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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87화 (86/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87화

태양의 힘이 강해져 바람과 구름이 불꽃에게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가는 계절 여름. 사람들의 복장은 더욱 더 간편해졌고 그와 함께 활동력 또 한 올라갔다.

리엔은 ‘황금 연휴’를 맞이하여 마 법 학교가 9일이나 연달아 쉬는 것 을 이용해 동기 및 선배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스텔라아우렘에 찾아와 매일같이 스텔라 도서관을 들락거렸

다.

스텔라 도서관의 상층에는 총 3개 의 층으로 구성된 독서실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 바로 마법서를 읽는 사람이 대부 분이라 독서실은 의외로 사람이 적 다. 왜냐하면 A라는 마법을 공부하 다가 B라는 마법이 연계되기도 하 고 C라는 공식을 찾아봐야 이해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 그 것을 일일이 예상하고 책을 전부 가 져갈 수는 없어서 책장 근처의 책상 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정석이었 다.

하지만 리엔은 아직 마법 학교 저

학년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적었다. 배우는 마법도 굉장히 쉬운 편에 속 해서 책 한 권이면 만사 오케이였고 그런 것들을 네다섯 권정도 준비해 가면 독서실에서 조용히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책 을 읽는 경우보다 친한 이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우가 더욱 잦 았다.

리엔은 언제나 1층 독서실을 애용 한다. 딱히 별 이유는 없고 그냥 계 단이 낮아서 그랬다.

“리엔,너 지금 독서실 가는 거 야?”

“응,언니는?”

리엔보다 2학년 위의 선배인 세필 레나가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 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친구와 함께 작은 소설책을 흔들었 다.

“곧 휴일도 끝나잖아. 오늘은 좀 쉬엄쉬엄 소설이나 읽게.”

“그렇구나. 나는 아직 숙제도 못 끝내서……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세필 레나는 소설책을 펼쳤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책의 안쪽 페이지까지 분 홍색으로 휘황찬란한 로맨스 소설이 었다. 세필레나는 우수한 학생이기

때문에 모든 숙제와 예습까지 전부 마친 상태라 저런 여유를 부리는 것 이 가능했다.

리엔은 그녀를 부럽다는 듯 쳐다보 다가 다시금 숙제에 집중하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자 세필레나 가 지나가듯 말했다.

“아참,너 스텔라 도서실 옆에 있 는 작은 카페 알지?”

“카페? 알긴 아는데……

뜬금없는 질문에 리엔이 고개를 갸 웃하자 세필레나가 살짝 웃으며 말 했다.

“머리 아프고 힘들면 기분 전환삼

아 한번 가봐. 아,오후가 늦기 전 에는 찾아 가야돼.”

“거긴 왜요? 이벤트라도 있어요?”

“으음,이벤트라면 이벤트겠지. 하 여튼 가보면 알아.”

하지만 카페에 가면 온갖 비싼 케 이크와 커피만 가득할 뿐이다. 아직 학생인 리엔에게는 사치였다. 슬슬 용돈도 다 떨어져간다.

“뭐,가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한 세필레나는 소설의 세 계로 풍덩 빠져들었다. 고작 소설을 읽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그녀를 보던 리엔은 펜을 딸깍거리며 고민했다.

‘카페,카페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오전에 처리해야할 할당량 을 먼저 끝마치기로 생각한 리엔은 다시금 펜을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슬슬 허리와 손목에 통증이 오기 시 작할 무렵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 리가 들렸다. 슬슬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리엔,너는 안 가?”

“으응. 나는 조금 있다가.”

마무리 짓던 마법진 설정과 그 세 부 프로그래밍을 작성 중이었기에 자리를 비우기가 꺼려졌다. 머릿속 에 저장되어있는 내용을 모두 공책 에 필기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고 리엔 은 혼자 남아서 끝끝내 숙제를 완성 시켰다.

