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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63화 (162/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3화

43장 여명을 걷는 음유시인

쿠린 평야.

차원 ‘차린투리스 월드’가 열리며 악마가 쏟아져 내려온 곳. 그러나 성기사 셀라임을 선두로 해서 3만의 성기사가 모두 힘을 합쳐 그들을 완 벽하게 몰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

리고 쿠린 평야에는 그 악마들의 수 많은 시체가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각 국가에서 소집된 조사 단이 파견나와 이곳에 진을 치고 시 체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도 이계의 존재들이기 때문에 가치가 상당했다.

덕분에 이 시체의 소유권을 가진 교단들은 안 그래도 갑부인데 더 부 유해지게 생겼다.

“나 참,징그립게도 생겼네.”

“이건 포유류야 갑각류야? 온갖 짐 승이 짬뽕된 것 같네.”

갑옷처럼 생긴 껍질을 입고 있는

사자 인간이 곰의 발톱을 가지고 있 는 정도는 너무나도 평범한 생김새 로 치부될 정도로 특이한 괴수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덩치가 20m도 넘 는 거대 괴수들도 있었는데 마치 소 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공룡과도 닮아있었다. 몇몇 괴수들은 그리픈 에서 멸종한 생명체와 매우 흡사하 게 생기기도 했다.

“마탑 나으리들이 난리가 나셨어, 아주.”

“그러게 말이야.”

이곳에는 조사단뿐만이 아니라 생 물학을 전공으로 하는 마법사들과 의사,생물학자들이 잔뜩 몰려들었

다.

특이한 괴수 하나만 구해도 바로 학계를 발칵 뒤집어 엎어버릴 수도 있을 테니 그들은 지금 연구하던 것 조차도 때려 치고 이곳으로 한 걸음 에 달려왔다고 한다.

“에휴. 우린 최저 시급이나 받으면 서 시체 굴리기나 하고 있는데 말이 야.”

“너도 생물학자 하든가. 사람은 똑 똑 해야 돼.”

병사들은 구시렁구시렁 거리면서 슬쩍 뒤쪽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후 임들이 열심히 시체를 나르고 있었

다. 고참인 그들은 부하에게 시체 나르기 같은 귀찮은 일을 시키고, 경비나 서고 있으면 된다. 애초에 이런 평야에 누가 찾아온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것 만큼이나 편한 일은 없었다.

“어,저기 누구지?”

병사들의 시야에 회색의 낡은 로브 를 입은 누군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척 보아하니, 마법사처럼 보였다.

“또 뭐 건질 거 있나 찾아온 마법 사겠지.”

병사들은 일부러 들리라는 둣 낄낄

대며 말했다. 그야 그럴 것이,벌써 이곳에 찾아온 학자들의 숫자만 해 도 천 단위가 가뿐히 넘는다. 하지 만 그들 중에서 특별히 대단하다고 생각할 만한 무언가를 발견한 학자 는 없었다.

저벅.

마법사가 지척까지 접근하자 병사 들은 의례 하는 것처럼 손을 내밀었 다.

“이곳은 아무나 출입이 불가능합니 다. 신분을 밝혀주시고 출입 허가중 을 보여주십시오.”

병사의 그 말에 마법사가 로브를

걷었다. 행색이 굉장히 낡고 침침해 서 노인이라 생각했던 병사들은 깜 짝 놀랐다. 생각보다도 젊고 꽤나 잘생긴 미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신분은…… 그냥 떠돌이 마법사입 니다.”

“마법사 자격증은 없습니까?”

“예,자격증 따기 직전 누군가에 의해 커리어가 완전히 박살났거든

요.”

“그게 무슨……

이게 무슨 개논리란 말인가. 물론 간단한 마법을 보여주면 마법사라는

것 자체는 증명할 수 없겠지만 신분 증도 없고 출입 허가증도 없는 사람 을 들여보낼 수는 없다.

“이름이 뭡니까? 소개장도 없소?”

그 질문에 남자가 예의바르게 답했 다.

“예런. 이 정도면 됐습니까? 들어 가겠습니다.”

“아니,잠깐…… 당당히 말하기에 무슨 유명한 마법사 나부랭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 마법사 지망생 같 은데,돌아가쇼.”

“낄낄낄. 댁이 무슨 백하란이나 서 천영인 줄 알아?”

병사의 입에서 특정 단어가 나오는 순간 예런이 숨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병사들의 숨 역시 멈춘다.

“커,컥……

“크홉……r

예런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은 살기로 가득했다.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굳이 화를 돋우시는군요. 이래서 군대는 안 된다는 겁니다.”

숨을 쉴 수가 없자,병사들은 손을 사방으로 뻗으며 발버둥을 쳤다. 하 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 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들

을 서서히 눈을 까뒤집으며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예런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시체 들에게 예의를 차리며.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굳이 시체에 게 해주며 지나친다.

