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14화
4장 원정대와 수상한 마법사
기형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나 무가 울창하게 자라있는 레덕슨 산 맥 중심부. 천 년 전,멸망해버린 문명을 감싸고 있는 이 산맥에는 죽 음과 공포에 도망쳐 나온 수많은 몬 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짐승 따위는 더 이상 숨 쉬는 것 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강한 몬스터 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곳의 분위 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소녀 가 잔뜩 헤집어진 복장 위에 낡아빠 진 망토를 걸친 채로 나무 위에 올 라타 있었다.
남자로도 보이고 여자로도 보이는 외견을 한 천영은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작은 상처에서 오는 따끔거림 과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애써 무시 한 채 나무 아래에서 아무것도 모르 고 걸어 다니는 오크를 주시했다.
[Lv. 109 오크 전사]
돼지라기엔 너무나도 우락부락한 근육에 야생적으로 태닝 되어있는 갈색의 피부,2m 50cm는 될 것 같 은 덩치에다가 보통 성인 남자의 5 배나 되는 거대한 머리를 가진 오크 는 천영의 작고 여린 신체로는 도저 히 사냥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강함 외견이었다. 하지만 막상 상대하고 보면 그냥 무식하게 힘만 센 것이 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오크를 그저 스킬 연습 상대로만 생 각하고 있었다.
천영의 레벨은 50, 오크 전사의 레 벨은 109이지만 상대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손등 위에 푸른색의 원이 그려졌다. 펀치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서포트 마법. 거기에 더해 무 릎을 굽히자 발바닥 아래에 새하얀 원이 그려졌다.
목표를 겨눈다. 과녁은 오크 전사 의 정수리. 그곳에 정확히 공격을 명중시킨다는 상상을 하며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사방을 훑어보며 아무것도 모른 채 걷고 있는 오크 전사. 마치 나들이
를 나온 것처럼 느릿하게 걷고 있는 오크를 가만히 주시하던 천영이 눈 을 빛냈다.
‘지금!,
마나를 응집시키고,오크가 완전히 방심하는 틈을 타 분사,로켓처럼 천영의 신체가 발사되었다.
푸싁 하고 작은 소음을 낸 직후 새하얀 벼락줄기가 된 천영은 그대 로 오크 전사의 뒤통수를 향해 발사 되었다. 거리는 대략 30m. 그러나 천영이 오크 전사에게 도달하기까지 의 예상 시간은 1초 남짓. 단 일격 에,오크 전사의 머리를 박살낸다!
쿠구,과광!!
“꾸윅?”
요란한 소음과 함께 바닥이 깊게 패이며 먼지를 일으켰다. 꼬맹이가 발사된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 그러나 오크 전사는 상처 하나 없는 상태로 자신의 바로 옆에 떨어져 내린 작은 물체를 쳐다보았다. 검은색의 머리 카락이 인상적인 작은 아이였다.
“쩍쩍쩍.”
오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꿀꿀거 렸다. 마침 배고팠는데 이게 웬 횡
재람. 하늘에서 밥이라고 내려주신 모양이라며 별미로 유명한 인간 고 기를 먹으려는데 부들부들 떨며 인 간이 상체를 일으켰다.
흙이 잔뜩 들어간 바람에 침을 뱃 햇 뱉으며 머리를 혼들어 모래를 털 어 냈다.
“으윽,머리야.”
휴먼 폼을 사용한 뒤로 거의 반나 절이나 마격투술을 연습했다. 인간 의 형태를 띠고 있어도 드래곤이 변 한 모습이기 때문인지 보통의 생명 체와는 다른 근육의 움직임을 보일 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마격투술의 무리한 근육 움직임도 따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숙련도의 문제일까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기 일쑤였고 지금처럼 명중률 또한 굉 장히 저조했다.
오크는 두꺼운 손을 뻗어 작은 인 간의 머리통을 쥐었다. 아니,그렇게 생각했는데 머리통의 바로 앞에서 손이 가로막혔다. 처음에는 이해하 지 못했으나 곧 천영이 머리를 드는 순간 자신의 팔이 인간의 손에 의해 저지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뀌이이익!”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그는 명예로 운 오크 전사. 고작 인간 꼬맹이에 게 힘으로 저지당했다는 사실이 화 가 나서 손바닥에 힘을 줬다. 이대 로 천영의 손을 뭉개버릴 생각이었 으나 안타깝게도 오크가 전력을 다 하면 힘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천영은 이미 손을 뒤로 뺀 후 였다.
