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화 〉 336화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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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스필버그는 마치 결혼하지 않고 임신부터 덜컥한 부부를 대하는 것처럼 대했다.
“좋아. 호사카 씨. 당신이 포르노에 애정이 있다는건 알겠소. 하지만 내가 드루 디아즈를 걱정한다는 것도 이해하겠지.”
“이해합니다.”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인간의 행복은 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게 큰 행복이라 믿네.”
미래가 어떻게 변하는 알고 있는 호사카는 션 스필버그가 꼰대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미래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주의, 게이 부부, 레즈비언 부부, 폴리아몰리라고 해서 남자 둘 여자 하나 또는 여자 둘 남자 하나 등등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나왔다.
그런걸 보고 있자면 남자 하나 여자 하나의 결혼 형태는 최대한 다수가 다수와 짝을 지어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체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만든 체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없애거나 새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션 스필버그의 말에 경청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듣자하니 드루 디아즈는 오직 호사카 씨하고만 작품을 찍는다며.”
“네. 굳이 다른 남자와 포르노를 찍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호사카 씨와 함께 하고 싶어서 포르노 배우를 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거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겠나? 자네도 드루를 아끼고 드루도 자네를 좋아하는데.”
션 스필버그는 옛날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혼보다 딸 같은 드루 디아즈가 행복하기를 우선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에 여자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션은 무슨 말을…”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가 혹시 거부할까 싶어서 걱정을 하면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호사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결혼 제도에 대해 아무런 기대감이 없었지만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결혼을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션 감독님이 솔직하게 말을 했으니까. 저도 솔직하게 말해보죠.”
“그러게.”
“혼전 계약서를 작성하고 제 포르노 활동과 저를 찾아오는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것을 막지만 않는다면. 결혼은 얼마든지 가능하죠.”
션 스필버그는 호사카가 말한 조건을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혼전 계약서는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었다. 션 스필버그도 호사카가 롬보 3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경제 성장을 볼때, 그 외에도 재산이 많을거로 예상이되었다. 드루 디아즈가 과거에 찍은 영화로 매년 꾸준히 돈을 받고 있다지만 호사카보다 돈이 많을수는 없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혼을 하면 남자들에게 불리한 곳이었다. 이혼 3번을 하면 백만장자도 빈털털이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부자들은 미리 혼전 계약서를 쓰고 결혼하는 문화가 있었다.
“좋아. 혼전 계약서는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포르노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은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션 스필버그는 영화에 미쳐 있었고 호사카는 포르노에 미쳐 있었다. 션 스필버그는 누가 사랑을 대가로 영화를 포기하라고 하면 주먹을 날릴 것이었다.
“일을 계속 하는건 어쩔 수 없고.”
마지막으로 잘나가는 남자가 여자들의 유혹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자들은 남자가 잘나가면 그가 유부남이더라도 신경쓰지 않고 달라붙었다.
션 스필버그도 헐리우드에 속한 사람이었다. 헐리우드는 포르노 업계를 제외하면 가장 난잡한 업계였다.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심심하면 원나잇을 했다. 젊은 여자는 성공하기 위해 늙은 제작자에게 자진해서 몸을 주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했다. 사랑과 섹스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섹스를 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영화계와 포르노계가 다른 점은 대놓고 하느냐 숨어서 하느냐의 차이 뿐이었다.
션 스필버그는 드루 디아즈를 보며 물었다.
“이래도 괜찮니?”
“당연하죠. 호사카 씨의 여자들은 섹스를 잘하는 남자를 한 여자가 독점하는건 오히려 인류의 손해라고 말하던걸요?”
드루 디아즈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션 스필버그는 이런 형태의 사랑이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백년 전에도 귀족을 일부다처제를 하며 살았다. 현재도 잘나가는 남자는 결혼 후에 수많은 애인과 살았다. 휴스턴 헤프너 같은 경우도 있었다. 몰몬교 같이 종교적인 이유로 일부다처제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션 스필버그가 드루 디아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호사카의 첫번째 여자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앞으로 자네를 사위처럼 생각하지.”
“요즘 일이 바빠서 결혼식은 좀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 정도야. 상관없지.”
드루 디아즈는 행복해하며 호사카에게 안겼다. 션 스필버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건 이미 약혼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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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천재는 다르군.’
세상에는 다양한 영역의 천재가 너무 많았다. 섹스의 천재는 호사카였지만 촬영의 천재는 마이클 브라운와 오시마 타케시였다. 그리고 상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션 스필버그가 압도적이었다.
