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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26화 (12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26화

31장 삼대월식(드大月餘)

하성을 탑승한 채 날아가던 천영은 도시 외곽에 있는 높은 빌딩의 옥상 에서 내렸다. 그 다음 천영이 양손 으로 얼굴을 감싼 채 쪽팔려 죽겠다 는 둣 발바닥으로 바닥을 쾅쾅 찍자 하성이 인간 형태로 돌아온 다음 고

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영은 그런 하성에게 눈을 부라렸 다. 왠지 화가 난 것만 같은 그의 눈치를 살살 살피는 하성에게 천영 이 말을 휙 내뱉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그 말에 하성의 얼굴은 더욱 더 불안했다. 흡사 여자친구에게 ‘오빠,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라는 질문을 들은 남자마냥 잽싼 스캔으 로 천영을 획휙 둘러본 하성은 이내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는 엄지를 척 세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새 옷이 아주 끝내줘.”

“이 개같은 자식아!”

하성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 영이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쥐었지

안타깝게도 키의 차이가 명백해

서 멱살의 위치가 자신의 머리보다 도 더욱 높은 곳에 있어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처지를

속으로 한탄하며 결국 그의 멱살을 내려놓은 천영은 울상을 지었다.

“내가 잘못이야. 내가 나가 뒤져야 지. 내가 문제였어.”

가슴을 콩콩 치며 자신을 비관하던

천영의 분노는 이내 하성에게 향했 다.

“너,미쳤어? 갑자기 사람들 많은 장소에 찾아오면 어떻게 해? 안 그 래도 최대한 이목 안 끌고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성녀들이 나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거 못 봤 어?”

“흐음,그 여자들이 성녀인가? 확 실히 달콤한 냄새가 나긴 했지 만……

천영에게서 나는 향기는 성녀들조 차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해 서 그녀들에게 이끌릴 새도 없이 하 성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다가가 버

렸다. 하성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천 영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잡으려고 하자 손등으로 탁 쳐냈다.

“내가 진짜 앓느니 뒈지고 말지.”

“그러면 곤란해.”

-그럼 곤란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 끼며 천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와중에 하성은 눈치 없이 ‘그 옷 정말 예쁘다.’라며 상황에 맞지도 않는 칭찬을 한다.

“뜬금없이 왜 찾아온 거야? 중요한 일 아니면 진짜 너 죽을 줄 알아.”

군중들과 교황,성녀들이 모여 있 는 장소에서 벗어나게 만든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할 거라며 이를 바득 바득 갈며 그렇게 말하자,웬걸 하 성의 표정이 갑작스레 진지해졌다.

슬슬 본론을 꺼내야겠다 싶었는지 하성은 살짝 서둘러 말했다.

“정말 급한 일이야.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겼거

드 ”

“뭐? 나도 지금 급해. 교회들끼리 정치질 하는 거 도와줘야 돼.”

“그것보다도 훨씬 급한 일이야.”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하

성의 말투에 천영 역시 표정이 굳었 다.

생각해보니 어지간한 일로는 천영 을 찾아오는 일이 드물었던 하성이 신성대회의장까지 날아서 찾아올 정 도면,상당히 급한 일일 것이다.

품에서 두루마리와 카메라 하나를 꺼내며 하성이 말했다.

“공간좌표를 기록해뒀어. 이건 무 풍사막으로 연결될 거야.”

“무풍사막? 거긴 왜……

“……거기에 만추의 기둥이 나타났 어.”

“뭐라고?”

그러면서 하성은 사진기를 보여준 다. 이것은 금색 별 마탑에서 천영 의 아이디어를 빌어 ‘디지털 카메 라’를 본떠 개발한 것으로 카메라의 렌즈에 비춰지는 모든 이미지를 데 이터화해 저장해서 담는다. 비록 그 것을 출력하는 프린트 기술도 없고 저장한 사진을 옮기는 기술도 없는 미완성 디지털 카메라이지만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 가를 보여줄 때는 효과가 확실했다.

“……뭔가 다르군.”

“그래.”

사진 속 만추의 기둥은 이전에 보

았던 것들과는 분위기나,새겨진 문 자와 마법진 등등이 판이하게 달랐 다. 이전의 만추의 기둥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는 천영이기에 그 차이 가 더욱 명백하게 다가왔다.

확실히 만추의 기둥이라면 하성에 게 있어서는 카운터라고도 볼 수 있 었다. 천영을 급히 찾아올만한 건임 은 확실했다.

“이번에 나타난 만추의 기둥은 예 전의 것과 뭐가 다른 건가?”

