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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64화 (163/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4화

금색 별 마탑으로 복귀한 제이나는 제일 먼저 레이븐의 사무실로 향했 다.

아직 그녀가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 는 없었지만 그저 개인적인 이유로 찾아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얼굴을 비추면 레이븐 은 아주 상쾌한 얼굴로 그녀를 부려 먹겠지만 제이나는 그 사실을 알면 서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레이븐이 뭔가 를 작성하고 있었다. 제이나는 성큼 다가가 그것을 확인했다.

금색 별 마탑주의 인수인계서였다.

“뜬금없이 인수인계서는 왜 수정하 십니까?”

“내가 받은 인수인계서가 쓸모가 없어져서 말이야. 나도 전대 마탑주 한테 들은 건데 선임 마탑주가 만든 인수인계서는 항상 쓸모가 없어진다 고 그러더라.”

“흐음……

“요즘 시대가 워낙 격변하는 시대 잖아.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경제

적인 이유로 나라 한 두 개가 사라 지고 생겨나고 연합회가 국가를 모 두 지배하기도 하고. 참 재미있는 세상이지.”

덕분에 인수인계서는 매번 갱신해 야만 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 치는 금색 별 마탑이기에 시대에 따 라 달리할 필요가 있었다.

제이나는 우두커니 서서 레이븐이 인수인계서를 수정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녀는 레이븐의 그러한 행 위가 어쩐지 불안했다. 역대 마탑주 들은 항상 그랬다. 대부분이 7서클 에서 8서클이라는 마법의 끝을 본 자들이기에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물러날 때를 직감한 다.

주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보는 법은 간단했다. 마탑주들은 때가 되 면 인수인계서를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레이븐은 제이나가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냥 서랍 뒤적거리다가 눈 에 거슬리기에 수정하고 있는 거야. 뭔 생각 하고 있는 거야? 일하는 것보다는 이게 재미있어.”

“……그렇습니까? 그럼 일거리를

줘야겠군요. 쓸데없는 짓 못 하게.”

“아니,잠깐!”

제이나가 갑작스레 서류더미를 뒤 적이자 레이븐이 기겁하여 손사래를 쳤다. 간신히 그녀를 말리는 데 성 공한 레이븐은 식은땀을 홀리며 자 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인수인 계서를 빤히 바라보다가,문득 누군 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갑자기 선배 생각나네.”

레이븐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 버린 전대 마탑주의 얼굴을 상기해 낸다. 에니안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금색 별 마탑에 당당히 찾아와 문을

두드린 레이븐에게 그는 아주 유쾌 한 얼굴로 인수인계서를 하나 건네 줬었다.

마치 레이븐이 찾아올 것을 알았던 것처럼.

당시에는 그저 그가 인수인계서를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작성해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물러날 때를.

정말로 뜬금없이 레이븐이 질문을 내뱉었다.

“나 하나 없다고 금색 별 마탑이 흔들리진 않겠지?”

“……당신처럼 일도 안 하고 만날

놀기만 하는 사람 하나 없어진다 해 서 흔들릴 곳이 아닙니다.”

“하핫. 다행이군.”

금색 별 마탑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정말 많았다. 너무나도 많았다. 그 한 명,한 명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 회에 대충 떨어뜨려 놓아도 바퀴벌 레처럼 살아남아 마침내는 대기업 하나를 일으켜 세울 정도로 대단한 인재들이 득시글했다.

그런 장소이다.

레이븐은 문득 네청의 표정을 떠올 렸다. 비록 그녀가 금색 별 마탑에 서 지낸 기간은 짧았지만,언제나

하늘을 쳐다보며 슬픈 얼굴을 짓던 것을 떠올렸다.

0이무기는 본디 하늘의 뜻을 엿보 고 세상에 닥칠 일을 파악하는 능력 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진작 네 청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멍하니 인수인계서를 바라보 았다. 그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수 없이 많이 파손되고 수정되고 언어 가 뒤바뀌고 비밀 또한 지워지고 만 들어지기를 반복되었지만,단 하나 만큼은 수정되지 않았다.

길르텐 펄 리쉬.

그녀를 주목하라.

“스승님 볼 낯이 없군.”

‘부끄러워 죽겠어.’ 라고 말하며 레 이븐은 자조적인 미소를 홀렸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습격했던 일 곱 다리의 연결자의 본거지를 떠올 렸다. 그곳은 그저 일부에 불과했음 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적인 장비,끝을 모르는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기 지 중 하나일 뿐인데도.

이미 일곱 다리의 연결자,즉 ‘길 르텐 펄 리쉬’가 만들어낸 그룹은 그리픈 대륙에 만연해 있었다. 언제 부터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

로 아득한 과거부터 그들은 이미 존 재해왔었다.

그런데.

몰랐다.

