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99화 (98/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99화

“로서진 님?”

“아,네?”

“괜찮으십니까?”

일을 하던 스태프가 지나가며 년지 시 묻자 로서진은 살짝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예,조금 피곤하군요.”

“하하,내일이 가장 중요한 날이니 로서진님도 긴장을 하시는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며 스태프는 총총걸음 으로 사라졌다. 로서진은 땀을 조금 홀리며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돌아 와 의자에 걸터앉았다. 저녁부터 해 서 벌써 4시간 째 늦은 밤까지 간 부진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하나같이 죄다 공정 한 심사를 내려달라면서 아이러니하 게도 돈을 쥐어주려는 꼬락서니가 역겹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역겨운 건 자기 자신이었다. 그녀는 이미 몇 년이나 돈을 받아먹고 크지 않았던 가? 그리고 그 더러운 돈을 받은

대가로 이 대회의 결과를 조작해야 만 했다. 우승자는 로스틱 클랜의 렉톰 파티가 될 것이고 다른 파티는 자신들의 노력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나가떨어지게 생겼다.

“후우……

로서진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레이 스 첼린지의 경기장 홀로세움의 동 서남북에는 각각 높은 탑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관리자 사무실의 역 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로서진 또한 동쪽에 있는 사무실의 꼭대기 에 앉아서 경기장을 아주 쉽게 내려 다볼 수 있었으니까.

그동안 수많은 심사 위원장들이 이

자리에 앉아서 경기장을 내려다보았 을 것이다.

과연 선임 심사 위원장들은 이곳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대? 홍분? 뿌듯? 성취감? 기쁨? 행복?

적어도 현재 로서진이 느끼는 ‘비 참함’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 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꼭 감 았다. 어떻게 해서든,되돌리고 싶었 지만 이미 늦었다.

부스럭.

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종이를 꺼 낸다. 렉톰 파티에게 건넨 ‘공략집’

의 복사본이었다. 이것에는 이번에 등장할 대형 몬스터와 던전에 대해 아주 상세히 적혀있었다. 천재라고 불리는 렉톰이라면 이 공략집을 가 지고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 할 것이다. 심사 위원장인 로서진이 나서지 않아도 이제 이대로 흘러가 면 경기는 로스틱 클랜장이 원하는 대로 끝나게 된다.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힘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도저히 무언 가를 할 의욕이 들지 않았다.

‘……보고 싶다.’

문득 서천영의 그림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가져오지 않았다. 언제나 마 음이 혼란스러울 때나 슬플 때나 생 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면 서천영이 그려진 그림을 보곤 했다. 그럼 일 이 해결되지는 않아도 가슴이 가라 앉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없으니 괜히 불안증 세가 도졌다.

“하아……

로서진은 멍하니 의자에 몸을 뉘였 다. 이제 그녀가 할 일은 없다. 그 저 내일까지 기다리는 것.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 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스태프 한 명이 들어 왔다. 그는 어쩐지 조금 당황한 듯 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그게…… 심사 위원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사람이 있어서……

“네?”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순간 로서진 은 이 스태프가 장난을 치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꽤나 당황한 얼굴 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심 사 위원 또한 공정한 심사를 거쳐 간신히……

“그,그건 저도 압니다. 설령 이웃 나라 국왕이 찾아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그걸 아시는 분이 왜……

스태프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 했다.

“그 이전에 심사 위원을 하기로 했 던 금색 별 마탑의 ‘하성’이라는 마 법사 있지 않습니까?”

“네,하지만 본인이 거부해서 다른 심사 위원이 들어왔죠.”

그리고 하성이 빠지기로 했으며 다 른 심사 위원이 하기로 이미 끝난 일이다. 이제 와서 무를 수는 없다.

“근데 다른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가 찾아와서 본인이 심사 위원을 하 겠다고 한 겁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아무리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라지만……

“그게……

스태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찾아온 마법사가 서천영이람니 다.”

한참의 침묵. 그 다음 로서진은 잘 못 들은 줄로만 알고 되물었다. 하 지만 스태프는 진짜라면서 그렇게 말했다.

“요,요새 서천영의 이름값이 워낙 날뛰지 않습니까? 레이스 철린지에 만 해도 마탑의 입김이 상당히 쎈 편인데 서천영의 이름을 대니까 그 냥 까무룩 죽더군요. 이번 건만 어 떻게든 예외로 처리하라면서 로서진 님께 이야기를 전달하라고 했습니 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찾아가면 되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지 만 스태프 또한 잘 모르겠는지 그대 로 인사를 하고선 돌아가 버렸다. 로서진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어찐 지 점점 더 마음이 심란해진다. 하 지만 그것은 기대감이 가득 섞여있 기도 했다.

