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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5화 (1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15화

네오발이 이번 원정대를 꾸리게 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은혜 갚기. 태생적으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 고 굳건한 의지와 강직한 정신력을 가진 네오발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던 자신에게 아무런 보상도 바 라지 않고 도와준 ‘리슬류’라는 남 자가 곤란에 처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리슬류. 그리픈의 원주민이자 레덕

슨에서 인품 좋기로 유명한 어부였 다. 어부 일을 시작하게 된지는 몇 달 되지 않아 그 솜씨는 비록 이 항구에서 오래 생활해온 꼬맹이들보 다도 더 뒤떨어졌지만 남들에게 사 근사근 다가가는 분위기나 말솜씨는 도시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리슬류의 존재는 꽤나 반가운 것이었다.

선한 마음씨를 가진 리슬류였으니 그 이미지에 걸맞게도 한 달쯤 전에 갑작스레 나타난 이방인들이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 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중에서도 네오발은 리슬류의 집 에 머물게 될 정도로 상당히 관계가

두터워졌는데 어부로써 생활하는 리 슬류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네오 발은 넥스트를 플레이하던 시절 300레벨을 100번째로 달성한 남자 답게 그 강한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 하여 도와줬다.

“요새…… 낚시 하러 나가기가 힘 들구먼.”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야. 그냥. 조금 힘들어서 말이 지. 허허.”

리슬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넘어 가려고 했지만 그 얼굴에 드리운 그 림자를 보고 네오발을 재차 물었다.

“꼭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이야기라도 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 까?”

“응?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이

야기는 해주겠네만.. 무리는 하지

말게나.”

그렇게 해서 리슬류는 얼마 전부터 레덕슨 앞바다에 나타나서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시작한 크라 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듣기로는 근처에 있던 마을까지 상륙을 해서 습격을 했더라는 이야 기가 들려. 요즘 세상 참 무서워.”

리슬류는 그냥 홀려들으라고 이야 기 했지만 네오발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네오발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이전 현실에서 가졌던 직업은 자동 차 정비공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 동차가 없으므로 별 쓸모가 없다. 대신,넥스트를 한 덕분에 몬스터 사냥에 있어서는 거의 전문가나 다 름없는 힘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네오발은 원정 대원을 모집했다. 인원은 자신도 꼭 참가해 야겠다며 기어이 파티에 들어온 리 슬류를 포함해 50명. 운이 좋게도

성직자 클래스를 가진 유저를 3명이 나 찾을 수 있었고 넥스트에서 꽤나 유명했던 듀오 셀라임과 안시르엘을 원정대에 넣은 것은 정말 큰 행운이 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계획을 잡고,일주일간 만 반의 준비를 한 다음 레덕슨 시장이 지원해준 크라켄 사냥용 함선을 타 고 출항했다.

처음 사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간혹 배를 공격해오는 물고기 형태 의 몬스터를 잡으며 지냈다. 그리고 4일째가 되는 날 드디어 크라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크라켄을 발견한 것은 좋았으나 원 정대원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해안가에 상륙한 크 라켄이 넓은 폭을 가진 강의 상류를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 니던가!

원정 대원들도 서둘러 그곳에 상륙 했지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되었고 수많은 다리를 이용해 공격을 하는 크라켄을 밤에 상대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에 결국 그곳에서 간이 텐트를 치고 숙박할 수밖에 없었다.

크라켄이 지상으로 올라가버리는 것을 보며 리슬류 또한 꽤나 당황했 다.

‘저 미친 마물 놈이,벌써 죽을 자 리를 정하면 어쩌자는 거야?’

리슬류는 심장에서 꿈틀대는 탁한 마나를 갈무리하며 숨을 몰아쉬었 다.

크라켄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이유 는 간단하다. 곧 죽을 때가 되었기 에 해양 몬스터들에게 자신의 시체 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그렇기에 크라켄은 가장 가까운 땅으로 을라 가 죽는 순간 거름으로 산화해 사라 진다.

저 마물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 멍청한 넥스터라는 놈들의 힘을 흡

수해보려고 했던 리슬류에게는 낭패 가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상식도 없으며 멍청했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

제일 앞서나가는 네오발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타인의 힘 을 흡수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흑마법사 리슬류에게 있어서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능력을 흡수 하기 위해 크라켄을 제물로 바칠 생 각으로 유인해서 기껏 끌고 왔더만 죽을 장리를 정하기 위해 땅으로 올 라가버리니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저희가 전투에 있어서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리슬류님.”

“어,어……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 면야.”