전 세계 그 어떤 곳이라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금색 별 마탑인데. 그곳의 마탑주인데도, 몰랐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전 세계의 대부분의 세력에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는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때까지 전 혀 눈치 채지 못했다.

“금색 별 마탑이 대체 왜 존재하는 가.”

레이븐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현자 에니안이 대체 왜 금색 별 마탑을 세웠던가.”

슬쩍, 서랍을 열었다. 그곳엔 스승 님이 주신 물건들이 여럿 있었다. 전부 가치가 있는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에니안에게는 가치가 있는 물건들.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먼지가 쌓여있었다. 전혀 이것에 관해 생각 도 하지 않고 있었다. 먼지를 후 불 어낸다. 흑백으로 찍혀있지만 그 미 색을 전혀 숨길 수 없는 세 명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곳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위인 들이 찍혀있었다.

마그아티온의 초대 황제,리오폰드 3세.

금색 별 마탑의 초대 마탑주,에니 안 생텀.

“……칼라할 교단의 초대 교황,길 르텐 펄 리쉬.”

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사 진 속의 그들은 황제도,마탑주도, 교황도 아닌 그저 평범한 남녀에 불 과했다. 세상을 구원한 영웅이라고 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 들의 행복이 이렇게 영원했으면 얼 마나 좋았을까.

레가로스가 떠나고,세상은 변했다. 고작 세 명의 인원에 의해.

용을 잊지 못했던 길르텐은 용을 섬기는 교단을 세웠다. 마그아티온 제국의 뒷심을 입어 어마어마한 속 도로 성장하던 칼라할 교단은 전 세 계를 대표하는 단 하나뿐인 교회가 되었다. 하지만 길르텐에게 좋지 못 한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은 에니안이 먼저였다.

에니안은 길르텐을 저지했다.

문장은 간결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 해 수많은 도시가 사라지고 생명이 죽어나갔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대마법사와 가장 위대했던 성직자 집단의 싸움. 도시 몇 개가 가볍게 사라지고 나라가 멸망했다.

“사진만 보면 사이좋은 친구들 같 은데 말이지.”

길르텐의 죄목은 단 하나였다. 남 들 몰래 ‘그랜드 디멘션’을 열어버 리려 했던 것. 어째서 영웅 리오폰 드 3세의 동료였던 길르텐이 차원의 문을 열어버리려 했는지는 모른다. 진실은 에니안과 길르텐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

은 그 당시 이미 차원 경계가 심하 게 허물어져버렸다는 사실이고 그로 인해 지금도 보름달이 뜰 때면 이계 의 존재들이 가끔 건너올 정도로 그 리픈의 차원 경계는 심각하게 취약 한 상태이다.

에니안은 길르텐을 막아낸 이후 깊 은 상처를 입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 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고.

길르텐 펄 리쉬는 또 다시 디멘션 게이트를 열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음직이려 하고 있었다.

‘목적이 그랜드 디멘션이라는 사실

은 알겠어. 하지만 왜? 무슨 이유 로?’

그리픈 차원 또한 그랜드 디멘션 중 한 곳이다. 평범한 세계에 살고 있다면 모를까. 이미 그랜드 디멘션 에 속해있는 길르텐이 굳이 또 다른 세계를 열 필요가 있을까? 타차원의 힘을 받아들인 마법사들이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지만 그녀는 정도가 심했다.

‘심지어 목표가 되는 그랜드 디멘 션은 하나가 아니었어.’

비록 기지의 일부분만을 털었을 뿐 이라 제대로 된 핵심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일부의 정보 속

에도 수많은 차원이 담겨있을 정도 로 방대했다. 만약 레이븐이 알지 못하는 차원까지 합한다면.

“……만약 그랜드 디멘션의 게이트 가 모조리 열어버린다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이 이 세상을 어지럽힐지 모른다. 애초에 차원이 라는 벽으로 세계가 나뉘어져 있는 이유는 서로가 속성도 다르고 환경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차원이란 본 디 단 두 개만 연결되어도 혼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런 차원이 모조 리 연결된다면? 마침내는 그랜드 디 멘션까지 연결되어 버린다면?

재앙은 그리픈에 그치지 않는다.

길르텐이 벌이고 있는 짓은 그리픈 을 포함하여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 가고 있을 수많은 그랜드 디멘션에 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문화가 발달하고,생명의 종이 백 만 단위를 가볍게 웃도는 세계. 그 런 세계가 모두 무너져 내릴 것이 다.

고작 자신이 사모하는 대상 하나만 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목표 하나 때문에.

만약 길르텐의 계획이 성공하면 그 리픈 역사상 아니,차원 역사상 이 례 없는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칼라할 교단은 철저하게 감시했 어. ……천영이 그곳에 간 이후로는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는데.”

