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11 화
천영은 이 던전에서의 사냥을 장기 전으로 끌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번에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잡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천천히 공을 들여서 한 마리씩 처리를 하다보면 누적되는 경험치의 양이 상당할 것 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영은 하루에 4시간씩 취 침을 해가며 미리 준비해온 식량을 조금씩 먹으며 사흘 내리 사냥을 개
시했다.
“슬슬 붕대도 다 떨어져가네.”
[유슬릿 요정의 약초가 발려져 있 는 붕대 x7]
약이 발려있는 붕대는 포션 대용으 로 상처를 치료할 때 사용할 수 있 었기에 초보자들에게는 상당히 인기 가 많은 아이템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게 되 면 대부분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 고 효과도 좋은 포션류를 선호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천영에게는 단
한 푼의 돈도 없었다.
그리픈으로 넘어오기 직전 마지막 던전을 돌파하기 위해 수많은 장비 와 도구, 마법석 등을 준비했고 소 모성 아이템을 대량으로 사용하다보 니 결국 포션도 전부 바닥나버린 것.
지구에서 그리픈으로 넘어올 때 몇 몇 게임적 요소가 깊게 배어있는 캐 쉬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이템이 함께 인벤토리에 담겨져 넘어왔다지만 천영에게 남아있는 것 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무리 야비하고 비열한 사냥 방법 으로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을 처치
한다고는 해도 이곳의 컨셉이 전장 인 이상 단독으로 행동하는 몬스터 만을 찾아서 해치우기란 정말 어렵 다.
백 명의 해골 병사가 떼거지로 쫓 아오며 화살을 날리는 통에 정신없 이 폐허의 틈으로 숨어야만 했던 적 도 있고 장군급의 토우 전사가 무식 하게 대검을 휘두르며 전차마냥 돌 진을 할 때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 았다.
그렇게 상처를 입으면 붕대를 감아 가며 천천히 회복하며 사냥을 전전 했고 5일차가 되는 날에는 레벨이 34가 되었다.
‘꽤 빠르게 오르는데?’
3주에 걸쳐 간신히 27을 찍었던 것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였다. 아 무래도 레벨 차이가 3배나 나는 몬 스터들을 사냥하고 있기 때문인지 보통의 인간 유저들과 동일한 속도 로 경험치를 올릴 수가 있었다.
적게는 60레벨 초반부터 많게는 90레벨 후반까지 다양한 레벨대의 몬스터가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천영은 전장의 상황을 보며 입맛대 로 경험치를 골라먹을 수가 있었다.
‘이대로 이틀만 더 사냥을 하자.’
안시르엘과 며칠 지내면서 이야기
를 들었기에 그녀들이 어느 정도나 자리를 비우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 다. 사전 조사라고는 하지만 아무래 도 크라켄을 사냥하기 위해 대규모 의 인원이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최 소한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천영은 대략 그녀들이 돌아오는 날 짜에 맞춰 복귀할 생각이었다. 오랫 동안 사냥하는 것은 힘드니 스스로 목표를 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천영 은 병사들을 골라먹는 재미에 푹 빠 진 나머지 이곳이 던전이라는 사실
을 살짝 잊고 말았다.
이런 역사 보존형 던전에서의 보스 몬스터가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지조 차.
쿵,쿠쿵!
한 걸음마다 바닥이 울릴 정도로 묵직한 무게를 가진 토우 전사가 폐 허 위에 발을 내디뎠다.
그 전사의 안광은 붉은빛이 흉흉하 게 빛나고 있었고 황토색의 머리 위 에는 깃털이 길게 솟아있는 투구가 장착되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적이 등장하자 천영은 즉시 몸을 숨
겼지만 그 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천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Lv. 148 토우대장군]
“미친,보스구나!”
그제야 생각났다. 이런 전장에서 몬스터를 일정 수 이상 사냥하게 되 면 보스급이 직접 등장해 장본인을 찾아온다. 여타의 던전과는 다르게 사람이 보스를 찾아가는 형식이 아 닌 보스가 침입자를 직접 찾아오는 형식.
천영은 다 무너져가는 건물 위쪽으
로 잽싸게 몸을 날리며 도주했지만 토우대장군은 자신의 걸음을 방해하 는 모든 것들을 박살내버리며 천영 을 향해 천천히 하지만 절대로 그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걸어왔다.
“엿 됐다.”
지금 저런 걸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무리 다. 절대로 무리였다.
기본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적당한 양의 마법도구가 준비되어 있다면 모를까 이런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어린 드래곤의 빈약한 신체 하 나만을 가지고 있을 때는 더욱 더 무리였다.
