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허가합니다. 불법이라는 건 안비밀....]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01 화
프롤로그 탈태(奪胎)
두근,두근.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천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 어 들었다.
착용하고 있던 갑옷은 이미 반쯤
파괴된 지 오래였고 온몸 여기저 기에 붉은색의 파편이 휘날리며 출혈로 인해 체력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인생을 갈아 넣은 게임이었다. 6 년 전 오픈 베타와 동시에 ‘넥스 트’를 시작한 천영은 이 게임이야 말로 ‘인생 게임’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만약 이 게임에 대해 열 명에게 질문하면 다섯 명은 플레이하고 있 다는 대답이 들려올 정도로 세계적 으로 수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었다.
현실과 별 다를 바 없는 완벽한
현실성을 구현한 이 RPG는 특별 한 시스템이 하나 존재했다.
탈태(奪胎) 시스템. 시작할 때는 누구나 인간 종족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지만 게임 내에서 숨겨 진 퀘스트나 조건 혹은 업적 등을 달성하면 다른 종족으로의 탈태가 가능했다. 장점과 단점이 명백히 존재해서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 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희귀한 종 족으로 탈태를 하게 되면 그런 단 점조차 가려질 정도로 뛰어난 힘 을 얻게 된다.
천영의 종족은 아직까지는 인간 이었다. 아직까지는.
‘3년을 쏟아 부었어. 남들 다 만 렙찍고 넥스트 관광 명소 놀러 다 닐 때나는 시궁창에서 뒹굴었다 고.’
이 특별한 탈태를 알아낸 이후로 3년. 그동안 천영은 인생 아니,영 혼마저 갈아 넣을 기세로 그 탈태 를 하기 위한 선행 조건을 수행했 다.
[드래곤 종족 탈태 조건] 난이도 : SSS
1. 다른 종족으로의 탈태를 하지 않았을 것. (Clear)
2. 선조 드래곤의 무덤에 찾아가 영혼을 불러내어 인정받기. (Clear)
3. 천 년 용의 눈물에 붉은 슬라 임의 용액을 섞어서 마시기. (Clear)
4. 누왕투 마운틴 드레이크
100,000마리 처치. (Clear)
5. 블랙 페이스 드레이크 93,000 마리 처치. (Clear)
6. 일곱 별의 대현자를 모두 찾 아가 세례 받기. (Clear)
7. 드래곤 본 5kg 이상 소유. (Clear)
8. 드래곤 스케일 10kg 이상 소 유. (Clear)
9. 드래곤…….
10. …….
99. 300레벨 달성하기.
100. 드래곤 하트 섭취하기.
천영은 떨리는 눈으로 3년 간 해
왔던 모든 퀘스트를 샅샅이 훌어 보았다.
단 두 개를 제외하고서 모든 조 건이 완료 된 상태였다. 현재 천영 의 손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휘황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구슬이 하 나 쥐어져 있었다.
동양에서는 여의주, 서양에서는 용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물건. 그 누구라도 이것을 갖기 위해서는 천 만 금이라도 내다 바칠 것이다. 하지만 천영은 이것을 팔 생각이 없었다. 기껏 천공의 제단까지 찾 아와서 목숨을 몇 번이나 잃어가 며 단신으로 클리어한 이유가 무
엇이던가. 드래곤 하트를 혼자서 독차지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천영의 레벨은 299에 경험 치도 99퍼센트. 특별한 영약을 섭 취하게 되면,경험치가 대폭 상승 하게 된다. 남들 다 진작 만 레벨 인 300을 달성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닐 때 천영은 혼자서 퀘스트를 수행하느라 제대로 레벨 업을 하 지도 못했다.
기껏 올리면 오지에서 사망해 레 벨이 다운되기 일쑤에다가 조금이 라도 모인 돈은 드래곤으로의 탈 태를 위해 전부 꼴아 박아버리니 장비도 변변치 않아 레벨을 올리
기도 힘든 탓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고생과도 이제는 안녕이다. 천영은 무릎을 꿇고 경 건한 마음으로 양손에 드래곤 하 트를 올려놓았다. 어딘가로 절이라 도 하고 싶었지만 이 퀘스트를 하 는 데에 있어서 고생을 시키면 시 켰지 도움을 준 존재는 하나도 없 었기에 자기 자신을 양 팔로 교차 하여 꼭 껴안았다.