순식간에 몸을 가볍게 낮춘 천영은 오크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무릎 의 뒤쪽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퀴 익!”
다리 힘이 순간적으로 빠지게 되자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오크 전사. 그 와중에도 도끼를 180도로 휘둘 러 천영의 머리를 깨려는 순발력은 좋았으나 천영의 몸놀림은 그것보다 훨씬 빨랐다.
오크의 뒤쪽에서 하늘 높게 뛰어오 른 천영은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발바닥에 작은 원을 생성하여 그것 을 밟고 아래로 도약했다. 손바닥에 는 푸른색의 마법진이 맺혀져 있었 다.
‘쇼크!’
파지지직!
가속도와 함께 오크의 머리에 전기
를 머금은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막 아내지 못한 그 거대한 신체의 근육 이 일시적으로 오그라들었다. 그 틈 을 놓치지 않고 오크의 상체에 매달 린 다음 하체를 뒤로 쭉 내랬다가 체중을 실어서 오크의 등짝을 양발 로 후려쳤다.
“꾸웨에액!”
예상보다도 강력한 일격에 오크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앞으로 굴렸다. 굴러가는 와중에 낙법을 사용해 중 심을 잡은 것까지는 칭찬해줄만 했 으나,어느 사이엔가 접근한 천영은 양 주먹에 불을 두르고 있었다.
“죽어라 이 삼겹살!”
퍼퍼퍽!
오크가 도끼를 사용할 수 없어 방 어를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전신에다 가 화염 찜질을 놓아주었다.
천영의 마사지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오크는 눈까지 까뒤 집으며 입으로는 거품을 흘렸다.
퍽,퍼엉!!
마지막 일격으로 손바닥에 바람을 응축시킨 다음 오크의 배에다가 대 고 발사하자 강력한 충격과 함께 바 위로 날아간다. 바위가 반쯤 박살나 며 그 파편이 휘날렸지만 천영은 머 리카락을 손으로 휙 쓸어내리며 고
개를 돌리는 것으로 간단히 피해냈 다.
“휴우,힘들어 죽겠네.”
아까 전의 그 기습이 성공했다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아도 될 터였 으나 강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역 시나 힘들었다.
지금 사용한 스킬들도 매우 기본적 인 것들이라 반나절만에 익히는 것 이 가능했지만 토우대장군처럼 기형 적으로 신체를 가속시키며 마법을 병행하며 싸우는 것은 역시나 힘들 었다.
오크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천영은 몸에 물은 흙을 털어냈다. 근육의 구조가 보통의 인간과 달라 서 이런 몸을 급 가속하는 스킬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약한 피부를 가진 것 은 어쩔 수 없었다.
주먹질 한 번을 하더라도 손등이 까지는 것은 기본이요,맨발로 흙과 나무를 밟고 다니다보니 발바닥이 죄다 까져있었다.
꽤나 처량한 신세였다. 제대로 된 옷조차도 없어서 초보자들도 받자마 자 버린다는 누더기 복장을 걸치고 있는데다가 추운 날씨에 버티기 위
해 폐허에서 주운 천 쪼가리를 망토 마냥 걸치고 있는 복장 하며. 포션 도 없어서 상처가 난 부위에는 밴드 를 덕지덕지 붙일 수밖에 없었고 식 량도 다 떨어져서 빵부스러기가 남 은 것들을 아껴서 먹어야만 했다.
폐허에서 나와 스킬을 시험해본 것 은 좋았으나 슬슬 레덕슨으로 돌아 갈 시기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근데 여기 어디야?”
천영은 기가 막힌 방향 감각을 가 지고 있다. 하지만 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듯이 아무런 생각 없이 돌아 다니다보니 방향을 잃는 것은 당연 했다. 어디를 보면 북쪽인지,동쪽인 지 정도는 구분이 갔으나 이미 한참 이나 폐허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온 이상 그런 것들에 의지해서 도시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그냥 날다보 면 나오지 않으려나?”
이곳이 지구가 아닌 그리픈이라지 만 둥글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 각이 들었다.
인간의 모습으로는 비행을 할 수 없다. 천영은 드래곤 폼으로 돌아가 기로 마음을 먹고 나무 위로 올라갔
다. 드래곤에서 인간이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지만 인간에서 드래곤 으로 돌아갈 때는 몇 초 정도의 선 딜레이가 존재했다.
그 동안에 피격당하면 생명이 위협 당할 정도로 강한 데미지를 받게 된 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며 나 무 위로 을라간 다음 드래곤의 모습 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강한 위화감 이 들었다.