‘후우,마귀 선생님한테 혼날 걱정 은 없겠군.’

짧게 기지개를 편 리엔은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점심시간이 거의 다 끝나간다. 간단하게 끼니라도 때울

생각으로 리엔은 책을 모두 가방에 집어넣은 뒤 사물함에 넣어두고 도 서관 바깥으로 나갔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한창 태양빛이 강하게 내 리쬐는 시간이었다.

“으으,피부 타겠다.”

이곳에서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자 주 찾아가는 분식집이 있다. 리옌은 친구들이 그곳에서 아직까지 밥을 먹고 있겠거니 싶어서 발걸음을 옮 겼지만,이게 웬걸. 문을 닫은 상태 였다.

“……얘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아무래도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확

인한 친구들은 다 같이 의기투합하 여 다른 음식집을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리엔은 그녀들이 어디로 갔 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오늘은 혼자 먹어야겠네……

힘없이 도서관으로 되돌아와 터덜 터덜 걷는데 왠지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아까 전 세필 레나가 말했던 바로 그 카페였다. 겉모습만 봐서는 평범하다 못해 블 록 하나당 세 개씩 늘어진 흔하디흔 한 카페였는데 어딜 봐서 특별하단 건지 모르겠다.

“한 번,가볼까……

용돈은 빠듯했지만 그래도 마법사 의 호기심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리옌은 카페의 문을 살짝 열었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시 원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마법으로 인해 냉방이 잘 되고 있는 모양이 다.

리엔은 깜짝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좌석이 하나도 남 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여기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곳인 가?’

다른 카페와 차별되는,뭔가가 있

단 말인가?

리엔은 카운터에 다가가 제일 싼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주문했다. 점심으로 때우기엔 가격도 쓸데없이 비쌌고,허기를 채울 수도 없겠지만 이 가격은 어디까지나 자릿세였다.

리엔은 혹시 몰라서 마법서 하나를 챙겨오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 다.

아직까지 자리가 나지 않아 카운터 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가 커피와 케이 크를 딱 받으니 마침 구석에 자리가 생겼다. 그곳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책을 내려놓은 뒤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윽,써.”

달지도 않고 뭔가 특별한 향신료가 첨가된 것도 아니다. 세필레나가 강 력히 추천해서 조금 기대했는데 솔 직히 실망했다. 그렇다고 케이크가 막 특별하게 맛있는 것도 아니었다.

“메뉴를 잘못 고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푹 쉬고 테이블 한 구석에 책을 펼쳤다. 하 지만 뭔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 았다. 이렇게 카페에 와서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몸이 나른해졌다. 이 대로 눈을 감고 싶었다.

그렇게 멍하니 정면을 주시하고 있

는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이블 위에 올 려져있는 각자의 책을 쳐다보는 것 이 아니라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리엔은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사 람들이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엔,천사가 한 명 내려앉아 있 었다. 리엔은 순간 헛것을 봤나 싶 어 눈을 비볐다. 하지만 저것은 실 존하는 생명체였다. 흑단 같은 머리 에 흰색 브릿지,새하얀 피부,금색 의 눈동자. 어깨가 드러나는 새하얀 바탕에 푸른색의 무늬가 새겨진 나 시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그 아이

는 리엔과 동갑내기로 추정되었다.

입에다가 막대 사탕을 문 채로 무 감각하게 책을 사르륵 넘기는 그 모 습은 그 자체로 이미 역사에 길이길 이 남을 예술작품이나 다름없었다.

‘세피 언니,나이스.’

왜 이곳에 가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라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카 페에서 창문가 자리는 당연히 명당 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를 아주 여 유롭게 차지하고 있는 저 아이는 아 마 이곳의 단골 고객일 것이다. 추 정컨대 저 아이가 이 카페의 손님을 늘려주고 있단 사실을 깨달은 점장 은 아예 창문가로 안내를 했을 것이

다. 마치 꽃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리엔은 그 상태로 정말 한참 동안 이나 그를 관찰했다. 언뜻 봐선 남 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 다. 하지만 리엔은 어째서인지 저 아이가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는 행동이나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 앉은 자세 등등이 자유롭게 자란 소 년 마치 자신의 동생을 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소년 을 바라보던 리엔은 자신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제야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단 사실을 깨달았다.

