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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화 (2/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02화

1장 드래곤이 사냥을 하는 방법

처음으로 느껴진 감각은 청각이었 다. 휘이이잉 하고 쉴 새 없이 몰아 치는 바람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 다음은 후각. 조금 탁하고 건조하며 온갖 알갱이가 잔뜩 함유된 럽럽한 냄새가 코를 찔러댄다.

직후 느껴진 것은 작은 알갱이들과 몰아치는 바람이 피부에 부딪히는 것이었고 이윽고 눈이 번쩍 뜨이며 시각이 돌아왔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 진 살구색의 바위산이었다. 휘날리 는 바람 속에는 자잘한 모래 알갱이 들이 섞여 있었고 무너진 폐허처럼 보이는 이 장소에는 생명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천영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모 래의 냄새가 하나하나 맡아질 정도 로 후각이 좋아졌으며 바람이 어딘 가에 부딪히는 소리를 하나하나 구 분할 수 있었고 허공에 떠다니는 모

래 알갱이를 눈으로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아졌다.

‘여긴..?’

그는 이 낯선 상황에 적응하지 못 하고 눈을 껌백거렸다. 모래바람이 이렇게나 휘날릴 정도라면 보통 인 간의 경우 고글을 쓰지 않는다면 눈 을 제대로 뜨지도 못할 텐데 지금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질적인 감 각 속에서 기억을 되살렸다.

“맞다,나 드래곤……?”

즉시 손가락을 들어 상태창을 호출 하려다 자신의 손이 짐승의 것처럼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독수리의 손처럼 생기 기도 했고 악마의 발처럼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움직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사용 했던 것처럼.

등을 살펴보니 작은 악마의 날개 같은 것이 솟아있었다. 마치 수족처 럼 자연스레 움직이는 그것을 몇 번 꿈틀대다가 엉덩이 쪽에 힘을 주자 꼬리가 움직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주변에 거울이 없어서 자세히 모습 을 살필 수 없음에 천영은 아쉬웠지 만 스스로 대략적으로 어떤 모습으 로 변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상태창]

이름 : 서천영 Lv. 1

클래스 : -직업 : -세력 : -종족 : 드래곤 나이 : 1(27)

성별 : 無

칭호 : 위대한 여행자

HP : 300/300

10000/10000

MP

힘 : 50 체력 : 100 민첩 : 50 지 력 : 150

정신력 : 1000

잔여 스렛 : -

상세정보 ▼

어린 드래곤의 신체는 피부가 나무 처럼 단단하며 이빨과 발톱이 바위 처럼 튼튼합니다.

드래곤의 레벨은 나이와 동일합니 다.

성체가 되지 못한 어린 드래곤은 경험치를 얻는 것으로 나이(레벨)를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을 임의로 올리는 과정은 나이 를 강제로 먹는 행위와 똑같기 때문 에 보통보다 많은 경험치를 요구합 니다.

성체가 될 경우 더 이상 경험치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드래곤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 습니다.

성체가 될 경우 성별을 임의로 정 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스탯은 성장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분배됩니다.

드래곤은 클래스를 가질 수 없으나 해당 클래스의 스킬을 배울 수는 있

습니다.

지식을 추구하는 드래곤의 특성상 독서를 할 경우 많은 경험치를 습득 할 수 있습니다.

“뭐야 이게.”

천영은 드래곤이 되었다는 기쁨보 다도 이전에 레벨을 보고서 입을 쩍 벌렸다.

마지막 순간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 로의 탈태를 한다면서 경험치를 소 모한다는 메시지를 보긴 했었다. 하 지만 그렇다고 해도 만랩을 1레벨로 만드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 싶었

다.

“X발…… 내 레벨 어떡할 거야 이 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손이 부 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마 눈앞에 키보드가 있었다면 진작 키보드 샷 건을 갈겼을 것이다.

천영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건 물의 잔해더미가 사방에 수북이 깔 려 있었다. 슬쩍 날개를 펼치는 감 각을 취하자 좌락 펼쳐졌지만 비행 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는 수 없이 네 발로 기어서 폐 허를 헤치며 지나가면서 느낀 점은

이 건물의 잔해들이 지나치게 크다 는 생각이었다.

‘아니,내가 작아진 건가?’

넥스트를 하면서 최초로 드래곤이 목격된 전례가 단 한 번 있긴 했었 다.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신체에 다이 아몬드도 우습게 짓누르는 단단한 피부. 그 발톱은 꿰뚫지 못하는 것 이 없었으며 막강한 마법은 그것이 전지전능한 신과도 비견될 정도로 완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해줬다.