“어라?”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단순히 바람 에 실려 움직인 것이 아니다. 마치 생명체가 자신의 팔을 다루는 것처 럼 자연스럽게.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착각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 은 지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 계. 게다가 천영은 이런 상황을 넥 스트에서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천영은 식은땀을 홀리며 나무 아래 를 내려다보았다.
없었다.
오크 전사의 시체가.
바위가 박살난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핏방울 하나 없이 오크의 시 체가 사라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깨 달았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빨리 드래곤으로 변신해야……!!’
하지만 천영은 변신을 하지도 못한 채 몸을 접싸게 비틀었다. 드래곤 폼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가슴에 가 져다 대려는 순간 천영의 이변을 눈 치 챈 나무가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 없는 나뭇가지를 쭉 내뻗은 것이다. 천영은 결국 드래곤으로 변신하는 것을 일단 포기하고 뒤쪽에 있던 나 무쪽으로 도약을 했다. 그러면서 문 득 든 생각.
‘이 나무들…… 식인 엔트인가?’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나무
이며 그중에서도 식인을 즐겨하는 엔트에게는 두 개의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그들이 무리를 지어서 사냥 을 한다는 것.
둘째는 나무이면서도 불 속성에 대 해 면역력이 꽤나 강하다는 것.
“……엿 됐다.”
심장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며 밟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잽싸게 뛰 어내리자마자 마치 밧줄처럼 휘어지 며 나뭇가지가 천영의 몸을 휘감기 위해 꿈틀대며 다가왔다.
“젠장!”
몸을 앞으로 날리며 구른 다음 발
바닥에 마나를 응집시켜 로켓처럼 몸을 발사했다. 무리를 지으며 서식 하는 엔트들을 보통의 방법으로 사 냥하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대적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난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천영에게 그 정도의 힘은 없으니 기회를 봐서 드래곤으로 변신해 도주할 생각이었 다. 하지만,생각보다도 엔트의 영역 이 넓었다는 사실이 천영이 전혀 생 각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사방에서 굵은 채찍 같은 물체가 뻗어져 나왔다. 바닥에서 솟구치기 도 하고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기 도 한다. 애써 방어 마법을 펼치거
나 화염 계열 마법을 날리며 저지를 해보지만 몸 여기저기에 공격이 스 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 만 다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다. 잡히지만 않으면 된다. 잡히는 순간 그 생명체는 평생을 엔트의 뿌 리에 잠식당해 죽을 때까지 에너지 를 흡수당한다.
천영은 양 손바닥을 가슴에 모아서 엑스자로 교차했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고 몸 전체에다가 적의 공격 을 튕겨내는 속성을 가진 보호막을 둘렀다.
고작 1단계 용언을 사용할 수 있 게 된 드래곤치고는 상당히 정교한
컨트롤. 3년 동안 단신으로 구르며 300레벨을 달성한 솔플러 마법사의 컨트롤은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했 다.
퉁,튕!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며 나무 줄기가 몸에 닿지 못하고 튕겨져 나 갔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본인이 가진 마법 단계에 비해 고 난도의 기술을 사용하다보니 마나가 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천영은 여기서 마법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손바닥을 마주하게 한 다 음 발바닥 쪽으로 마나를 홀려보냈
다. 여태까지 사용했던 마법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의 마법을 계획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찌익!
“으옥!”
마법에 집중하고 있던 탓일까 마나 가 살짝 흐트러져 보호막이 약해진 틈으로 나무줄기가 파고들었다.
허리에 긴 상처가 일어났다. 바닥 으로 튀긴 그 핏방울들은 순식간에 땅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바닥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던 엔트들이 모조 리 흡수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
그 공포스러운 광경을 두 눈으로 봐버린 천영은 하는 수 없이 스킬을 발동시켰다. 위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으나 일단은 살고 봐야했다.
발바닥 아래에 지름 lm 정도의 새 하얀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대로 로켓처럼 무형의 에너지가 분사되어 천영의 신체를 앞으로 쏘아냈다.
“으그아으아아아!”
앞으로 날아가는 와중에 쫓아오는 수많은 나무줄기들을 뿌리치기 위해 뒤쪽에 폭발 계열 화염 마법을 난사
해대니 그 가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 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 눈을 제대로 뜨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 르게 날아가자 쫓아오는 나무줄기도 점점 적어졌고 더 이상 공격을 하는 엔트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아 무래도 나무의 속도로는 천영을 따 라올 수 없었던 모양.
쿵!!
