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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50화 (49/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50화

찬란하고 밝게 비춰지는 곳이 있다 면 당연하게도 어둠이 드리우는 음 영이 있기 마련이다.

세이지는 그 당연한 이치를 아주 잘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하는 방식이 달랐다. 세이지는 언제나 밝 게 비춰지는 입장이었다. 음영은 재 능 없는 패배자들에게나 드리우는 것이니까.

뛰어난 머리와 더불어 넥스트를 플

레이한 이후 깨닫게 된 마법에 대한 재능 덕분에 그녀는 언제나 연전연 승을 거뒀다. 무엇을 하던 반드시 성공했고 남들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 불가능한 것들조차 반드시 해 냈다.

사람들은 그녀를 찬양했고 패배자 들은 비난을 받았다. 그녀는 그저 패배자의 머리 위에 서서 그들을 비 웃기만 하면 되었다.

세이지라는 인간은 패배라는 단어 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림 자가 드리우는 것을 끔찍이도 혐오 했다. 자신에게 빛이 집중되지 않는 광경은 너무나도 어색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파티원들이 빛을 보며 환호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람들을 구출해 낸 작고 어린 마법사에게 보내는 찬 사였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었고 빛은 그 소년에게 비춰지고 있었다.

반대로 세이지에게는 싸늘한 시선 만이 내리꽂혔다. 언제나 그녀의 뒤 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파티원조 차 어디론가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동생 또한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서 엮이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의 곁에 존재하지 않았다. 구석 에 처박혀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세 이지에게는 빛이 아닌 어둠이 내려 앉았다.

‘이런 건…… 내가 아니야.’

세이지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너 무나도 최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만약에 자신이 차라리 지금보 다 더 능력이 부족했더라면. 정말로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보 았지만 그들을 구출할 수 없었던 것 이라면. 그렇게 되었다면 만약 그들 이 죽음을 맞이했더라도 사람들은 세이지를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너는 최선을 다 했다며 격려를 보내왔겠지.

하지만 세이지는 자신의 능력을 너 무나도 과신했다. 20명이나 되는 목 숨을 구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 고 자신의 빛을 위해.

……서천영이라는 마법사에게만 쏟 아지는 빛을 조금이라도 가로채기 위해. 그런 판단에 의해.

결국 세이지에게 남은 것은 빛이 아닌 어둠이었다.

세이지는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입 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사람들에게서 존 경어린 눈빛이 아닌 혐오스럽다는 시선을 받는 것이 끔찍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너는…… 그…… 왜……

케일런이 다가와서 세이지를 향해 뭐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에 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 을 죽일 뻔 했다는 죄책감과 치욕스 럽다는 감정이 뒤섞여 세이지의 인 간성이 무언가에 억눌리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나도 빛날 자격이 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 면 너무 어둡고 사람들이 나 때문에

정말로 그랬을까. 이건 모두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그래도 되는 거 잖아? 이건 그래.

……서천영 때문이야.

세이지가 고개를 쳐들었다. 눈가가 촉촉하게 물들어 있었다.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어쩐지 나사가 빠져있 는 얼굴이었다.

케일런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신계 쪽으로 케어를 할 수 있는 마법이나 스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후우,쉬어라.”

케일런이 돌아가며 그렇게 내뱉었 다. 묘하게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목소리였다. 세이지는 그 목소리에 담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 었다.

케일런은 지금 본인을 ‘귀찮은 존 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 다. 상상에 착각에 죄책감에 피해망 상까지 부풀려진 세이지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뭔가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

“하하하.”

세이지는 눈물을 또르륵 흘렀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나는 그저 조금 더 잘 하고 싶었던 것뿐 인데. 그저 조금 더 잘 보이고 싶었 을 뿐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이 잔뜩 빠진 엉성한 걸음걸이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간다. 그곳에는 사람들 에게 둘러싸인 서천영이 그들이 주 는 간식을 얻어먹고 있었다.

새하얀 목덜미,무방비한 뒷모습, 양손과 입이 간식을 먹느라 전부 봉 인당한 상황. 즉 마법사로서 가장 취약한 상태.

