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화 〉 434화 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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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대중을 꼴리게 만들어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이 멍청하다는 말은 부정하지 못했다. 대중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럴듯하고 더 재미있는 거짓말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이건 이미지 게임이었다. 프레임을 누가 먼저 짜느냐에 대한 내용이었다.
로이스 콕스도 기자라서 그것을 잘알고 있었다. 포르노 배우이면서 매스컴의 생리까지 잘알고 있는 호사카에 대해 감탄할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당연하지. 대신 나 대신에 여기 제인 먼데일과 인터뷰를 하도록 해. 내가 AVN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정보원에 대한 비밀은 지켜주고. AVN 비밀회의에서도 나설지 모르니까.”
“그것도 진짜인가요?”
“왜? 내가 이렇게 나올지도 모르고 나에 대한 루머를 마구잡이로 퍼트린 사람이. 쫄리나?”
“한번 일어난 일은 두번 일어날수도 있다면서요.”
“내가 보호해주도록 하지.”
로이스 콕스는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당연하지. 나는 내 사람은 잘챙기는 편이라고.”
야쿠자의 세계에서도 자신이 관리하는 업장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했다.
그렇게 호사카는 기자를 만나는 일을 간단하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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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콕스는 호사카의 말대로 움직였다. 일본인이 포르노 업계를 침공한다는 프레임이 아니라 포르노 업계에서 핍박받는 일본인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는 프레임.
사람 말이란 것은 참 오묘했다.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호사카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백인 상류층의 지지는 받지 못할텐데?’
그리고 로이스 콕스는 호사카의 전체적인 계획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냥 단순히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기레기에서 진실을 쫓는 기자가 된 느낌이었다.
호사카의 말대로 한번 일어난 일은 두번도 일어나는 법이었다.
로이스 콕스는 제인 먼데일과 전화를 하며 포르노 업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을 버무려서 호사카가 원하는 형식으로 가공하여 잡지에 올렸다.
그럼 여러 기자들이 그 소스를 자신도 써먹기 위해서 로이스 콕스에게 연락을 해왔다. 로이스 콕스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자투리 정보를 팔았다.
호사카의 말대로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호사카에게 유리한 정보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루머인지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호사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로이스 콕스에게 갑자기 연락을 했다.
바로 그가 고용해준 보디가드를 통해서였다. 크립스 갱단을 스토커로 쓰겠다고 협박했다가 그들을 보디가드로 쓰는건 말이 안되었기 때문에 호사카는 적당한 보디가드를 고용했다.
미국에는 돈이 되는 곳에 새로운 산업이 생겼고 그중에는 탐정업도 있었다. 핑커톤 전미탄정사무소라는 유명한 회사가 1850년부터 영업을 했다. 이들은 탐정, 경호, 수사, 현상금 사냥꾼일까지 했다.
그리고 로이스 콕스는 누군가가 자신을 대놓고 보호하기를 원치 않아서 몰래 숨어서 보호할 수 있는 탐정이 경호원으로 딱이었다.
“미스터 호사카의 메시지입니다.”
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로이스 콕스에게 메모를 주고 사라졌다. 그 남자는 사무원처럼 보였지만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몸 어딘가에는 권총을 숨기고 있는게 분명해보였다.
어쨌든 그 메모에는 연락하라는 말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로이스 콕스도 자신이 주목 받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연락방식은 오히려 환영이었다.
그녀가 전화를 걸자 호사카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AVN 비밀회의를 공격할때, 거기에 소속한 부자들을 공격해주면 좋겠군.”
그리고 호사카는 그 부자들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로이스 콕스는 나름 능력이 있는 기자 답게 호사카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결국 호사카는 AVN과 적대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회만 나면 거기를 칠 생각이었다.
현재 미스 허슬러는 망한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대가리가 병든 곳은 대가리를 갈아끼우기 전까지는 고칠 수 없었다.
플레이걸은 천천히 호사카의 진영으로 들어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스위트룸의 프레드릭 파인더도 판세가 기울면 얼마든지 AVN을 버릴 사람이었다.