“물건 하나만 잠깐 회수하러 왔습 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리 십 시오.”

그렇게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하나가 평야를 당당히 활보했지만 아무도 수상한 점을 눈치첼 수 없었 다.

결국 비행선은 무장을 왜 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주 안전하게 목적지 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무기 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걸 왜 들 고 왔는가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ᄋ ,,

유.

룰 렌 평원,그 초입부.

네청은 땅에 내려서자마자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더니 기분 좋은 감탄

사를 내뱉었다.

“공기가 아주 맑구나.”

천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느낌만 봐서는 파트라슈를 처음 만 났던 나발카 평원과도 비슷했다. 반 대가 되는 점이라면 나발카 평원은 겉모습만 아름다울 뿐이지 굉장히 위험한 장소라는 것이고 룰 렌 평원 은 위험한 괴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 는 정말로 평화로운 장소였다.

W네청에게 듣자하니 이곳엔 영물 들도 꽤 살고 있다는 모양이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하,이것 참. 한 일도 없어서 시

장님께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아녜요. 수고 많으셨어요.”

비행선의 선장이 천영에게 감사하 다는 말을 연이어 건네다가 돌아갔 다.

본래 감사 인사는 천영이 건네야 맞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하피를 해치워준 것이 그리도 고마운 모양 이다. 게다가 천영이 오로지 그들만 을 위해 손수 하피를 해치워줬다는 착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경험치가 필요했을 뿐이다.

-생태계 파괴는 옳지 않아.

“그래서 몇 마리 남겨뒀잖아.”

-거짓말. 개네 마지막까지 잡으려 고 엄청 쫓아갔잖아.

“무슨 소리야. 이곳에 서식하면 나 중에 또 귀찮게 할 것 같으니까 멀 리 보낸 거지.”

게다가 하피는 생태계에 별반 도움 이 안 된다. 물론 핑계였지만.

이윽고 비행선이 떠나갔고 네청을 선두로 해서 천영과 백화연이 뒤따 르기 시작했다.

네청은 이 땅을 밟은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는지 아예 콧노래까지 부를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언제나 어른스러웠던 그녀가 어린 소녀처럼

변해버린 그 모습은 퍽 낯설면서도 의외로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이 근처에 묘족(備族)과 살고있 다.”

“묘족이요?”

고양이의 종족. 하지만 평범한 고 양이가 아닐 것이다. 천영은 무심코 상상했다. 고양이귀를 가진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한 묘족을. 소설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인족은 꼭 인 간의 형태에 그저 짐승의 귀와 꼬리 를 추가한 것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현실과 픽션은 다르다고 했 던가.

묘족이 살고 있는 곳은 높고 얇은 나무 수십 그루의 사이에 둥지처럼 바위 덩어리가 있었다. 그곳에서 튀 어나온 묘족 한 명이 천영에게 다가 와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희구묘! 영물이 오셨어! 인간도 있어!”

묘족은 그냥 고양이의 생김새였다. 다만 덩치가 꽤나 크고 두 발로 걷 기도 하는가 하면 앞발(손)을 이용 해 사족 보행을 하기도 했다. 게다 가 사람의 언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

사했다.

“영물?”

희구묘라고 불린 묘족이 나무의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새하얀 털 이 복슬복슬한 것이,굉장히 만지고 싶게 생겼다.

백화연은 어쩐지 손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호흡 곤란이 오려는 것 을 간신히 참는 것이 눈에 될 정도 였다.

하지만 천영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너 말이야,혹시 말끝마다 ‘냥’같 은 접미사는 안 붙이냐?”

“그걸 왜 붙여?”

“……아니야.”

뭔가 고양이 인간에 대한 상상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천영은 희구묘라는 이름을 가진 고 양이를 따라 나뭇가지가 얽혀있는 곳을 밟고 올라갔다. 상당히 좁았지 만 그래도 살만했다. 만약 천영이 이전의 덩치를 가지고 이곳에 왔다 면 지나다니기 조금 힘들었을 수도

“이번 세대의 ‘대단히 굉장한 고양 이’는 누가 됐느냐?”

“‘횐묘’님입니다. 정말 대단하고 굉 장하신 분이세요!”

“그것 참 대단히 굉장하네.”

“응,대단히 굉장해.”

대단히 굉장한 고양이는 풀어서 말 하자면 ‘묘족장’이다. 이곳에서 지내 는 묘족들의 우두머리. 묘족은 자신 들의 우두머리를 대단히 굉장한 고 양이라 칭한다.

백화연은 정말 정신없이 눈을 굴리 고 있었다. 나이트의 동체 시력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녀는 그런 동체 시력을 그저 고양이를 감 상하는 것에 사용하고 있었다.

