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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7화 (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07화

[창세기력 209년,리오폰드 3세는 전란에 휩싸인 제국을 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악마는 너무나도 강력 했다. 그들의 뛰어난 마법 기술은 인간 마법사들이 최소 30년은 연구 해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압도 적이었고 그들의 격투술은 인간 기 사들이 10합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마법을 연

구하던 마법사들과 서로간의 명예로 운 결투를 위해 기사들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이야기이므 로 중략.)

……7개의 기사단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한 채 전멸하였 다. 왕을 위해,백성을 위해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남아 죽음 을 택했던 기사단장들은 모두 제국 에게 명예로운 충성을 바친 자들이 었다. 리오폰드 3세는 끝내 눈물을 홀리고 말았으나…….

(왕이 자괴감에 빠져들어 대략 30 페이지 내외의 분량으로 탄식하는 내용이므로 중략.)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차원 그리 픈에는 아직까지도 숨어서 모습을 내비추지 않는 위대한 존재가 있었 다.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 장장 3천 년을 살았다고 전해지며 그 끝없이 깊은 지식과 뛰어난…… (하여튼 드 래곤을 칭찬하는 내용.) 그래서 리 오폰드 3세는 드래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왕은 숲 속에 숨어서 은 거하여 지내는 대마법사를 섭외했으 며 신내림을 받은 성녀를 동료로 삼 았고 제국의 퍼스트 나이트를 호위 로 데리고…….

(왕이 드래곤을 찾아가기 위해 우

여곡절 이러저러 구르는 내용만 대 략 300페이지.)

……드래곤은 너무나도 위대한 존 재였다. 리오폰드 3세는 감히 고개 를 뻣뻣이 들고 마주보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아해야, 근심이 많구나.”

“지식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존재이시여.”

안타깝고 딱한 자로다. 드래곤은 리오폰드 3세에게 무언가를 내보였 다. 하나는 찬란한 빛 가루를 뿌리 는 황금색의 검이었으며 또 다른 하 나는 온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새

하얀 색의 갑옷이었다. 전설적인 영 웅 리오폰드 3세 마그아티온의 이야 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여튼 지금까지 2,0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고작 프롤로그였다고 주장하며 왕이 드래곤에게 고맙다고 머리에 땅을 박는 내용.)

……악마는 속수무책으로 리오폰드 3세에게 쓸려나갔다. 더 이상 악마 의 흉포한 격투술은 리오폰드 3세의 신성한 검술에 상대가 되지 않았으 며 강철보다도 단단하다는 가죽 또 한 그의 검에 맥없이 잘려나갔고 마 법은 모두 갑옷에 의해 무력화 되었 다. 압도적인 무력. 리오폰드 3세는

그 힘 〇……〇 1 0-5T…… H.]

책을 읽던 천영은 뭔가가 부스럭거 리는 소리를 들었다. 책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그것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영의 주변에서 부 스럭거리던 그 소리는 그를 맴돌다 가,결국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저기……

“응?”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천영은 고개 를 돌렸다. 이윽고 어떤 여인의 얼 굴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천영은 순간 숨이 턱,막혔다. 남 자라면 아니,어떤 사람이라도 너무

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면 그런 반응을 보 일 것이다.

은을 뽑아다가 실로 만들어놓은 것 처럼 보일 정도로 찬란한 반사광이 흘러내리는 은색의 장발에 이 세상 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구슬을 박아 넣은 것만 같은 눈동자를 가진 여 인. 그 은색 눈동자는 비록 무표정 이었지만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 고,꼭 닫혀있는 핑크색 입술은 마 치 천영을 잡아먹을 둣 살짝 벌려있 었다.

천영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미친,사람이 이 시간에 온다고?’

그는 짧게 후회했다. 사람이 전혀 오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서 도서관 에 오던 터라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 데 설마 누군가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모르 겠지? 적당히 눈치 좀 보다가 빠져 나가야겠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런 생각을 할 때 여인의 입이 열렸다.

“너,드래곤?”

옴찔.

그녀의 말에 방심하고 있던 천영이 몸을 떨었다. 여인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입가에 잔잔한 미 소가 그려졌다.

“너,사람 말 알아듣는구나?”

“……응.,,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나는 널 해칠 생각이 없거든.”

그 말에 천영은 살짝 온순해졌으나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순 없 었다. 지금의 천영은 너무나도 나약 한 존재. 살아남기 위해서는 끝없이 잔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최악의 최 악까지. 그러나 천영이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여인은 손을 그에게 뻗었 다. 천영은 그 손의 의미를 파악하

기 위해 애썼지만,정작 여인은 그 저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 을 뿐이었다.

“너무 귀엽다.”

“윽!”

천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조심스 레 쓰다듬던 여인은 마침내 입을 열 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 나는 안시르 엘.”

“……서천영.”

안시르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 름이라고 생각했다. 천영은 입을 꾹 닫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는 비록

넥스트를 플레이하는 다른 유저들에 게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이름을 줄 줄 외우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 도 너무나도 유명한 유저의 경우에 는 어쩔 수 없이 귀에 이름이 들려 오기도 했다.

