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37화
9장 로드웰 마법전
천영은 퀭한 눈동자로 거울을 응시 했다. 그곳에는 어깨를 살짝 덮는 붉은색의 로브를 입은 소년인지 소 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자그마한 어린애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있 었다.
빨간 로브의 안에는 붉은 머플러와 새하얀 스웨터를 입고 있었으며 흰 색 바지와 붉은색을 띤 부츠까지 더 하자 그의 옷차림은 흡사 ‘미니 산 타’와 비슷한 모양새가 되었다.
아카메쉬의 첫 번째 부탁. 그것은 그가 책임자로 있는 로드웰 아카데 미 소속의 로브 제작 업체인 ‘로드 웰 메이커’에서 만든 신제품을 입고 로드웰 마법전의 이벤트전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세계에도 크리스마 스와 비슷한 날이 있었다. 비록 예 수님이 존재하지 않는단 점과 크리 스마스라는 단어가 아닌 ‘그레잇 데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날이었지만 이 날에는 붉은색의 옷을 입은 도둑이 집을 넘나들며 선물을 준다는 미신 이 존재했다. 정말 지구의 산타와 비슷한 이야기를 가졌기에 천영이 흥미를 가질 법도 했으나 지금 그에 게 중요한 것은 고작 그런 것 따위 가 아니었다.
그 산타를 흉내 내는 복장을 입게 되다니 안 그래도 피곤해서 제정신 이 아닌데 이런 것까지 걸치고 있자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금색 별 마탑의 새로운 마법사가 저희 제품을 입고 마법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분명 이미지 업에
좋겠죠. 그레잇 데이와 마법전의 날 짜가 겹치는 점을 이용해서 복장까 지 엄선했으니 꼭 입어주시길 바람 니다.”
그런 이유로 천영은 이 붉은색의 로브를 입게 되었다. 엄청난 아이템 을 넘겨받은 대가로 부탁을 들어주 기로 약속까지 한 마당에 이런 걸 거절하게 되면 상당히 양심이 아파 왔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수락한 천영 이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
산타,이곳의 단어로는 만타가 쓰 던 것과 비슷한 붉은색의 바탕에 하 얀색의 방울이 달린 모자까지 쓰자
복장이 완성되었다. 막상 입어보고 창피하면 약속이고 뭐고 깨고 도망 쳐버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필 요까지는 없어보였다.
[붉은 그레잇 데이 스페셜 로브 세
트]
등급 : 레어 내구도 : 100/100 제한 : 지력 300 방어력 : 30
효과 : MP회복력 증가 +1% 캐스팅 속도 +1%
MP소실률 감소 -1%
빙泳)계열 마법 각성 효과 +2%
자체적으로 뜨거운 기운이 나와서 추위를 아주 조금 막아줍니다.
설명 : 로드웰 메이커에서 보여주 기 용으로 제작한 패션 아이템. 마 법사 팬층이 보면 좋아할 것 같은 로브이다. 재료는 좋은데 옵션이 이 상하게 낮은 옷이다.
“이것도 다 돈지랄이지.”
척 봐도 핵심 재료가 뭔지 뻔히 보이는 천영에게 있어서 이 로브는
그야말로 돈지랄이었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정말로 패션에다가 모든 정성을 쏟았다. 그 바람에 마법진을 그릴 공간이 없어 제대로 된 로브의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깻죽지 아래쪽에 로드웰 메이커의 상표가 예쁘장하게 걸려있는 것 때 문에 인챈트의 구동에 방해가 오는 지경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아카메쉬가 이것을 지울 수 없다며 우기는 바람에 결국 성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고 한다.
“그나저나 이벤트전이면 뭘 보여주 면 되는 거죠?”
천영의 물음에 그에게 옷을 입혀주
던 메이크업 담당 누님이 어깨를 으 쓱했다.
“글쎄요? 아카 아저씨한테 물어보 면 알려주지 않을까요?”
“……기대만큼 뭘 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옷이 날개라고 지금 천영의 모습은 멋있고 아름답진 않지만 꽤나 나이 에 맞게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의 표정이었 다. 깔끔하게 목욕까지 하고 아주 열은 화장까지 해서 피곤함을 지우 긴 했지만 눈가에 드리운 다크 서클 이나 창백해진 피부색을 완전히 감 출 수는 없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누가 툭 치기라도 하면 쓰 러질 것 같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조금은…… 자고 싶은데.”
