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09화 (108/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9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도망치던 이들도,

땅을 향해 떨어지던 백화연도,

숨이 닿는 거리에 나타난 흑기사를 인지해낸 서천영도.

‘어,라?’

백화연이 당황하여 숨을 삼킨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흑기사의 칼날이 서천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의 이해속 도로 이해하기엔 너무 빠른 전개였 다.

“안…… [……

백화연이 시간을 인지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녀의 눈에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흑기사의 칼날이 서천영에게 날아가는 장면 도. 서천영이 그에 눈동자를 크게 뜨는 장면도. 자비 없이 그의 목덜 미로 파고드는 칼날이 음속보다도 더욱 빠르게 생성된 푸른빛의 실드

3중첩에 의해 막히는 장면도.

그리고 그 실드가 전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는 장면도.

쿠,쾅!!

쩌엉!

흑기사의 공격에 적중당한 서천영 이 절벽으로 날아가 박힌다. 백화연 은 눈을 부릅뜨고 발목이 나갈 정도 로 무리하게 공기를 밟아서 도약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순식간에 흑 기사의 뒤를 잡은 백화연이 은빛의 검을 휘둘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 지 않고 그녀의 검을 모조리 막아냈 다.

그러다가 귀찮다는 둣,검을 털어 내듯 휘두르자 백화연이 대응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날아가 처박 히고 말았다.

“커,흑……!”

흑기사는 서천영에게 시선을 고정 하고 있었다. 다른 것따위는 안중에 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 서천영이 나타나자 오로지 그만을 바라보겠다

1一 t=

— ■天、

흑기사의 붉은 안광이 흉흉하게 빛 나며 천영을 노려보았다. 베지 못했 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또다른 무언가 때문일까.

정신이 아찔하고 숨이 턱턱 막혀오 는 와중에도 천영은 자신의 목덜미 를 황급히 어루만졌다.

‘……깊게 베이지는 않았어.’

그가 입고 있는 장비에는 자동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에 더해 방 어력까지 올려주는 효과까지 있었 다. 게다가 흑기사에게 공격을 당하 기 직전,파트라슈가 나타나 긴급 방어막을 올린 덕분에 데미지를 상 쇄할 수 있었다.

천영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곳 에는 경직된 표정으로 하늘 위의 흑 기사를 노려보는 파트라슈가 있었

다. 드래곤을 수호하는 파트라슈의 장점 중 하나 그녀는 선딜레이 없이 고성능의 방어막을 펼칠 수 있었다.

-주인,또 온다!

“크으윽!”

황급히 자리에서 벗어나 도약하자 그가 방금까지 서있던 곳이 X자로 교차되어 베어진다. 절벽 위를 총총 타고 올라가 한번 구른 다음 발바닥 에 마법진을 형성하여 그 반동으로 높이 솟아오르자 직후 흑기사의 칼 날이 천영의 발목이 있던 자리를 스 쳤다. 자칫하다간 발목이 베일 뻔한 상황에 천영은 숨을 들이켰다.

'뭐가 저래 빨라!’

한복의 방어막을 확인한다. 단 1회 의 공격을 허용했을 뿐인데 방어력 의 50%가 날아가버렸다.

‘젠장 도망만 쳐서는 답이 없어!’

나무 위로 도약하다가 실드를 펼쳐 서 공격을 튕겨내고 바닥으로 데굴 데굴 구르며 땅을 뒤흔드는 마법도 설치해가며 힘겹게 도망쳤다. 하지 만 흑기사는 전혀 지칠 기미도 없이 천영을 계속해서 쫓아왔다.

쿠직,쿵,콰드득!

흑기사의 칼날이 닿는 곳이면 그곳 이 바위든 나무든 깔끔하게 베여나

간다. 심지어는 저 공격에는 사거리 도 없는지 분명 피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칼날의 경로에 서있으면 한복의 방어력이 뭉텅이로 썰려나간 다.

스걱!

“옥?!”

허리춤에 섬뜩한 감각이 느껴져 황 급히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옷이 스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방어력이 전부 관통되어 마침내 옷이 베이기 시작한 것. 옷을 추스를 새도 없이 흑기사가 또다시 접근해오자 천영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어 붉은 열기를 띈 레이저를 연발로 발사했다.

풍풍 소리를 내며 닿는 순간 불꽃 이 일어나는 레이저에 적중당하고도 몸을 조금 비틀어서 충격을 완화할 뿐.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접 근해오자 천영은 하는 수 없이 발을 힘차게 굴렀다. 그러자 땅이 뒤집히 며 흑기사를 집어삼킬 둣 넘어갔지 만 도중에 마나 그 자체가 칼날에 의해 썰려나가며 저지당했다.