“흑흑.”
천영의 현실 생활은 반지하에서 간신히 끼니만을 때우며 사는 수 준이었지만,이제는 다리 쭉 뻗고 살 수 있을 터다. 넥스트,이 게임
하트는 마치 액체처럼 천영의 몸
속으로 사르르 녹아버렸다.
청명한 기운이 혈관을 타고 도는 것이 느껴졌다. 천영은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만끽했다. 잠시 뒤,시 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빠바바밤!
[축하드립니다! 넥스트 서버
89,481번째 300레벨 달성자가 되었 습니다!]
[드래곤 종족 탈태 조건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드래곤 종족으로의 탈태를 시작
하트는 마치 액체처럼 천영의 몸
속으로 사르르 녹아버렸다.
청명한 기운이 혈관을 타고 도는 것이 느껴졌다. 천영은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만끽했다. 잠시 뒤,시 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빠바바밤!
[축하드립니다! 넥스트 서버
89,481번째 300레벨 달성자가 되었 습니다!]
[드래곤 종족 탈태 조건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드래곤 종족으로의 탈태를 시작
합니다.]
[소지하고 있던 드래곤 본 5.14 kg을 모두 소모합니다.]
[소지하고 있던 드래곤…….]
[소지하…….]
[……너무도 강력한 존재로의 탈 태를 하게 되어 보유 경험치를 모 두 소모합니다.]
뭐? 마지막에 뜬 메시지를 읽고 의문을 갖기도 전에 곧바로 천영의 몸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우두둑,뚜둑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뼈가 갈라지고 피부가 무너 졌으며 머리카락이 모두 벗겨지고 장비가 스르륵 흘러내린다. 마치 액체처럼 신체가 녹아버리는 그 장면은 종족 탈태를 하는 사람들 이 거치는 필수 과정이라고는 하 지만 상당히 비위가 상하는 이미 지였다.
벗겨진 인간의 살가죽은 땅 속으 로 스며들어 사라지고 새로운 에 너지가 그곳을 대신한다. 신체의 중심,드래곤 하트로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인 틀을 잡는 뼈대가 완성 되고 시스템의 보정을 받아 장기
가 하나둘 씩 생겨나고 있었다.
피부에는 마치 잉어 같은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으며 엉덩이에는 도마뱀 같은 꼬리가 길게 늘어졌 다.
내장의 위치,골격까지 순식간에 자리를 잡아가며 전체적인 형태가 완성되었고 팔 다리가 솟아났다. 허나 더 이상 팔다리가 더 길게 늘어진 형태가 아닌,오히려 더욱 짧아져 몸통과 꼬리가 주력이 되 는 신체가 되었다.
그것은 꽤나 아름다운 신체였다. 돋아난 비늘은 절대 징그럽지 않 고 검은색의 신비로운 마찰광을
은은하게 빛내고 있었으며 솟아난 주둥이는 도마뱀을 연상케 했지만 절대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 대적인 황금 비율을 지키고 있었 다.
짧지만 손톱이 날카롭게 돋은 팔 과 다리는 무엇이라도 낚아철 수 있을 것만 같이 견고했고,날개는 마치 악마의 것과 비슷하게 생겼 지만 조금 더 신비로운 느낌이 있 었다.
다만 그 크기가 꽤나 작았다. 성 인 남자의 팔뚝보다도 더 작은 정 도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천영이 탈
태를 모두 완료한 뒤 마침내 눈을 번쩍 뜨는 순간 또 다른 메시지가 눈앞을 가려버렸다.
[세상에 다시없을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당신에게 ‘위대한 여행자 (Grand Traveler)’ 타이틀을 부여합 니다.]
[위대한 여행자의 타이틀을 가진 사용자 (User) 의 수가 100,000명 이 되었습니다.]
[지정 커맨드 발동 10만 명의 위대 한 여행자들을 모두 차원 ‘그리픈’ 으로 이주시킵니다.]
[위대한 여행자들이여 부디 또 다 른 세상에서도 발자취를 남길 수 있 기를.]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연달아 발생 하고 동시에 천영은 시야가 흐릿해 지는 것을 느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쏟아지는 이 감각은 더할 나위 없이 불쾌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