력이 없어서 큰 화제가 있을때만 뉴욕 하츠에 나오는 중이었다. 다른 여배우는 자신보다 못한 수준이고 같이 방송에 나온다면 오히려 방해물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호사카에게도 무기가 생겼다.
쿠도 미호.
그녀는 탑 아이돌이었던만큼 방송에 익숙했다. 호사카보다 더 익숙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스튜디오로 걸어나왔다.
아이돌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스타일링을 한 모습이었다. 호사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와 비슷하게 해외의 락스타 같은 옷차림이었다.
쿠도 미호는 걸어와서 뉴욕 부츠 개그맨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랜만이네요. 쿠도 짱.”
“이번 작품 잘봤어요.”
“고마워요.”
쿠도 미호는 개그맨들이 자신의 AV를 잘봤다는 말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는 호사카에게 다가갔다. 호사카는 그녀에게 악수를 내밀었다. 그리고 쿠도 미호는 그 악수를 걷어내고 호사카의 품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키스를 했다.
“에에엣?!”
“쿠도 짱! 떨어져! 떨어지라고!”
“호사카 죽인다! 죽여버릴거야!”
쿠도 미호가 호사카를 끌어안으면서 키스를 하자 방청객 중 일부는 난리가 났다. 미리 배치되어 있던 방송국의 경비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극성 팬은 끌어내었다.
이건 호사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늘 방송이 쉽지는 않겠구만.’
그리고 개그맨들은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호사카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쿠도 미호를 출연시키로 한 것은 강력한 펀치였다. 그리고 쿠도 미호가 방송 중에 호사카에게 키스를 날린 것은 출연 이상으로 강력한 펀치였다. 완벽한 원투 컴비네이션이었다.
호사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호사카는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쿠도 미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호사카도 쿠도 미호가 옆에 있는 덕분에 힘을 받는 느낌이었다.
호사카는 일부러 쿠도 미호의 어깨의 손을 올려서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마치 연인이 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쿠도 미호의 팬들은 더욱 난동을 부렸다. 몇명이 경비원에 의해 더 퇴장당했다.
호사카는 의기양양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 방송은 녹화였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은 얼마든지 편집하여 잘라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잘라낼 것을 잘라내어도 충분한 방송 분량이 나올만큼 많은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이 방송의 주인은 호사카가 되었다. 그는 쿠도 미호를 자신의 여자인 것처럼 다루었고 이 방송의 MC는 호사카의 충실한 개처럼 얌전히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야유, 난동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들은 결국 호사카가 하는 말이 궁금해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호사카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들은 점점 호사카에게 집중을 하게 되고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뉴욕 하츠의 두 개그맨은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방송을 진행해온 그들이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절대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대중을 호사카는 침묵만으로 조련하고 있었다.
‘역시 스타라면 이래야지.’
호사카는 대중에게 목이 메여 끌려다니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을 하고 대중이 따라오게 만드는 슈퍼 스타가 되고 싶었다. 쿠도 미호는 호사카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호사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먼저 한가지 말하죠. 제가 쿠도 미호와 AV 작품을 했다고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도덕적인 문제? 없다고 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AV 출연을 하기로 선택했고 그것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다시 작은 야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쿠도 미호의 팬들은 호사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호사카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저와 문스톤 기획의 AV 배우 쿠도 미호는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뉴욕 부츠의 개그맨들은 준비해온 질문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럼 두분에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죠. 먼저 아이돌은 팬의 사랑을 받아서 성장한만큼 그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논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쿠도 미호가 이 질문에 답변을 했다.
“네. 아이돌 팬 문화 중에 그런게 있죠. 그런게 있다는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런 문화가 존재한다고 합당한건 아니잖아요? 아니, 무슨 문화가 다 큰 성인의 음주, 담배, 연애까지 간섭하나요. 아이돌의 앨범은 노래를 파는 거구요. 공연은 춤과 노래를 라이브로 파는거에요. 나는 내 사생활까지 간섭을 받는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쿠도 미호의 말은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아이돌 활동을 했었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두에게 전해졌다. 적어도 아이돌에게 푹 빠져 있는 극성 팬을 제외한 모두에게는 전해졌다.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묻고 싶네요. 그럼 아이돌이 몇살이 되어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수 있죠? 한 30살 넘어서 처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나요? 그렇게 결혼해서 그 아이돌이 천생연분을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거 같나요?”
