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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35화 (34/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35화

마치 올림픽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간의 정중앙에 떠있는 반 원형의 물체에 탑승하고 있는 사회 자가 화려한 빛을 뿜으며 마이크를 치켜들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로드웰 아카데 미에서 최고의 마법사를 가리는 대 회,‘로드웰 마법전’을 개최하겠습니 다!

“오K ᅪᅪᅪ!”

셀라임은 팝콘을 으적으적 씹으며 VIP 석에 앉아서 사회자의 복장을 쳐다보았다.

비가 온 뒤 펼쳐지는 무지개를 몸 에 걸쳐놓은 것이 콘셉트인지 형형 색색의 색을 자랑하는 양복에 반짝 이까지 가득 뿌려놓으니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못 봐줄 수준은 아니었기에 그냥 이곳 에서 유행하는 옷인가 하고 그냥 넘 겼다.

“저 사회자 옷 진짜 촌스럽다.”

“그러게. 어떻게 저런 걸 입고 나 올 생각을 하지?”

……셀라임은 그런 생각을 정정했 다. 아무래도 이곳 주민들의 눈에도 촌스럽게 보인 모양이다.

-오늘부터 약 사흘간 예선전이 진 행될 예정이며 16강부터 시작하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시 르엘은 귀를 틀어막았다. 말투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톡톡 튀는데다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서 귀가 아 파왔기 때문이다.

셀라임은 그런 사회자의 소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기장에 나와 있 는 마법사들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야야,엘링아. 저 마법사 넥스터 아냐? 저번에 그 우리가 파티 후보 에 넣을지 고민했던 사람.”

“어? 정말이네.”

“오,저 여자도 꽤 유명한데. 불의 화신인가 뭔가 하는 종족으로 탈태 에 성공했다잖아. 근데 얼음 마법 위주로 배워서 망했다고 했었나

로드웰 아카데미에서 1년에 한 번 발표회와 함께 개최되는 ‘로드웰 마 법전’은 이곳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아카데미 재학생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떠돌이 마법사들이 이곳에 참 여하여 마법사들 간의 결투,즉 마 법전을 펼치게 되는데 그것이 굉장 히 화려한데다가 좋은 볼거리를 만 들어주기 때문이었다.

셸라임과 안시르엘은 헤이지의 인 맥 덕분에 가장 좋은 좌석에서 구경 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익숙한 얼굴들 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오빠는 구경하러 안 온 대?”

“응,며칠 전부터 아카데미에서 마

법 연구를 하러 간다고 들었어. 뭔 가 엄청 중요해 보이던데.”

“아쉽네. 꽤 재밌어 보이던데.”

“……근데 오빠는 300레벨을 달성 한 몇 안 되는 마법사인데다가 이제 는 드래곤이라서 이런 마법전은 그 냥 어린애들 눈싸음으로 보이지 않 을까?”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로드웰 마법전에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30대 정도의 마법사들이 참 여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참가자들 은 굉장히 젊었다. 또한 그 수준이 적게는 2클래스에서 정말 아주 드물

게 4클래스의 마법사가 참여한다고 한다. 마법사들은 며칠에 거쳐서 예 선전에 지원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각자 조가 편성되어 승리를 차지하 게 된 마법사들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야야,들었어? 이번에 ‘예런’이 참 여한다는 말이 있던데.”

“뭐? 정말? 그 천재 마법사가?”

“와. 좋은 구경거리 하나 생겼는 데?”

안시르엘은 예런의 이야기가 들리 자,귀를 종긋 열었다.

“듣기로는 예런은 아직 스물 셋인

데 벌써 4클래스라고 하더라고.”

“미친……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나는 5년 내내 공부했는데도 기초 마법도 안 돼서 그냥 때려치웠는 데.”

“푸하하. 대신 너 거기서 재능 하 나 찾았잖아? 글자 나열하는 거 하 난 기가 막히게 잘하면서 뭘.”

4클래스? 안시르엘은 그들의 대화 를 듣고선 적지 않게 감탄했다. 넥 스트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도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마법사로서 높은 레벨을 달성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실제로 공부를 해야 하는 바람에 저레벨일 때는 어린 마법사들도 꽤 있었지만 후반대에 갈수록 대학 이 상의 학력을 가진 자들만이 남게 되 었다. 최고 레벨을 달성한 마법사는 그중에서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게임 시스템의 보조를 받더라도 쉽 사리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 4클래 스인데 예런은 그런 보조가 하나도 없이 순수한 능력만으로 4클래스를 달성한 것이다.

