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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62화 (16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2화

제이나는 웨지스턴에게 명함 하나 를 건넸다.

“금색 별 마탑의 마탑주에게 직통 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기입니 다.”

금색으로 코팅된 그 명함의 뒷면에 는 ‘언령’이라 불리는 단어와 함께 마법진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지 구에 있던 전화기를 완벽하게 흉내 내기엔 인공위성도 없고 안테나를

비롯한 전파 탐지 빛 송수신 장치가 전무해서 결국 마법을 이용한 초장 거리 임시 통신기를 몇 개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것도 그나마 서로 지정된 장소로 만 통화가 가능했고 하나의 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제이나는 이 아티팩트를 아끼지 않 고 건네주었다.

웨지스턴은 묵묵히 그것을 받았다.

‘금색 별 마탑이라.’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위험하실 땐 언제든지 통화를 주시면 저희가 달 려가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들의

영향력은 전 세계에 미치거든요.”

더 이상 웨지스턴에게 정보나 협력 에 대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제이나는 웨지스턴에게 먼저 호의 를 보이기로 한 것이다. 그가 가지 고 있는 정보는 꽤나 값어치가 대단 했고 좋게 헤어질 필요성이 있었다.

웨지스턴은 슬쩍 로서진을 바라보 았다. 그의 시선을 눈치 첸 제이나 는 짧게 고민을 했다.

‘보고에 의하면 서천영은 웨지스턴 을 죽이려고 했다가 어찐 이유에서 인지 살렸다고 했어.’

처음엔 제이나도 서천영의 판단을

의심했다. 웨지스턴은 머리가 돌아 버린 살인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런 웨지스턴을 살린 것은 분명 크나 큰 실책이었다. 그를 살려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면서 또다시 살 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만나본 웨지스턴은 무 고한 사람을 살인하지 않았다. 오히 려 자꾸만 그리픈을 뒤흔들려고 하 는 일곱 다리의 연결자의 멤버를 골 라서 죽이고 다녔다.

심지어는 로서진이 호소하자 그녀 들이 활동하는 것을 도와주지도 않 았던가? 비록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어떠한

파문이 일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 었다.

그러므로 그것에 기댄다. 웨지스턴 이 꼭 자신들의 편에 설 수 있기를.

‘아무래도 로서진 씨가 서천영의 비서라는 사실은 숨기는 게 좋

제이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웨지스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여자,서천영이랑 무슨 관계 지?”

“네?”

마치 전부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말투에 제이나는 잠시 당황했다. 유

도심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민은 소용이 없었다. 웨지스턴의 표정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로서진과 서천영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그저 접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확 인을 원하는 것이다.

“……서천영의 비서입니다.”

“그런가……

자신을 죽이려던 자의 최측근. 하 지만 웨지스턴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선 몸을 돌렸 다.

“그럼 난 가본다.”

“네,꼭 연락하세요.”

대답하지 않은 채 웨지스턴은 가볍 게 발걸음을 옮겼다. 슬쩍 금색의 명함을 꺼내들었다.

‘금색 별 마탑……

당연하지만 그곳에 속할 생각은 추 호도 없을뿐더러 마탑주에게 정보를 줄 생각도 없었다.

이것은 오릇이 웨지스턴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죄를 덜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웨지스턴은 금색의 명함을 반으로

찢어서 바닥에 버렸다.

온갖 최첨단 마법 공학 기술이 접 목되어있을 명함은 그렇게 반쯤 무 너진 건물의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생각보다 의외였다.

알고 보니 백화연도 옷에 관심이 많은 여자였다.

네청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이질적인 물질(옷)을 만지작댔다.

“불편하구나.”

“예뻐요.”

새하얀 블라우스,목덜미의 초커, 검은색의 리본,허리를 감싸며 내려 가는 검은색의 레이스 치마. 평상시 엔 새하얀 소복 같은 옷이나 입고 다니던 네청이 갑작스레 예쁘게 치 장해버리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흑발 역시 백화연에 의해 예 쁘게 닿아 올려 있었다. 흔들거리는 비행선 위에서 잘도 머리를 저리도 섬세하게 잘 묶는다.

