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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88화 (8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88화

부글부글부글. 보라색의 기분 나쁜 액체가 흐르고 있는 와중에 마법진 은 빛을 잃지 않고 더욱 견고하게 마나를 끌어 모았다.

백하란은 흰색의 로브에 주머니를 손에 꽂아 넣은 채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이거 되겠는데요.”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백하란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연구원들이 몸 을 움찔 떨었다.

“무,뭘요?”

아무래도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들 은 전부 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 다 보니 그들을 향한 두려움이 조금 씩은 있었다.

백하란 역시 그런 부류 중 하나였 다. 처음엔 정상인이 금색 별 마탑 에 들어왔다며 좋아하던 그들은 백 하란의 기상천외한 톡톡 튀는 만행 에 기가 질려버렸다.

“악마 소환요. 해봐도 됩니까?” “아,안 됩니다!”

“그러다 다 무너지면 어쩌려구요!”

“될 것 같은데.”

“아니,지금 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연구원들은 백하란을 말리느라 진 땀을 됐다. 현재 그들은 ‘만추의 기 둥’에서 뽑아낸 기운으로 사충계에 관한 것을 조사하고 있었다. 당연히 도 백하란의 ‘악마 소환’이란 사충 계의 존재를 소환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 구원들 역시 마법사였으니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고 고통을 감 내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러나 백하란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그 말뜻을 알고 있는 연구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지 백하란이 공식의 이해를 끝마쳤나보군.’

워낙 천재이다 보니,이젠 놀랍지 도 않다. 무려 그 ‘서천영’이 데려온 사람이다. 서천영과 연관되는 순간 절대 평범한 것은 없다. 서천영이 냉면을 요리하면 그것은 뜨거운 요 리가 될 것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따뜻하게 해 드릴까요? 라는 질문을 한다. 그런 이상한 소문이 돌 정도로 서천영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아쉽네요. 그럼 다음에 하는 걸 로……

“다음에도 안 됩니다아!!”

하는 수 없이 백하란이 마법진의 발동을 멈추자 그제야 연구원들이 안심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고작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엄청난 성과였다. 금색 별 마탑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한 백하란은 ‘인원 부족’으로 인해 밀 리고 밀렸던 수많은 마법적인 과제 들을 눈부시게 처리해나가고 있었

다. 결국 자잘한 것들부터 큼지막한 것들까지 모조리 처리한 백하란은 만추의 기둥마저 해석하기에 이르렀 다.

점심시간이 되자 간단하게 금색 별 마탑 내부에 있는 직원용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 백하란은 내부에 있 는 휴게실에 앉아 커피를 흘짝였다. 여직원들이 지나치며 백하란을 힐끔 힐끔 훔쳐본다. 차가운 분위기에 지 적인 이미지 거기에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라는 그리픈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데다가 생긴 것도 잘생겨버렸으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선지 본인은 별로 다른 여자들 에게 관심이 없어보였지만.

멍하니 커피를 마시며 아까 전 해 석했던 마법 공식이나 되풀이하고 있는데 휴게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가 들어왔다. 그러자 항상 무뚝뚝하 던 백하란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화사 해지며 웃는 얼굴로 변했다.

“안능.”

서천영이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싸 구려 커피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백하란은 그를 보며 방긋 웃으며 인 사를 하다가 그 뒤에서 따라오는 소 녀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그 아이는 누굽니까?”

“응? 아,이번에 내가 얘네 학교에 견학 좀 가려고.”

“견학…… 말입니까?”

“응,뭐 사실 목적이 있긴 하지만.”

벤치에 털썩 앉은 다음 쩍벌 다리 를 한 채 한쪽 팔을 의자 뒤쪽에 걸치며 그렇게 말하자 뒤쫓아 오던 리엔 역시 천영의 옆에 착 달라붙었 다. 왠지 금색 별 마탑에 들어오니 까 뭔가 공기가 달라진 느낌까지 들 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잔뜩 맴돌았 다.

‘어,어떻게. 저 언니는 여기 직원

인가? 대단해! 헉,저 사람은 생물 학의 권위자로 유명한 그 마법사? 싸,싸인 받고 싶어!’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금색 별 마탑을 구경하는 리엔을 보며 천영 은 못내 뿌듯해졌다.

“아,그러고 보니 너 하성 못 봤 냐?”

하성의 이야기가 나오자 백하란이 눈에 띄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 했다.

“하성은 왜 찾으십니까?”

직후 그 반응을 캐치한 파트라슈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저것은 일

종의 질투이나 평범한 질투가 아니 다. 그동안은 남자주제에 남자에게 인기 많아서 좋겠다며 천영을 놀리 곤 했지만 드래곤의 정령으로서 그 들이 천영에게 가지는 세정'의 종류 를 간파할 수 있었다. 이것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영웅들이 드래곤 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느끼는 애정 이다.