정말 뜬금없지만 서천영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근데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은 대 체 무슨 뜻이지……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를 느낀 로서

진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녀는 휘 적휘적 걸어서 커다란 창문이 나있 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 다음 창문 을 활짝 열었다.

보름달이었다. 세 개의 달 중 비록 하나만이 보름달이었지만 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주기엔 충분히 강 하고 아름다운 달빛이다. 아름다운 은하수가 하늘을 수놓은 그 와중에 그것이 있었다.

그것은 은색의 아름다운 새였다. 난생 처음 보는 신비로운 은빛의 새 가 날개를 펄럭이며 로서진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로서진은 그 새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그 위에 올

라탄 채로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

흑색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선선 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맡기고 자신 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녀 아니, 소 년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서,천영.”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 소년, 서 천영은 이를 드러내며 즐겁다는 둣 웃었다.

레이스 철린지의 역사는 천 년 전 과거부터 시작된다. 처음으로 관중 들에게 ‘쇼’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 어진 스포츠는 다름 아닌 결투. 초 인적인 힘을 가진 검투사들이 목숨 을 걸고 서로를 죽이는 장면은 당시 혼란이 막 끝난 시대에 수많은 관중 들이 열광했으나 이윽고 평화의 시 대가 찾아오자 잔인한 성향을 가진 결투는 뒤로 물러나고 지구의 올림 픽마냥 공이나 기구를 이용한 스포 츠의 시대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관중들은 더욱 더 스릴 넘치는 대결을 원했고 마침내 실제

로 무력을 단련하는 이들이 몬스터 를 잡거나 던전을 돌파하는 등으로 대결을 펼치기에 이르렸다.

비록 고등급의 기술과 마법을 레이 스 첼린지의 경기장 전체에 펼쳐놓 아 억소리가 나올 정도의 돈을 투자 해 가짜 몬스터와 던전을 만들어서 펼쳐지는 경기이지만 4년에 한 번 펼쳐지는 이 레이스 첼린지는 싸음 과는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열광하 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 레이스 첼린지는 곧 ‘클 랜’의 능력을 증명하는 장소가 되기 에 이르렸다.

로스틱 클랜은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단기간에 이런 규모의 클 랜이 과연 견고하게 만들어질 수 있 을지 의문일 정도로. 1년 전부터 등 장하기 시작한 넥스터까지 능력만

되면 돈으로 마구 끌어 모았고 또 한 수많은 인재들을 데리고 온 결과 로스틱 클랜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 장을 끝마쳤다.

하지만 로스틱 클랜에게 차고 넘치 는 것은 돈이었지만 능력을 증명할 시간은 부족했다. 규모는 크지만, 뼈 대가 튼튼하지 않다는 의미.

그래서 로스틱 클랜의 클랜장 로나 스는 클랜이 막 만들어진 5년 전부 터 아예 이번 레이스 첼린지의 우승

을 자신들이 먹어치우는 것까지 계 산하고 로서진에게 투자를 하기 시 작했다. 그녀 자체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로나스의 입김이 여 기저기에 작용해 로서진이 심사 위 원장이 된 것도 꽤나 클 것이다.

그러니까. 즉,이번 레이스 1린지 는 거의 로스틱 클랜의 뒤를 봐주는 회사인 ‘안테오테’의 영향이 엄청나 다고 볼 수 있었다. 공화국의 대통 령보다도 그 권력이 강할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돌 정도로 전 세 계적으로 발을 내뻗고 있는 안테오 테의 회장의 막내아들이 바로 로나 스다. 마음만 먹으면 몇 년이나 공

들여서 레이스 챌린지를 자신의 입 김을 불어넣어 조금 정도는 조작하 는 것이 가능했다.

‘후후,운이 좋았지. 로서진이 심사 위원장을 거부했을 땐 정말 놀랐으 니까.’

아무리 로나스의 힘이 강하다고는 해도 로서진이 심사 위원장이 된 것 은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해야만 했 다.

심사 위원장을 할 만한 사람은 차 고 넘쳤으며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경력자들 또한 무지하게 많았다. 아 직 사회 경험이 적은 로서진에게 과 연 이 역할을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고위급 인사들 또한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간신히 그런 상황 을 로나스는 자신의 능력으로 돌파 해내 로서진이 심사 위원장이 되었 다. 그녀는 그야말로 로스틱 클랜의 꼭두각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완 벽하게 로나스의 수중 하에 놓여있 었다. 로서진이 심사 위원장이 된 이상 레이스 첼린지의 결과는 안 봐 도 뻔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는 미안하지만 이미 ‘경기가 시작되 기도 전에 우승자를 가리는 혈투’는 모조리 끝이 난 상태였다.

