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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15화 (114/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15화

28장 그걸 또 훔쳐와?

이른 아침,잠에서 깬 유텐은 눈을 비비적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녀는 아침잠이 많이 없는 타입이었 기에 언제나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아침잠 이 없는 유렌보다도 아침잠이 더 없

는 사람은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백화연의 침대가 깨끗하게 정리된 채 비어있는 것을 보며 고개 를 갸우뚱했다. 아무 흔적도 없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그 침대를 보자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깔끔했지만 유렌은 어젯밤 분명히 백화연이 이불을 덮 고 잠에 든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 다.

‘이 언니도 완전 노인이네.’

현재 시각은 오전 6시 9분. 그렇다 면, 그녀는 최소한 30분 전에 기상 해서 나갔다는 이야기이다.

유텐은 하품을 쩍쩍 하며 침대를 아주 대충 정리해둔 다음 여관 밖으 로 빠져나갔다. 오지에 위치해있으 면서도 활기가 넘치던 도시는 이른 새벽 시간엔 적막할 뿐이었다.

집 밖에다가 물을 확 뿌리던 아낙 네와 눈이 마주친 유텐은 슬쩍 눈인 사를 건넸다. 아낙네 역시 활짝 웃 으며 인사를 반겨준다.

고요한 도시의 거리를 천천히 걷는 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유텐에게 있어서 이러한 행위는 사실 많은 의 미를 주곤 했다.

낯선 차원,낯선 대륙, 낯선 나라,

낯선 지역,낯선 도시.

원래 살던 지구와 정말 쌍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닮았으면서도 전 혀 닮지 않은 이곳의 모든 것을 눈 에 담아두는 것이 유렌의 소소한 꿈 이었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지구 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때가 되면 이 그리픈 차원은 다시 보고 싶어도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이 되어버 릴지도 모른다.

길거리를 천천히 걸어다지나 사람 들이 하나 둘씩 잠이 깬 것인지 거 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 겨났다. 유텐은 그들을 구경하며 걷 다가 가까운 담장에 쪼그려 앉아있

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익숙한 흰색의 가벼워 보이는 옷차 림 백화연이었다.

유렌은 살금살금 그녀에게 다가갔 다. 백화연은 길고양이를 가만히 구 경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유텐은 으객 소리를 냈 다.

“응?”

“……좋은 아침.”

백화연이 고개를 돌리자 유텐은 살 짝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미심쩍 다는 눈으로 살짝 묻는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설마 언니 그런 흔한 타입은 아니겠지?”

“어떤……?”

“그,있잖아.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설정. 남에게 쌀쌀맞게 대하고 언제 나 냉정하고 계산적이고 철두철미하 고 피도 눈물도 없는 미인이 알고 보니 귀여운 것을 무진장 좋아하는 타입.”

그녀의 말에 백화연이 한숨을 푹 내쉰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에,아니야?”

“고양이는 원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동물이야.”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21세기 의 지구에서 고양이는 ‘귀여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애완동물이 되었 다.

“맞…… 네……?”

백화연의 간단한 말에 유텐은 납득 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구석에 서 야옹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바라 본다. 확실히 손바닥만큼이나 자그 마한 그 고양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했다.

유텐이 납득했다는 듯 역시 언니는 대단하다며 고개를 주억이자 백화연 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 딘가 찔끔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고양이를 구경하 던 백화연은 시간을 보더니 자리에 서 일어났다. 슬슬 여관에서 아침밥 을 준비해놓을 시간이었다. 긴 다리 를 놀려 성큼성큼 걸어가는 백화연 을 뒤따라가며 유렌이 눈을 반짝였 다.

“그나저나 언니 키 엄청 크다. 완 전 부러워.”

하지만 백화연은 그런 그녀의 칭찬

을 듣고도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언제나 항상 그래왔기에 유렌은 그 저 자신이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 다. 그런 유텐의 이야기를 들으며, 백화연은 조금 착잡한 듯 눈꼬리를 내린다.

‘……나는 별로 키가 크고 싶지 않 았는데.’

백화연은 유텐을 내려다보았다. 적 당히 160 중반쯤 되어 보이는 유렌 의 키는 막 엄청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기준으로는 그 정 도도 작고 아담하다고 생각되었다. 그에 비해 백화연의 키는 170 중반 대이다. 확실히 어디 가도 ‘키가 크

시네요!’라는 칭찬을 달고 살 정도 는 되었으니까.

여관으로 돌아온 백화연은 성큼성 큼 계단을 올랐다. 마침 복도에서는 멜레인이 졸린 눈을 비적대며 걸어 오는 중이었다.