‘귀여워…….,

천영 역시 슬쩍 구석을 쳐다보았 다. 손바닥만 한 고양이 하나가 그 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 울음소리에 천영이 걸음을 멈추 고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러자 혀를 살짝 내밀어 천영의 손가 락을 할았다.

‘어렸을 땐 그냥 고양이와 다를 게

내친김에 아예 쪼그려 앉아서 새끼 고양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 자,다른 새끼고양이들도 몰려들었 다. 백화연은 천영의 옆에 같이 쪼 그려 앉았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천영을 바라보았다.

“귀여워.”

무심코 내뱉은 그 말에 화연이 흠 칫 몸을 떨자 천영이 고개를 돌렸 다. 그러더니 고양이 한 마리를 들 어올렸다.

“귀엽지?”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고양이를 향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고양이와 놀아주던 천 영은 다시금 네청을 따라 위로 올라 갔다.

조금 넓은 공간에 부드러운 솜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아니,잘못 보았 다. 솜이 아니라 새하얗고 거대한 고양이었다. 덩치가 거의 3m는 넘 을 것 같은 거대한 고양이는 네청과 천영을 보더니 고개를 슬쩍 숙였다.

“이야기로만 듣던 이무기께서 직접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래,반갑구나. 선묘는 잘 지내느

냐? 그 아이가 나 좋다며 따라다니 던 것이 생각나는구나.”

“선묘님께서는 돌아가신지 200년 입니다.”

“그렇구나.”

네청은 선묘라는 고양이가 죽었다 는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 슬퍼할 뿐, 무덤덤해보였다. 천영은 그런 네 청의 모습을 보며 어떤 기묘한 감정 을 느꼈다.

이별은 분명 가슴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네청은 천 년이나 살아온 존 재이다. 고작 30년도 살지 못한 천 영도 수많은 이별을 겪었다. 그러한

행위가 천 년이나 반복되면,이별의 슬픔 또한 마모되어간다. 아니면 스 스로가 이별에 대한 감정을 억제시 키거나 죽일 수도 있다.

묘족장,횐묘는 천영을 슬쩍 보더 니 입 주변의 수염을 흔들었다.

“과연 범상치 않으신 분입니다. 혹 시 성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서천영,드래곤입니다.”

“허어.”

드래곤이라는 말에 횐묘는 크게 놀 라지 않았다. 다만 흥미롭다는 둣 손을 들어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고양이가 저런 행동을 하니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횐묘의 그런 행동이 너무나도 자연 스러워서 어떤 부분에서 이질감을 느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횐묘의 기운을 슬쩍 훌어보았다. 확실히 대단한 고양이이긴 하지만 영물이라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없 지 않아 있었다. 아직 어린 탓이기 때문일까.

그래도 굉장히 눈빛이 선명했다. 고양이라고 해서 무시할 건 안 되는 모양이다. 어지간한 인간보다도 훨 씬 현명해보였다.

천영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 니라 ‘용의 큐브’에 관해서 알고 있 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용의 큐브 말입니까?”

“예,용이 남기고 간 유물…… 같 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네모난 박스처럼 생겼습니다.”

천영은 살짝 기대했다. 그래도 묘 족의 족장이자 그 현명함이 영물에 견줄 정도로 비범해보이는 횐묘였으 니까. 하지만 그는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건 생전 처음 들어봅니다.”

“먼 과거에 용이 이곳에 다녀갔다 는 이야기는 분명 들어보았습니다 만…… 무언가를 남겼다는 말은 금 시초문이군요.”

“그,그래도. 뭔가 선조들이 남긴 전설이라든가 그런 건 없습니까?”

나발카 평원 때를 떠올리면,하나 쯤은 남아있을 법도 했다. 그곳엔 아예 용의 큐브를 수호하기 위해 몇 세대 째 평원에서 객잔을 운영하던 말 레프로스 같은 여자도 있을 정도 이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부족을 찾아가보심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현명하지 못한 탓인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뭐. 죄송할 건 없지만……

그래도 다른 부족과 만나게 해준다 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네청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 는지도 궁금하구나. 안내해줄 수 있 겠느냐?”

“물론입니다.”

솔직히 몸이 워낙에 거대해서 고도 비만이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냥 덩치가 클 뿐인 모양이다. 횐

묘는 자리에서 문제없이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폈다.

“네청 님이 반가워하실만한 얼굴도 몇 있을 겁니다.”

“기대되는구나.”

네청은 몇 백 년 전 이곳에 지내 면서 분명 수많은 인연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말 았다.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그녀는 그런 슬픔에 익숙해져 있었다. 당연하다. 천 년이나 용이 되기 위해 날아온 이무기이니까.

그래도 이별에 대해 물러졌다 해서

재회조차 물러진 것은 아니다. 네청 은 기분 좋은 둣 환하게 미소 지었 다. 어쩐지 천영의 가슴이 무거워지 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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