하지만 지금 천영의 신체를 보라.

상세 설명에도 그의 피부는 고작 나 무의 껍질만큼의 강도밖에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인간의 신체보다는 분명 단단하지 만,드래곤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 도 연약한 신체였다.

침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천 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여긴 어디지?”

애초에 깨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 이 이상하다. 넥스트를 하다가 잠에 빠지거나 기절을 하게 되면 자동으 로 현실 세계에서 깨어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가 다시

잠에서 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알 람이 뜨며 접속 가능한 상태로 바뀌 게 된다. 하지만 지금 천영은 게임 속에서 잠에 빠져들었다는 생각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려고 했는데 그토록 잘 켜지 던 미니맵도 더 이상 켜지지 않았고 인벤토리에 수북이 쌓여있던 마을 귀환 주문서도 사용되질 않았다. 하 는 수 없이 로그아웃을 하려고 설정 을 불러왔지만 버튼이 사라지고 없 었다.

“뭐야……?”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 경우는 난생

또 처음 본다. 입으로 로그아웃을 외쳐보기도 하고 손과 입이 모두 묶 여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지정 해둔 마음 속 커맨드를 입력해보기 도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1 대 1 고객 센터에 접속을 시도 했지만 역시나 에러가 뜨며 가로막 혔다.

“젠장. 아오 씨! 버그 겜! 망겜!”

뭐 이딴 경우가 다 있냐며 푸념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영은 고객 센터가 열리면 할 말 이 아주 많은 사내였다. 레벨 초기 화 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아주 많

았고,로그아웃이 되지 않는데다가 이상한 장소로 옮겨온 것까지 전부. 그러다가 잠들기 직전의 상황이 떠 올랐다. 정신을 잃었던 이유. 그것에 관해서.

‘설마……?,

드래곤의 특성상 기억력이 매우 뛰 어나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게 된 다.

비록 인간이었다가 드래곤이 되었 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상황을 빠르게 생각해낼 수 있기 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 출력 된 시스템 메시지를

뒤적거리던 천영은 이윽고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위대한 여행자의 타이틀을 가진 사용자 (User) 의 수가 100,000명이 되었습니다.]

[지정 커맨드 발동,10만 명의 위 대한 여행자들을 모두 차원 ‘그리 픈’으로 이주시킴니다.]

[위대한 여행자들이여,부디 또 다 른 세상에서도 발자취를 남길 수 있 기를.]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12시간

전에 울린 알람이었다. 천영은 장장 12시간이나 이 외지에서 잠들어 있 었다는 이야기.

‘그리픈 차원이 대체 뭐야?’

새로운 이벤트일까 하는 생각이 들 었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넥스트라 는 게임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세 계.

비록 현실과는 다르게 상처를 입으 면 파편이 휘날리고 고통을 거의 느 끼지 못하는 점과 오브젝트를 함부 로 부술 수 없는 점을 제외하고서는 세계 자체가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운영자가 개입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런 돌발 상황은 절대로 발생할 수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한 천영은 묘하게 이 장소가 위화감 없이 있는 그대로 존 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터무니없는 발상이지만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라고는 할 수 없을 정 도로 구조물들이 하나하나가 너무나 도 완벽하게 생겼다.

천영은 발톱을 날카롭게 세워 바위 를 긁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파괴 가 불가능한 물건입니다’라는 알림 이 떠야 정상이다.

그래픽을 현실처럼 완벽하게 구현

해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것들이 세부적으로 변형되는 것까지는 구현 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천영이 긁은 바위는 마치 현실의 것처럼 발톱 자국을 남기며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설마 그럴 리가.”

이윽고 천영은 닥치는 대로 주변의 물건을 물고 부수고 긁었다. 하지만 시스템 에러는 단 한 번도 뜨지 않 았으며 오히려 손톱이 아려왔고 바 위에 부딪힌 부분에는 격한 고통까 지 몰려왔다.

전부 넥스트에서는 구현되지 않았

던 세밀한 현실감. 바람이 몰아치고, 모래 알갱이가 휘날리며 이토록이나 섬세한 후각은 절대로 0과 1로 이 루어진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 들이다.

믿을 수 없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다. 천영은 잔뜩 상처 입은 앞발을 들어 올려서 바라본다.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 드래곤의 피.

넥스트에서는 피를 구현하지 않았 다.

“여기 설마 현실이야……?”

