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9화 〉 409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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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다시 AVN 비밀 회의에 참석했다.
포르노 투자자 큰 손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해봤네.”
“그래요? 저를 빼놓고 이야기하다니. 좀 섭섭하네요.”
“미스터 호사카는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얻은거지. 투표권이 있는건 아니니까.”
“뭐, 쓸데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죠. 결론이 뭡니까.”
“호사카 씨가 원하는건 남우주연상과 최고작품상이지.”
“그렇죠.”
최고작품상은 포르노 감독과 제작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다. 이 상을 받은 자는 일년 동안 미국 포르노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남우주연상은 그냥 연기를 잘한다고 받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남자 포르노 배우는 결국 섹시해야 했다.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라고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AVN 비밀회의에서는 두 상 중 어느 것 하나도 호사카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투표를 했지.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주기로 했네.”
“반대한 사람도 있습니까?”
호사카는 답변을 들을거라 생각하지 않고 주변을 슥 살폈다. 부자들과 마피아 두목은 보통 반대를 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레리 레이건은 호사카의 눈을 피했다.
‘저 새끼가.’
역시 한 번 뒷통수 치는 새끼는 두 번도 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두 번 뒷통수를 맞고 세번째 기회도 주는 사람을 호사카는 호구라고 불렀다. 그는 그런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상은 둘 중에 하나만 주기로 했네.”
“이유는요?”
호사카는 최고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모두를 동시에 받을 생각이었다. 그가 이루어낸 업적과 노력을 생각하면 그게 당연했다.
‘반만 준다고? 뭐,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포르노 투자자는 설명했다.
“먼저 두 상 모두 거기에 해당하는 작품은 판매량이 다시 증가하지. 그걸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건 경제적으로 아깝다는게 우리의 결론이야.”
“이야. 빌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어쩌려고 그런 결정을 한겁니까.”
“공화당이 아직 강세인데. 민주당의 유력 후보가 대통령이 될 후보는 절반 이하 아닌가. 절반 이하의 가능성을 보고 상을 하나를 준다면 호사카 씨에게도 손해는 아닐텐데?”
호사카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빌리 클린턴은 민주당에서 가장 밀어주는 후보로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걸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상 중 하나를 타면 다른 상은 어떻게 됩니까.”
“찰스 신에게 밀어드리죠. 그리고 여우주연상도 드루 디아즈에게 주고. 이정도면 호사카 씨도 충분하죠?”
AVN 비밀회의도 대중의 시선은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결국 그들은 이런저런 계산을 다해가며 최대한 호사카에게 줄 것을 아낀 것이었다. 호사카는 이들이 회의한 결과를 들으며 한국의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다더니. 딱 그 모양이군.’
호사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AVN에서 봅시다.”
“그래요. 시상식때는 이런 소식을 처음 드는 것처럼 잘 연기해주세요. 하하. 뭐, 호사카 씨는 워낙 연기를 잘한다고 유명하니까.”
호사카는 웃으면서 회의장 밖을 나갔다. 그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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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 매니지먼트.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큰 사무실이 필요치 않았다. 회사 규모에 비하면 엄청 작은 사무실을 쓰는 회사였다.
그리고 여기에 호사카의 사람들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모였다.
먼저 제인 먼데일. 호사카의 미국 일을 총괄하는 여장부였다.
이시이 준. 일본에서부터 호사카의 일을 도운 팀장이었다. 지금은 문스톤 기획의 미국 진출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마이클 브라운. 호사카가 발굴한 감독이었다. 그는 이제 짬밥이 많이 쌓여서 후배 감독들을 기르기도 했다.
찰스 신. 호사카가 영입한 포르노 배우 겸 제작자였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이 있었다.
호사카의 다른 여자들은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여배우들은 말하자면 호사카의 칼이었다. 호사카의 의지대로 휘둘러질 뿐이었고 이런 회의에 참석할 필요는 없었다.
호사카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믿었다. 가장 마지막에 영입한 찰스 신도 호사카를 스승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AVN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비밀 회의를 생각하니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호사카의 표정을 보고 긴장했다. 호사카는 왠만한 일에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돈이 여유를 만든다고 주머니가 터져나갈 정도로 돈이 많은 호사카는 여유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호사카가 화를 낸다는 것은 왠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제인 먼데일이 조심하면서 물었다.