천영은 날개를 펼쳐 전속력으로 던 전의 출구를 향해 도주했다. 저런 보스가 등장하게 되면 이 던전 안에 있는 이상 죽을 때까지 쫓아온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던전 밖으로 도망치는 것.
이런 역사 보존형 던전의 경우 보 스가 등장하게 되면 안에 들어있던 인원이 출구로 모두 빠져나가는 순 간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나가면 다 시 돌아올 방법은 없었다.
그걸 알고 있지만 경험치가 아무리 아깝더라도 목숨보다 아깝겠는가? 천영은 미련 없이 후퇴를 택했다.
‘이 속력대로면 그럭저럭 잡히진 않겠어.’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인생은 원 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천영이 막 3층짜리 건물의 창문 사이를 파고들어 지나치려는데,갑 자기 전방에 세워져 있던 철기둥이 천영을 향해 무너져 내렸다.
“으악?!”
잽싸게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해낸 다음 본능이 이끄는 곳으로 날아오 르자 바로 자신의 몸 아래로 스쳐지 나가는 시미터를 느낄 수 있었다.
저 낡은 무기를 사용하는 몬스터는
이곳에 한 종류밖에 없었다. 해골 전사들. 그리고 그 해골 전사들 중 에서도 본 적이 없던 묵직한 공격을 구사하는 느낌으로 보건데 하나밖에 없었다.
[Lv. 145 에스넨 제국 제 3사단 돌격대장 갈리프레소의 망령]
천영은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던전의 출구 쪽에 보스급으로 보이 는 해골이 떡하니 서있던 것. 다 찢 어진 망토를 휘날리며 시미터를 바 닥에 내리꽂고 공허한 분위기를 지
닌 채 천영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절대로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는 의 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눈알도 없이 텅 비어있는 두개골의 두 구멍을 보며 천영은 어째서인지 시선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젠장..,
욕심이 부른 화였을까. 적당히 사 냥을 하다 나왔어야 되는 걸까. 그 도 아니면,애초에 이런 고레벨 던 전에 오는 것이 잘못됐던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천영은 지금 당 장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을 모색했다.
‘어떡하지? 반대쪽으로 날아서 우 회해볼까? 아냐,뒤에는 토우대장군 이 쫓아오고 있잖아. 그렇다고 싸울 수는 없는데. 다른 병사들은 없나? 젠장,한 마리도 안 보이잖아! 아이 템은…… 당장 쓸 만한 것도 없고.’
천영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갈리 프레소의 망령이 시미터를 어깨에 걸치고선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상체에 걸치고 있는 갑옷은 반쯤 찢 겨져서 갈비뼈가 휑하니 드러나 있 는 상황이었지만 절대로 약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정 수 이상 해골 전사랑 토우 전사를 사냥하면 보스가 등장하는
방식이었던 건가…….,
공교롭게도 천영은 해골 전사와 토 우 전사가 싸우고 있는 것들을 습격 했기 때문에 잡은 수가 동일했다.
그 말인 즉 보스 두 마리의 등장 조건이 동시에 갖춰졌다는 사실. 이 것이 얼마나 큰 불행으로 다가오는 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정면 승부는 힘드니까, 이대로 후퇴를 하는……
흠칫.
천영은 소름끼치는 감각이 뒤쪽에 서 날아오자 잽싸게 도약을 해서 다 른 건물의 옥상에 올라섰다.
직후 거대한 대검이 허공을 가르며 천영이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기둥 이 반으로 쪼개졌다.
정말 본능에 의존하지 않았더라면 눈으로 보고도 피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일격. 죽음이 코앞까 지 다가왔었다는 이 아찔한 상황에 천영은 심장을 쿵광대며 손을 살짝 떨었다. 아무리 베테랑 게이머인 천 영이라지만 실제의 목숨이 이렇게까 지 위협받은 적은 없었다.
‘아냐,침착해.’
“후우.”
천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점
점 사고가 냉정해지고 두근거림이 사라진다. 드래곤 페이스,천영이 가 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패시브 스킬. 당장에는 쓸데도 없고 사용법도 모 르는 쓸모없는 스킬이라고 생각하는 그 스킬이 천영의 머리를 냉정하게 식혀주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앞에서는 레벨 145의 해골 돌격대 장이 뒤에서는 레벨 148의 토우대 장군이.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 도 갈 수 없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 에 천영은 또다시 비열한 수를 떠올 리고 말았다.
“잠깐,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천영은 슬쩍 앞뒤에서 따라오고 있 는 해골과 토우를 본다. 그들의 시 선은 높은 곳에 올라서있는 천영에 게 향해있었다.