“그렇게 높지는 않겠죠.”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했다. 그것을 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 사랑인 줄 알고 결혼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봐도 결혼에 실패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정말 쓰레기는 가려낼 확률이 높았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면 또 뭐라고 그럴거고. 하여튼 팬이라는 사람들 중에 선을 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절대 만족시키지 못하죠.”
쿠도 미호는 방청객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일부 방청객은 울기까지 했다. 아마 쿠도 미호에게 푹 빠졌던 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쿠도 미호는 그 사람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이제 성인이에요. 그리고 팬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아이돌을 계속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자유롭게 살거에요.”
“그럼 아이돌 활동에는 악영향이 있을거 같은데요?”
“있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여자 아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팬들은 좋아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제 앨범을 사고 싶으면 사고 사기 싫으면 사지 마요. 제 AV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충분히 고려했어요. 그 결과를 성인답게 받아들일 뿐이죠.”
호사카는 쿠도 미호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여자라면 앞으로도 협업을 계속하고 싶었다.
개그맨들은 쿠도 미호의 말에 감탄을 하며 말했다. 그들 또한 아이돌로서 방송에서 가식적으로 움직이던 쿠도 미호보다 지금의 쿠도 미호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후우. 본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팬들이 뭐라고 해도 어쩔 수 없겠네요. 이미 쿠도 짱은 미움 받을 용기까지 지닌 모양입니다.”
“게다가 AV가 대성공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테니 말이죠. 아이돌과 AV 배우 어느 쪽이 돈을 더 많이 벌지는 모르지만… 둘 다 개인이 쓰기에는 충분한 돈이죠.”
호사카는 웃으면서 개그맨들의 호기심을 들어주었다.
“매출액은 아이돌 쪽이 많죠. 하지만 개인에게 가는 돈은 AV 배우가 훨씬 큽니다. 기획사는 아이돌이 어린 시절부터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후려치는 돈이 많거든요.”
개그맨은 쿠도 미호에게 확인을 받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일주일 동안 받는 돈을 비교해보면 아이돌때보다 지금이 훨씬 크거든요.”
“이야. 이건 또 몰랐네요.”
그리고 개그맨들은 준비한 다음 진행을 시작했다. 두 개그맨 중 하나가 마이크를 들고 방청석으로 향했다.
호응을 하는 방청객은 지나갔다. 그들에게는 마이크를 줘봐야 호사카와 쿠도 미호를 응원하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자극적인 방송을 위해서는 호사카와 쿠도 미호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좋았다.
한 울고 있는 남자에게 마이크가 향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쿠도 미호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크게 울먹거리다가 겨우 말을 했다.
“쿠도 짱! 쿠도 짱은 우리 팬만 사랑한다고 그랬잖아! 이거 다 거짓말이지? 저 호사카란 놈에게 속아서 하는 말이지?”
호사카는 저 남자가 불쌍했다. 딱봐도 아이돌이 많은 돈을 쓴 것 같은 남자였다. 차라리 그 돈을 소프랜드에 사용했다면 적어도 행복한 섹스는 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저 남자는 아이돌이라는 허상의 여자에게 헛돈을 쓴 것 뿐이었다.
그리고 쿠도 미호는 남자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아버렸다. 처음에는 그녀도 아이돌로서 팬을 좋아했다. 하지만 팬들의 괴상한 욕망을 알아버린 이후에는 그런 마음이 점차 사라졌었다.
“아니요. 다 거짓말이에요.”
“그렇지! 거짓말이지?”
“아니. 팬을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말이었어요. 남자를 모른다는 말도 거짓말이었고. 세상 어떤 여자가 연애도 하기 싫다면서 팬만 사랑한다고 하겠어요? 돈에 미쳐서 그런 말을 할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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