“호사카 사장님. 무슨 일이라도?”
호사카는 AVN 비밀회의에서 들은 이야기를 천천히 해주었다.
여기에 모인 4명의 부하들은 호사카보다 더욱 크게 화를 냈다.
“뭐야! 이 새끼들은! 호사카 사장님이 포르노 업계에 한 일이 얼마인데!!”
“아니, 주려면 주고 말려면 마는거지!”
“이 개새끼들은 다 찢어죽여야.”
“호사카 씨. 저는 남우주연상 그냥 안받겠습니다! 그딴 새끼들이 주는 상은 받을 필요가 없어요!”
호사카는 이들이 화를 내주자 자신의 분노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건 분노가 사라진게 아니었다. 다른 모양으로 변한 것 뿐이었다. 불꽃 같았던 분노는 차가운 칼처럼 변하고 있었다.
“진정해. 지난 한 해 동안은 AVN에서도 인정을 받고 좋게좋게 지내려고 했지.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처음에는 외국인에게 주는 상. 다음에는 가장 포르노를 많이 팔아치운 사람에게 주는 상.
지금 AVN 비밀회의에서는 호사카에게 합리적으로 상을 제안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뭘 주고도 욕을 먹는 경우란 이런 것이었다.
“먼저 찰스는 상은 받되 수상 소감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대중들이 왜 내가 모든 상을 받지 않았는지 궁금해 할 정도로. 이 정도는 내가 부탁해도 괜찮지?”
“네. 알겠습니다. 호사카 씨의 부탁이라면 이것보다 더 한 부탁도 들어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호사카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폭탄을 떨어트렸다.
“미스 허슬러는 없애야겠다. 레리 레이건이 이룬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야겠어.”
레리 레이건은 모르겠지만 호사카는 그의 미래를 바꿔준 사람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레리 레이건은 총탄 테러를 받고 반신불수가 되어 섹스도 못하고 바닥을 기어다녀야 할 운명이었다. 호사카는 그걸 막아주었다.
그리고 미스 허슬러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었다. 레리 레이건이 호사카를 일하는 원숭이로 만들려고 한 것도 한번 용서하고 다른 회사와 같은 대우를 해주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참은 것만해도 오래 참은 것이었다.
호사카는 그를 그냥 죽일 생각도 없었다. 성공한 사람이 가장 괴로워 하는 것은 자신의 사업이 망가지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 말했다.
“빅토리아 웰스가 거기에 파견 나가 있지? 위약금은 얼마나 나가든 상관 없으니까 다시 돌려받아. 앞으로 미스 허슬러에는 여배우 파견이나 컨설팅이 없을거야.”
호사카는 레리 레이건을 생각했다.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번에도 호사카가 봐줄거라 생각했나. AVN 비밀회의에서 제안을 한게 합리적이며 호사카가 호의적으로 받을거라 생각했나.
그의 정확한 생각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레리 레이건이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며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인 먼데일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미스 허슬러는 서서히 망해가겠죠. 그리고 레리 레이건의 성격상 끝까지 회사를 쥐고는 있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오면 회사의 남은 자산을 모두 팔아버리고 남은 재산으로 여생을 편안하게 살 가능성도 있구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호사카는 모두를 보며 말했다.
“첫번째 목표는 미스 허슬러야. 하지만 미스 허슬러 이후에 나는 이 포르노 시장을 완전히 뒤바꿀 생각이니까.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회의를 열지.”
호사카는 지금 포르노 업계에서 살인 명부를 작성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자리였는데도 이 곳에 모인 4명은 이상하게 자부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마치 포르노 업계의 제왕이 될 호사카의 수족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 자리는 호사카의 비밀회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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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을 시켜서 자신이 만났던 셀럽들 중에 한 사람과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바로 마스터 드레였다.
마스터 드레는 갱스터 출신의 힙합 셀럽이었고 그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여전히 갱스터들과 어울려 다녔다.
이들에게 총과 마약과 여자는 이미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스터 호사카.”
마스터 드레는 호사카를 보면서 하얀 치야를 드러내며 악수를 했다. 양 손이 잡히자 호사카의 몸을 끌어당겨서 서로의 가슴을 부딪치기까지 했다. 그만큼 마스터 드레는 호사카를 리스펙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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