리슬류는 원정 대원들의 표정을 살 펴보았다. 기대 반,흥분 반의 표정 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상 한 낌새를 눈치 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리슬류는 하나의 가능 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 멍청한 놈들 설마 크라켄이 산 으로 올라가면 곧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야?’

만약 이 사실을 이들이 알고 있었 다면 굳이 사냥을 하러 가지 않을 것이다. 죽기 직전의 크라켄만큼 온 순하고 얌전한 몬스터도 별로 없었 으니까.

그들은 스스로의 무덤을 찾아 그곳 에서 얌전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실은 사냥꾼들에게 있어서 몬스터 에 관련된 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 람이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을 정도 로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좋아. 어찌 됐든 상관없어. 최대한 빨리 크라켄에게 붙는다.’

이후로는 강행군을 실시했다. 이미 크라켄에게서 풍겨지는 죽음의 냄새 를 맡은 수많은 몬스터들이 이곳에 몰려들고 있었지만 원정대원들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강력한 기술들을 난사하며 그것들을 간단히 물리쳤다.

흑마법사로써 꽤나 오랜 시간을 살 아왔던 리슬류 조차 이들과 싸운다 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주제에 굉장히 강한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 힘은 곧 자신의 것이 될 테니까.

리슬류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 었다. 다만 강을 따라서 을라가던 도중 어떤 소녀를 만나게 된 것은 아주 작은 변수라고도 할 수 있었 다.

가장 먼저 그 아이를 발견한 네오 발은 살짝 당황했다. 설마 이런 깊 은 산맥에서 이렇게 어린 꼬마와 만 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봐,여기 웬 꼬마가 있는데?”

원정대원들에게 대충 소녀의 존재 를 전달한 뒤 네오발은 서둘러 그 아이에게 접근했다. 소녀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좋지 않아보였다.

초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얇고 짧은 누더기 하나만을 걸친 채 몸을 최대한 옹크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나 온몸에 칭칭 감겨져 있는 붕대하며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운 눈동자까지. 하지만 그와 전혀 별개 로 소녀는 정말로 아름답게 생겼다.

이토록 어린 아이에게 순간적으로 어린 천사가 상처입고 쓰러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버린 남자 원정 대원들이 스스로 자괴감을 느 낄 정도로.

하지만 네오발은 그런 외모 따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네오발이 다가오자 피로에 젖어있는 그 소녀

는 그를 보자마자 즉시 적대심을 강 하게 표출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나 약해진 아이 를 그냥 지나칠 정도로 냉혈한이 아 니었다.

네오발은 즉시 자신의 망토를 벗어 소녀의 몸에 둘렀다. 그러자 그 아 이는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잽싸게 망토의 끝자락을 양 손으로 꽉 붙잡아 몸에 감쌌다. 추 위는 어느 정도 가신 모양이지만, 그래도 네오발을 보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완전히 믿는 모습은 아니었다.

“여기는 어쩌다가 오게 됐지?”

무뚝뚝한 음성으로 네오발이 그렇 게 질문하자 뒤쪽에 서있던 20대 중반의 젊은 여자가 그런 그의 뒤통 수를 살짝 때렸다.

“오빠,그런 식으로 딱딱하게 질문 하면 애가 무서워하잖아!”

갈색의 머리카락을 위로 땋아 올린 여인,하슬린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러더니 품속에서 막대 사탕을 하나 꺼내서 건넸다.

“꼬마야,나는 하슬린이라고 해. 년 이름이 뭐니?”

•서천영.”

천영은 이 사탕을 멀뚱멀뚱 쳐다보 며 하슬린이라는 여자의 의도가 대 체 뭔지에 대해 생각했다.

‘뭐야,이걸 먹으라고? 내가 애야? 아니 뭐 주는 건 고마운데 기왕 줄 거면 맥주 한 캔이라던가……

속으로 구시렁거리던 천영은 마지 못해 막대 사탕을 받았다. 그러자 하슬린이 기분이라도 좋아진 것인지 싱글벙글 웃으며 천영의 머리를 부 드립게 쓰다듬었다.

“한국식 이름인 것 같은데…… 착 각인가?”

“아뇨,한국인 맞아요.”

“저,정말? 너도 그럼 지구에서 건 너온 거니?”

“네.”

그러자 네오발을 포함한 원정 대원 들이 입을 쩍 벌리고 경악했다. 설 마 이런 어린 아이까지 그리픈으로 넘어왔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 이다.

“……너,그 상처는 어쩌다가?”

“엔트한테 습격을 당해서요.”

“다른 옷은 없는 거니?”

“제가 돈이 없어서……

그 말을 할 때 천영은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 가 너무나도 쪽팔려서 고개를 푹 숙 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 한 것인지 안타깝다는 마음 때문에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천영은 혀로 마른 입술을 할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하슬린이 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헤 집었다.

