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78화
금색 별 마탑의 본사 로비는 여 러 의미로 ‘글로벌’한 곳이다.
처음 금색 별 마탑의 본사에 들 어가면 마치 공항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기묘한 마나 의 기둥과 그곳을 중심으로 세워 져 있는 수많은 안내 데스크 그리 고 기둥 속에 존재하는 엘리베이 터.
금색 별 마탑에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은 순서표를 뽑고 안내데스 크 직원을 무조건 거쳐야만 한다. 그것이 왕이든,귀족이든,길드장 이든,상단주든 간에 상관없이. 대 신 각각의 안내데스크 위에는 ‘거 래’,‘헌법’,‘재앙’,‘레이드’ 등등 수많은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었고 ‘국가’나 ‘길드’ 등등 자신의 목적 에 알맞게 찾아가야만 한다.
키가 5m가 넘는 거구의 종족이 나 lm도 안 되는 난쟁이 일족이 나 인간들의 왕이나 이종족의 귀 족이나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금색 별 마탑에 오게 되면 모두가 평등
하게 순서를 지켜야만 한다.
안내 데스크에선 수많은 대화가 오고간다.
“아,경찰이셨군요.”
“네,형사입니다. 저희 국가에서 도주한 범죄자가 이곳에 구속되어 있다고 해서 절차를 밟아, 데려가 기 위해 왔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 이 서류를 작 성해주시고 36번 엘리베이터를 타 고 올라가 담당자를 만나시면 됩 니다.”
“굴레폴리안 마법서를 거래하고 싶다구요?”
“예,예…… 그렇습니다. 1000년 도 더 전의 고대 마법입니다. 분명 가치가……
“흠, 이상한데요. 굴레폴리안의 마법서 37권 중 12권은 완벽하게 소실된 것으로 확인,9권은 현재 타국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고, 나머지 16권은 빠짐없이 저희 금 색 별 마탑에서 보관하고 있을 텐 데……
“예에? 그,그럴 리가요!”
“이번 거래는 없는 걸로 하겠습니 다.”
‘달빛 여행자 클랜에서 왔습니다.
최북단에 위치한 ‘아이리스 황야’ 에서 저희가 탐색을 하려고 나왔 는데 혹시 지원이 가능한지에 대 해……
“이번 신제품과 관련해서 금색 별 마탑에 의뢰를……
“옆 왕국에서 자꾸 도발을 하는 건에 대해……
“이번 신축 사업을 하는 데 건물 의 설계도를 새로……
“종족간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서 로가 대화가 통하지 않아. 분쟁이 너무 잦아……
그들은 정말 다양하고 색다른 의
뢰 내용을 들고 찾아온다. 정말 무 슨 연관이 있겠나 싶은 것들조차 금색 별 마탑에 들고 와서 의뢰를 하면 완벽하게 해결이 되고 만약 국가 간에 수상한 조짐이 보인다 해도 금색 별 마탑이 판사가 되어 중립을 유지한 채 그것을 심판해 줄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금색 별 마탑의 로비에서 하염없이 자신의 차례만 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은 건 물 내부로 몇몇 무리가 진입하자 자연스레 시야가 돌아갔다.
금색 별 마탑에는 의외로 마법사 가 그다지 많이 속해있지 않다. 이
곳은 하나의 거대한 ‘회사’의 시스 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회사 시스템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는 3인의 간부진 중 하나 ‘로 키진’이 입장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타 길드나 클랜에서 잽싸게 달려들었다.
“로,로키진 님! 부디 저희 클랜 의 말을……
“이번에 제작한 도구는 틀림없 이……"”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한……
하지만 그렇게 달려든 이들은 무 형의 장막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접
근할 수 없었다. 로키진의 곁을 걷 고 있던 마법사 셀리시티에나에 의해 저지당한 것이다.
로키진은 절대 오>남’을 이런 장 소에서 하지 않는다. 무조건 절차 를 거쳐서 찾아오지 않으면 무시 할 뿐이다.
셀리시티에나는 마치 아무런 일 도 없다는 둣 마법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로키진에게 일에 대해 브 리 핑 했다.
“록 제국에서 수상한 낌새를 보이 던 일당을 모두 체포했다고 합니 다. 지금은 현장의 유치장에 구속 중인데 이곳으로 이송하시겠습니
“간부급인가?”
“아닙니다.”
“그럼 그쪽에서 알아서 하라고 전 해.”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것 인지 로키진은 걸어가면서도 정신 없이 손에 들고있는 서류를 확인 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글자도 놓 치지 않는 것은 이 일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란 소리였 다.