‘헉,오후 3시?’

벌써 두 시간이나 흘렀다. 깜짝 놀 란 리엔이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 나자 마침 저 소년도 자리에서 일어 났다. 읽고 있던 두껍고 어려워 보 이는 책을 챙기더니 그대로 카페 밖 으로 나가버린다.

리엔은 호기심이 들어 그대로 소년 을 쫓아갔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제야 그 소년 의 키가 상당히 작다는 사실을 깨달 았다. 아니,그냥 모든 게 작았다.

‘엄청 작네…… 손도 작고. 움직이 는 인형 같다.’

저 소년이 도서관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엔은 그대로 쫓아 서 들어갔다. 그 다음 계단을 오르 자 리엔 역시 따라갔다. 이 행위가 스토킹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 었지만 그래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 었다.

한참이나 위층으로 올라가던 소년 은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는 구역까 지 들어가 책장에 자신의 책을 꽂아 넣고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빤히 쳐 다보았다. 리엔은 우연인 척 그에게 접근했다. 그러고선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노,높네

소년이 팔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발꿈치를 든다. 닿지 않는다. 그 모 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리엔은 심장 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소년이 고개를 획 돌려 리엔을 올려다보았 다.

“무,뭣,나,나는……

“꺼내줘.”

“으,응?”

손가락으로 자신이 꺼내려던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리엔 역시 식은땀 을 홀리며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리 엔이 꺼내기에도 굉장히 높았다.

‘그래! 나는 마법사니까.’

그런 생각으로 수인을 맺기 시작하 자 소년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 그 러더니 어딘가를 가리킨다. 소년이 가리킨 위쪽에는 늙은 노파 하나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리엔과 소년을 똑바로. 노파의 머리 위에는 ‘마법 금지’라는 글자가 큼 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만날 몰래 마법 쓰니까,저 할머니가 자꾸 잔소리를 해대서.”

“그으,그렇구나. 그나저나 마법사 였어……?”

소년이 그런 질문은 됐고 빨리 꺼 내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인 걸까? 어디 학교지? 흐응,

나이는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2

학년 정도일까. 그 정도 나이에 물 체 지정 이동 마법까지 쓸 수 있을 정도면 대단한데……

리엔은 하는 수 없이 심호흡을 하 고,책장의 끄트머리에 발을 걸친 다음 발꿈치를 있는 힘껏 들었다. 그러고선 덜덜 떨리는 팔을 뻗자 책 이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았다.

“조,조금만…… 더……

툭,투욱.

끝부분을 살짝 씩 건드리자 책이 조금 밖으로 삐져나왔다.

‘좋아,할 수 있어!’

리엔은 자신의 키가 책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소 년에게 도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신께 감사드린 다,또한 이런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툭,툭,툭,투욱!

손가락으로 점점 더 책을 밀치자 마침내 책이 중심이 비틀려 흔들리 기 시작한다.

리엔은 속으로 나이스를 외친 다음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지만 너무 기 뼜던 탓일까 하필이면 조준을 옆쪽 으로 해버려 다른 곳이 무너지기 시 작했다.

투,투투툭!

“어,어라……?”

리엔은 멍한 눈빛으로 그곳을 쳐다 보았다. 리엔의 얼굴보다 거의 두세 배는 커 보이는 두꺼운 서적들이, 그녀를 향해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 했다.

“꺄,꺄아!”