하성 역시 잘은 모르겠다는 듯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능력으 로는 만추의 기둥을 도저히 조사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때 느꼈던 불쾌한 감각 은 없었어. 약간,싸늘하고 날카로우 면서…… 달콤한…… 그런 느낌의 기운이 풍겼어.”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는데

뭔지는 알 수 없어도,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이번 만추의 기둥은 다른 차 원과 연결된 모양이군.”

“그래,게다가……

이야기를 꺼내는 하성의 표정에, 살짝 암영이 드리웠다. 그것은 아주 보기 드물게도 하성에게 피곤함이

찌든 얼굴이었다.

천영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성은 자신이 있는 곳까지 날아오 는 도중 단 한 숨의 휴식조차 취하 지 않고 허겁지겁 날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피곤함을 모르는 강철 체력 유니콘이 피곤에 절여질 정도로 급 하게.

“……내가 마지막으로 출발했을 때 에는 벌써 게이트가 열릴 징조가 보 였어.”

그 말에 천영의 표정에서 핏기가 싹 사라진다. 바람의 숲 때는 게이 트가 막 열려 보스급 괴수 한 마리 만 등장했기에 쉽게 봉인할 수 있었

지만 악귀가 울부짖는 절벽 건 때는 어땠는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도 저히 상대가 불가능한 괴수를 유인 하게 만든 다음 던전으로의 진입 자 체가 불가능해 던전 자체를 통째로 봉인하지 않았던가?

만약 만추의 기둥이 무풍사막 한 가운데에서 게이트가 열리면,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이 봇물 터지듯 차원계의 내용물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 때가 언제였는데?”

“사흘 전. 지금쯤은…… 이미 게이 트가 열렸을지도 모르겠는데.”

천영은 잽싸게 일의 우선순위를 파 악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교황 에게 사과를 한다.

‘아직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을 수 도 있어.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놔두고 여기에 있을 수는 없겠지.’

짧게 고민하던 천영이 힘겹게 입술 을 떼었다.

“……나 혼자 갔다 올게. 지금 바 로 출발할 거야. 너는 여기에 남아 서 백발을 가진 ‘백화연’이라는 여 자와 합류해서 기다려줘. 칼라할 교 단의 교황 리우펠리우스와 함께 있

을 거야.”

“그래…… 혼자서 괜찮겠어?” “응.”

이왕이면 동료들과 함께 가는 편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천영이 만든 이 스크롤을 이용한 임시 텔레포트 게이트는 단 한 사람밖에 이용할 수 없었다.

대륙 곳곳에 설치된 텔레포트 게이 트가 거대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쓴 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작 두루마리 하나로 장거리 텔레포트를 하는 것 은 굉장한 일인 것은 틀림없었으나 단점 또한 당연히 존재했다.

즉시 두루마리를 펼쳐든 천영은 짧 게 숨을 들이켠 다음 마법진을 발동 하려다가,문득 하성을 쳐다보았다.

“야.”

“응?”

“……후,아니다. 젠장. 오늘은 하 루 종일 신문사 돌아볼 계획이었는 데……

드래곤이 대륙에 등장했다는 단서 를 신문사에 뿌리기 위해서는 그들 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천영이 직접 정보를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가 건네주는 정보 는 아무리 거짓말 같아도 모두 신문

사 입장에서는 소중한 정보나 다름 없었고 천영은 그들을 어떻게든 설 득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사진을 찍힐 계획까지 갖추고 있었 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이 무산이 되 어 버렸다.

‘망할,만추의 기둥…… 대체 어떤 개 같은 새끼들이 여기저기 들쑤시 고 다니는 거야?’

아직까지 만추의 기둥을 설치하는 집단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그 점이 천영을 더욱 더 열 받게 했다.

두루마리를 바닥에 획 내던진 다음

마법진을 발동하자 분명 종이에 각 인되어있을 그 문자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요동쳤다. 원을 그 리고,그 원이 모여서 구의 형태를 만들고,거기에 또 다른 마법 문자 가 배합되어 입체 마법진이 완성된 다. 푸른 마법진을 자신의 몸 주변 에 두른 천영은 신성대회의장을 안 타깝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정말 성심성의껏 드래곤을 믿 는 칼라할 교단을 정말로 돕고 싶었 다. 아니,교단은 둘째 치더라도 자 신을 보자마자 설움을 쏟아내며 펑 펑 울던 리우펠리우스의 얼굴을 봐 서라도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교황

리우펠리우스는 자신만을 믿고 ‘희 망’을 점치고 있지 않았던가. 귀차 니즘이 상당한 서천영이 무려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기 위해 계획까지 세워놓을 정도로 그는 이 일에 대해 상당히 진지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하성.”

