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5화 〉 465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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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호사카가 만들었다. 이 판을 만들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까지 모두 호사카의 의도였다. 다만 그는 뒤로 빠져있어서 그 누구도 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이는 나중에 얼마든지 제기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확신할 수는 없어도 의심할 수는 있었다. 이는 포르노를 반대하는 보수층의 결집 수단이 될 수 있었다.
호사카는 그 꼬라지는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로이스 콕스를 시켜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야 말로 혼자서 공격하고 혼자서 수비를 하는 원맨쇼였다. 그리고 대중은 그냥 호사카가 의도하는대로 생각을 하게 될 것이었다.
호사카는 씨익 웃고 말했다.
“아니요. 저는 그런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여자가 목적을 가지고 그를 유혹했다고 하더라도 목사라면 불륜은 하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하느님도 남의 여자는 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종교를 안믿는 나도 아는 이야기인데 말이죠.”
호사카는 능숙하게 쐐기를 박았다.
현재 미국에서 포르노를 반대하는 자는 보수층이었다. 이들은 기독교적 교리를 따랐다.
그리고 어쨌든 기독교의 교리를 지켜야할 목사는 이런 짓을 하면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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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자 회견이 끝이 났다. 기자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 특종을 상세히 보도하기 위해서 시간 싸움을 벌였다.
호사카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와서 휴식을 가졌다. 제인 먼데일이 휴대폰을 들고와서 호사카에게 건네었다.
“빌리 클린턴 주지사입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빌리 클린턴은 생방송 특종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호사카에게 전화를 건 것이지만 막상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다른 미국인처럼 충격에 뇌가 정지되어 있었다.
호사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민주당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빌리 클린턴의 머리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적은 공화당이었다. 이들의 주축은 보수층과 기독교 신도였다. 하지만 호사카는 여기에 큰 한방을 날렸다.
공화당의 핵심층은 흔들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중도층은 포르노의 해악보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보수층에 더 환멸을 느낄 것이다.
“젠장. 도움이 되고 말고.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건 모두 호사카 씨의 도움 덕분이겠군.”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리고 빌리 클린턴은 걱정을 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괜찮겠나? 미국의 목사는 한둘이 아니야.”
호사카는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빌리 클린턴은 의아해 했다. 호사카는 답을 전해주었다.
“목사가 한둘이 아니죠. 제가 설마 이런 비디오를 하나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겁니까? 비디오를 하나만 만들고 풀면 다음부터는 목사들이 조심해서 이런 비디오를 더 만들기 힘들게 뻔하지 않습니까.”
빌리 클린턴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호사카가 자신의 적이 아니란 것에 안도했다. 호사카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에 안심했다. 이런 남자가 정치에 도전을 한다면 어마어마한 적수가 되었을게 분명했다.
“저는 지금 즐겁게 고민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비디오를 싹 풀어서 미국의 종교를 모조리 망가뜨려버릴까. 아니면 이걸로 목사들을 협박해서 앞으로 포르노에 대해서 닥치게 만들까. 뭐. 그런 생각이요.”
빌리 클린턴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후자가 더 좋겠군. 인간은 이상하게 종교를 계속 믿는 존재란 말이지. 믿고 싶은 존재가 계속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지. 지금 싸그리 박멸시켜도 어디선가 새끼를 쳐서 나온단 말이야. 그럴바에야 지금 있는 놈들을 이용하는게 좋지.”
“마치 경찰이 마피아를 일거에 소탕하지 않는 이유와 같네요.”
“하하. 정확한 비유군.”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그냥 자신이 포르노를 만드는데 쓸데 없는 개소리만 안하면 되었다.
그는 제인 먼데일을 시켜서 섹스 비디오를 가지고 있는 목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기로 했다. 포르노에 대해서 별말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굳이 종교계와 드잡이질 할 생각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종교계에서는 포르노 반대를 하는 시위가 싹 사라졌다.
스스로를 돌아보자!