천영은 한참이나 멍하니 누워있었 다. 드래곤의 신체로는 정상적인 착 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누워 있는 자세가 꽤나 편했기에 오랫동 안 있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누워있는 곳은 폐허의 꼭대기로써,아래의 전망이 전부 내 려다보이는 장소였다.

이곳이 마냥 바위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지만 가까운 곳에 숲이 하나 있 었다. 천영은 뚜렷해진 시력으로 그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무를 뛰어다니는 다람쥐나 토끼,

어슬렁거리는 짐승이나 날아다니는 새까지.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모래바람은 몰아치지 않았 다. 일시적인 자연 현상인 모양이었 다. 새가 하늘을 날더니 천영의 근 처에 착지했다. 생긴 것으로 봐선 비둘기로 추정되었지만 천영과 신체 크기가 비슷할 정도였다.

‘나 되게 작아졌네.’

새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부리를 내 밀어 천영의 머리를 콕콕 찔렀다. 간지러운 감촉을 들었지만 천영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길 바 라고 있는 것이다.

‘설마 드래곤이 되는 대가가 레벨

초기화였다니.’

어째서 드래곤으로의 탈태 조건에 300레벨 달성이 붙어 있었는지 이 제야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는 감당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로의 탈태. 그것에 대한 대가의 극히 일 부로는 인간으로써 살면서 얻은 ‘경 험’이 모조리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막막했다. 이곳 이 어딘지도 모른다. 적어도 게임 속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렇 게 되면 지금 당장은 드래곤의 신체 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1밖에 되지 않는 이 신체 로는 지나가던 오크 떼만 만나도 끔 찍하게 살해당할 것이 뻔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태 300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을 쏟 아 부었는지를 생각하니 더욱 고통 스러 웠다.

수십 억 명이 플레이하는 넥스트에 서도 9만 명도 채 달성하지 못한 경지가 300레벨이다. 그런 300레벨 을 모조리 빼앗아갔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레 벨1의 스탯 치고는 전체적인 스탯이

상당히 높았다. 레벨1의 초보자가 전체 스뱃이 5로 도배되어 있는 것 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힘 50과 지 력 150 등등의 스텟은 상당히 높은 수치를 자랑했으니까. 아마 여타의 종족들보다도 훨씬 우월할 것이다.

심지어 시내를 보라. 저 정도의 사모를 가지려면 고레벨의 마법사가 비싼 장비를 도배해야만 하는데 드 래곤의 우월한 심장은 태어나면서부 터 압도적인 마나량을 타고 난다.

물론 그러면 뭐하나.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거의 없는 데.

‘우선 강해져야 해.’

유저였던 자신이 강해질 방법이라 면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레벨 을 올리는 것. 하지만 이 조그만 신 체로는 사냥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

천영은 어떠한 시스템을 상기해냈 다. 이종족으로의 탈태에 성공한 이 들이 다시 인간의 몸으로 일시적으 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시스 트 시스템을.

이윽고 그것을 찾자마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휴먼 폼(Human Form)을 사용하 기 위해선 최소한의 나이(레벨)가

필요합니다.]

[나이(레벨)50 이상부터 휴먼 폼이 가능합니다.]

“젠장!”

지금 천영의 신체는 드래곤으로 치 면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그런 신생 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려고 해 봐야 태아의 수준일 것이니 변신하 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결국 이 조 그만 도마뱀 같은 신체로 사냥을 해 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못할 줄 알고.”

천영은 그 누구보다도 독한 마음을

먹고 드래곤 탈태를 성공한 유일한 사람이다. 마치 하늘이 저주라도 내 리는 것처럼 거지같은 상황이 들이 닥쳤지만,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 다.

날개를 펼쳐 들었다. 그러자 가까 이서 부리로 쪼아대던 새가 화들짝 놀라 푸드득 날아가 버렸다. 천영은 그 모습을 쳐다보고선 동작을 똑같 이 따라했다. 날개를 움직이는 것은 어색하지만 마치 팔을 움직이는 것 처럼 점차 익숙해진다.

날갯짓을 한 번,두 번,다섯 번, 열 번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반복 하자 바람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천

영의 몸을 둘러싸더니 점차 공중으 로 신체가 떠올랐다.

‘새와는 약간 다른 모양이네.’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드래곤은 바람을 조종하여 날아오른다. 천영 은 그 감각을 순식간에 마스터하여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전진,허공에 멈춰서기,수 직 상승까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 들자 천영은 곧바로 창공을 쳐다보았다. 인간의 오랜 꿈이었던 비행을 실천하기 위해.

이윽고 작은 어린 드래곤 한 마리 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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