“으음,아침밥은……?”

“올라오면서 주문했어.”

“그래……

느릿하게 하품까지 끝마친 멜레인 은 슬쩍 바로 옆쪽에 있는 방을 쳐 다본다.

“그나저나 남자들은?”

“아직 안 깬 것 같은데.”

“일단 밥 먹으라고 깨우긴 해야겠 지.”

멜레인의 그 말에 유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천영과 노클텐이 머무는 방을 노크도 없이 활짝 열었다. 하 지만 내부는 텅텅 비어있었다. 마치 아무도 머물지 않았던 것처럼. 백화 연은 말없이 방의 내부를 슬쩍 쳐다 보더니 바시락이 머무는 방을 향했 다. 그 다음 문을 살짝 열자 내부의 처참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각종 술병과 대체 어쩌다 저런 모양이 되었는지

바닥으로 뒤집혀져있는 테이블,사 방에 만개해있는 이불과 반쯤 금간 술잔까지.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 는 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서천영,노클텐,바시락은 거의 죽 을 것 같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신문지마냥 널린 채 잠들어있었다.

“윽,술냄새!”

후다닥 방으로 들어간 유텐이 창문 을 활짝 열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하아. 어젯밤에 술 마신다고 한 건 들었는데 이렇게 마실 줄이야.”

지옥불 마수왕의 성채가 파괴되었

고,결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바시락은 서서히 마나를 회복하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그 결계를 유 지하느라 들었던 마나가 단번에 회 복될 리는 만무. 그 사실을 알고 있 던 서천영이 먼저 술이나 마시면서 놀자고 제안했고 애초에 땡땡이를 치면서 금색 별 마탑으로 복귀할 생 각이 전혀 없었던 바시락과 애주가 인 노클렌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하여 밤샘 술파티를 벌이다가 이제 막 잠들었는지 이런 꼬라지였 다.

“에휴. 더 자라고 냅두고,조금 있 다가 해장이나 시켜줘야겠네.”

멜레인이 혀를 쯧,차며 돌아갔다. 유렌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가려고 했는데 백화연이 성큼 걸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성인용 잠옷 상의만을 걸친 채 잠들 어있는 천영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어올렸다.

그 다음 몰래 방을 빠져나온다.

“천영은 왜 데리고 나왔어?”

“……어찐지 남자들이랑 두기 불안 해서.”

“그으건,그래.”

스물여덟에 남자였다는 사실까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서천영의

외모를 보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 었다.

“윽,으으..

백화연의 품에 안긴 천영이 자세가 불편한 듯 끙끙대자 그녀는 즉시 더 욱 편한 자세로 바꿔주었다. 유렌은 그 모습을 보며 아이러니함을 느꼈 다.

‘천영이 더 나이가 많은데. ……어 찐지 언니와 동생의 입장이 반대가 된 것 같네.’

그럴 만도 했다. 항상 차갑고 도도 한 백화연의 표정은 마치 사랑하는 동생의 앞에서 약해지는 언니마냥

천영의 앞에만 서면 사르르 녹아내 렸으니까.

“내일 하자.”

퀭한 얼굴로 이불을 온몸에 꽁꽁 둘러싼 천영이 얼굴만을 삐죽 내민 채 그렇게 말했다.

“그거…… 좋네.”

“……좋은 생각이야.”

노클렌과 바시락이 맞장구를 치자 천영은 마음에 들었다는 둣 씨익 웃

으며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멜레 인은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선 천영을 덮고 있던 이불을 그대로 들춰버렸다. 그러자 그의 가벼운 몸이 침대 높이 튕겨올 랐다가 퉁 하고 떨어졌다.

“끄으으윽..

아직까지도 숙취가 제대로 해소되 지 않은 참인지 천영이 고통스럽다 는 신음을 내뱉었지만 멜레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늘도 쉬는 김에 저녁에 술 퍼마 시러 싸돌아다닐 거고 그럼 내일도 이 꼬라지일 거고. 그래서 대체 언 제 던전 들어갈 건데?”

그래,술을 퍼마시며 쉬는 건 좋았 다.

근데 그게 벌써 사흘째라면?

바시락의 도움을 받아 봉인서의 기 간을 연장해뒀다지만 암만 그래도 너무 천하태평이다.

멜레인이 무시무시하게 노려보자 힘없이 이불을 껑껑대며 모아 다시 금 몸에 둘러싼 천영이 작게 중얼거 렸다.