세이지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 슴 속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서천영을 향한 끝없는 중오였다.

세이지는 순식간에 몸속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마나 써클이 불타버릴 정도로 과격하게 끌어올린 탓에 아 랫배에서 격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지금 당장은 전혀 그것이 신경 쓰이 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을 하 게 된다. 지금 당장 뭘 해야만 하는 지 깨달을 수 있었다. 죄책감과 증 오로 뒤범벅된 그녀의 이성은 이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단 하

나의 목표를 위해 마나를 움직였다.

서천영을 공격해라,나를 이렇게 만든.

삽시간에 세이지의 마나가 소용돌 이의 형태를 이루어 회오리치기 시 작했다. 너무나도 작디작은 그 마나 의 덩어리는 그 안에 어마어마한 힘 을 응축한 상태였다.

단 한 번이면 충분하다. 서천영에 게 방심하고 있는 저 뒷모습을 향해 제대로 한 번만 던지면 된다.

남들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은 밀하고 순식간에 움직인 마법의 캐 스팅은 고작 5클래스라고 보기 어려

울 정도로 굉장했다. 하지만 만약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렸다고 해도 장비를 내려놓고 쉬고 있던 그들에 게 대응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이지는 그런 그들을 보며 조소를 홀렸다.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던 너희 들의 잘못이야.’

세이지는 손바닥에 그 힘을 응축시 켰다. 그녀가 바로 뒤까지 마법이라 는 이름의 흉기를 들고 접근해왔음 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무도 알 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손바닥을 서 서히 서천영을 향해 갖다 대었다. 그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실

실거리며 간식을 먹고 있었다.

‘미안,그렇게 웃는 것도 끝이야.’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왠지 모르게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 래야 됐던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 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렇게 살의를 품은 마법이 적중하 려는 순간 서천영이 고개를 획 돌렸 다.

“헉!”

쿵!

가슴이 철렁 울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

았다. 아니,공간이 전부 비틀려버린 느낌이었다. 세이지는 주변 사람들 이 전부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덜덜 떨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준다.

금색의 눈동자였다. 아름답고 찬란 한.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인지 세이지는 그것에 억압되는 느 낌을 받았다.

누군가가 심장을 손으로 움켜쥐는 감각,중력이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였다가는 온몸 이 찢겨나갈 것 같은 소름끼치는 본

능. 그것을 향한 끝없는 공포.

세이지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마나는 이 미 흩어져 버린 지 오래였다.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려고 했 지만 본능은 그것을 거부했다.

서천영은 그런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아니, 그것은 세이지가 그 렇게 느꼈을 뿐이다. 원근법이 잘못 되었다. 서천영의 몸이 너무나도 크 게 느껴졌다.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 라,거대해지는 것이다.

요정처럼 아름다운 그 얼굴이 상큼 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라도 보는 순간 마음이 정화될 것이 분명한 그

미소와 마주한 순간 세이지는 쿵 심 장이 내려앉았다.

“아……

그것은 용이었다. 거대하고 검은, 하지만 금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 는 용. 서천영의 바로 뒤쪽에 내려 앉아서 세이지를 쏘아보고 있는 그 존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존재인,드래곤이었다. 크기 가 산처럼 거대했으며 날개는 하늘 을 뒤덮을 정도로 넓었고 그것에게 서 풍겨져 나오는 위엄은 세이지가 감히 고개를 돌릴 수 없도록 만들었 다.

저건 환상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이미 마음이 부서질 대로 부서진 세 이지에게 그것을 판단할 능력 따위 는 없었다.

서천영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세 이지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너 진짜 이 이상 깝치면 뒤진다.”

머리에,심장에,본능에 각인되는 말이었다.

‘진짜,죽는다.’

세이지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고개 를 끄덕이려고 했다. 저 말을 거역 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딱딱 부딪 치며 눈물을 질질 홀려대면서 고개

를 움직이려는 순간 세이지는 게거 품을 물고 기절하고 말았다.

털썩!

직후 파티원들은 그제야 세이지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가 쓰러졌다 는 사실을 눈치챘다.

“뭐야,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세이지가 쓰러졌어!”