오히려 불륜을 저지른 목사를 성토하면서 종교계 내부를 단속하자는 움직임이 커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호사카가 섹스 비디오를 가지고 있는 동안 계속 이어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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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가 자신과 포르노 업계에 닥쳐오는 위협을 가볍게 해결하고 있을때, 네오스 카락스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시나리오가 완성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호텔 방을 들어가자 네오스 카락스는 그동안 잠도 잘 자지 않았는지 하품을 하면서 엉망인 얼굴로 반겨주었다.
“엉망이구만.”
“죄송합니다.”
하지만 프레드릭 파인더는 피곤에 찌들어 있는 네오스 카락스의 눈빛이 더욱 빛나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예전에 프레드릭 파인더가 봤던 네오스 카락스는 포르노 업계에서 적당히 예술적인 자극을 받고 영화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두루뭉술한 느낌이 사라지고 날카롭게 재련되어 있는 칼날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위를 베지 못하면 자신이 부러질 각오를 하고 있는 칼날이었다.
“뭔가 엄청난 것을 준비한 모양이군.”
프레드릭 파인더는 네오스 카락스가 첫 작품을 내놓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생각해보았다. 대략 3주가 지났다. 새로운 명작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호사카라는 괴물은 일주일 한편씩 명작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그가 규격 외의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3주에 한편씩 명작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다른 감독은 기존 시리즈에 약간의 변경을 해서 양산형을 만드는 정도의 시간이었다.
“호사카의 작품에 자극을 받았나요?”
“그렇죠.”
“물론 그 작품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네오스 감독의 작품도 좋았어요.”
프레드릭 파인더는 솔직히 호사카의 작품이 몇 수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네오스 카락스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았다.
“제가 졌죠.”
“괜찮나요?”
“그런걸로 무너질거면 포르노 업계로 오지를 말았어야죠.”
네오스 카락스는 쓰게 웃었고 프레드릭 파인더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호텔 방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네오스 카락스는 자신이 요청해서 방에 가득 놔둔 커피 중 하나를 프레드릭 파인더에게 내밀었다. 그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은 물건 중 하나였다.
“제가 입을 댄건 아니니까. 드셔도 됩니다.”
“이렇게 커피만 먹다가는 소변도 검은 색으로 나오겠네요.”
그만큼 테이블 위에는 빈 커피잔이 많이 있었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그걸 보고 있으면 커피를 마실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커피를 손에 들고만 있었다.
“하지만 호사카 감독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커피의 힘이라도 빌려야죠. 마음 같아서는 대마라도 하고 싶은데. 대마를 한다고 더 좋은 시나리오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건 다행인 이야기군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마를 종종 이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대마를 하면 오감이 예민해지고 자신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마련이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것을 다 했다. 어떤 자는 담배에 빠지고 어떤 자는 술에 빠졌다. 마약을 하는 자도 있었고 결국 그 욕망에 좌절하여 자살을 하는 자도 부기지수였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네오스 카락스가 그 정도로는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네오스 카락스는 AVN에서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인재였다.
그래서 프레드릭 파인더는 네오스 카락스에게 아쉬운 소리도 하지 않았다. AVN 회의에서는 네오스 카락스에게 호사카의 반만 따라가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런 소리를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 어떤 사람이 호사카처럼 할 수 있겠냔 말이야.’
그의 라이벌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네오스 카락스는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프레드릭 파인더가 볼때 그 누구도 제 2의 호사카가 될 수 없었다. 하나의 영역 뿐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랬다.
아이디어를 내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연기를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포르노 비디오를 팔아치운다.
프레드릭 파인더는 요즘에 섹스 신이 존재하고 그가 호사카라는 존재를 세상에 내려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네오스 카락스가 아무리 천재적인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네오스 카락스는 프레드릭 파인더의 생각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건 아닙니다. 감독이라는 분야 하나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싸워보고 싶거든요.”
“그런거라면 가능성은 있죠.”
프레드릭 파인더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호사카는 분명 괴물 같은 천재였다. 인간을 뛰어넘은 자였다.
하지만 작은 분야 하나만으로 좁히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기만으로 따지자면 호사카보다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는 헐리우드에 몇명 있었다. 감독으로 따져도 그만한 명감독이 몇 있었다.
네오스 카락스를 잘 키우면 그런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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