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8화 〉 388화 정치
* * *
결국 빅 3의 사장들은 호사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제안은 그야말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성공하면 포르노 업계는 미국 대통령과 강력한 연줄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실패를 한다고 해도 빅 3의 사장들은 돈을 잃을게 없었다.
빠르게 계약서가 준비되고 모두는 서명을 했다. 그리고 휴스턴 헤프너는 노련한 사장답게 호사카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언제쯤 빌리 클린턴을 만날 수 있나?”
호사카는 휴스턴 헤프너가 무엇을 노리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미안하지만 만나기는 힘들겁니다. 그 정도 되는 거물 정치인은 만나는 사람도 가려야 한다는거 아시죠?”
물론 이건 허울 좋은 핑계였다.
미국 대통령은 막강한 자리였다.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 옆에 있는 사람은 권력이 생길 정도였다.
호사카는 그런 기회를 다른 사장에게 넘겨줄만큼 어리숙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포르노 업계를 대통령에게 대변하고 대통령은 호사카라는 연줄을 통해 포르노 업계의 지원을 받는다. 이것이 그가 그리고 있는 권력의 구도였다.
**
호사카가 빅 3의 사장들을 설득해서 자신은 돈 한푼 사용하지 않고 정치 후원금을 만들고 있을때, 빌리 클린턴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집무실은 그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사람들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화당의 로저 위즐리가 나에게 대선에 출마하면 나를 파멸시키겠다고 하더군.”
참모들은 모두 분노했다. 그들은 이전 대선에서 공화당이 얼마나 민주당을 음해모략 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했소.”
그리고 참모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자신들의 대장이 모욕을 받은 것에 분노하는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원래 계획대로 6년 후 대선을 노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것이 승산이 더 높습니다. 이미 전략을 모두 함께 짜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걸프전의 승리로 대통령의 인기와 지지율은 최고 수준입니다. 정면 대결로는 힘듭니다.”
“아칸소 주에서도 부쉬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여론이 52퍼센트로 확인되었습니다.”
빌리 클린턴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듣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와이프에게 물었다.
“힐다. 당신의 생각은?”
“공화당이 3선에 성공한다. 전쟁의 승리가 계속 이어지겠군요. 가만히 있어도 빌리가 대선 후보로 계속 언급되고 있어요. 지금 도전하는게 맞습니다.”
두 부부는 참모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대선은 일생일대의 승부였다. 여기서 한번 실패한 후보는 다시 대선에 도전하기 어려웠다. 실패했다는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은 큰 나라였고 한번 실패한 후보가 아니어도 좋은 후보가 많았다.
그리고 클린턴 부부는 도전하고 성취하는 자들이었다.
빌리 클린턴은 양부의 가정 폭력을 받으면서도 공부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힐다 클린턴은 직물을 파는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서 여자 대학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웨즐리 여대를 갔다. 당시 미국의 명문 대학은 여자를 받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학 교육에서 야망을 끝내지 않고 예일 로스쿨로 진학을 했다.
이 둘은 완벽한 기회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적당한 기회가 왔을때 그것을 어떻게든 성취하는게 그들의 인생이었다.
“정치 구도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죠. 지금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6년 후에도 그럴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지금 민주당에 남편 말고 또 누가 인물이 있나요?”
“없습니다.”
“공화당이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모든 것을 노릴 필요는 없어요. 민주당은 늘 도전자의 입장이었고 도전자에게는 도전자의 방식이 있는거니까요.”
두 부부가 합심을 하자 참모들은 찍 소리도 내지 못했다.
**
각종 뉴스에서 빌리 클린턴이 2년 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게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민주당에서는 빌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다른 후보를 미는 사람들이 논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리 클린턴과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를 종종 만나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전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었다.
“아, 호사카 씨. 왔나요.”
이 두 부부와 호사카는 비밀리에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클린턴 부부가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밥을 먹고 있으면 호사카가 슬쩍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 기자나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호텔이니 밀회를 하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힐다 클린턴은 호사카에게 스테이크 한 접시를 밀어주면서 말했다.