천영은 살짝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 다. 그러자 그가 서있던 건물의 기 둥이 하나 박살나며 조금씩 벽에 금 이 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토우대장군이 무식하게 휘두른 주 먹 하나가 만들어낸 상황. 아직까지 그들은 오로지 천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건물 두 개를 사이를 두고 코너에 서있어서 바라보지 못 는 상황.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은 천영은 갈리프레소의 앞까지 급격히 하강을 했다가 시미터가 휘둘러지는 것을 확인한 즉시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 러자 갈리프레소는 천영을 잡기 위 해 시미터를 앞으로 내세우고 돌진 하기 시작했다.
천영은 장애물들이 많은 거리를 이 리저리 휘저으며 갈리프레소의 속도 를 최대한 줄인 다음 코너를 먼저 돌았다. 그러자 토우대장군이 대검 을 힘껏 치켜들어 천영을 향해 내리 찍었다.
바로 지척에 쓰러져있던 해골 전사 의 시체 하나가 완전히 박살났다. 하지만 천영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 제비를 한 번 취하며 공중을 바라보 게끔 시선을 현혹시킨 다음 또다시 반대쪽으로 급강하를 했다.
땅으로 천영이 내려오는 것을 확인 한 토우대장군은 즉시 대검을 앞으 로 내세워 돌진 앞에 뭐가 있든 전 부 박살내버리는 전차 같은 파괴력 이 또다시 재현되었다.
쿠궁, 쿵,과과광!
벽,무너진 천장,책상,화장대,창 문 틀,기둥 등을 전부 박살내며 천 영을 향해 돌진한 토우대장군은 마 침내 무언가를 대검으로 찌를 수 있 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천영이 앉 아있던 창문이었다.
마치 더 이상 나는 것이 힘들단 듯이 창문에 앉아 날개를 접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기에 토우대장군은 있 는 힘을 다해 대검을 찔러 넣었지만 그곳에 천영은 존재하지 않았고 갈 비뼈에 대검이 적중당해 공허한 두 개골을 삐걱거리고 있는 갈리프레소 가 서있었다.
갈리프레소는 두개골을 세 번에 걸
쳐 삐걱대며 토우대장군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자신의 가슴은 안중에 도 없다는 듯 시미터를 휘둘러 토우 대장군의 손목을 겨냥했다. 하지만 토우대장군은 대검을 놓고선 엄청난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토우대장군 의 붉은 안광이 흉흉하게 빛났다.
-위험 요소,1순위,발견,제거, 실,시.
토우대장군의 입에서 기계음이 홀 러나왔다. 그와 반대로 갈리프레소 는 딱딱거리는 치아의 소리만을 몇 번 내더니 가슴에 꽂혀있던 대검을 뽑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갈비뼈가 대부분 뭉개진 덕분에 움
직임이 상당히 저조해진 모양새. 이 대로 가다간 갈리프레소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쓰러질 것 이 뻔했다. 갈리프레소에 비해 토우 대장군의 신체는 멀껑했으니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토우대장군이 발을 가볍게 굴리자 발바닥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마치 로켓처럼 신체가 분사되어 갈리프레 소를 향해 돌진했다.
벽을 등지고 있는 갈리프레소는 도 저히 피할 길이 없어 시미터를 앞으 로 가로막았지만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아무리 갈리프레소라도 그 돌진을 정면으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천영은 갈리프 레소를 돕기로 했다. 입에다가 순수 한 마나의 에너지를 힘껏 모아 브레 스를 발사한다.
그것이 가슴팍에 적중당한 토우대 장군은 갑옷이 살짝 녹아내리는 정 도의 피해밖에 입지 않았지만 돌진 궤도가 흐트러져버렸다.
쿵!
그대로 벽에다가 몸을 처박은 토우 대장군을 본 갈리프레소는 시미터를 들고 돌진해 한쪽 다리를 베어냈다. 하지만 잽싸게 몸을 벽에서 빼어낸 토우대장군이 옆 돌려차기로 시미터 를 막아냈다.
‘미친,골렘 주제에 왜 저렇게 날 렵해?’
자세히 보니 토우대장군의 행동 하 나하나에는 마법적인 서포트가 가미 되어 있었다.
주먹질을 할 땐 팔목에 고리 형태 의 마법진이 형성되어 마치 로켓포 를 날리는 것처럼 1초에 10번씩이 나 펀치를 난사하기도 했으며 갈리 프레소가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 하면 손바닥에 작은 마법진을 그려 붉은 레이저를 발사하기도 했고 갈 리프레소의 시미터가 위협적인 궤도 로 날아들면 푸른 마법진이 그 부위 에 형성되어 실드를 생성해 막아내
기도 했다.
‘마도 공학으로 만들어진 골렘인 가. 어마무시하군.,
골렘이기에 로봇이기에 마법적인 생명체이기에 ‘인간의 신체’가 아니 기에 가능한 마법 격투술을 선보이 는 토우대장군을 보며 천영은 감탄 을 금할 수가 없었다.