안시르엘도 그런 부류 중 하나일 것이다. 천영이 어렴풋이 이름을 알 고 있다는 점,신비로운 외모,익숙 한 고향의 향을 쁨어내는 몸짓과 말 투.

‘이 여자 틀림없이 넥스트를 플레 이하던 사람이야.’

그렇다면 천영도 어필을 해야만 했 다. 처음엔 겁을 지레 먹었지만 조

금 살펴보니 그리 나쁜 사람인 것처 럼 보이지는 않았다.

“으응,들어본 적 있는 방식의 이 름인데……

“한국식 이름이니까.”

“아! 맞아. 너 그럼 넥스터니?”

“넥스터?”

“응,지구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통 칭하는 단어야. 처음 들어보니?”

생각해보면 벌써 지구에서 이 세계 로 건너온 지 3주나 되었다. 지구인 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로 룰 같은 게 정해지고 있는 모양. 천영은 사 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아서 잘 몰랐

지만 그래도 전 대륙에 퍼져있는 지 구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익숙한 고 향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서로간 의 교류를 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근데…… 드래곤이 됐다는 넥스터 는 처음 들어보는걸?”

천영은 자신의 비밀을 여기서 밝혀 봐야 딱히 좋을 건 없다고 생각했지 만 이미 드래곤이라는 것을 들킨 시 점에서 그냥 털어버리자고 생각했 다.

“드래곤으로 탈태하는 순간에 이 대륙으로 넘어와졌어. 그 이후로 레 벨이 초기화가 되어버려서 레벨 50 을 찍고 휴먼 폼을 할 때까지 사람

도 못 만나고 몰래 숨어 지냈지.” “저런.”

안시르엘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이 슬픔으로 물드는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 애처 로운 분위기라 천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였다. 아무리 드래곤이 됐다지만 천영은 인간 남자의 시절 을 잊지 않았다.

“으응…… 그럼 혹시 나랑 같이 행 동할 생각 없어? 사람이랑 같이 다 니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지는 않 을 거야.”

“……그거 파티 제안?”

“응,나 말고도 한 명 더 있어. 믿 을만한 사람이니까 괜찮아.”

천영은 짧게 고민했다. 이 여자에 서 순수한 호의가 오는 이유가 뭘 까.

‘그냥 이 드래곤의 모습이 귀엽게 생겨서?’

여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만큼 작고 깜찍하게 생기긴 했다. 하지만 레벨 50을 찍고 휴먼 폼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 올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귀엽다는 말과는 거리가 있는 생김

새가 될 것이다.

이 여자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상당 히 괴리감이 있을 터. 하지만 천영 이 말없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안시르엘은 그가 다른 생각을 하는 줄 알고 먼저 선수를 쳤다.

“혹시 우리가 약할까봐 그러니? 걱 정 마. 지금 우리 레벨은 둘 다 302 거든.”

“……302? 만랩이 확장됐어?”

“응, 레벨이 초기화 돼서 몰랐나보 구나.”

천영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이 여 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안시르엘이라는 여자의 정보를 떠올 려냈다.

넥스트에서 ‘성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여자였다. 성직자 중에 서 최초로 만렙을 달성한 유저. 장 비도 구리고,돈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유저들을 위해 NPC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고 선행을 하는 것으 로 유명해서 상당히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던 여인이었다.

‘넥스트에서 성직자로서 강한 능력 치를 가지려면 특이하게도 진짜 선 한 마음을 가져야만 했다던가……

넥스트는 아주 특이한 게임이었다.

성직자는 정말로 선행을 해야 능력 치가 올랐으며 마법사는 공부를 해 야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전사들은 직접 몸을 자주 움직여야 스킬의 숙 련도가 올랐다. 그런 만큼 넥스트에 서 성직자로서 가장 유명했던 사람 중 한 명인 안시르엘은 정말로 선한 마음을 가졌다고 봐야했다.

‘그렇다고,사람을 마냥 믿을 수는 없지.’

천영은 슬쩍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 여자를 해칠 생각은 없지만 여차 하면 도망치면 된다. 아무리 성직자 로 유명한 여자라지만 뜬금없이 ‘나 이만큼이나 작은 드래곤을 봤어!’라

고 말해봐야 믿어줄 사람도 없다. 이대로 깔끔하게 모습을 감추기만 해도 서로 못 본 사이가 될 것이다.

천영이 고민하는 것을 눈치챈 안시 르엘이 열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 파티원 만나 고 생각해볼래?"

그에 천영은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 전까지 사람들을 멀리하며 지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인가. 아니면 성직 자로 유명한 안시르엘을 따라서 파 티원을 만나보는 쪽을 선택할 것이 다.

한참을 고민하던 천영은 결국 한숨 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이렇게나 예쁜 여자다보니 남자로서 마음이 조금 끌려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 다.

“……일단은 그럴까.”

솔직히 언제까지고 혼자서 지내는 것도 슬슬 힘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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