‘젠장,캐스팅 할 시간이 부족

어느덧 코앞까지 도달한 흑기사가 칼을 내려치려 하자 천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양팔을 교차해서 가드했 다. 이대로 맞으면 최소 중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황급히 실드를 충 전하고 있는데 흑기사의 뒤쪽에서 백발을 휘날리며 백화연이 등장했 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노 한 듯 과격하게 검을 흑기사에게 내 리 쳤다.

까앙!

연꽃이 휘날린다. 그것은 환상일까, 실체일까. 흰 빛깔을 띤 연꽃은 흑 기사를 집어삼킬 둣 휘날렸고 자세 히 보니 그것은 연꽃이 아니라 백화 연의 검이었다.

백련(白達)을 휘날리며 백화연이 흑기사를 집어삼킬 듯 몰아치기 시 작하자 천영은 황급히 수인을 맺었

다.

‘어지간한 공격은 소용도 없어. 일 단 발을 묶고…….,

손바닥을 마주대고 마나를 모은 다 음,왼손으로 오른쪽 팔목을 잡은 다음 오른손바닥을 흑기사를 향한 다.

‘칠주결계 (七週結界)’

두드드드드득!!

흑기사의 발밑에 한자가 생성되더 니 그를 중심으로 한 비석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월(月) 이 적혀있는 비석,두 번째로는 화 (火),세 번째로는 수(水)의 비석까

지. 세 개의 비석이 완성되자 천영 은 수인을 추가로 맺었다.

‘네 번째 비석까지 완성되면 움직 임을 제약하는 것까지는 가능……

그렇게 생각하며 목(木)의 비석을 소환하려는 순간 흑기사의 안광이 붉게 빛났다. 천영은 그 순간 ‘죽음’ 을 예감했다. 수인을 취소하고 잽싸 게 옆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레이저 는 그런 움직임까지도 쫓았다.

지이이잉!

“끄,으아악!”

마치 천영을 ‘베어내듯’ 스치고 지 나간 레이저는 그대로 흑기사의 목

과 함께 180도로 회전해 백화연에 게까지 닿았다. 황급히 검을 들어올 려 막았지만 레이저의 반동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녀 역시 한참이나 밀 려나고 말았다.

쉬이이익…….

“허억,허억.”

나무와 나무 사이에 틀어박힌 천영 은 가파른 숨을 골랐다. 옷은 이미 산산조각 찢겨져 나가 넝마가 된지 오래였고 체력도 바닥을 기고 있었 다.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서 오른손 을 확인한다. 아직까지 목(木)의 문 양이 빛나고 있었다.

‘드래곤으로, 드래곤으로 변신을 해야……

하지만 천영에게 그럴 틈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둣 흑기사는 또다시 그에게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더 이상 검을 피할 기력이 없던 천영은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를 시도했지만 검 끝에 살짝 씩 걸려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흑기사의 움직임이 이상해. …… 설마,날 죽일 생각이 없……

검격 한 번에 전방 50m를 썰어버 리는 미친 괴력을 가진 흑기사가 고 작 이 정도 거리에서 천영을 베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흑기사 는 천영을 베어내지 않았다. 그저 체력을 지속적으로 깎아내는 것이 목표라는 둣.

툭,털썩!

“옥?!”

뒷걸음질을 치다가 결국 돌부리에 뒤꿈치가 걸려 뒤로 넘어지자 흑기 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 다. 양팔의 칼날이 변화되더니 마치 먹물의 형태로 바뀌어 천영의 몸을 덮치듯 휘감았다. 양팔을 구속해 벽 에다가 틀어박은 채 천영을 들어올 려 양팔에서 나오는 먹물을 마치 뱀 혹은 지렁이의 형태로 만들어 그의

몸에다가 달라붙게 만들었다.

온몸에 소름끼치는 감각이 느껴지 자 천영은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 물었다.

‘이 녀석,설마…….,

내가 드래곤인 걸 알고?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이 흑기사가 왜 천영 자신만을 노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드래곤의 기운을 풀풀 풍기고 다녔기 때문에 흑기사는 그 가 드래곤으로 변신하면 위험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럴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흑기사는 어린 드래곤이 내뿜고 있

는 특유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 금 제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으으옥!”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간다. 짜릿 하고 저릿한 느낌이 동시에 오며 알 수 없는 감각까지 합해지자 무력감 에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영 은 정신을 놓지 않았다. 오른손에는 아직까지도 마나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조금만 더,조금만……

양손이 포박된 채로 무기력하게 흑 기사에 의해 기력이 빼앗기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감각이었으나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천영은 이를 악물고 마나를 더욱 더 주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천영의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자 경고 메시지가 출력된다.