눈을 질끈 감고,무너져 내리는 몸 을 그대로 중력에 맡겼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 았다. 슬쩍 실눈을 떠서 올려다보자 책들이 전부 공중에 둥둥 떠 있었 다. 그리고 리엔의 몸 역시 넘어지 다 말고 허공에 뜬 상태였다. 고개 를 돌리니 소년이 죽겠다는 표정을 한 채로 검지를 척 치켜세우고 있었 다.

‘마, 말도 안 돼. 이 정도 수준의 마법을 이 짧은 순간에 발동시켰다 고?’

하지만 소년은 그러한 사실은 아무 래도 좋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죽겠군.”

잠시 후 쿵광대며 내려온 할머니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망할 자식아! 마법 그만 쓰 랬지!”

리엔은 소년과 함께 나란히 쫓겨나 고 말았다.

결국 리엔은 근처에 있는 김밥 집 에 소년을 데려갔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도서실에서 나 오자마자 그녀의 배가 꼬르륵댔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녀를 잠시 쳐다보더니 귀 여운 무언가를 보았다는 듯 미소 지 었다. 마치 동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표정이었는데 그것은 심히 이질감이 있었다.

‘내가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

..?,

키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어느 면으로 보아도 리엔이 더 언니,혹 은 누나였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사실을 까닿게 망각한 사람처럼 앞 장서서 근처에 있는 싸고 양도 풍족 한 음식집인 김밥 집을 찾아온 것이 다.

서로 마주앉은 다음 소년이 물을 따르고 있자 리엔은 두근거리는 가 슴을 진정시켰다.

‘이,이거 데이트 맞지? 어, 어떡 해. 화장 좀 하고 올 걸. 아니,그 전에 옷이라도 꾸미고 올 걸……

그러다가 소년의 얼굴을 뜯어져라 관찰한다. 하도 피부가 뽀얗고 입술 이 촉촉해서 뭐라도 바른 줄 알았는 데,자세히 보니 아무런 화장도 하 지 않았다. 그녀가 멍하니 본인을 쳐다보든 말든 간단하게 주문을 끝 마친 소년,천영이 입을 열었다.

“너,루클렌 마법 학교 학생이지?”

리엔은 자신의 브로치를 만지작거 렸다. 이것은 루클렌 마법 학교의 학생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마법사로 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는 증 거나 마찬가지였다.

“몇 학년이야?”

“삼 학년.”

“흐음,열여섯 살이네.”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리엔이 그렇게 묻자 천영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스물여덟.”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리엔은 무언 가를 기억해내고 말았다.

“아! 혹시……

일전에 들은 적이 있다. 금색 별 마탑에 최연소로 가입한 세기의 천 재 마법사 서천영.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임무를 말끔하게 처리해 (박살내)버린다는 좋은 듯 안 좋은 듯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에 의하면 당사자인 서천영 은 자신의 나이를 두 배 불려서 말 한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외견은 열넷인데 스물여덟이라고 소개한다

고.

“그렇구나 열네 살이지?”

“……스물여덟.”

“우와,나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처음 봐……

손목시계를 빼고 있어서 몰랐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없어도 서천영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저런 천 사같이 아름다운 외모에 흰색의 브 릿지가 나있는 흑발을 가진 소년은 흔하지 않을 테니까.

도저히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무 시해버리는 리엔의 대화법에 천영은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참치 김밥이 나오자 리엔은 그것 을 정신없이 입에 집어넣었다.

“……많이 배고팠구나. 하나 더 시 켜줄까?”

끄덕,끄덕, 끄덕. 입에 잔뜩 김밥 을 문 채로 긍정을 표하는 리엔을 보며 천영은 피식 웃으며 하나를 더 주문했다.

‘루클렌이라……

천영은 젓가락으로 김밥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바람의 숲에서 돌아온 지 벌써 석 달이나 흘렀다. 그 동안 랭 스토린 은,천영에게 감사의 선물로 정말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고대 서적 이나 마법서 등등을 가져다주었다. 천영이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백하 란의 누나,백하연을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 마치 자신의 ‘혈육’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극진하게 정성을 쏟아 부었다.