네청을 완성(?)시킨 백화연은 천영 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는 화연이 쳐다보자마자 고개를 마구마구 저었 다.

“나,나는 됐어.”

“아쉽네……

천영은 그저 청색 스키니 진에 얇 은 와이셔츠 한 장만을 걸친 상태였 다. 이마저도 백화연이 골랐다.

‘괜히 쇼핑하자고 했나……

슬쩍 인벤토리를 쳐다본다. 백화연 이 억지로 꾸겨 넣은 옷가지가 잔뜩 늘어져 있었다. 평상시엔 옷에 관심 도 없던 그녀가 백화점에 들어서자 마자 정신이 나간 둣 옷을 마구마구 고르는 모습을 보아하니 지구에 있 을 때 어떤 욕구불만을 가지고 있었 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백

화연 역시 금전적인 문제로 원하는 옷을 사 입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원한이라도 풀겠다는 듯 마구잡 이로 옷을 고르는 그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고른 줄로만 알았던 옷들은 제각각 짝이 있었고 어느 옷 을 고르더라도 무난할 정도로 예쁜 옷들만 골라놓았다.

천영은 백화연을 피해 갑판 위로 나갔다. 그곳에는 대(對)비행종 몬 스터용 마법창과 저격총을 든 병사 들과 마법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 다.

‘……총 진짜 구식이네.’

말이 저격총이지 사실상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총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좋은지 우월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구식이었다.

만약 기관총이라도 보여줬다가는 입에 게거품을 물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기관총을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 가 마법을 난사하는 것이 더욱 강해 서 총기류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었 지만.

비행선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난간에 기대어 풍경을 감상한다.

-구름숲이야.

“그러네.”

어느덧 비행선은 그리픈의 미스터 리 중 하나인 구름숲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구름숲. 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편 할 것이다.

이 지역에는 아주 특이하게도 절대 로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구름이 하 늘에 고요히 떠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의 아래로 온갖 식물이 자라난 다. 거꾸로 된 모양으로 자라있는 그 숲은 통상의 방법으로는 접근하 기 힘들었지만 비행선이 발달된 현 시대에 와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곳까지 관광을 오는 사람도 꽤 있다 는 모양이다.

비행선이 구름숲 내부로 진입하자 그 신비로움이 빛을 더했다. 분명 구름에 의해 태양빛이 전부 가려져 있을 것일 터인데도 불구하고 이 숲 은 굉장히 환했다.

구름의 틈새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건지,숲 자체가 빛을 발광하는 것 인지는 알 수 없다. 허나 공중에 반 덧불이 같은 무언가가 둥실 떠다니 는 것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푸드덕!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다.

천영은 고개를 들었다. 팔뚝만한 크기의 새하얀 새 수십,수백 마리 가 구름숲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선원들은 많이 봐서 익숙한 모양인 지 거들떠도 안 봤지만 병사들은 천 영처럼 신기한 눈으로 새를 쳐다보 았다. 새하얀 빛 가루를 홀리며 날 아다니는 그 새들은 꽤나 순수한 기 운을 품고 있었다.

-저 새는,정령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래?”

-응,근데 실체가 있는 정령이라

다른 정령들과는 많이 다르지.

“그렇군.”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들은 비행선 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원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면 저러는가 싶어서 천영은 그저 지켜보고 있었 는데 선원들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 를 갸웃했다.

“재네 왜 저래?”

“그러게. 오늘따라 유독 근처까지 오는데.”

“무슨 일이지?”

그러던 와중,새 한 마리가 비행선 에 가까이 다가왔다. 선원과 병사들

의 시선이 그것을 따라간다. 이윽고 그 새는 어딘가에 안착했다.

천영의 머리 위였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머리를 마구 뒤흔들어 떼어내 보지 만 잠시 날아오를 뿐 다시 천영에게 달라붙었다. 결국 손을 들어 올려 막으려는 순간 무언가가 날아와 그 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커흑.”