두두두둥!

축구 경기장 10개는 거뜬히 합쳐 놓은 듯한 규모의 레이스 첼린지 경 기장 ‘홀로세움’의 상공에 온갖 화 려한 마법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른 바 개막식. 각 마탑에서 준비한 마 법은 관중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 분했고 매 회차 개막식의 규모는 항 상 ‘역대급’이라는 말이 갱신되어 사용될 정도로 항상 발전하고 있었 다.

로나스는 반투명한 계단을 뚜벅뚜 벅 올라갔다. 현재 로나스가 향하는 좌석은 VVIP석으로써 허공에 둥실 떠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절대 아무

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들의 바로 앞에는 심사 위원들이 줄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심사 위원들의 바로 근처인 만큼 경기가 제일 잘 보이는 위치이기도 했다.

비록 던전 공략 등을 진행할 때에 는 MCTV라는 마법 도구를 이용해 화면을 바깥으로 송출시켜줘서 좌석 의 의미가 없다지만 그들은 어디까 지나 그 자리에 앉은 것 자체에 의 의를 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하지만 로나스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을 보고선 눈썹을 찌푸렸

다.

‘흠,저 여자는?’

익숙한 얼굴이다. 사사건건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쥐꼬리만 한 클 랜의 클랜장,요하엔이었다. 고작 소 규모 클랜의 클랜장 주제에 여기서 건방지게 무얼 한단 말인가? 심지어 잠깐 찾아온 것도 아니고 아예 당당 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로나스는 묵직한 발걸음을 옮겨 그 녀에게 다가갔다.

“이보게,여기서 지금 뭘 하는 겐 가?”

명백하게 불쾌한 의사를 거침없이

토해낸다. 요하엔의 복장을 보라. 심 지어는 정장을 입고 오지도 아니, 애초에 구색을 갖추지도 않았다.

이곳에 앉은 다른 이들의 복장이 수백대의 가격을 호가하는 것을 생 각했을 때 차라리 싸구려 정장이라 고 맞췄어야 한다.

‘애초에 여기에 있을 자격이 안 된 단 말이지.’

하지만 요하엔은 로나스의 말이 이 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 했다. 그녀는 콜라를 쪽쪽 빨고 있 었다.

“뭐 하긴. 경기 구경하잖아. 가리지

말고 저리 좀 꺼질래? 덩치만 겁나 크네,진짜.”

“……너는 여기에 있을 자격이 안 된다. 썩 꺼져라.”

그 말에 요하엔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누구 마음대로 그걸 정해?”

로나스는 요하엔의 쓸데없는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마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는 저런 식으 로 물고 넘어질 터였다. 로나스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이대로 바깥 으로 끌고 갈 생각으로.

하지만 로나스가 팔을 내뻗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팔목을 낚아챘다. 눈 씹을 꿈틀대며 팔목의 주인을 확인 한다.

그곳에는 새하얀 은발을 가진 채 싱글벙글 웃고 있는 청년이 요하엔 의 옆자리에서 콜라를 쪽쪽 빨고 있 었다.

“어허,숙녀한테 함부로 손을 뻗으 면 안 되죠.”

“……자네는 누군가?”

복장부터 생김새에 풍기는 기운까 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로나스는 아주 살짝 예의를 갖췄다. 그러자 콜라의 빨대에서 입을 땐 하성은 어

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팔목을 보여 주었다. 그곳엔 금색 별 마탑의 손 목시계가 있었다.

“누구긴. 이 레이스 철린지의 밥상 차려준 사람이지.”

“이 여자는 자네의 동료인가?”

“흠, 동료의 동료라고 해야 하나. 아니,천영의 친구면 뭐 내 친구지. 하핫!”

알 수 없는 헛소리였지만 어쨌든 간에 요하엔이 하성이라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이 확실해졌으니 물러날 수밖에 없 었다.

“그래,그럼 내가 할 말 없지. 사 과하겠네.”

“이열,사과도 할 줄 알아?”

“나는 내가 잘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로나스는 슬쩍 떠보 았다.

“그런데 자네 친구들도 대회에 참 여한 모양이지?”

“엉? 어떻게 알았대. 두고 봐,우 리가 이길 테니까.”