자신의 사비까지 쏟아부어가며 백 하연의 몸을 원상복구 시키는 것에 일조하자 고마움을 넘어서서 부담이 심해지자 백하란이 랭 스토린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그러자 랭 스토린이 말했다.

‘내겐 정말 마지막으로 남은 인연

의 끈이다.’

그 말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랭 스토린은 단 한 마디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결 국 백하연은 완전히 치유되었고,현 재는 렝 스토린의 밑에서 마법을 배 우고 있다고 한다.

“그,혹시 ‘하성’과는 무슨 관계야? 역시 연인?”

“그게 무슨 헛소리야. 개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연인은 무슨……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서천영 하 면 요새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 다. 그것은 바로 새하얀 순백의 유

니콘 한 마리를 타고 다닌다는 것. 태양을 등진 채 허공을 질주하는 천 사와 유니콘의 조합은 그 모습 자체 로 너무나도 아름다워 한 번 본 사 람들은 절대로 잊지 못하고 영원히 뇌리에 서천영과 하성을 그려놓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다.

“역시 그렇지? 서천영은 남자라는 소문도 있거든.”

“남자라는 소문이 있는 게 아니야, 남자야 그냥.”

“나, 실은 하성님 팬이거든. 호,혹 시 만나볼 수 있을까?”

벌써 넥스터들이 대거 그리픈으로 이주한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간 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금색 별 마탑이 몇 년 동안 새로운 멤버를 받지 않 다가 일 년 안에 세 명이나 새로운 멤버를 충원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만한 이슈거리였 다.

“하성? 왜,데려올까?”

“저,저,정말?”

“응,원한다면 네가 채가도 좋아.”

“그으,그,그건 좀 힘들지.”

천영은 진심이었다. 자꾸 귀찮게

들러붙는 유니콘을 처리할 방법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여자와 의 결혼을 주선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다. 기껏 금색 별 마탑에 가입 시켜 놓았더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루 종일 천영만 졸졸 쫓아다니니 귀찮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 다.

리엔과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김밥을 다 먹어갈 쯤 창문 밖에서 종이비행기 하나가 날아왔 다. 리엔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있을 때,천영은 그것을 능 숙하게 받았다.

[코드 : cOp-2-pl lQa-3tvb

“에이 씨,귀찮게.”

쓸데없이 암호를 걸어놓은 레이븐 의 ‘귀찮은 행위’에 천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리엔은 그것을 슬쩍 쳐다보았다. 저건 저클래스의 마법사는 감히 이 해하는 것조차 불허하는 초고난이도 의 암호였다. 하지만 천영은 그것을 간단하게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는 것으로 풀어냈다.

[통칭,‘용의 큐브’에 관한 정보]

[1. 현재까지 밝혀진 추정 위치는 세 군데이며,그것들 중 두 개는 이 미 인간들이 발견하여…….]

[2. 하나는 오지에 숨겨져 있으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긴 어려울 것 으로…….]

[3. 지금까지 발견한…….]

각종 정보가 적혀 있는 것을 읽으 며 천영은 그것을 화록 태워버렸다. 이전에 받았던 정보와 별 차이가 없 었다. 즉 정보의 갱신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레이븐이 이

것을 보낸 이유는 단 하나. 그저 천 영에게 주기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그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영은 이 정도의 정보도 썩 만족스러웠다. 맨 마지막에 적혀 있는 문장은 정확하게 큐브의 위치 를 집어주고 있었다.

[7. 현재 용의 큐브 중 하나는 ‘사 립 루클렌 마법 학교’에서 보관 중 이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극 히 적다.]

천영은 김밥을 깔끔하게 해치운 리 엔을 향해 말했다.

“너,학교에 슬슬 돌아 가야하지 않아?”

“응? 그렇지.”

“밥값 해야지. 나 좀 안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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