‘다음주-

말없이 천영을 내려다보던 멜레인 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를 둘러 싸고 있던 이불째로 들어 올린 다음 여자들이 머물던 3인실으로 끌고 갔 다. 그 다음 침대에 던져버리고선 이불을 벳었다.

“빨리 씻어. 지금 당장.”

“……30분만.”

“빨리!”

멜레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노 클텐을 발로 걷어차서 깨우는가 하 면 바시락을 마구잡이로 흔들어서 깨우기도 했다. 처음에야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들이라고 해서 존중해

줬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들은 그저 원수다. 말 안 듣는 원수.

유렌이 짧게 감탄한다.

“역시 멜레인이야……

자꾸만 멜레인이 괴롭히는 통에 결 국 바시락과 노클텐도 버티지 못하 고 던전으로 출발할 채비를 어영부 영 끝마쳤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푸석푸석한 피부와 머릿결, 엉거주 춤 착용해놓은 장비 등등이 그들의 상태를 설명해주었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대략 30분 뒤 준비를 끝마 치고 들어온 천영은 어째서인지 상

당히 깔끔하고 상쾌해 보이는 상태 였다. 하지만 눈가에 가득 차있는 피곤만큼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 다. 유렌은 순간 어떻게 천영이 이 렇게나 빨리 준비 했나 의문이 들었 지만 그 뒤로 따라서 들어오는 백화 연을 보고서는 납득했다.

‘머리까지 빗어준 모양이네……

하지만 천영이 머리카락 관리를 제 대로 하지 않은 채라, 앞머리 중 유 독 길게 자란 부분이 콧대까지 홀러 내리자 백화연은 머리핀 하나를 꺼 내서 그의 옆머리에 꽂았다. 그러자 왼쪽 옆머리가 깔끔하게 올라가며 인상이 훤해졌다.

“천영,근데 그 로브는 뭐야?”

“……그냥.”

유텐은 천영이 겉에 걸치고 있는 붉은색의 로브가 은근 신경 쓰였다. 한복까지만 딱 입으면 상당히 잘 어 울리고 좋은데 그 위에 무릎까지 내 려오는 펑퍼짐한 로브 하나를 걸쳐 서 아예 옷을 전부 가려버렸다.

‘흐음. 과연. 옷을 갈아입고는 싶은 데 마땅히 입을 장비는 없고…… 그 래서 가렸다는 건가.’

어쩐지 납득이 갈 만한 추리였다.

“준비는 어느 정도 된 모양이 고…… 이대로 가도 되겠어?”

멜레인의 말에 천영이 고개를 끄덕 였다.

“던전 자체의 기운을 차단해놓은 상태라 내부도 현재는 막 위험하진 않을 거야. 더 이상 사충계의 다른 존재들이 빠져나오지도 못할 거 고…… 그래도 오염도는 상당히 진 행된 상태겠지.”

바람의 숲 때를 떠올린 천영은 검 지손가락을 혀에 가져다 대어 침을 묻혔다. 그 다음 발 뒤꿈치를 들어 노클텐의 이마에 묻히자 새하얀색의 문양이 새겨지더니 이내 스며들었 다.

“이게 뭐야? 뭔가 엄청 청량하고 시원한데…… 숙취가 조금 해소된 것 같아.”

“그냥 특별한 기운.”

대충 설명해준 뒤 천영은 다른 동 료들의 이마에도 그것을 한번 씩 묻 혔다. 이것은 일종의 방독면이다. 당 시 바람의 숲에서 천영은 자신이 착 달라붙어있으면 ‘혼란’에 유독 취약 한 유니콘조차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은 혼란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지만 악귀의 주둥 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잠식된 상태라면 또 어떤 상황일지 알 수 없으니 무려 드래곤의 체액을

직접 묻혀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물 론 숙취가 해소될 줄은 천영도 몰랐 다.

-드래곤은 모든 것이 특별하니까.

“그러냐……

-에휴,주인은 아직 제대로 된 드 래곤이 되려면 멀었어. 드래곤의 침 은 그 효력이 약하지만 상처를 입었 을 때 나오는 피나,흥분했을 때 나 오는 체액같은 건 특히 효과가 뛰어 나거든!

비록 천영이 아직 어려서 그 효과 는 미미한 모양이지만.

