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180화 카이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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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실 병실에는 오오에 히토미와 무라니시 고루만이 남게 되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오오에 히토미를 가볍게 들어서 다시 침대에 올려주었다.
오오에 히토미는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라니시 고루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자마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신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무라니시 고루에게 거역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얌전하군. 내 말도 그렇게 얌전하게 들어주면 좋겠는데.”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촬영은 성공적이었어. 이번 작품은 대박이 날게 분명해. 나에게도 그리고 자네에게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예상 외로 촬영의 강도가 심했던 것도 인정하지.”
무라니시 고루는 오오에 히토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오에 히토미는 몸을 벌벌 떨면서 무라니시 고루를 올려보았다.
“이번 작품이 발매가 되면 자네에게 보너스로 천만엔을 즉시 주지. 어때? 고맙지 않나? 신인 여배우에게 이런 대우를 해주는 것은 어디에도 없어.”
무라니시 고루는 오오에 히토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럴려면 오오에 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계약서에 직접 싸인을 할 정도의 성인이라면 말이야. 아, 혹시 그 정도도 모를 수 있으니 명확하게 알려주지. 성공하고 싶다면 이번 촬영에 대해서 침묵해. 누가 뭘 물어본다면 나에게 허락을 받고 대답을 하라고.”
무라니시 고루는 그녀의 양볼을 한손으로 잡았다. 가볍게 힘을 준 것만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볼살이 가운데로 뭉쳤다.
“자. 내가 너에게 성공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잖아. 그럼 어떤 말을 해야할까?”
오오에 히토미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원치 않는 대답을 해야 했다.
“가, 감사합니다…”
“좋아. 얌전하고 착한 아이군.”
무라니시 고루는 자신이 오오에 히토미를 완벽하게 조종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병실을 떠났다.
병실에서는 다시 여자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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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사키 리코는 원래 오닉스 영상의 소속이었다가 최근에 문스톤 기획으로 이적을 했다. 오닉스 영상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여배우였고 그녀가 나가자 수많은 여배우들이 따라 이적을 했다. 오닉스 영상은 부랴부랴 여배우를 잡기 시작했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문스톤 기획으로 가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말에 주저 앉은 여배우가 몇명 있었다.
그리고 이 업계는 소문이 빨리 돌았다. 후지사키 리코는 아직 오닉스 영상에 남아 있는 여배우를 통해서 말도 안되는 AV 촬영이 벌어져다는 것을 알았다. 노숙자와 섹스까지 했던 후지사키 리코도 도저히 믿기 힘든 강간 촬영이었다.
후지사키 리코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오닉스 영상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던만큼 무라니시 고루가 필요하다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알았다.
결국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호사카 감독을 만나야 해.’
무라니시 고루에게 대항할만한 사람은 호사카 밖에 없었다. 후지사키 리코는 빠르게 택시를 타고 호사카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호사카는 섹스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다른 몇명의 여배우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 후지사키. 장어 덮밥 먹고 있는데 하나 먹을래?”
호사카는 자신의 집에 언제 다른 여배우가 올지 몰랐기 때문에 2인분 정도는 더 추가해서 배달을 시키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후지사키 리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사카 감독님.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응? 그러지.”
호사카는 후지사키 리코의 표정과 목소리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둘은 호사카의 침실로 향했다.
“말해봐. 무슨 일이지?”
후지사키 리코는 더듬더듬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밝혔다. 무라니시 고루가 한 어린 여배우를 꼬득여서 강간 촬영을 했다는 것. 수많은 남자 배우들이 강제로 여배우에게 섹스를 하고 그 여배우는 큰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가 그 여배우를 다시 반 협박하여 입막음을 했다는 것.
‘결국 저질러 버렸군.’
호사카는 회귀를 하고 AV 업계에서 1인자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이 발을 담그고 있는 이 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원했다.
많은 일이 그의 뜻과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미래를 알고 있어도 결국 완벽해 질 수 없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끊임없이 강요했다. 자신에게 굴복하고 살아남는 것.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죽는 것.