한참을 날다가 속도가 마침내 줄어 흙바닥에 떨어져 내린 천영은 방심 하지 않고 몸을 굴린 다음 일어나
앞으로 도주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마나를 모두 소모해 텅 비 어버린 드래곤 하트가 비명을 질러 댔지만 꾹 참고 내달렸다.
“헉헉헉.”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은 장소가 나왔 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규모의 강 이 흐르고 있었다. 자갈을 밟으며 강가로 달려간 천영은 허겁지겁 강 에 머리를 박고 물을 흡입했다.
“흐옥,허윽,후우……
수분이 보충되고 약간의 휴식을 취 하자 간신히 떵 하고 울리던 머리의
고통이 사라졌다.
체력의 한계까지 달리다보니 정말 로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을 것 같 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몸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도 10분을 넘도록 달린 결과였다.
천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숨을 고르면서 뒤쪽을 주시했다. 눈을 가 늘게 뜨고 드래곤 특유의 독수리 같 은 시이를 이용해 숲 속을 살펴봤지 만 더 이상 쫓아오는 엔트는 없었 다. 간신히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 드러눕자 이번엔 온몸 여기저기에 고통이 피어올랐다.
하도 넘어지고 구른 탓에 무릎은
아예 피멍이 들어있었다. 허리는 길 게 상처가 나있었고 나뭇가지의 날 카로운 부분에 긁혀서 허벅지나 팔, 목 등등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긁힌 자국이 있었다.
천영은 붕대와 밴드를 꺼냈다. 요 정들의 약초가 발려져 있었기에 이 런 찰과상에 안성맞춤이었다. 붕대 를 풀어내며 허리춤을 확인해보니 옷이 찢어진 상태로 피가 조금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는 붕대를 허리, 무릎, 왼쪽 허벅지,오른쪽 종아리부 터 발목까지, 양발바닥,왼쪽 손목 등에 감았다.
7개 남은 붕대를 전부 사용한 천
영은 밴드를 손가락에 둘둘 둘렀다. 비록 작은 상처였지만 계속 따끔거 리는 것이 거슬렸으니까.
몸의 상처를 어느 정도 지혈하고 나자 이번엔 땀으로 범벅된 얼굴이 찜찜해서 강물에 손바닥을 집어넣어 물을 끌어올려 몸 구석구석을 닦았 다.
물기를 남기지 않고 가벼운 샤워를 할 수 있는 초고레벨 마법사 유저들 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기. 비록 레 벨은 낮았지만 천영의 컨트롤이 어 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땀을 어느 정도 식히고 나니 이번 에는 또 추위가 몰려왔다. 생각보다
도 강추위였다. 허름한 천 쪼가리로 최대한 몸을 감싸려고 잡아당겼더니 찌지직 하고 불길한 소리와 함께 천 조각이 반 토막 나버렸다. 그대로 천영의 몸에서 흘러내린 망토.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그것을 어떻게든 조립해서 몸에 두르려고 했지만 더 이상 소생은 불가능해보였다.
덜덜덜덜.
천영은 참을 수 없는 추위가 몰려 오자 무릎을 가슴 쪽으로 최대한 끌 어 모으고 양팔로 몸을 감쌌다. 그 러다가 드래곤 폼으로 돌아가면 추 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인간일 때 입은 상처는 드래곤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데미지는 그대로 누적된 상태 그대로이다. 그렇기에 상처를 일단 지혈하긴 했으니 이제 는 빨리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에 손 을 가슴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또다 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뒤쪽에서 울렸다.
‘뭐야 설마 여기까지?’
순간적으로 불길한 마음이 든 천영 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적대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니 꽤나 고급스러운 장비로 전신을 무장한 남자가 한 명 서있었
다. 아니다,한 명이 아니었다. 바스 락거리는 소리는 끊임없이 울렸으며 발자국 소리가 수십 개나 들려왔다.
“……이봐 여기 웬 꼬맹이가 있는 데?”
제일 앞에 서있던 30대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천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대략 50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인 원이 속속히 강가에 도착했다. 그 일행들은 강가로 들어오는 족족 천 영에게 한 번씩 시선을 뒀다. 이런 깊은 숲 속에 꼬맹이 하나가 있으니 신기할 법도 했다.
호기심,동정심,안타까움 등으로 점칠 되어있는 그 시선을 받을 때마 다 천영은 죽을 맛이었다.
‘젠장,나 추워 죽겠다고!!’
천영으로써는 드래곤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진 탓에 비명을 지르고 싶 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