“응.”

“칼라할 교단의 교황,리우펠리우 스에게 내 말을 전해줘.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래.”

리우펠리우스는 천영의 선택이라면

그것이 이 세상을 뒤집어엎는 것이 라고 할지라도 존중해줄 터였다. 천 영이 드래곤이기에 드래곤의 선택이 기에. 수 천 년이 넘는 긴 역사와 함께하며 언제나 세상을 구해오던 드래곤이기에. 천영의 선택은 자신 의 목숨을 바쳐야만 하는 것이라 해 도 그대로 따를 것이다.

새하얀 마법진에 휩싸이며 천영이 사라지는 것을 본 하성은 뭔가 착잡 한 기분을 느꼈다.

정말 급한 사안이었다. 지금 당장 근처에 있는 마법사들 중 유일하게 천영만이 만추의 기둥을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용을 믿는 교단이라.’

천영이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려 고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텔레포 트를 하기 직전 천영의 씁쓸한 그 표정으로 보았을 때,그들이 어떠한 위험에 처해있었고 또한 그들을 돕 기 위해 천영이 어떠한 일을 벌이려 고 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 다.

‘뭔가,천영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 같아서……

가슴이 조금 무거워졌다.

그 날 저녁,‘신성결계’ 중 세 포인 트가 무너졌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5 대 교단의 신전들이 발칵 뒤집혔다. 그런 중요한 정보가 이제야 들어온 것은 둘째 치고 하필이면 교황들이 전부 자리를 비웠을 때 이런 일이 터졌다는 것에 뭔가 심상치 않은 징 조를 느꼈다.

마치 이 타이밍을 노린 둣,지금까 지 뭔가를 준비해왔다는 것처럼.

각 교단에서는 신성대회의에 참석 한 교황들에게 급하게 통신을 시도 했다.

하지만.

“크,큰일입니다! 전화가 전부 먹 통입니다!”

“뭐라고? 긴급 통신망으로 연결 시 도해봐!”

“전부 소용없습니다. 도시 람플렘 의 모든 전화가 차단되어있습니다.”

“그럴 수가……

이를 잘근잘근 깨물던 사제들은 결 국 전서구를 보내기에 이르렸다. 하 지만 이렇게 악의적으로 통신이 차 단된 것으로 볼 때 전서구 정도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성기사들을 파견해. 이 편지를 반 드시 교황님께 보내야만 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굳건한 얼굴로 봉인된 봉투를 받아 든 성기사는 늦은 시각,황급히 출 발했다. 그것은 어느 교단이나 마찬 가지로 5개의 교단 전부 전서구와 성기사를 파견하는 등 교황에게 급 히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교단의 움직임을 일일 이 감시하던 자들이 있었다.

성기사들은 길거리에서 의문의 죽 음을 맞이했다. 갑작스레 질식사를 하기도 했으며 가슴을 무언가가 관

통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사망하기도 했고 땅이 푹 꺼져서 생매장을 당하기도 했다.

전서구 역시 날아가다가 불쾌한 기 운에 휩싸여 미라가 되는가 하면 날 개가 모두 찢겨나가 애처롭게 울부 짖으며 땅에 추락하는 경우도 허다 했다.

저벅.

성기사와 전서구의 시체를 땅에 파 묻던 남자 한 명이 목을 뚜둑 꺾으 며 말했다.

“나 참…… 이런 짓거리 해봐야 얼 마나 간다고.”

이렇게 정보의 차단을 의도적으로 해봐야 고작해야 하루 정도밖에 더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픈 대 륙의 정보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로 넓었고 통신 수단 역시 굉장히 많았다. 성기사가 소중히 품고 있던 편지 봉투를 뜯어보아도 내용을 읽 을 수도 없었다. 그만큼 정보를 보 호하는 수단 역시 아주 발달해 있는 시대였다.

“요즘은 중세 시대가 아니라고. 현 대란 말이야. 귀찮게스리.”

하지만 고작 하루일뿐이라도. 그런 하루를 교황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간다면.

“……삼대월식,얼마 남지 않았어.”

남자를 뒤따라온 검은 로브의 마법 사가 그렇게 말했다. 신성대회의와 삼대월식,거기에 다크룰 디멘션이 열리는 시기까지 전부 겹친 것은 그 야말로…….

“……천운이라고? 푸흐흐,하늘이 돕는다니. 너희 같은 악마 새끼들을 말이야.”

남자의 싸가지 없는 말투에도 마법 사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 우리가 악마이기에 하늘이 돕는 것이겠지.”

세 개의 달이 어느덧 휘영청 떠올

라 있었다.

“왜냐하면 하늘은 악마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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