“작년 우승자는 맥골라스였던가? 2년 연속 4클래스 마법사가 출전하 다니……

“볼거리는 많아서 좋잖아?”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별로 쓸모 있는 정보는 없다 고 생각한 셀라임은 지나가던 팝콘 팔이 소녀에게 팝콘을 대(大)자로 하나 더 주문한 뒤 방석이 깔려있는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

“오빠는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 나.”

흰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걱정스 러운 눈으로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헷갈리는(본인은 남자라고 주장하 는) 소년을 쳐다보았다.

또랑또랑하고 아름답게 빛나던 그 금빛 보석 같은 눈동자는 퀭하게 변 한지 오래였다. 눈 아래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드리워 있었다. 촉촉하 고 앙중맞던 입술은 푸석푸석하게 갈라져 있었고 머리카락 역시 너무 대충 묶은 채라 삐죽삐죽 산발인 상 태였다. 그럼에도 그 매력은 빛을 잃지 않고 오히려 퇴폐미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로 사흘째인가?”

“응,잠을 한 숨도 안자더라고.”

사흘. 천영이 처음 저 ‘미스터리 박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자 마자 연구에 들어간 시간이다.

드래곤인 천영으로써도 그 상자에 적혀있는 문자의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고 복잡한 공식이 수 없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천영은 문자 해석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드래곤이 남긴 상자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저것을 해석할 때마다 대량의 경험치가 오르기 때문이었 다.

[레벨 업!]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레벨 업 소 리를 들은 것도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천영의 키는 아주 살짝이 지만 커져 있었다. 그리고 허벅지가 조금 튼튼해졌으며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져서 이제는 ‘저는 남자입니 다.’라고 말을 할 경우 ‘흠…… 일단 은 그런 것 같긴 하군.’이라며 믿어 주는 수준까지 소년티를 내게 되었 다.

겉모습만 보면 거의 12세 정도로 성장을 했지만 천영을 본지 며칠 되

지 않았던 다른 마법사들은 그의 변 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능력 치와 스킬에서의 변화가 조금 생겼 다.

[레벨 100을 달성하여 일부 스킬 이 강화됩니다.]

[레벨 100을 달성하여 스킬이 해 방됩니다.]

[액티브 스킬 : ‘드래곤 브레스’의 위력을 분산시켜 더욱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액티브 스킬 : ‘드래곤 피어’의 위 력이 증가되었습니다.]

[패시브 스킬 : ‘드래곤 아이 (eye)’ 가 개방되었습니다.]

[용의 눈은 ‘볼 수 없는 것’을 파악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 다.]

[또한 그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 습니다.]

[액티브 스킬 : ‘1단계 용언’이 ‘2 단계 용언’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이제 더욱 빠른 캐스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용언’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 습니다.]

레벨이 오르자마자 천영은 눈이 또 렷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면서 상태창을 슬쩍 훑어본다.

드래곤 아이라는 스킬이 개방되고 2단계 용언이 생겼다는 메시지를 본 즉시 그는 눈가를 비비고 미스터리 박스를 쳐다보았다.

‘별로 달라진 건 모르겠는데.’

무슨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 튼 드래곤 아이가 생겼다면서 여전 히 눈은 침침하고 용언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냥저 냥 그대로처럼 느껴졌다.

“후,이것도 아닌데.”

천영은 자신의 노트를 몇 장 뜯어 내서 버렸다. 정육면체에 적혀있는 마법진과 글자에는 뭔가 특정한 의 미를 품고 있는 문장이 있었다. 용 언을 또 꼬아서 암호화를 시켜버리 는 바람에 드래곤인 천영 조차도 해 석하기가 난해했다.

‘이런 걸 인간들이 해석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니. 천 년이 지 나도 절대 해석 못할 텐데.’

물론 용언이라는 사실을 마법사들 에게 말해도 당신들은 이것을 해석 할 수 없소. 라고 말하면 자신이 드

래곤이라는 사실 또한 말해야만 했 으므로 천영은 약간의 거짓말을 쳤 다. 과거 자신의 스승이 이것과 비 숫한 고대 문자를 가르쳐줘서 조금 알 수 있었다는 식으로. 다만 그 말 을 들은 마법사들이 스승을 꼭 만나 보고 싶다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조 금 골치가 아팠다.