마피아들은 호사카에게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남은 것은 포르노 업계에 초창기부터 투자를 해온 부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완전히 호사카의 부하 같은데…’
그녀는 그저 기자이고 싶었다.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사를 써서 돈을 벌고 편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먼길을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이제 호사카의 본성을 알고 거절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호사카는 그녀의 심경을 안다는 듯이 시간을 주었다.
“결정되면 다시 연락을 줘.”
전화는 끊어졌다. 호사카는 그녀에게 구구절절 설득이나 협박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로이스 콕스에게 알려줄 것은 모두 알려준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고 있었다.
로이스 콕스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주변을 잠깐 살폈다. 적당한 규모의 잡지사.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나름 자리를 잡았다.
이제 작은 아파트 월세를 낼 정도는 되었다. 후배도 몇명 생겼다. 어떤 기자들은 자신에게 뒷돈을 챙겨주면서 정보를 얻어내려 했다.
자신의 책상에는 온갖 파파라치들이 팔아넘긴 사진이 굴러다녔다. 회사의 경비로 산 사진들이었다. 이 중에서 옥석을 골라서 돈 될만한 기사를 만드는게 또 로이스 콕스의 일이었다.
돈은 적당히 벌리지만 보람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거기서 그녀는 푼돈을 만지며 썩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평범한 백인 여자였다. 학창 시절에 교내 신문부에 있었던 것 때문에 대학도 그런식으로 갔고 직업도 그런식으로 가졌다.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지 못해서 기자라는 꿈을 꾼 적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셀럽의 가십을 받아먹고 사는 똥파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재미있을지도?’
그녀는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다.
그냥 셀럽들이 술 먹고 마약에 취해서 폭주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수천만달러가 오고가는 한 업계에 대한 일이었다. 호사카가 얼마나 진실을 알려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보디가드까지 붙여준 것을 보면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수천만달러의 돈. 셀럽과 섹스. 부자와 마피아까지.
어떤 기자는 평생을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회가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이미 호사카의 회사에 있던 쥐새끼를 통해서 어렴풋이 포르노 업계가 돌아가고 있는 형국을 알았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을 인터뷰하면서 더 많은 진실을 알았다.
백인들이 자본을 틀어쥐고 포르노 팬들에게서 돈을 벌고 있는 구조. 미국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호사카는 홀로 싸우고 있었다.
단순히 돈과 명예를 위해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호사카는 어떤때는 깡패같고 어떤때는 타고난 셀럽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그 이상의 남자 같았다. 뛰어난 남자를 알아보는 여자의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백인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잘나가는 백인 집안은 아니었다. 그래서 부자들보다는 호사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있었다.
동양인이지만 백인 여자에게도 매력적인 남자. 동양인이지만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남자. 호사카는 언더독 중의 언더독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언더독의 반란을 그 어떤 곳보다 좋아했다.
로이스 콕스는 호사카의 말을 듣기로 했다. 지금 그녀의 선택이 그녀를 더 부유하게 만들지 더 위험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곧 기회이고 그녀의 마음이 가고 있었다.
로이스 콕스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서 호사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듣고 있어.”
로이스 콕스는 지금 인생을 걸고 자신의 결단을 말하려고 하는데 호사카는 여유가 만만했다. 로이스 콕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호사카의 말을 따르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이게 나쁜 남자에게 이끌리는 여자의 마음인가?’
그리고 그녀가 이런 생각의 빈틈이 생겼을때 호사카는 날카롭게 그곳을 파고들었다.
“날 따를 결정은 내렸나요?”
처음 만났을때는 단호했고 그 다음에는 깡패같았고 지금은 부드러웠다. 로이스 콕스는 도대체 이 남자는 몇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전에 물어볼 것도 있었다.
“먼저 호사카 씨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그녀의 속마음은 여자로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도 모르게 호사카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위험하지만 어떨때는 다정한 능력있는 남자. 여자라면 이끌릴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겉으로는 그녀가 진정으로 호사카의 말대로 말대로 움직인다면 그의 계획 속에서 그녀가 어느 정도의 위치가 되는지 알아야 했다.
사회에는 더러운 놈들이 많았다. 단물만 쏙 빼먹고 직원을 버리는 사장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위험한 일에 말려들려면 보험이 필요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앞으로 미디어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겠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