“안 돼요. 몇 분 뒤에는 결승전이 시작돼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마 이벤트전이 시작될 테니,메이지 천 영은 가서 대기하셔야죠.”
“으으,죽어버릴 거야.”
천영은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 났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정말 시체가 아닌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죽어가는 얼굴인 것을 확인한 다음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피곤한 얼굴을 하니까 오
히려 남자처럼 보여서 다행인 걸……
매번 여자로 오인 받는 이유를 굳 이 꼽자면 큼지막하고 반짝거리는 눈동자,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항 상 아름답게 빛나는 입술 등으로 화 사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초췌한 얼굴로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짓고 있 으니 피곤한 정신과는 정반대로 자 신이 원하던 인물상이 나타났다. 상 남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어른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얼굴이었 다.
천영이 거울을 보며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검은 정 장을 입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진 행 요원이었다.
“슬슬 이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 다.”
“후……
망할 미스터리 박스가 강제로 소유 되지만 않았어도 해석한 즉시 침대 로 달려들었을 텐데 그놈의 양심이 뭐라고.
“갑시다……
흐느적거리며 천영이 움직이자 요 원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내
려다보았다. 미스터리 박스의 존재 는 철저하게 비밀이었으므로 아마 남들이 보기에 천영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혹사를 당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와아아아!”
-놀랍습니다,메이지 예런! 넥스트 에서 건너온 마법사 ‘유크라이’를 가볍게 짓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습니 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마법의
향연에 관중들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열광했다. 휘날리는 불꽃,솟 구치는 물기둥 그것을 얼려버리는 얼음 마법과 다시 깨부수는 태풍 그 리고 그 지반 자체를 뒤흔들어버리 는 마법의 향연.
여태까지의 대회는 3클래스의 수준 으로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3클래 스의 마법은 어딘가 부족한 점이 많 았다. 크고 화려한 기술이 적었기에 큰 볼거리는 제공되지 못했다.
하지만 4클래스는 다르다. 4클래스 의 마법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1인 중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총칼
은 거의 먹히지 않으며 한 번의 주 문으로 수십 명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들. 그런 4클 래스의 마법사들이 이번 대회에 대 거 출전한데다가 여태까지 천재로 유명했던 예런이 그들을 모두 짓누 르고 우승을 차지하니 사람들이 열 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영은 VIP석에 가만히 앉아서 그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이봐 신참,조냐?”
“헉,응? 아니? 아뇨? 네. 안 졸았 어요.”
침이나 닦고 말하지?”
……이제 보니 그냥 졸고 있는 것 같다.
“흐아암……
“우리 오빠 어떡해…… 다 죽어가 는 얼굴이야.”
“오빠가 죽으면 엘링이가 시체 정 화 마법 정도는 써줄 거야.”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셀라임과 안 시르엘이 하는 헛소리를 무시하고 경기장을 내려다보자 어느덧 결승전 이 끝나고 우승자 시상식을 하고 있 었다. 우승 보상은 금색을 띠고 있 는 지팡이였는데 이번 대회의 수준 이 유독 높았던 이유를 알 만큼 최
상급의 아이템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오빠는 지팡이 같은 거 안 쓰지 않나?”
“나는…… 그냥 보조용 브레이슬릿 같은 걸 쓰긴 했었지.”
마법사의 무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팔목에 장착하는 형태의 브 레이슬릿과 주문 타입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서,수인 타입의 마법 사들이 사용하는 지팡이. 마법서는 주문력을 크게 상승시켜줘 캐스팅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지팡이는 그 수인의 복잡함을 감소 시켜 안정성을 부여했다. 브레이슬 릿은 타입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
고 양손이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는 대신 그 효과가 다른 것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지금은 박살나서 없어진지 오래지 만.”
천영은 자신이 쓰던 나름 등급이 높았던 브레이슬릿이 생각나자 눈썹 이 움찔 떨렸다.
“왜 부숴졌는데?”
“‘스톤 크래쉬’한테 당했어. 결국 잡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돈이 없어 서 그냥 맨손으로 다녔지.”