‘그 분은 넥스트에 계셔서 만날 수 없습니다.’라는 말로 일축하니 결국 포기한 모양이지만 그리고 넥스트에 서 배워온 고대 문자라는 말에 천영 이 이 문자를 조금이지만 해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도 이상하다는 생 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넥스

트라는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모양이다. 그곳은 그리픈의 주민 들이 알 수 없는 세상이니 이런 변 명이 꽤나 잘 먹혀들어갔다.

“메이지 천영,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아카메쉬가 깔끔한 로브 차림으로 천영에게 다가왔다. 그는 천영이 들 고 있는 두꺼운 노트를 살짝 쳐다봤 다가 이마를 찌푸렸다. 정말 잠깐 훑어봤음에도 이 어린 꼬마가 필기 하고 있던 마법의 수준이 대단히 높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며칠 전에는 고작해야 5클래스에

서 6클래스 수준의 공식을 대입하고 있더니…… 벌써 7클래스의 공식을 쓰고 있는 건가? 상상을 초월할 정 도로 성장이 빠르군.’

아카메쉬는 로드웰 아카데미에서도 몇 안 되는 6클래스의 마법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7클래스의 마법을 어 느 정도 지식으로는 배워두고 있었 다. 그 덕분에 천영의 마법 수준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첼 수 있었 다. 그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이었지만 ‘넥스터’라고 불리며 타차 원에서 건너온 이 꼬마는 자신 따위 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능력을 가지

고 있다는 걸 납득했다.

‘흠? 뭐라고 필기한 거지?’

노트에는 문장이 아닌 단어가 나열 되어 있었다. 서로 연관도 없고 무 슨 관계를 가지는지 조차 알 수가 없는.

‘김치찌개? 처음 이슬은 또 뭐야? 위너 위너 치킨 디너는 또 무슨 마 법인고.’

의미가 뭐지? 아카메쉬는 의문을 품고 입을 열었다.

“혹시 저 단어를 해석하신 겁니 까?”

그 질문에 천영은 잠깐 멍한 표정

을 지었다. 딱히 해석문에 대한 메 모를 한 기억은 없었다. 아무래도 노트에 적어놓은 마법 공식만으로 그런 추리를 한 모양이라고 생각했 다.

과연 연륜 있는 마법사라며 짧게 감탄한 천영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아닙니다. 그냥 추측을 나열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흠. 그나저나 저 위너 치킨이라는 단어는 대체 무슨 의미 지요?”

그 질문에 천영의 볼이 발그레 달 아올랐다. 그냥 생각날 때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적어놨을 뿐인 데 그것도 읽어버린 모양이다.

“그,이건. 승리자가 위대한 음식을 쟁취한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 니다. 록 제국에서 요새 유행한다는 닭튀김에 치킨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도 하지요.”

“오호라! 그런 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 아카메쉬 는 치킨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으로 새겼다.

“기억해두겠습니다.”

천영은 어색한 웃음만을 흘렸다.

“그 외에도 뭔가 알아내신 점은 있

으십니까?”

“저도 완벽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마법 회로의 구조가 인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그 말뜻은……

“아무래도 저 마법 문자는 인간이 사용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입 니다.”

그 말에 아카메쉬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말이 천영의 입에서 나오자 확인 사살이라도 당한 표정으로 침 울해졌다. 딱히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천영은 그런 아카메쉬를 보면서도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일단 이 미스터리 박스에 대해 아 는 마법사들에게 저 문양을 이용한 마법을 금지하라고 말해야겠군요.”

“네,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어요.”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뒤쪽 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인간은 저것을 사용할 수 없다고 요? 그건 제대로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나약한 소리지 않습니까……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있었 다. 용언의 정체까지는 밝혀내지 못 했지만 이 장소에 있는 그 어떤 마 법사보다도 빠르게 이 문자의 응용

방법을 파악하고 자신의 마법에까지 적용하는 것에 성공한 마법사 지망 생 예런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남자 들이 보기엔 기분 나쁜 그러나 여자 들이 보기엔 황홀할 정도로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이곳에 서 연구를 하고 계셨군요,메이지 천영.”

“아,예……

예런이 용언을 사용했을 때부터 알 고는 있었다. 예런 역시 이곳에 출 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마법사라 는 사실을.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접근을 해올 줄은 몰랐기에 천영은

조금 놀랐다. 자신의 커리어를 증명 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것을 완 전히 망쳐버리고 창피까지 선사한 장본인이 바로 천영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대단하단 말이지. 정 말 딱 한 글자일 뿐이지만 인간의 마법 공식에 용언을 적용한 게.’

물론 그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없었 으나 그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 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런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 다. 다른 마법사들은 계속해서 실패 할 뿐인 저것에 대해 미약하지만 현 대의 마법을 접목시킨 마법사가 본 인뿐이니까.