“제가 알아보니까 당신도 포르노 업계에서는 엄청난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더군요.”
“저에 대해서 알아보셨나요?”
“600만 달러나 받는데 알아볼건 알아봐야죠.”
클린턴 부부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성공한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고 실패하면 그저그런 정치인으로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부부의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부부 자신이었다.
힐다 클린턴은 한마디를 더 했다.
“그리고 포르노 업계의 사람들과 만나는건 호사카 씨를 통해서만 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오히려 호사카가 바라던 바였다.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죠. 뒤에서 돕는 걸로 이미 이야기를 끝내놓았습니다. 600만 달러도 소액으로 쪼개서 입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선거법으로 한 개인이 일정 이상의 금액을 정치 자금으로 후원을 하면 누가 누구에게 후원을 했는지 정부에 밝힐 필요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많은 부자들이 돈을 쪼개서 기부를 하였었다.
호사카는 스테이크의 고기 한점을 썰어먹고 물었다.
“전당대회는 잘 준비되고 있습니까?”
일단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이 되어야 했다.
호사카는 자신이 없어도 이 부부가 일을 잘해나가서 미국 대통령까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런 저런 큰 베팅을 뻥뻥 날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숟가락을 몇번 더 얹는다면 빌리 클린턴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겠지.’
대통령이 될 남자에게 빚을 지우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좋았다. 미국 대통령은 어떤식으로든 호사카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인맥이었다.
“아주 잘 되지는 않습니다. 역시 민주당 내에서도 다양한 후보가 많아서…”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오던가요?”
빌리 클린턴은 쓰게 웃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길만한 사람을 뽑는 자리였다. 공화당에서 미리 물고 늘어질만한 것은 모두 꺼내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실 내가 대학 시절에는 마리화나를 좀 했거든요.”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이 마리화나였다. 흔히 대마초라고도 했다.
중독성은 담배나 술보다 낮지만 이상하게 불법으로 취급하는 나라가 많은 마약이었다.
미국에서는 릭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을 금지시키려고 했지만 그것은 실패했다.
미국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띈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다 대마초를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몰래하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오죽하면 청소년이 술을 사는 것보다 대마초를 구하는게 훨씬 쉬웠다.
하지만 이런 현실과는 다르게 미국인들은 겉으로 대마를 싫어하는 척 했다. 특히 정치권이 더욱 그랬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 대마를 하면서 대마를 욕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힐다 클린턴이 말했다.
“그리고 공화당에서는 늘 민주당이 마리화나를 많이 한다고 공격하고 그게 항상 먹혔죠.”
호사카는 클린턴 부부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니. 옛날부터 대학생들은 흔히 하던게 대마 아닙니까. 자기들도 다 했으면서…”
클린턴 부부는 호사카가 자신들을 두둔해주자 미소를 지었다. 호사카는 이런식으로 그들의 신뢰를 계속 해서 쌓아갔다.
그리고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이 이 위기를 어떻게 회피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잠깐. 빌리 주지사님. 주지사 님은 대학을 영국 유학으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나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네요. 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다녔죠.”
“그럼 그런 공격이 들어오면 미국의 마약 금지법은 어긴 적이 없다고 답하면 되겠군요.”
나중에 빌리 클린턴이 자주 쓰던 교묘한 화법이었다. 확실히 그는 영국에서 마리화나를 했으니 미국의 마약 금지법은 어기지 않은 셈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풀어서 공화당 의원들이 대학 시절에 대마를 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그게 가능합니까?”
호사카는 피식 웃었다.
“포르노 업계는 스트립 클럽도 같이 운영하고 있죠. 그리고 스트립 클럽의 VIP 실에서 얼마나 많은 비밀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안다면 빌리 주지사님도 깜짝 놀랄겁니다.”
호사카의 방안대로라면 공화당의 경쟁자도 대마를 가지고는 빌리 클린턴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대학생들이 마리화나를 하면서 섹스를 하는 포르노를 만들어보죠. 마치 청춘 무비처럼 발랄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말입니다.”
빌리 클린턴의 얼굴이 완전히 펴졌다. 호사카의 말은 그의 근심을 완전히 해결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