넥스트를 플레이 하면서도 저런식 으로 적을 압도하는 골렘을 본 적은 없었다.
비록 지금은 전쟁의 흔적 때문인지 상당히 낡고 출력도 떨어지고 여기 저기 금이 잔뜩 가 있는데다가 마법
진이 생성되다가도 사라지는 등의 불량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과거 에는 정말 대단한 존재였을 것이 틀 림 없었다.
저런 골렘의 레벨이 고작 148로 측정된 것도,오랜 세월 수리를 받 지 않고 끊임없이 전투를 해오다가 약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에 비해 갈리프레소의 전투력은 형편없이 그지없었다. 갈리프레소는 지치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의 일격을 허용한 이후로 제대 로 된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간간히 천영이 위급 상황에 서포트
를 해주지 않았다면 진작 죽음을 맞 이했을 정도로.
천영이 적재적소에 몸에 마나를 두 르고 돌진을 하거나 아주 가끔 드래 곤 하트에 과부하가 사라지면 브레 스를 날리는 등의 방해를 해준 덕분 에 토우대장군의 몸 여기저기에 금 이 가기 시작했으며 갑옷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대부분의 마법이 발동하 지 못하게 되었다.
손바닥을 펼쳐 얼음 덩어리를 발사 하려 하다가도 마법진이 갑자기 픽 사라지는가 하면 발목이 박살나며 자리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안광이 깜빡이며 작동이 일시정지하기도 했
슬슬 갈리프레소가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확인한 즉시 천영 은 태세를 전환했다. 이번에는 갈리 프레소를 향해 브레스를 발사했다.
꾸궁!
두개골에 브레스가 명중하자 갈리 프레소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천영 을 확인한다. 여태껏 자신을 돕던 저 얄미운 존재가 이번엔 자신을 공 격하는 것이다.
잽싸게 해치워버리고 싶었지만 토 우대장군이 또다시 주먹에 불꽃을
두른 다음 펀치를 날려대자 하는 수 없이 몸을 뒤로 뻘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싸음은 거의 막상막하라고 볼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우세한 것 같으면 천영이 기묘하게 끼어들 어 밸런스를 맞추고 누가 좀 지쳤다 싶으면 반대쪽을 괴롭혀 똑같이 지 치게 만든다.
이들은 자신들의 싸움보다 앞서 천 영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 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을 눈앞에 두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싸음의 결착이 지어 졌다. 갈리프레소의 시미터가 토우
대장군의 가슴을 꿰뚫은 것!
비록 HP바가 보이진 않았지만 지 금 토우대장군의 체력은 1%남짓밖 에 되지 않을 것이다.
천영은 그 순간 눈을 빛냈다. 보스 의 막타를 놈에게 넘겨줄 수는 없 다. 여태껏 계속해서 방해를 하면서 도,꾸준히 마나 호흡을 하며 몰래 휴식을 취했기에 브레스를 한두 번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은 남아있었 다.
갈리프레소가 시미터를 다시 뽑아 내고 마침내 토우대장군의 목을 치 려는 순간 하늘에서 푸른색의 레이 저가 쏘아져 그 머리통이 완전히 박
살났다.
툭,바닥으로 무너져 내려 모래로 산화해버리는 토우대장군의 시체를 무덤덤하게 쳐다본 갈리프레소는 천 영을 올려다보았다.
왼쪽 팔은 완전히 박살난 뒤였고 갈비뼈는 이제 거의 남지 않아 가슴 팍이 공허했으며 두개골도 절반이나 날아갔고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완전히 반병신이 되어버린 이 상황 에도 갈리프레소는 천영을 해치우기 위해 시미터를 들었다. 하지만 저런 몸 상태로는 아직까지도 체력이 멀 쩡한 천영을 해치울 수는 없었다.
그 둘의 싸움에 완벽한 밸런스를 맞 춘 이유가 무엇이던가.
서로의 체력이 5%미만으로 남을 때까지 비열하게 싸음을 방해한 이 유는 바로 보스 두 마리를 모두 빈 사상태로 몰아넣어 막타를 모조리 독차지하기 위한 것. 천영은 마지막 남아있는 마나의 한 줌까지 끌어모 아 머리에 코팅했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 높게 솟아오른 천영은 일정 고도에 진입하는 순간 머리를 땅 쪽으로 돌려 마치 유성처 럼 갈리프레소의 머리를 향해 수직 으로 떨어졌다.
꾸구궁!
명예로웠던 돌격대장의 두개골이 와그작 박살나버리는 그 순간 천영 의 귓가에 메시지가 여러 번 출력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