“예런,이분의 말씀에 틀린 점은 없다. 저것은 너무 위험해.”

“……교수님,제 마법을 보지 않으 셨습니까? 저는 저것을 다룰 자신이 있습니다.”

“네,마법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 하지만 그 또한 너무 불안정하다.”

“후후,두고 보시면 알겠지요. 누구 의 말이 옳은지를.”

예런은 뭔가에 자신감이 있는 것인 지 어깨를 펴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보기엔 저 문자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것으 로 보이는 천영에게 비웃음을 홀렸

“저 문자에 대해 어디서 배워오셨 다고 하더니 그것도 소용없나보군 요. 무리하시지 말고 조금은 쉬어가 면서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말에 천영은 주머니를 뒤적거렸 다. 예런과 아카메쉬는 천영이 뭘 꺼내려나 호기심에 물든 눈으로 쳐 다보았다. 이윽고 천영이 꺼낸 것은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닌 딸기맛 막대 사탕이었다. 그것의 껍질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까서 입에 물어버린 천 영은 엉성하게 묶여있는 머리끈을 풀어헤치고 머리카락을 오른쪽 어깨 에 가지런히 모았다. 그 다음 칙칙

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멍하니 사 탕을 빨았다.

아카메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개무시를 해버리는군.’

그렇게 사탕을 얌전히 먹고 있는데 예런의 시선이 느껴지자 천영은 고 개를 돌렸다.

“왜요,하나 줄까요?”

“……됐습니다. 그나저나 메이지 천영. 이번에 개최되는 ‘마법전’에 참여하실 의향은 없습니까?”

“마법 전?”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던가.

헤이지가 하도 호들갑을 떨며 말해 주는 통에 마법전에 대해서는 대략 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거절이다.

“저는 그런 대회에 참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흐음,역시 그렇군요.”

천영이 볼 때 예런의 생각은 뻔했 다. 아마도 마법전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 정도로 머리가 잘 굴러가는 천재이 니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마법을 폭 넓게 자랑할 수 있을지는 당연히 알 고 있겠지. 아마 예런은 마법전에서

자신의 힘을 화려하게 뽐낼 것이고 거기에 천영을 참여하게 해서 자신 이 짓누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m대 초반밖에 안 되 어 보이는 천영이 머리는 기가 막히 게 좋다지만,마법의 핵심인 ‘써클’ 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으면 고난이 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 이다. 예상하건데 예런은 천영의 마 법 지식을 인정했을 것이다. 그의 지식이 자신과 비등하거나 혹은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실전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 을 자신이 있겠지. 실전에서 펼쳐지

는 마법전은 아무리 천재라지만 어 린 마법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그런 걸 왜 참여해. 또 귀찮게 하 면 그냥 쫓아내야지.’

그런 천영의 예상과는 다르게 예런 은 순순히 물러났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다만 마법전의 마지막 날에는 꼭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우승을 할 예정이거든요.”

“……대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을 텐데.”

“하하, 다른 떨거지들은 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뭐…… 메이지 천영 이 참여한다고 해도 솔직히 지지 않 을 자신은 있지만요.”

은근슬쩍 도발을 걸어오지만 천영 은 고작 그런 것에 흔들리는 어린애 가 아니었다. 귀찮다는 눈빛으로 입 안에다가 딸기맛 사탕을 굴려대며 천영은 팔을 휘이 저었다.

“그렇다고 치죠. 마지막 날에 놀러 는 갈 테니 이만 가세요.”

“……알겠습니다.”

마치 어린애를 다루는 듯한 말투에 예런은 잠깐 주먹을 움켜쥐었으나 이내 깔끔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

큼 연구실 바깥으로 사라졌다. 초췌 한 얼굴로 멍하니 사탕을 빨고 있는 천영에게 아카메쉬가 사과를 했다.

“휴우,머리는 참 좋은 녀석인데 인성이 영 글러먹어서 걱정입니다. 누군가에게 된통 깨진다면 정신을 좀 차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싸가지들에게 매가 약이긴 하죠.”

하지만 천영은 굳이 자처해서 매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사탕을 데 구루루 굴리며 멍한 눈빛으로 미스 터리 박스를 바라볼 뿐이다.

예런은 이미 그의 관심사에서 사라

진지 오래였다. 천영은 해석된 몇몇 단어를 입 안에서 사탕과 함께 굴렸 다.

‘대체 저 의미 없는 문자의 나열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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