그 또한 정령새였다. 마치 애완용 강아지라도 되는 것처럼 천영에게 달라붙은 그 새는 떨어질 생각도 하 지 않은 채 머리를 마구마구 비볐

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몇 마리의 새 가 더 천영의 어깨 위나 손끝으로 날아왔다.

-정령새라서 그래.

결국 떼어내는 것을 포기한 채 팔 을 쭉 뻗자,그 위로 세 마리의 새 가 더 날아와 달라붙었다. 난간에 기댄 채 멍하니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정령새와 놀아주자 꽤나 시 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거,겁나 예쁘다……

“쉿. 조용히 해. 천영 님은 그 말 을 싫어한댔어.”

“그럼? 귀엽다고 해야 되나?”

“아니,멋있다고 하면 좋아한대.”

“뭐야 그게……

저들끼리 속삭이던 병사들은 슬쩍 천영을 쳐다보았다. 난간에 얼굴을 괴인 채 새하얀 정령새와 놀아주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멋있다는 단 어보다는 청순가련하다는 말이 더욱 어울렸다.

구름숲에서 빠져나가자 허공에 떠

있는 작은 섬이 나타났다. 비행성은 그곳에 잠시 정박했다.

“무슨 일 있어요?”

천영의 목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오 자 갑판에서 분주히 돌아다니던 선 원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새하얀 새 한 마리가 머리 위에 앉아서 졸고 있었고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새가 볼을 콕콕 찌르고 있었지 만 마치 그것들이 없는 것 같은 태 연한 표정이었다. 선원은 침을 꿀꺽 삼킨 뒤 대답했다.

“하피떼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보안 마법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아

무래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무려 서천영이 탑승한 비행선이니 만큼 그들은 아주 철저하게 모실 생 각이었다. 하지만 선원의 대답을 들 은 천영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마더 하피가 매년 저렇게 지랄해

요?”

“아,그,그렇죠?”

“흐음. 근데 왜 안 잡아요?”

“못잡는 거죠. 저기 보이시죠?”

선원의 손끝이 거대한 구릉지대를 가리켰다. 그것을 반쯤 둘러싸고 있 는 이질적인 생김새의 절벽에, 수많 은 하피떼가 살고 있었다.

“저기까지 병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을뿐더러,공중전을 하기엔 피해 가 심하거든요. 게다가 딱히 인근의 마을을 습격하는 것도 아니고,시기 만 잘 피해가면 마주칠 일도 없어 요.”

한 마디로 국가에서 병력도 지원 안 해주고 그들의 입장으로는 저것 들을 토벌할 힘도 없으니 무리라는 이야기였다.

천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피의 숫자를 세었다.

“좋아요.”

“갔다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게 무슨……

천영은 그 말을 남긴 채 하늘 높 이 뛰어올랐다. 아직까지도 그의 몸 에 달라붙어있던 정령새 다섯 마리 가 푸드덕 날갯짓을 하더니 떨어진 다.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고 천영의 몸이 점점 거대해지더니 이윽고 드 래곤 폼이 완성되었다. 갑작스레 등 장한 거대한 무언가에 선원들과 병 사들이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하 늘을 올려다본다.

그런 그들을 슬쩍 내려다본 천영은

그대로 날개를 펄럭이더니 하피가 머물고 있는 구릉지대로 향했다.

목표는 마더 하피.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천영 역시 간만에 발견한 사냥감들을 가만히 살려 보낼 생각 은 없었다.

선원들은 멍하니 드래곤이 유유히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 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무럭무럭 생겨난다.

이윽고 구릉지대의 하늘 위에 먹구 름이 끼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천둥 벼락이 치기 시작하더니 작은 회오

리 기둥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으며 바닥에서 불꽃 덩어리가 마구잡이로 폭발하였고 몰아치는 비바람이 모두 얼음덩어리로 화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사방을 가격했다.

그야말로 작은 자연재해가 하피들 의 본거지 위에 펼쳐진다.

“저게……

“뭐야……

지금 이 순간,몇 십 년 이상이나 그랜토리 및 인근 지방의 주민들을 속썩여온 하피떼가 몰살되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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