“루벤 상단과의 거래는 어떻게 되 었나?”
“성공적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앞 으로도 지속적으로 거래하길 희망 하더군요.”
“흠? 그 알루벤 회장이 그랬단 말 인가? 누가 거래를 주도했지?”
“사실은 이전에 금색 별 마탑에 새로 들어온 마법사인 서천영이 알루벤 회장을 팔리 다리에르에게 서 구출한 적이 있어서 저희 마탑 의 이미지가 높아진 모양입니다.”
“그거 잘 됐군. 이번에도 거부했 으면 상당히 골치아팠는데 말이 야.”
그렇게 말하며 로키진은 서천영
이라는 이름을 되새겼다.
“그러고 보면 서천영이라는 신참 마법사의 소식은 어떻지?”
워낙에 바쁘다보니 로키진은 서 천영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없었 다. 그래서 간간히 소식만 듣고는 했는데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제 막 10살을 넘은 꼬맹이네 어 쩌네 하는 이야기만 무성했다.
“아직 일 년도 안 됐는데 벌써 유 명한 모양입니다.”
“흠,이번에 스텔라아우렘에 상주 해서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던가.”
“어떻지?”
“……그게 여러모로 사고뭉치입니 다.”
‘‘으‘?,,
셀리시티에나의 말에 로키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고뭉치라,그 렇게 말하면 드는 생각은 아직 너 무나도 어려 제대로 임무를 수행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지?”
“저번에 로티에나 마을 주변에 있 던 유령집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 말고.”
워낙 마을 주민들이 무서워 죽겠 다며 단체로 떼를 쓰는 바람에 기 억을 못할 수가 없었다.
“메이지 서천영이 갔습니다만
“왜,본인도 무섭다고 도망쳐 나 왔나?”
로키진은 자신의 추측을 대충 말 했지만 셀리시티에나는 고개를 저 었다.
“그게…… 유령집과 그 주변의 터 전을 아예 몽땅 박살내버렸다고 합니다.”
“유령은 더 이상 출몰하지 않아 효과는 탁월한 모양입니다만……
상당히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 이긴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창공 기사단이 기르는 와이번들이 단체로 주술에 걸려 날뛴 적이 있어서 그것을 제 지하러 갔는데……
“와이번에게 걸린 주술이라. 어린 나이에 감당하긴 힘들 텐데.”
와이번이라는 몬스터의 강력함만 이 문제가 아니라 ‘주술’이라는 것 또한 상당히 골치 아픈 것이었다.
절대로 쉽게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중도 포기했나?”
“아뇨,모조리 쥐어 패고 반송장 을 만든 다음 정신 교육을 시키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몇몇 와이번은 아직도 서천영이 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잠에서 깬다고……
로키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물었다.
“마법사는 맞는 거냐?”
“예,실력은 확실합니다. 마탑주 레이븐이 직접 보장할 정도로.”
“마탑주 님이 보장한다면 믿을 수 밖에 없지만…… 참 웃기는 꼬맹이 구만.”
이곳은 금색 별 마탑이다. 대부분 의 직원은 정상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 멤버인 금색 별 마법 사들은 절대로 정상인들이 아니다. 로키진의 생각에는 그렇다. 하여튼 전부 또라이들만 모여 있는 집단 답게 신참 또한 상당히 이상한 놈 이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군.’
그런 생각을 하며,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던 로키진은 처음 보는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반바지에 후드티를 입 은 채 모자를 푹 눌러쓴 중학생 정도의 화사한 분위기의 소년이 문 앞에서 막대과자를 우물거리며 서성이고 있었다.
무려 로키진의 사무실이다. 절대 그 누구도 감히 그 로키진의 사무 실 앞에서 이런 예의 없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알았다. 로키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눈앞의 이 꼬맹이가 서천영이라고.
“그래,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 가?”
서천영은 난데없이 잔소리를 들 어야만 했다. 셀리시티에나라는 난 생 처음 보는 여자가 갑자기 서천 영에게 다가오더니 이상한 흰색 서류를 들먹이며 마구마구 팩트 어택을 퍼부었다. 왜 이것을 해치 우라더니 땅을 갈아 엎었냐느니, 영양제를 주라고 했더니 왜 꽃을 괴물로 만들었냐느니, 어쩌고저쩌
고 하면서 뭐라고 하는 통에 서천 영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는걸 요.’라고 했더니 그대로 뒷덜미를 붙잡혀 책상 위에 앉혀졌다.
