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329화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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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하는 라이징 스타들이기에 받아들일만한 대결이었다.
그리고 브리짓 씨잭은 한번 남자들을 슥 훑어보다가 호사카와 마스터 드레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쪽을 주시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은 저를 흥분시킬만한 남자들이 꽤나 많네요. 정말 흥분되는데요?”
여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브리짓 씨잭은 호사카와 마스터 드레가 별로 관심을 보이질 않자 도발을 하듯이 말했다.
“대결에 응하지 않는 남자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브리짓 씨잭은 작게 여자들에게 외칠 말을 알려주었다.
“푸시(Pussy).”
여자들은 푸시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푸시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먼저 아기 고양이를 뜻하기도 했고 여자의 보지를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약해빠진 놈을 놀릴때 쓰이기도 했다.
제인 먼데일은 걱정스러운 듯이 호사카의 팔을 껴안으며 물었다.
“저런 도발에 넘어가지는 않을거죠? 성공해서 얻는 것에 비해 실패해서 잃는게 너무 커요. 여기는 프로 운동 선수들도 많은데.”
“재밌네. 일단 저 여자가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자고.”
“저 여자는 남자를 가지고 노는데 맛들린 썅년이에요. 친하게 지내지 않는게 좋아요.”
호사카도 제인 먼데일의 평에 동의했다. 온갖 고생을 다하고 성공한 실베스타 몬디가 왜 그녀와 결혼 생활은 견디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브리짓 씨잭은 원래 이 무대에서 공연을 했던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방방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걸 보고 제인 먼데일은 비웃듯이 말했다.
“자신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못하니 이런 파티에서 남편의 후광을 빌려 이런 쇼를 벌이나 보네요.”
브리짓 씨잭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원래 여자들은 남자다운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자신의 원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서 남성성을 어필하죠. 인류의 역사를 함께 해온 본능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행위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온갖 짧은 지식을 들이밀었다. 제인 먼데일은 그런 말을 지겹다는 듯이 듣고 있었고 호사카도 점점 브리짓 씨잭의 말에 질리고 있었다.
브지릿 씨잭은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그럼 오늘 파티에 참석한 라이징 스타들이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가요?”
그녀의 말에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었다. 호사카는 여자들의 눈에서 욕망을 읽었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잘 숨기고 있을뿐 욕망이 있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욕망을 드러내도 되는 자리에서는 얼마든지 더럽게 행동할 수 있는 동물이었다.
“먼저 가볍게 시작해볼까요? 팔씨름 대결을 해보죠. 이기는 사람에게는 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일년 생활비일지 모르는 만 달러가 여기서는 가벼운 여흥비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이기는 자는 만 달러 이상의 명예를 얻게 될 것이었다.
남자들은 하나씩 도전을 했다. 남자들은 승부에 미쳐있는 동물이었다. 자신의 팔힘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브리짓 씨잭의 말에 홀딱 넘어가서 무대로 올라가서 팔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브리짓 씨잭은 젊은 남자들의 열을 내면서 싸우는 것을 보고 싶어했고 남자들은 이곳에서 명성을 얻어 더 인지도가 있는 셀럽이 되고 싶어했다. 단순한 거래였다.
남자들은 팔씨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결을 했다. 푸시업 대결을 하기도 하고 여자를 품에 앉고 스쿼트를 하기도 했다. 열기가 충분히 뜨거워지자 브리짓 씨잭은 호사카를 호명했다.
“자, 아직까지 대결에 나오지 않은 남자가 있죠? 미국에서 섹스를 가장 잘한다는 남자! 도쿄 섹스킹! 호사카 켄토 씨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자들은 박수를 치며 호사카의 이름은 부르기 시작했다.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에게 속삭였다.
“만약 원치 않으면 지금 파티를 나가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러면 내 이미지는 푸시가 되겠지.”
호사카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브리짓 씨잭은 그에게 마이크를 하나 건네 주었다.
“지금까지 대결에 나오지 않은 이유가 뭐죠?”
“일단 상금이 너무 적더라구요. 만 달러라니. 요즘 그걸로 뭘 살수나 있습니까?”
브리짓 씨잭은 자신의 유혹을 거부한 호사카를 망신을 줄 속셈이었지만 호사카는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유머로 대응했고 사람들은 호사카의 말에 크게 웃었다.
사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만 달러 정도는 한끼 식사로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그럼 상금을 올리도록 하죠. 십만 달러면 그 유명한 섹스쇼를 보여주나요?”
“남편 분에게 제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못들으셨군요. 롬보 3에서 저는 2000만 달러를 투자했죠. 그리고 롬보 3가 10배는 넘게 벌어들일 예정이구요.”
돈지랄에는 돈지랄로 갚는 것이 최고였다. 그리고 실제로 호사카에게 만 달러나 10만 달러나 크게 감흥이 없었다.