“괜찮아. 이제 우리가 있으니까 안 전해. 그나저나 너 레벨은 혹시 어 떻게 되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레벨을 묻는 행위는 굉장히 실례나 다름없다. 하 지만 천영이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

다는 점이 그런 거부감을 없앤 것인 지 하슬린은 상당히 당당한 눈빛으 로 물었다.

“50이요.”

“……엄청 낮네. 위대한 여행자를 가지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래,여기서 살아남은 것도 칭찬 해줄만 하겠군.”

네오발은 그렇게 말했지만 천영의 상처를 보고선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치료가 먼저겠군. 누가 힐 러……

네오발이 힐러를 부르기도 전에 뒤 쪽에서 어떤 여인이 사람들을 헤집

고 툭 튀어나왔다.

은발이라는 독특한 머리색을 자랑 하는 여인,안시르엘이었다. 그녀는 천영을 보자마자 불쌍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달려와 무릎 을 꿇고 앉아 그와 시선을 맞췄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치료를……,

“야야. 나야,서천영.”

“……어?”

천영은 안시르엘이 접근하자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잽싸게 귓속말을 했 다. 그러자 안시르엘의 눈동자가 크 게 커졌다.

“천영이라고? ……내가 알고 있는

그 천영?”

“그래,나라고. 지금 휴먼 폼을 해 서 이런 모습이긴 한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목 소리를 내었다.

“정말 오빠야? ……근데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건 다 사정이 있어서……

안시르엘은 한숨을 크게 푹 내쉬었 다. 그러더니 천영의 이마에 손바닥 을 가져다 대자 성스러운 기운을 주 입했다. 이런 가벼운 상처에 무리한 힐링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어린 신체에는 더더욱 힐을 많이 남용해

서는 안 된다. 가벼운 기운 회복 버 프를 주입하고 상처를 조금 완화시 킨 다음 안시르엘은 천영을 자신의 등에 업었다.

“이 얘,제가 알던 아이에요. 저희 텐트로 데려가서 이야기 좀 해도 될 까요?”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천영이 뒤에서 내려달라고 어깨를 툭툭 쳤지만 안시르엘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셀라임이 쳐놓은 자신들의 A형 텐트에 천영을 집어넣었다. 불 어오던 바람이 사라지자 추위는 꽤 나 가셨지만 그래도 꽤 강한 한기가 땅에서부터 올라왔다.

“흐으. 죽는 줄 알았어.”

“뭐야 엘링이. 이 꼬맹이는 누군 데?”

“천영 오빠야.”

“응?”

안시르엘이 셀라임에게 설명을 하 는 동안 천영은 꺼질 것 같은 의식 을 간신히 붙잡았다.

머리가 명 하고 울려오는데다가 엄 청난 피로감이 파도처럼 온몸을 휩 쓸고 있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어버 린 데다가 무리하게 마법을 남용.

거기에 미쳐버릴 것만 같은 추위까

지 몰아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 로나 한계가 온 것이다.

‘젠장……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데……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텐트의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자벤 아저씨,다른 사람이 틀림없 다니까요!”

“아 글쎄 내 눈으로 확인을 하겠대

도!”

“아니 진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자밴 아저씨 딸내미는 선머슴 같은

애지 않습니까! 근데 저 애는 천상 소녀 틱하게……

“이 주둥이가 문제야! 내 딸이 어 때서 그래!”

뭐야 되게 시끄러운 아저씨들이네. 라며 무시를 하려고 했지만 텐트의 입구가 확 걷히며 어떤 중년 사내가 안쪽을 살펴보는 바람에 천영은 어 깨를 흠칫 떨었다.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그 중년 남자는 천영을 보 는 순간 실망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역시 내 딸이 아니군.”

“당연하죠. 자밴 아저씨 딸은 위대

한 여행자 타이틀도 못 따지 않았습 니까? 여기에는 안 왔을 거라니까

요?”

“그렇겠지. 그러면 다행이다만

대체 무슨 일로 찾아왔냐며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천영은 입 을 열 수가 없었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 의 얼굴을 달아놓은 둥그런 과녁이 회전하는 것처럼,자벤이라는 중년 사내의 얼굴이 마구마구 회전했다.

어느 순간 회전이 멈추고 세상이

수직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생각해 보니 천영은 자신의 몸이 옆으로 풀 썩 쓰러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 었다.

“이봐 정…… 차려…… 어디 아.”

“신관 불…… 빨……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려댔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몰라 졸려. 잘래.’

시야가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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