호사카는 션 스필버그가 며칠만에 보내온 초고를 보면서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우로서 그리고 포르노 제작자로서 이 포르노를 찍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호사카는 스위트룸에 연락을 해서 필요한 것을 모두 받아내었다. 촬영에 필요한 인력, 제작과 판매, 마케팅까지 전부였다. 스위트룸은 빅 3에 속한 포르노 제작사였고 미스 허슬러와 비교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촬영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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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지났다. 원고가 완성이 되었다.
이번 작품은 서큐버스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포르노였다.
헐리우드에서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을 다루는 장르가 있었다. 프랑켄슈타인만 하더라도 1910년에 첫 무성영화가 나왔을 정도로 역사가 깊었다.
괴물은 그 괴물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만으로 영화 한편이 뚝딱 나왔고 괴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비주얼만으로 관객들을 유혹할 수 있었다.
션 스필버그는 소문난 영화 덕후였고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서큐버스라는 소재로 완벽한 포르노 각본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번에는 작품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었다. 이는 포르노로서 훌륭한 강점이었다.
제목은 옆집의 서큐버스.
촬영은 빠르게 시작되었다.
평범한 미국의 고등학교.
호사카는 평범한 남학생처럼 분장을 했다. 펑퍼짐한 옷으로 근육을 가리고 검은 머리를 단정히 내리고 안경까지 쓰니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생이 아시아인 학생처럼 보였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호사카는 더욱 리얼했다.
드루 디아즈는 학교에서 잘나가는 치어리더처럼 옷을 입었다. 짧은 치마와 상체에 딱 달라붙는 티. 입안에서 씹히는 핑크색 껌. 그녀 또한 어느 학교에나 하나 있을법한 비주얼이었다.
둘은 도서관에서 둘이서 함께 해야할 숙제를 하고 있었다.
호사카는 혼자서 열심히 숙제를 했다. 그리고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을때는 뭔가를 열망하는 눈빛으로 호사카를 보고 있었다.
“저기 드루. 너는 숙제 안해?”
“뭐?!”
호사카가 머리를 들고 말을 하자 드루 디아즈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날카롭게 말을 했다. 누가봐도 범생이와 어울리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치어리더 같았다.
“아, 아냐.”
그리고 호사카가 다시 책에 얼굴을 박고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자 드루 디아즈는 음흉한 얼굴을 했다.
시계로 카메라가 돌려졌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게 찍혔다.
“아, 오늘은 숙제를 다 하지 못했네. 어떡하지.”
호사카는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혼자서 말을 중얼거렸고 드루 디아즈는 뭐가 어렵냐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내가 너희 집까지 가서 숙제하면 되잖아.”
“으응?”
“안되나?”
“아니, 괜찮아.”
호사카는 누가봐도 학교에서 인기가 없을만한 남학생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다시 빠르게 편집이 되었다.
호사카는 흔한 미국식 주택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늘 부모님이 없어. 아니, 매일 없다고 해야 하나. 부모님은 세탁소 때문에 밤까지 일하시거든.”
미국에 진출한 동양인들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세탁소였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이 포르노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딸칵.
그리고 드루 디아즈의 뒤로 문이 닫혔다.
“그래?”
드루 디아즈는 도서관에서 호사카를 몰래 훔쳐보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참을 필요가 없겠네.”
“뭘?”
호사카는 인기없는 남학생 답게 여자 동급생과 대화도 많이 나눠보지 못한 연기를 했다. 그는 아무 경계를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일이 없을것을 잘 알고 있는 얼굴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 일은 일어났다.
“미안해. 호사카.”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를 잡고 쓰러뜨렸다.
쿵.
그리고 호사카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발정이 난 암컷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서큐버스야.”
“뭐?”
“서큐버스가 뭔지 모르니? 남자의 정액을 먹고 사는 몬스터인데.”
호사카는 몸부림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드루 디아즈는 손쉽게 호사카를 제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사카가 덩치가 더 커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둘의 훌륭한 연기가 이를 가능한 일로 보이게 했다.
드루 디아즈는 호사카의 바지를 잡고 뜯었다.
여자의 손아귀 힘으로도 쉽게 찢어질 수 있게 안쪽에 흠을 내놓은 면바지였다. 바지는 드루 디아즈가 몬스터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찢어졌다.
부욱.
드루 디아즈는 요염하게 말했다.
“그럼 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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