“스,스톤 크래쉬? 그 무지막지한 놈을 혼자서 잡았다고?”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그는 무심하게 말했지만 셀라임은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스톤 크 래쉬,주먹이 바위로 이루어진 덩치 10m의 무시무시한 자이언트족 보 스. 수많은 넥스트 플레이어들이 원 정대를 꾸려서 달려들었다가 몇 번 이나 깨지고 결국은 공략하길 포기 했던 보스인데 천영은 지금 그것을 혼자서 잡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휴,그 놈한테서 나오는 검은 정수가 드래곤 탈태의 조건 아이템 만 아니었어도 그딴 무식한 짓은 절 대 안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천영은 미 스터리 박스를 꺼내들었다. 비록 설 명에는 마법적인 효과를 상승시켜준 다는 문구는 없었지만 그의 생각에 는 약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자체로도 마법진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란 말이지…… 그 것도 입체 마법진을 만들 수 있는.’
아직 이것의 정체에 대해 완전히 알아내진 못했다. 다만 천영이 기억 하는 ‘어떤 장소’에 마지막 드래곤 의 약속과 관련된 누군가가 기다리 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큐브가 천영의 마 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보도 얻
을 수 있었다.
드래곤들은 용언이라는 사기적인 기술을 사용하면서 심지어는 입체 마법진이라는 고급 기술까지 구사했 던 모양이다. 드래곤에 대한 직접적 인 정보는 비록 넥스트,즉 게임 속 세상에서 촬영된 영상뿐이었지만 그 럼에도 사기적인 마법을 구사한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왜 드래곤이 무적인지 슬슬 감이 오는군.’
그 전에는 막연히 ‘드래곤은 천하 무적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 지만 직접 드래곤이 되고 그들의 마 법에 대해 이해를 하기 시작하니 어
느 부분에서 강하고,왜 강한지,또 한 어떻게 강해지는지를 알 수가 있 게 되었다.
추측컨대 드래곤은 성체가 되는 순 간 이 세상 그 어떤 무엇도 적대할 수가 없는 지상 최강의 생명체가 될 것이다. 그런 드래곤들이 왜 모습을 감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미래에 그런 생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흥분이 되었다.
‘제대로 된 드래곤이 되려면 입체 마법진을 완성해야 할 텐데.’
지금은 고작해야 이 큐브에 마나를 흘려 넣어 초급자 수준의 마법을 간
신히 입체의 형태로 변환시켜서 사 용하는 것이 끝이었다. 그마저도 간 단한 불꽃 구슬을 내는 마법 정도나 전부일 정도로 인간이 사용하는 마 법 공식과는 차원이 몇 단계나 달라 지는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어린 드래곤인 천영 은 입체 마법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졸려 죽겠네……
끊이질 않던 하품도 슬슬 멈추고 정신이 멍해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천영은 앞으로 진행될 마법전을 위 해 억지로 잠을 참았지만 슬슬 한계
가 찾아왔다. 아카메쉬가 부탁하길 ‘최대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십시 오.’라고 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뭘 하라고 시키든 그는 최 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돌아올 생각 이었다.
“오빠,피곤하면 그냥 들어가서 자 는 게 어때?”
“안 돼…… 이벤트전에 참가하기로 했거든.”
“이벤트전? 그게 뭔데?”
“결승전 끝나고 한다고 들었는데.”
“……응? 그런 건 예정에 없는데?” 안시르엘이 그렇게 말하며 얇은 종
이를 펼쳤다. 오늘 하루 로드웰 마 법전의 예정이 담겨있는 시간표였 다.
“어라?”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벤트전이라 는 행사는 전혀 예정에 존재하지 않 았다. 결승전이 끝나면 시상식을 하 게 되고 우승자가 나와서 소감을 발 표한다. 그 다음 로드웰 아카데미의 교장이 직접 나타나 우승자를 치하 한다.
그게 끝이었다. 이벤트전은 어디에 도 없었다.
“뭐야,나 그럼 자러가도 되는 건
그런 천영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그려지고 있을 때 헤이지가 방끗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닌 것 같은데?"
그와 동시에 마이크가 쩌렁쩌렁 울 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 승자 예런이 소감을 발표하는 중이 었다.
“안녕하십니까,로드웰 아카데미에 서 공부를 하고 있는 마법사 지망생 (자랑 가득한 자기소개) 그리하여 제가 마법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거
론함,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해서 저는 (쓸데없는 이야기) ……감사합 니다.”
“와아아!”
예런의 감사문에 사람들은 모두들 박수를 쳐줬다. 이윽고 교장이라는 남자가 상품을 수여하기 위해 직접 등장했다. 천영은 교장의 모습을 보 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카메쉬가 교장이었어?’
