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201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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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리 레이건은 자신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호사카를 따라다녔다. 미스 허슬러의 직원 모두는 경악했다. 항상 사장실에 앉아서 모두를 내려보던 레리 레이건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인 것이다.
‘나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상관 없지만.’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의 눈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높은 왕좌에 올라서 세상을 보는 왕은 믿을 수 없다는게 호사카의 생각이었다. 높은 왕좌에서 가장 가까운 부하들에게만 보고를 받는다면 세상을 명확하게 볼 수 없었다. 왕이라고 하더라도 수시로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비록 현장의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지만 상황파악을 하지 못해서 이상한 결정을 계속 내리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았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은 모두에게 호사카를 소개하고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걸리적거리지 않는다는게 가장 중요하지.’
오히려 레리 레이건의 존재가 호사카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다. 사장이 지켜보고 있으니 동양에서 온 남자를 무시할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호사카는 능숙하게 미스 허슬러의 상황을 파악했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네.’
미국의 3대 성인 잡지사가 모두 포르노 비디오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리고 먼저 포르노 비디오 시장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작은 업체들이 있었다. 지금 미국의 포르노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오닉스 영상이 제국을 건설하고 있던때와는 또 다르네.’
다른 점은 또 많이 있었다.
무라니시 고루는 일본의 AV를 섹스 중심으로 발전을 시켰다. 그는 파격적인 인간이었고 섹스가 모든 인간이 즐겁게 행해야 하는 궁극적인 행위라고 공중파에서 피력했다.
그리고 미국에는 무라니시 고루라는 인간이 없었다. 포르노는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에서 발전이 되어 흘러나왔고 XVN이라는 포르노 비디오를 위한 시상식도 1984년에 빠르게 탄생했다.
호사카는 회귀 전에 XVN 시상식에서 상을 탄 포르노 비디오를 기억해보았다. 확실히 일본의 물건과는 결이 달랐다.
‘가장 큰 특징은 영화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지.’
미국은 모순적인 나라였다. 청교도들이 세운 국가여서 그런지 누구보다 보수적이면서, 자유를 중요시 여겨서 섹스 문화가 발전하기도 했다. 보수와 자유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예술인척 하는 포르노 비디오가 처음에 많이 등장했는지 모르지.’
호사카는 지금으로부터 몇년 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포르노 비디오를 떠올렸다. 판매량으로 XVN에서도 1988년에 수상을 한 작품 ‘알렉사, 아이 러브 유.’를 떠올렸다.
한 미녀 모델이 변태 사진 작가의 눈에 띄여서 발탁이 되고 성공과 함께 성적으로 점점 타락을 해간다는 내용이었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섹스에 대한 갈망이 뒤섞이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예술로도 보일 수 있고 단순한 딸감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지금 미국은 그런게 먹힌단 말이지.’
호사카는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래의 작품을 단순히 가져와서 재현을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취향을 넣어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시키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그는 단순히 도둑일 뿐이었다.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지만. 나는 알지.’
호사카는 점점 첫 작품으로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현재 미국에서 먹히는 포르노 비디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징.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건너온 한 동양인 남자.
이러한 요소가 섞이자 회귀 전에는 없었던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호사카는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 국제 전화라서 돈이 좀 많이 들지는 몰랐지만 호사카에게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화 벨이 얼마 울리지 않아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역시 받을 줄 알았어.’
국제 전화는 돈이 많이 들어서 일본의 왠만한 사람은 받지를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자신이 전화를 건 사람이라면 분명히 전화를 받을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호소카가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천재 영화 감독 오시마 타케시였다.
예전에 호사카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함께 제작했고 그것으로 해외의 각종 유명 영화제에 갔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해외에서 오는 연락도 많았고 국제 전화도 거부감 없이 받을 사람이었다.
“아, 오시마 감독님! 저 호사카입니다!”
“오! 호사카 군!”