호사카는 무라니시 고루를 존경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살아남기를 원했다. 하지만 무라니시 고루는 해서는 안될 짓을 하면서까지 저항하기를 선택했다. 그것은 곧 스스로의 배에 칼을 찔러 넣는 것이었다.
후지사키 리코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녀 또한 여배우로서 동료 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죠? 분명 무라니시 고루는 계약서를 작성해 두었을거에요. 위약금이 엄청날텐데…”
후지사키 리코는 무라니시 고루가 두 종류의 계약서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똑똑하고 잡아두어야 할 여배우에게는 정당한 계약서를 그리고 쓰고 버릴 여배우에게는 불공정한 계약서를 내미는 것이었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리고 그런 계약서는 재판을 가면 다 무효화가 되게 되어 있어.”
호사카는 위약금을 물어줄만한 재력이 있었다. 물론 무라니시 고루 같이 더러운 짓을 한 자에게 돈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무라니시 고루가 얼마나 비싼 변호사를 사든 자신은 더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이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그를 패배시키기 위해서 돈을 쓰는게 훨씬 값어치 있었다.
“문제는 본인의 의지지.”
이걸 재판으로 끌고 가자면 피해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아무리 명백한 범죄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무죄가 되거나 처벌이 경감되는게 현실이었다.
호사카는 야쿠자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더러운 수단을 사용해서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을 몇번 봐왔었다. 무라니시 고루가 그런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일단 그 여배우를 만나봐야겠군.”
“네.”
둘은 즉시 택시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후지사키 리코는 문스톤 기획의 지인에게 들은 병원으로 안내를 했다.
오오에 히토미의 병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인용 병실에는 오닉스 영상의 여자 스탭 하나가 앉아서 오오에 히토미가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지 않은지 감시하고 있었다. 여자 스탭은 후지사키 리코를 알아보고 말했다.
“후지사키 씨! 여기에 오시면 안되요!”
호사카는 후지사키 리코를 대신해서 물었다.
“무라니시 사장이 누가 찾아오면 막으라고 지시했나요?”
호사카는 AV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가 되면서 평범한 회사원은 감당하기 힘든 카리스마가 풍겨져 나왔다. 오닉스 영상의 여자 스탭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호사카에게 답변을 했다.
“좋습니다. 지금 받는 연봉이 어떻게 되죠? 문스톤 기획으로 이직하세요. 지금 받는 연봉을 입사 축하금으로 드리죠.”
호사카는 단번에 거금을 제시했다. 여자 스탭은 금방 변절했다. 일반 회사원에게 연봉을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놓치면 안되는 기회였다. 동일 업종이라 같은 일을 하면 될 것이고 게다가 문스톤 기획은 오닉스 영상보다 업무 환경에 대한 평판이 좋았다.
“제가 앞으로 교대를 하기까지 30분 정도가 남았어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호사카는 간단히 여자 스탭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에 히토미는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 언니!”
오오에 히토미는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이 병실에 갇힌 이후로 병원 사람이나 자신을 감시하러 온 여자 스탭만 보았다. 오닉스 영상의 다른 동료들은 무라니시 고루가 무서워서 찾아오지 않았고 AV 배우가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리 없었다.
후지사키 리코는 오오에 히토미를 끌어안고 잠시 함께 울었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이해가 되었다.
호사카는 그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말했다.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우는 것은 잠시 후에 이어서 하지.”
후지사키 리코는 잠시 뒤로 물러났다. 호사카는 오오에 히토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지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최대한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먼저 당신이 당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아니에요. 호사카 감독님.”
오오에 히토미도 AV 업계에서 활동하는만큼 호사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호사카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호사카는 최소한 여배우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감독이었다.
“아마 무라니시 사장이 이런저런 제안을 했을겁니다. 성공하면 쿠로키 하루처럼 키워주겠다고 했겠죠. 그리고 만약 작품 발매를 방해하면 위약금이라든지 물게 할거라 협박을 했을거구요.”
“...네.”
“그래서 오오에 히토미 씨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오오에 히토미는 호사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구해주기 위해서 왔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저는 그냥… 돈을 받고 이 업계를 뜨고 싶어요. 그냥 아무도 저를 모르는 시골로 내려가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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