준비를 끝마친 천영은 봉인서를 꺼

내 끈을 풀었다. 그러자 마나의 파 장이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 침대와 가구 등을 치운 뒤 봉인서를 벽에 붙여둔 다음 수인을 맺기 시작하자 주황빛의 마법진이 마구 회전하며 문자와 선을 그렸다. 유텐은 옆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머,멋있다……

진지한 얼굴로 양손을 이용해 수인 을 척척 맺어가며 벽에다가 마법진 을 그리는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그 멋있는 모습에 속아서 수많은 넥 스터들이 과거에 마법사 클래스로 전직했지만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말에 얼마나 피를 보았던가. 유렌 또한 그런 피해자 중 한 명이었고 마법사를 포기한 다음 사제로 전직 한 케이스였기에 그런 천영이 멋있 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손을 열쇠처럼 꼬아서 반바퀴 돌리자 마법진의 회전이 멎었다. 천 영이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자.”

그야말로 산산조각,초토화,천지개 벽,개박살. 그 모든 단어가 아깝지 않은 광경이 ‘악귀의 주둥이’ 내부 에 펼쳐져 있었다. 노클텐은 대검을 툭 떨어뜨리고선 멍하니 중얼거렸 다.

“이게…… 괴물들이라는 건가.”

사실상 이 던전의 돌파는 세 명이 서 다 했다. 백화연,서천영 그리고 바시 락.

바시락이 손을 한번 휘저으면 붉은 색의 결계가 생성되더니 그것이 퍼 져나간다. 그리고 그것에 닿는 모든 생명체는 소멸해버린다. 적을 노란

결계에 가둬 압사시키기도 하고,자 신을 결계로 보호하기도 하며 아예 공간 자체에 결계를 설치해 비틀어 서 아공간으로 보내 죽이기도 하는 등 그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

서천영의 손끝에서는 작은 재앙이 하나씩 펼쳐진다. 작은 해일,작은 태풍,작은 천둥벼락,작은 지진까 지.

“나 저렇게 여러 속성 마법을 완벽 하게 다루는 마법사는 처음 봐

“나는 결계로 뭐 때려죽인다는 것 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리하여 실질적인 던전 돌파는 고 작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 무 시무시한 악귀의 주둥이이다. 분명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몬스터가 등 장할 줄 알았는데 바시락이라는 든 든한 아군을 얻으니 던전 따위는 아 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아주 손쉽게 보스룸까지 도착하니 거대한 사마귀 한 마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마귀는 뭔가 엄청나게 멋진 대사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 만 바시락이 그것을 결계로 가둬버 리고,서천영이 양념하고 백화연이 검으로 목을 깔끔하게 내려치자 금 세 끝나버렸다.

너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던전의 공략이 끝나버리고,만추의 기둥까 지 확인한 바시락은 담배를 뻐끔뻐 끔 피우며 그것을 조작했다.

“차원 경계를 여는 건 엄청 오랜만 인데……

“뒤지기야 하겠어?”

“그건 그래. 네가 뒤지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바시락 이 만추의 기둥에서 기운을 뽑아내 게이트를 힘겹게 열자 서천영이 아 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곳으로 쏘 옥 들어가 버렸다.

“저,저거 저래도 되는 거야?” “글쎄……

도와주고는 싶지만,바시락이 말렸 다. 사충계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 는 사람은 이곳에서 서천영 말고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천영을 기다리는데 어찐지 사충계의 내부에서 뭔가가 폭발하고 박살나고 무너지고 다 때려 부수는 소리가 울 려 퍼졌다. 그 경쾌한 장단에 그들 의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아주 신나 는 무언가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서천영은 안에서 뭘 하 고 있는 거야?”

“글쎄……?”

이윽고 굉음이 열려있는 게이트로 가까워질 무렵 검은색의 구멍처럼 생긴 게이트에서 서천영이 쏘옥 튀 어나왔다. 그는 헉헉대며 바닥에 엎 어지더니 이윽고 붉은빛 사슬을 힘 겹게 끌어당겼다.

“도,도와줘!”

동료들이 허겁지겁 달려가 사슬을 잡아당기자 게이트의 내부에서 보랏 빛의 기둥 7개가 쑤욱 하고 빠져나 왔다. 하지만 기둥만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게이트만한 주둥이를 가진 도마뱀의 머리까지 같이 빠져나오고 말았다!

“형,문 닫아!”

즉시 게이트가 사라지고 도마뱀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그제야 안심이 된 듯한 서천영이 바닥에 엎어지자 다른 동료들이 황 당한 표정으로 구석에 데굴데굴 굴 러다니는 기둥을 쳐다보았다.

“이게 뭐야……?”

그에 서천영이 실실 웃으며 말한 다.

“역차원 결계술로 만추의 기둥 전

부 뽑아왔지.”

결국 하는 짓은 똑같았다. 바시락 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너 자꾸 이상한 거 흠쳐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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