“사제! 빨리 와서 상태 좀 확인해 봐!”

“하,나 진짜 마지막까지 민폐 덩 어리네 저 여자……

“오빠도 참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

요.”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그건 아니지만……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서천영은 볼을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주 예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 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노골 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은 했지 만,세이지라는 여자는 어딘가 잘못 된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셀라임이 서천영에게 다가와서 속 삭였다.

“저거 오빠가 한 짓이지?”

하지만 서천영은 억울했다. 저렇게 까지 기절시킬 생각은 없었다.

“아니,나 진짜…… 겁나 드래곤 피어 조금 썼거든? 이만큼? 근데 가버렸어.”

결국 세이지의 멘탈이 너무나도 약 해진 상태에서 드래곤 피어를 써버 린 탓이었다. 하지만 셀라임은 천영 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그 녀는 마치 서천영을 향해 연약한 어 린애를 괴롭힌 철 안 든 어른 취급 을 하고 있었다.

“살살 좀 하지 그랬어.”

천영은 어깨를 축 내렸다.

‘아니,내가 레벨도 훨씬 낮은데.’ 그는 결국 억울함을 풀 수 없었다.

여느 던전이 그렇듯 루블랑의 신전 역시 보상이 존재했다. 그것도 상당 히 많은 양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빠져나오자마 자 나타난 작은 방에 들어가니 진귀 한 보석들과 돈이 늘어져 있었고 몇

몇 무구 같은 것들 역시 있었다. 하 지만 그것들은 전부 천영의 눈에 들 어오지 않았다. 천영은 애초에 이 던전에 온 목표 중 하나를 완벽하게 달성했기 때문이다.

[상태창]

이름 : 서천영 Lv. 145 클래스 : -

직업 :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세력 : 중립 종족 : 드래곤

나이 : 145(28)

성별 : 無

칭호 : 위대한 여행자

HP : 9873/9873 MP

20378/20378

힘 : 769 체력 : 519 민첩 : 699 지력 : 1007

정신력 : 1500

잔여 스텟 : -

상세정보 ▼

조금 성숙한 드래곤의 신체는 피부 가 바위처럼 단단하며,이빨과 발톱 이 광석처럼 튼튼합니다.

드래곤의 레벨은 나이와 동일합니 다.

성체가 되지 못한 어린 드래곤은 경험치를 얻는 것으로 나이(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을 임의로 올리는 과정은 나이 를 강제로 먹는 행위와 똑같기 때문 에 보통보다 많은 경험치를 요구합 니다.

성체가 될 경우 더 이상 경험치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드래곤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 습니다.

성체가 될 경우 성별을 임의로 정

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스랫은 성장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분배됩니다.

드래곤은 클래스를 가질 수 없으 나,해당 클래스의 스킬을 배울 수 는 있습니다.

지식을 추구하는 드래곤의 특성상 독서를 할 경우 많은 경험치를 습득 할 수 있습니다.

던전 하나를 돌파했을 뿐인데 레벨 이 20이나 올랐다. 아무래도 고레벨 용 던전이라 그런지 레벨이 그렇게 나 잘 안 오르던 드래곤임에도 불구

하고 한 번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드래곤이라고 해야 하나,고 작 145레벨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 마한 괴물 스렛이 나온다.

“천영,갖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

나?”

케일런이 천영에게 말했다. 그는 던전 공략에 지대한 공을 세운 천영 에게 보상 분배의 최우선권을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과 성능 좋 은 마정석,휘황찬란한 마법 지팡이 등의 마법사라면 모두가 탐낼만한

물건들이 가득 놓여 있었지만 천영 은 딱히 그 어떤 물건도 탐이 나거 나 그러진 않았다. 원체 물욕이 없 는 탓이다.

“홈,그보다. 내 파티원에게 물건 하나를 먼저 챙겨주고 싶은데.”

“그게 뭐지?”

“야,셀라임. 너 여기서 갖고 싶었 던 물건 있었다며.”

“으응? 나?”