그리고 지금 이런 꼴이다.
서천영은 난생 처음으로 ‘시말서’ 라는 것을 작성해야만 했다.
“에휴……
그래도 로키진을 만나러 갔던 성 과를 거둬서 다행이다.
금색 별 마탑의 상공에는 항상 몇 대 이상의 미니 비행정이 떠돌 아다닌다. 그것은 이 주변을 감시 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유사시엔
금색 별 마탑의 일원이 그것을 타 고 떠날 수가 있다.
서천영은 유니콘들이 머무는 바 람의 숲에 가기 위해 그것을 이용 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로키진 은 아주 흔쾌히 수락을 해버렸다.
다만 그의 비서인 셀리시티에나 는 서천영을 절대로 그냥 두고 넘 어갈 수 없었던 모양인지 그가 시 말서를 완전히 작성할 때까지 자 기가 지켜봐야겠다며 책상에 앉혀 놓고 맞은편에서 자신의 서류를 처리하는 중이다.
서천영이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 해 꼼지락대며 눈치를 살피자 셀
리시티에나가 찌릿 그를 쳐다보았 다.
결국 포기한 천영은 조용히 펜을 끄적 였다.
‘그나저나 용의 큐브는 어때?’
마음 속으로 파트라슈에게 말을 걸자 대답이 들려온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
-이곳은 그래도 정보력이 상당히 뛰어난 모양이니까.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흠……
천영이 처음으로 손에 넣은 용의 큐브는 인간들의 손에 의해 발견 되었다. 이런 경우처럼 또다른 누 군가가 큐브를 손에 넣어 해석을 하겠다고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 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드래곤만이 이해할 수 있도 록 만들어진 언어이기 때문에,혹 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가슴 아픈 일이 되겠지만.
모자를 벗은 다음 머리카락을 빙 빙 꼬며 입을 꾹 다문 채 서천영
이 뭔가를 고민하고 있자 셀리시 티에나는 그를 힐끗힐끗 쳐다보았 다.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도 아니,사 람의 하찮은 표현력 따위로는 절 대로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깜찍 한 생명체가 바로 눈앞에 존재한 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괜시리 가 슴이 떨렸다.
‘어떡해……
어떻게든 친해지고는 싶었지만 그녀는 원체 말투나 성격이 거칠 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지금도 보라. 바로 떠나가려는 서천영을 붙잡기 위해 틱틱대는 말투를 거
침없이 사용하여 그를 어거지로 붙잡지 않았는가? 아마 그의 마음 속에서 셀리시티에나 본인의 이미 지는 확 깎였을 것이라고 생각하 며 괜시리 기분이 침울해졌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서천영의 표 정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 표정 은 참 마법과도 같아 지켜보던 셀 리시티에나의 감정 역시 동요하여 시무룩하게 변했다.
‘뭐지? 무슨 일이지? 기분이 안 좋은 건가?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지만 서천영은 그저 아까 먹다 가 남은 막대 과자가 생각났을 뿐 이다.
‘배고픈데…….,
불과 30분 전에 점심을 먹었지 만,그래도 배는 고프다. 혀로 입 술을 축이며 가만히 이곳을 빠져 나갈 궁리를 하던 서천영은 정말 0.01%도 안 되는 희박한 확률이 라고 생각하며 말을 툭 던졌다.
“저기,밥 드셨나요? 점심 먹으러 가실래요?”
그와 동시에 셀리시티에나의 표 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서천영은 말을 잘못 꺼냈다 고 생각했다. 까탈스럽고 고지식하 고 무뚝뚝한 여자다. 일하는 시간
엔 무조건 일,쉬는 쉬간에도 무조 건 일. 일밖에 모를 것 같은 그녀 를 상대로 업무 시간에 밥을 먹자 고 했으니 분명 잔소리가 날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
서천영은 즉시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의외의 대답이 들 려오고 말았다.
“좋아요! 지금 당장 먹으러 가
“네? 네?”
“제가 이 근처에 있는 맛집 알려 줄게요.”
뭐지. 방금 전에 잔소리를 마구 퍼붓던 사람이랑 동일인물 맞나? 서천영은 얼떨떨한 눈으로 셀리시 티에나가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것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도대체 어떤 점이 그녀를 이렇게 변하게 했는지에 대해 고민하느라 서천영 은 보지 못했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표정변화가 없던 셀리시티 에나가 지금 이 순간 온 세상을 다 손에 넣은 것만 같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