하지만 이내 납득했다. 6클래스씩 이나 되는,어디 마탑에 소속하면 마탑주가 될 수도 있는 수준의 마법 사가 이런 아카데미에서 교장직을
맡고 있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즉시 천영은 어떠한 불안감이 가슴 한편에 깃들었다.
‘뭐야 이거 설마……
그의 ‘설마’에 확정이라도 내리겠 다는 둣 아카메쉬의 연설이 끝나자 예런이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저는 오늘 우승자로써 여 러분들께 즐거움을 드릴만한 이벤트 가 하나 생각났는데 들어보시겠습니 까?”
관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함을 지르며 대답했다. 예런은 그 잘생긴
외모와 착 휘어 감기는 목소리,천 재적인 마법 실력 덕분에 탄탄한 팬 층이 확보된 모양이었다. 그는 관중 석을 슬쩍 둘러보다가 VIP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천영이 멍하니 앉아 있는 곳이었다.
“얼마 전,금색 별 마탑에 새로운 마법사가 가입했다는 사실은 잘 알 고 계십니까?”
예런의 그 말에 관중들이 서로 수 근거 렸다.
‘진짜로?’
‘응,신문에서 봤어.’
‘되게 어리던데?’
‘얼마나 어리겠어.’
‘대박. 그 금색 별 마탑에 가입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거야?’
‘부럽다.’
등등의 대화를 나눈다. 그만큼이나 금색 별 마탑이라는 곳에 새로운 마 법사가 가입했다는 것은 꽤나 신선 한 주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나 마 법을 직접 구경하러 이곳까지 찾아 온 사람들에겐 더욱 큰 흥미를 유발 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늘 이 자리에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가 직접 구경을 왔다고 합니 다. 그에 저는 정정당당한 이벤트전
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관중들에게 자신을 보여 줄 큰 기회가 아닙니까,메이지 서 천영?”
«으 ”
정확히 자신을 지목하며 말하자 천 영은 움찔 몸을 멸었다. 그는 설마 설마 하는 얼굴로 아카메쉬를 쳐다 보았다. 그는 윙크를 찡끗 하며 엄 지를 척 치켜세웠다.
그제야 천영은 아카메쉬가 마지막 에 했던 말의 의미를 알아철 수 있 었다.
‘상대로 누가 나오든 정신을 차리
도록 마구 패버리십시오.’
천영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안 그 래도 수면 부족으로 두통이 조금씩 있었는데 아예 머리가 박살날 것처 럼 아파왔다. 천영이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예런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설마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께 서…… 저 같은 견습 마법사가 무서 워서 도망치진 않겠죠. 하하,농담입 니다.”
그런 농담까지 날리자 관중들이 웃 기 시작한다. 이건 예런 나름대로의 확인 사살이었다. 이대로 꽁무니를 내빼면 천영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바닥을 칠 것이다. 반대로 참여를 하게 되도 예런에게 있어서는 이변 이 없는 한 천영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이득 이었다.
“끄응,진짜 재수 없는 놈이네.”
하는 수 없이 천영은 자리에서 일 어났다. 그 와중에 몸을 살짝 비틀 거려서 셀라임이 잡아주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 했다.
천영은 일어나는 와중에도 아카메 쉬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의 표정은 아직까지도 ‘버릇없는 제자놈의 정 신을 차리게 해주십시오!’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는 무슨 아예 박살을 내버려야겠어.”
예런은 천영의 어린 외모만을 보고 선 ‘마법전의 경험이 적을 것이다’ 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마법전의 수 싸움이란 아무리 천재라도 ‘경험’에 서 우러나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어린 천영은 마법 실력이 출중할 뿐,마법전에는 미숙할 것이라는 예 런의 판단은 꽤 괜찮았다고 봐야했 지만 그가 몰랐던 것이 하나 있었 다.
그것은 천영은 그 어떤 마법사보다 도 일대 일에 능숙한 마법전의 달인 이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넥스트에서 혼자 굴러먹던 시간이 6년인데……
고작 책이나 붙잡고 빌빌대던 놈이 거려?
천영은 칙칙하게 내려앉은 눈으로 아카메쉬를 쳐다보았다. 스승 된 도 리로써 제자를 정신 차리게 해주려 는 의도는 좋았지만 부탁한 상대가 잘못되었다.
대충의 상황을 알고 있는 헤이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쥐 버릇 고쳐달라고 고양이한테 부탁한 격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