오시마 타케시는 호사카를 아끼는 사람 중 하나였다. 호사카는 재능이 있고 열정이 있는 젊은이였다. 오시마 타케시는 호사카를 자신이 있는 영화계로 끌어들이려고 설득을 할 정도였다.
둘은 잠시 그 동안 있었던 근황을 전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오시마 타케시는 설경 이후에 잠시 휴식을 하면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하. 나도 늙었는지 아이디어가 바로바로 안떠올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더 좋은 작품이 나오려고 감독님 마음 속에서 아이디어가 숙성이 되고 있는 모야이죠.”
“하하하. 자네와 대화를 하면 언제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군.”
그리고 호사카는 자신의 근황도 전했다. 일본의 접수하고 나서 미국 진출을 위해서 미국에 와 있다는 것. 그리고 미스 허슬러에서 서로 테스트를 위해 작품 하나를 찍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말입니다.”
호사카는 오시마 타케시에게 본론을 꺼내었다.
“예전에 저희가 영화를 찍기 전에 나누었던 말이 기억나더라구요. 오시마 감독님께서 제가 배우가 되어서 영화를 찍거나 감독님께서 AV를 한번 감독해 보고 싶다고 하셨죠.”
“아아. 그런 일이 있었지.”
“이번에 오시마 감독님께서 저를 한번 도와주시면 어떨까요.”
“흠…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
모든 설명을 들은 오시마 타케시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과거에 AV를 감독해 보겠다고 말을 했을 정도로 장르에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태어났을때부터 천재였고 세간의 명성이나 돈 같은 것은 초월한지 오래였다. 호사카와 설경을 촬영하기 전부터 그랬다.
그런 오시마 타케시에게 미국에서 포르노를 찍어보자는 말은 신선한 도전거리로 다가왔다.
“좋네. 그럼 미국 어디로 가면 되나?”
호사카는 미스 허슬러의 본사가 있는 주소를 알려주었다. 오시마 타케시는 전화를 끊자마자 짐을 쌀 모양이었다.
전화가 끝나자마자 호사카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레리 레이건에게 말을 걸었다. 레리 레이건은 일본어로 전화를 하고 있는 호사카를 보면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레리. 일본에서 저를 도와줄 감독님이 하나 올거에요.”
“감독? 미스 허슬러에서 일하는 감독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레리 레이건은 미스 허슬러에서 포르노 비디오 사업을 키워볼 생각이었고 자금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는 이 회사의 촬영 환경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충분하기는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죠.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감독이 아니라면.”
“...칸?”
레리 레이건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미국 포르노 비디오는 영화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계에서 가장 최상위권에 위치한 칸 영화제 감독이라니 레리 레이건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아닙니까?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이 포르노를 왜 찍나 이 말입니다?!”
“어… 저도 나름 그 영화에 출연을 했는데요.”
레리 레이건은 자신의 비서를 불렀다. 그리고 호사카의 이름으로 칸 영화제에 등록된 작품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비서는 잠시 후에 레리 레이건에게 그게 진짜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자네가? 왜? 왜?”
첫 물음은 호사카가 왜 그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왜 포르노 업계에서 계속 일하는지 묻는 것이었다.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 켄토에 대해서 조사를 했던 자신의 직원들의 목을 모두 졸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은 임원들이 아무것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탓한 적이 있지만 자신이 조사를 한 것도 모두 겉핥기 내용이었다.
“그런건 알아서 알아보시구요. 중요한건 그만큼 대단한 내가, 그만큼 대단한 인맥으로, 그만큼 대단한 감독을 모셔왔다는거죠.”
호사카는 조금 재수없게 말을 했지만 레리 레이건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칸의 무게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은 한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음… 그런데 미스터 호사카는 제작비에 대해서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만큼 사용한다고 말했을텐데.”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은 그 몸값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업계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몸값을 내리면 아랫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몸값은 민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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