요하엔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 하자 로나스는 즐겁다는 둣 살짝 입

꼬리를 올렸다.

“그래,기대하지.”

그 말을 끝으로 로나스는 등을 돌 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요하엔의 파 티는 패배를 맛보아야만 할 테니까.

‘쯧,싸구려 놈들이 설치는 모습 하고는.’

그런 모습이 퍽 마음에 들지는 않 았지만 그래도 로나스의 ‘승리감’을 만족하게 해주는 도구들이었다. 그 래,그들은 ‘도구’로써 충분하다. 로 나스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도구.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로나

스는 생각한다.

‘어디 한 번 실컷 굴러봐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너희가 뛰고 있을 때 나는 하늘을 날아서 갈 테니까.’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로나스 는 이곳의 귀빈들의 심부름을 하는 웨이터에게 턱짓을 했다.

"이보게,‘아포텝스 1039 프리팅 키스’로 한 잔 부탁하지."

"예."

비싼 술이었지만 로나스의 얼굴을 알아본 웨이터는 군말 없이 심부름 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이야,엄청나구먼요.”

로나스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익살 스러운 인상의 중년이 그렇게 중얼 거렸다. 그는 아무런 액세서리도 착 용하지 않았고 입고 있는 정장 또한 무늬가 단 하나도 없었지만 그것은 대륙의 몇 없는 장인이 손수 선물해 준 정말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옷이었다. 로나스는 그 의 복장을 스캔하고선 빠르게 판단 했다.

‘외교관,케일페이스로군.’

로나스는 케일페이스에게 허허 웃 으며 말했다.

“매번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 니다.”

“껄껄,근데 올해는 유독 멋지군 요.”

케일페이스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로스틱 클랜장께서도 이번에 몇몇 파티를 꾸려서 내보냈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그 렉톰이라고 하는 청년 말이지 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굉 장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하하,굉장하긴요. 생각이 너무 많

은 친구라 실수를 자주 해서 문제입 니다.”

렉톰은 로나스가 특별하게 키우고 있는 파티의 리더였다. 젊은 나이에 벌써 나이트 시험에 합격할 수준에 근접했다며 전술 선생들이 하나같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재능이 뛰어 났다.

“부럽습니다. 어휴,저도 어렸을 땐 검 좀 써보겠다고 난리 쳤었는데. 아버지가 저더러 너는 재능이 쥐뿔 도 없으니까 그냥 닥치고 공부나 하 라고 해서 그 말대로 했더니 그나마 변변잖게 먹고 사는 형편이지요.”

“하하,겸손이 심하시군요.”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꺼 내던 케일페이스는 갑자기 생각났다 는 듯 툭 말을 내뱉었다.

“이번 심사 위원장이 ‘로서진’이라 고 했던가요? 소속이 없는 마법사라 고 들었는데 용케도 출세했군요.”

그 말에 로나스는 이 사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빠르게 의도를 파악 했다.

‘뜬금없이 심사 위원장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남 자는 케일페이스다. 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외교관 중 한 명인 그가 고작 이 정도로 뭔가를 떠보기 위해 수작을 부릴 리 없다. 정말 케일페 이스가 마음을 먹고 로나스에게 정 보를 캐내려고 시도했다면 그는 자 신이 속는 줄도 모르고 술술 정보를 불고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로나스는 아주 조금 만,속마음을 드러냈다.

“허허,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였는데. 저렇게 출세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군요.”

무작정 숨길 필요는 없다. 케일페 이스가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 모르 니까. 만약 숨기는 게 들키면 괜한

의심만 산다.

“아,그렇지요.”

로나스의 예상대로 케일페이스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는지 그냥 수긍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케일페이스가 이 이야기를 꺼 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로서진 심사 위원장이 메이지 서 천영의 굉장한 팬이라고 알고 있습 니다만.”

“예,그렇죠.”

서천영이라. 모를 수가 없는 이름 이다. 이번에도 끝까지 이번 일은 할 수 없겠다며 반발하던 로서진을

침묵시킨 마법의 단어가 아니던가. 비록 그가 직접 온다면 골치가 아프 겠지만 이런 자리에 직접 활동하지 않는 서천영 또한 로나스의 입장에 서는 자신의 도구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일페이스는 그저 상황이 재미있 다는 듯 자신이 바로 얼마 전에 얻 은 정보를 툭 아무런 의도 없이 내 뱉었다.

“그 서천영이 지금 심사 위원을 하 겠다며 여기에 찾아왔다고 하더군

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