브리짓 씨잭의 눈이 독기를 품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호사카는 돈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온 호사카에게 뭔가는 시켜야 했다.
“그럼 남자다움을 증명하는건요?”
“겨우 팔굽혀펴기를 좀 하고 무거운 스쿼트를 한다고 남자다운겁니까? 브리짓 씨의 의견대로라면 결국 남자는 강해야 남자죠. 강한 남자가 사냥을 더 잘하고 적의 침범을 막을 수 있으니까.”
“그 말은?”
“이런 애송이들 중에 나와 싸움으로 겨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도전은 받아주겠습니다. 브리짓 씨의 파티에 그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부자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강했다. 돈이 많으면 평소 주변 사람들이 모두 굽신거리니 자존심이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브리짓 씨잭이 해오는 일을 폄하하면서 그녀의 자존심을 살살 긁자 그녀는 바로 반응을 해왔다.
“저도 그런 결투가 보고 싶기는했죠. 하지만 그런 일이 폭행이라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건 알고 있죠?”
“자유로운 미국 아닙니까. 서로 고소만 하지 않고 주변 증인만 충분하다면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죠. 부자들 중에 마약 빨고 고속도로에서 질주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 아닙니까.”
브리짓 씨잭은 머릿속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많이 나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녀는 냉정하게 계산했다.
‘좋아. 이 아시안 새끼가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보자고. 어차피 이 파티에 있는 사람은 모두 내 편이니까.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겨도 내 증언을 들어줄거야.’
호사카가 이기든 지든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호사카에게 모두 뒤집어 씌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흑인이 손을 들며 외쳤다. 마스터 드레였다.
“하하하하! 재미있군. 내가 증인이 되겠어. 지금부터 일어나는 결투는 법과는 관련이 없는거야. 누구에게도 고소는 하지 않는걸로. 물론 재판장에서 깜둥이의 증언을 들어줄지는 모르지만. 하하하!”
마스터 드레는 지금 흑인 사회를 모두 업고 있는 힙합씬의 대표였다. 그의 말은 그 어떤 백인이라 하더라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마스터 드레는 원한다면 자신의 증언을 랩으로 만들어서 뿌릴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호사카는 마스터 드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더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브리짓 씨잭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말했다.
“자, 나는 이 파티에서 가장 남자다운 남자가 이 호사카 켄토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브리짓 씨잭 씨는 동의를 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녀를 위해서 백마탄 기사될 남자는 없습니까?”
브리짓 씨잭은 이를 악물었다. 어디에서도 이런 모욕을 당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호사카의 말에 이끌리고 있었다. 여자들은 자신감 넘치는 호사카에게 환호했고 셀럽이 되기 위해서 이 파티에 참가한 남자들은 호사카가 자신들의 울분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았다.
호사카는 아까 브리짓 씨잭이 했던 것처럼 관중들의 환호를 자유자재로 이끌어내었다.
“없습니까? 그럼 오늘 파티에서 가장 잘난 남자가 저라고 생각하시면 더 환호하세요. 브리짓 씨잭 씨를 제외한다면 어떤 여자든지 한번씩은 섹스를 해줄테니까.”
그리고 브리짓 씨잭에게는 다행스럽게 이곳에 싸움에 자신이 있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복싱 은메달을 딴 레이 존슨 주니어였다. 그는 한국의 선수에게 판정패를 당하고 그 판정이 오심이었다고 주장을 한 개새끼였다. 그리고 그 판정은 훗날 1997년에 정당한 판정이었다고 결론이 났지만 한국인 선수는 금메달을 훔친 사람으로 평생을 고통 받았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자신의 싸움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실제 그는 프로에 데뷔해서 복싱 레전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아시아인에게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런 대결은 그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검은 주먹을 하늘로 들었다. 브리짓 씨잭은 레이 존슨 주니어를 알아보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올림픽 은메달의 복서라면 싸움 실력은 장담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레이 존슨 주니어를 알아보고 호사카에게 열심히 수신호를 보내었다. 절대 이 대결을 하면 안된다는 신호였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신호를 보고도 무시했다.
무대로 레이 존슨 주니어가 올라왔다. 그는 키가 180cm로 호사카보다 조금 더 크고 팔길이는 188cm로 굉장히 길었다. 누가봐도 호사카가 불리한 싸움이었다.
레이 존슨 주니어는 마이크를 받고 말했다.
“이봐. 호사카. 내가 누군지 아나?”
“모르는데.”
“복싱 올림픽 메달리스트야. 네가 아무리 싸움에 자신이 있어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냥 내려가지. 불쌍한 브리짓 씨를 괴롭히지 말고.”
“남자들을 괴롭히던 브리짓 씨가 불쌍하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군.”
호사카의 말에 레이 존슨 주니어는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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