[경고! HP의 수치가 너무 낮습니 다!]

[HP 게이지가 15% 미만으로 떨어 지면 자동으로 ‘드래곤 폼’이 됩니 다!]

현재 천영의 HP는 20%. 넥스터 특유의 ‘축복’ 덕분에 자신의 체력

을 수치로 볼 수 있었기에 그는 드 래곤 폼으로 변신할 타이밍을 절 수 있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변신하면 3초 이 상으로 시간이 걸리지만 자동 변신 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체력이 낮아 서 위험하겠지만 적어도 이 마법 정 도는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체력의 수치가 점점 더 낮아진다.

19, 18%…… 17% 그리고 마침내 16%가 되었을 때 천영은 금색의 눈동자에 힘을 주며 주문을 외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옆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흑기사의 뒤통수를 대 검으로 후려쳤다.

뼈어영!!

마치 프라이팬과 바위가 맞부딪힌 것만 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덩치가 매우 큰 사내가 이를 악물고 또다시 혹기사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흑기 사는 한쪽 손을 다시 칼날로 변형시 키더니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남자 는 대검을 들어 간신히 검을 막아냈 지만 뒤로 크게 밀려나며 자빠지고 말았다.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디

선가 기도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 더니 천영의 HP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 스하고 포근한 기운.

‘……힐?,

그것을 인지했을 때 하늘에서 불벼 락이 떨어지더니 혹기사를 그대로 강타했다. 순식간에 천영을 구속하 던 뱀과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가자 그는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체력 바가 차올라서 변신은 실패했지만 흑기사가 당황하고 있는 지금 또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였다.

‘아니야,마나는…… 충분해.’

천영은 다시금 오른손에 마나를 끌 어 모아 흑기사를 향했다.

“칠주결계.”

주문과 동시에 하늘에서 월화수의 비석이 투투퉁 하고 연달아 멸어진 다. 그것들은 보랏빛의 자기장을 만 들어내서 흑기사를 구속하기 시작했 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힘이 너무나 도 미약했다. 잽싸게 목의 기운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흑기사는 그 전 에 벌써부터 안력(眼方)을 발산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흑기사가 눈에 붉은 안광을 완성한 순간 하늘에서 새하얀 연꽃

이 떨어져 내리더니 그대로 그것의 머리를 땅에다가 처박았다.

“목(木) ……금토始土)!”

연달아 비석이 떨어지고 파지직 소 리를 내며 비석끼리 서로에게 이끌 려 그그그극 하고 끌려가더니 이윽 고는 아예 흑기사를 가두는 것에 성 공했다.

천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수인을 연달아 맺더니 비석 6장이 모여 있 는 바로 그 장소에 마법진 하나를 더 설치했다. 그 다음 마지막 남은 마나까지 쥐어짜내 읊조렸다.

“봉인.”

그것은 평범한 언어가 아닌 용언이 다. 언어 그 자체에 힘을 부여하는 드래곤의 기술. 그러자 두쿵 하고 마치 심장이 울리는 것과도 같은 소 리가 퍼지더니 비석 내부가 잠잠해 졌다.

“허억,흐으……

다리가 풀린 천영이 바닥에 주저앉 자 주황빛 단발머리를 가진 여인이 황급히 뛰어와 그를 안았다.

“괘,괜찮니?”

고개를 끄덕인 천영은 그제야 그녀 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 전 흑기사에게 공격당하고 있던 일

행 중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이었다. 백화연은 황급히 천영에게 다가왔 다.

“상처가 너무 심해……

주황머리의 그녀는 사제였는지 천 영에게 회복 마법을 퍼부었지만 그 래도 바닥난 정신력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천영은 머리가 어지럽고 정 신을 잃을 것만 같은 느낌을 간신히 버렸다.

‘기력을 너무 무리하게…… 뽑았 어.’

한 번에 몸에 내장되어있는 기력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면 부작용이 발생

한다. 그것은 어린 드래곤이라도 어 쩔 수 없는 일. 결국 천영은 세상이 새카맣게 변하는 것을 느껴 주황머 리의 여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 했다.

“봉인…… 시간…… 도망…… 세상이 암전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