천영이 그녀를 지목하자 셀라임은 잠시 망설이더니 손가락으로 무언가 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어둡고 칙칙 한 돌맹이 하나가 구석에 떨어져 있

었다. 누가 봐도 볼품없어 보이고 별 가치도 없어 보이는 돌멩이를 지 목하자 케일런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셀라임의 의견을 존중해 그 물건을 그녀에게 넘겼다.

“가,감사합니다아.”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던 셀라임은 그 물건이 정말로 갖고 싶었는지 감 격한 얼굴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 이었다.

“그게……

“……응,빛을 담을 수 있는 돌이 야.”

빛을 잃은 성기사. 현재 셀라임의 클래스 네임이다. 새삼 천영은 셀라 임이 자신의 힘도 제대로 내지 못하 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내색하지 않고 신성력 없이도 강한 모습만을 보여줘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항상 당당했다.

만약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면 성기사라는 직업과 맞지 않게 언제 나 평범한 나이트 클래스처럼 스킬 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채 육탄전 만 벌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어쨌든 이 파티의 목적은 달성한 건가.’

천영은 셀라임을 뒤로하고 안시르 엘에게 물었다.

“그럼 안시르엘은?”

“응? 나는 별로 필요 없는데.”

“나도 없어서 그래. 너라도 하나 가져.”

“진짜 괜찮은데……

결국 안시르엘이 하도 거절하자 천 영은 예쁘장한 티아라 하나를 대충 집어서 그녀에게 넘겼다. 그러고선 보상이 필요 없다며 뒤로 빠지니 케 일런이 나서서 다른 파티원들에게 보상의 분배를 시작했다.

천영은 구석에 찌그러져서 그 광경 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데,왠지 보상을 분배 받은 인원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천영아,이거 해볼래?”

“네?”

어떤 여자는 그에게 다가와서 천영 의 머리에 보석으로 치장된 액세서 리를 씌웠다. 머리카락의 반짝임과 함께 액세서리가 어우러지자 상당히 예뼜지만 아무리 봐도 여성용이었으 므로 천영은 격렬하게 거부했다. 하 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몇 몇 인원들이 찾아와 그에게 귀걸이

를 달려고 하거나 팔찌나 목걸이를 주려고 하는 등 자신들이 받은 분배 금을 선물하려고 했다.

“저 진짜 괜찮은데……

애초에 액세서리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천영은 받을 생 각이 없었으나 사람들은 어떻게 해 서든 그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이 주는 것들을 일부만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을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말았다. 횐색 꽃무늬의 팔찌에 푸른빛의 반지에 붉은 보석이 달린 목걸이에다가 별 무늬 귀걸이 등등.

온몸에 덕지덕지 액세서리를 착용 한 천영이 구석에 틀어박혀서 영혼 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자 렌디가 다가와서 그의 등을 토 닥였다.

“형,힘내.”

“그래……

남은 장비까지 분배하는 것을 가만 히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이혜림이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흰색의 챙 이 넓은 중절모 하나가 들려 있었 다.

천영이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자,혜림은 그의 머리 위에 모자

를 살짝 얹었다. 그러더니 아주 드 물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

“……그거 모자가 예쁘다는 거지?”

“아마도.”

모자를 만지작대며 렌디와 잡담을 나누며 기다리자 아이템의 분배가 전부 끝났는지 케일런이 천영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낡은 서적이 하나 들려져 있었다.

“이건 내가 네 몫으로 따로 빼놓은 거다만…… 꼬라지를 보니 딱히 필 요는 없던 모양이군.”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낡은 서적이라는 것 자체에 호기심이 들었던 천영은 케일런이 넘겨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받았 다. 오래된 책일수록 읽으면 경험치 가 많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소중한 천영 에게 있어서 이런 경험치 덩어리는 아주 훌륭한 보상이었다.

그는 먼지가 살짝 내려앉은 책의 표지를 입김으로 후 불어서 흩어버 린 다음 탁탁 털어냈다.

그 다음 표지 부분을 살피자 오래 된 언어로 단어 몇 개가 적혀 있었 다. 옛날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 그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자,단어가 눈

앞에 둥둥 떠올랐다. 뭔가,분위기가 굉장히 친숙한 책이었다.

‘……그 정령과 친해지는 열두 가 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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