’설마 이렇게 짧은 만남인데 본인 이 자각을 하고 드래곤에게 이끌린 단 말인가?’

천영도 눈치채지 못했고 하란도 눈 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파트라슈만 큼은 알 수 있었다.

’이번 시대는 뭔가,굉장한 걸. 앞 으로 주인이 성장할 때까지 대체 몇 명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천영은 갑작스러운 하란의 싸늘한 반응에 당황하여 답했다.

“으,응? 그야 뭐 이유가 있어서 찾나. 사실 얘가 팬이라고 해서 소 개 좀 시켜주려고.”

본인은 좋아하지도 않을 일을 골라 서 한다며 하란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마탑주님과 이야기 하고 있 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레이 스 첼린지’ 건으로 바쁘다고 들었습 니다.”

“어윽,그 이상한 이벤트?”

“네,근데 도와주는 것까지는 하겠 는데 심판은 하지 않겠다고……

“개 성격에 안 맞겠지. 하여튼 아 쉽게 됐다 리엔. 지금은 좀 바쁘댄 다.”

“괘,괜찮아.”

이제 와서는 하성이고 뭐고 아무래 도 좋았다. 그저 마법사로서 금색 별 마탑의 구경을 했다는 자체만으 로도 이미 황홀할 지경이었다.

‘나도 나중에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

천영은 커피를 홀짝대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면 네청님께 여쭤볼 사 항이 좀 있는데. 요새 통 안 보이시 네……

“아,네청님도 지금 수행하시겠다 고,지하실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 으셨습니다.”

“그래? 끄응.”

네청은 천영의 유일한 스승이나 다 름없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독학으로 마법을 배우면 그 속도는 현저히 느리다. 하지만 뛰어난 스승 에게 마법을 배우면 천영의 성장속

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네청은 인격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스승이었고 천영은 마 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예 네청을 마법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흐음 입체 마법에 대해 말씀드리 고 싶은 게 좀 있었는데.’

지금 당장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 니 굳이 네청의 수행을 방해할 생각 은 없었다.

“나 그럼 가볼게. 아마 며칠 정도 는 자리 비울 것 같은데.”

“견학…… 이라고 했던가요.”

천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잠 시 고민하던 백하란이 입을 열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뭐?”

그 말에 천영이 눈썹을 꿈틀댔다. 요새 얘네들이 왜 이래? 라는 표정 으로 하란을 쳐다보던 천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하성부터 시 작해서 맨날 따라다니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바쁘지 않아? 와서 할 일도 없을 걸. 엄청 심심할 텐데.”

“괜찮습니다. 지금 연구는 전부 끝 낸 상태입니다. 오히려 남은 해석은

저들끼리 하겠다고 저를 쫓아내는 바람에……

“……너 또,이상한 짓 하려고 했 지?”

하란이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그냥 만추의 기둥 해석 을 모두 끝내서 악마 좀 한 번 소 환해보려고 했더니……

쫓아낼 만 하네.

하여튼 만추의 기둥을 해석했다는 말에 천영은 살짝 놀랐다. 언뜻 봤 을 때 너무 복잡해서 한동안은 시간 좀 걸리겠거니 싶었는데 그걸 또 금

세 해석해버릴 줄이야.

‘붉은 룰 클랜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고. 당분간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군.’

빈 커피 잔을 구겨버린 천영은 그 것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그러 면서 마치 아저씨마냥 으어어어 하 며 허리를 쭉 펴더니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래,뭐…… 같이 가자. 가끔은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결국 수락하고 말자 하란이 눈에 띄도록 얼굴이 밝아졌다. 기지개를 펴며 휴게실 밖으로 나가자 지나다

니던 직원들이 천영을 볼 때마다 밝 은 얼굴로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아무래도 칙칙하고 음침한 마법사들 이 모이는 공간에서 꽃같은 비쥬얼 이 탄생했다보니 이미 직원들 사이 에서는 인기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나저나,네 누나는 요새 좀 어

때?”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습니 다.”

하란은 벌써 천영에게 빚을 두 번 이나 진 셈이다. 저주를 풀어준 것 에도 모자라 유니콘의 눈물까지 구 해서 가져왔다. 거기에 렝 스토린까 지 합세해서 온 힘을 쏟아부어 지원

을 해주니 완쾌가 되지 않으면 오히 려 미안할 정도였다.

“누나는 지금 메이지 랭의 아래에 서 마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때? 잘 배우고 있어?”

“네,그게…… 레벨은 100도 안 되 는데 벌써 4서클을 완성했습니다.”

천영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놀 라서 되물었다. 레벨 50때 1서클, 100때는 2서클 이런 법칙이 너무나 도 당연했던 천영에게 있어서 그것 은 심히 놀라운 일이었으나 이미 본 인이 이런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던

하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무래도 레벨과 무관하게 ‘성취’ 와 ‘깨달음’만 있으면 이런 일도 가 능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저도 330 레벨 때 6서클을 달성했으니까요.”

“그,그러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리엔 이 슬쩍 물었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뭐가.”

“금색 별 마탑의 서천영 딱 하면 굉장히 강하고 천재라는 이미지는 떠오르는데 말이야.”

“응,나 존나 쎄고 굉장하지.”

“근데 몇 서클인지 밝혀진 부분이 없잖아.”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랬다. 천영은 대외적으로 본인의 경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건 당연하게도 천영에게 는 서클의 개념이 없는 유일한 생명 체인 드래곤이기 때문.

천영의 마나통은 그저 단단한 구체 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다른 생 명체들이 갖고 있는 연약한 젤리 같 은 서클이 아니라는 의미. 그렇기에 서클이라는 개념이 없다.

“리엔 씨,아무리 그래도 마법사에 게 성취를 묻는 것은……

“에이,뭐 어때.”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도 해서 하란 이 그렇게 말하자 천영이 뚝 잘라버 렸다. 그러면서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글세. 잘 모르겠지만 7서클 정도 는 되지 않을까?”

7클래스가 뉘집 개 이름이던가. 당 장 다른 마탑의 마탑주들만 해도 1

서클을 달성하지 못한 이들이 간혹 있었다. 이제 막 마탑주가 된 마법 사들이 그러했지만 하여튼 그만큼이 나 7서클이라는 경지는 굉장히 아득 하게 높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천 영은 절대로 과장해서 말한 것이 아 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과소평 가를 했을 수도 있다.

‘흐음,지금 레벨이 대략 250이 거 의 다 돼가니까. 맞겠지 뭐.’

하여튼,대단하긴 대단하다며 리엔 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저 어린 나이에 저 정도의 성 취면 그가 ‘넥스터’라는 사실과 무 관하게 정말 천재라는 사실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천영은 백하란을 데리고 열차 에 탑승했다. 스냅백을 눌러쓴 천영 은 열차에 타있는 수많은 마법 학교 의 학생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마법사 지 망생이라니……

“헤헤,근데 이 많은 사람 중에서 대부분이 마법사가 되지 못해요. 많 아봐야 10%정도가 마탑에 인정을 받고 마법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든

그만큼이나 마법사의 길은 굉장히 어렵다. 수많은 마법사 지망생들이 본인의 재능이 절망하고,지식에 대 한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마나가 쌓이지 않아 결국 폐인이 되어버리 고 만다.

‘우린 마법 참 편하게 배웠단 말이

지……

드래곤의 ‘언령’이 총동원되어 만 들어진 일종의 축복 그것이 바로 넥 스터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천영 은 새삼 드래곤이 대단하다는 생각 이 들었다. 얼마나 차원이 다른 마 법력을 구사하기에 다음 세대의 드

래곤까지 ‘선택’한단 말인가?

‘레벨이 오를수록 경험치는 점점 더 느리게 쌓이기만 하고……

대체 언제가 돼야 성룡이 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한참을 달리던 열차는 도중에 세 번이나 정거장에서 멈춰섰고 이윽고 정착지에 도착하였다.

리엔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을 느끼며 플랫폼에서부터 보이기 시작 하는 높디높은 탑과 마법 학교를 쳐 다보았다. 저것이 바로 ‘만트루 시 티’의 자랑인 회색 바위 마탑과 사 립 루클렌 마법 학교였다.

“어때요. 굉장하죠? 금색 별 마탑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엄청 커다 래요.”

리엔이 백하란에게 그렇게 말했다. 일전에 로드웰 아카데미에 다녀왔던 천영도 그곳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 지 않는 루클렌 마법 학교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니는 ‘루클텐’ 의 문양과 수많은 비행 물체들은 그 마법력을 과시하는 듯 했다.

“사립 루클렌 마법 학교의 이사장 과 회색 바위 마탑의 마탑주와 엄청 친한 사이래요. 그래서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매년 수많은 학 생들이 졸업하면서 회색 바위의 마 탑으로 들어간다고 해요.”

일명 공생이라고 하겠다. 회색 바 위 마탑은 마법사 지망생들에게 마 법사가 될 수 있도록 수많은 지원을 해주고 마법사 지망생들은 그것을 받아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유망한 인재가 되어 회색 바위 마탑에 들어 간다. 그러한 이유 덕분에 회색 바 위 마탑의 위세는 아주 튼튼했다.

“흠,회색 바위 마탑이라……

“왜?”

천영이 회색 바위 마탑을 곱씹자,

리엔이 고개를 갸웃했다. 천영은 피 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그냥 저기에 아는 사람이 좀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예전에 만났던 어떤 재능 있 는 마법사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이 내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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