기나긴 세월 동안,금색 별 마탑은 칼라할 교단을 감시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길르텐은 칼라할 교단에 손 대지 않았다.

칼라할 교단은 정말로 용을 섬기는 교단으로써 남았다. 그리고 길르텐 은 칼라할 교단을 버리고 새로운 광 신도 집단을 만들어냈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

만약 길르텐의 계획대로 그랜드 디 멘션이 완벽하게 연결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 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

어쩌면 서천영과도 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당연했다. 그리 픈은 절실하게 용이 필요했다. 세상 에 구원을 가져다줄 존재가. 그랜드 디멘션들이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 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용의 힘 이 절실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천영은 아직 어리고.

길르텐의 계획은 전부 완성되어간 다.

“그러니까.”

레이븐은 제이나의 얼굴을 쳐다보 았다.

“나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녀는 어쩐지 레이븐의 어깨가 굉 장히 넓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명을 걷는 음유시인.

그것이 그들을 칭하는 이름이었다. 어찐지 시 같은 이름이었다. 흡혈귀 들의 도시에 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

이 들었다.

날개가 달렸으면 그들은 모두 음유 시인이었다. 곤충이든,조류든 상관 없다. 다리가 네 개 달려 있어도 상 관없다. 머리가 두 개라도,뿔이 달 렸어도,이빨이 날카로워도,그 어떤 것도 노래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되 지 않으니까.

신목(神木) 탈림. 그것이 저 나무 의 이름이었다.

천영은 목이 빠져라 하늘을 올려보 았다. 너무나도 높아,도저히 그 끝 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자라나있는 새하얀 나무는 그 나뭇가지로 온 세 계를 가려놓았다. 평야의 한 가운데

에 나있는 새하얀 나무에는 보랏빛 의 나뭇잎이 가득했고 그 안에 음유 시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노래가 들려왔다. 가사도 없고 정해진 음색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노래한다.

천영은 저도 모르게 혼을 빼앗길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아버렸다.

“이곳에는 날개 달린 종족뿐만이 아니라 이 노랫소리에 홀린 자들도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록 날개 가 달려있지 않아 여명을 걷는 음유 시인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눈 을 적시는 음유시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음유시인들은 사실 노래만 좋으면 상관없어서 그들이 지내는 것을 허 락한 상태이구요.”

이곳에 온 자들 중에는 악명 높은 도둑도 있고 살인에 미친 싸이코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이 정화되었다 고 한다.

평생의 목표를 위해 장사를 하던 상인이 이곳을 잠깐 지나다가 노래 에 감격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 건을 이곳에 모두 풀어버리기도 했 고 전쟁에 지친 용병이 마지막 무덤 으로 전장이 아닌 이곳을 택한 것도 유명한 일화였다.

“아름답네요……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 밤. 신목 탈림에서 나오는 은은한 보랏빛에 의해 하늘까지 전부 코스모스 색으 로 물들어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 그 중심을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보 라색의 수호자들.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나무의 틈새로 들어가자 마치 계단 처럼 나뭇가지가 위로 솟아있었다. 하지만 꽤나 간격이 길었다. 날개가 달리지 않은 생명체를 전혀 배려하 지 않은 높이였다. 그나마 저것들도 날개 없는 음유시인들이 많아져서

생겨난 것들이라고 한다.

“제 등에 업히십시오.”

“안 그래도 되는데……

하지만 그냥 걷는 것도 귀찮겠다, 천영은 횐묘의 등에 을라탔다. 흰색 털이 굉장히 폭신폭신했다. 횐묘의 등에다가 얼굴을 살짝 비비며 천영 이 행복한 표정을 짓자 백화연의 표 정이 살짝 풀렸다.

짹짹!

아아아!

휘오오…….

울음인 둣,지저귀는 둣,바람 소

리인 둣,노래인 둣. 화음이 사방을 진동했다. 모든 음악이 어우러졌다. 악기 하나 없지만 이곳에서 흘러나 오는 연주는 그 어떤 연주보다도 아 름다웠다.

천영 일행은 한참을 올라갔다. 날 개 없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 나무를 오르는 것은 보통 사람에 게는 꽤나 고역이겠지만 백화연과 네청과 횐묘에게는 전혀 문제될 것 없었다.

그렇게 신목의 줄기가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자 조금 커다 란 둥지 같은 곳이 나왔다. 새하얀 나뭇가지가 크게 뒤엉켜있는 장소.

횐묘는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천영을 땅에 내려놓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오호라,반가운 얼굴이 왔구나!”

듣는 순간,귀가 사르르 녹아내릴 것 같은 미성이 천영의 귀를 적셨 다. 천영의 목소리도 어디 가서 노 래 잘 부를 것 같다는 이야기는 많 이 들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천영 보다도 훨씬 귀를 간지였다. 마치 가려운 곳을 살살 긁어주는 것만 같 은 상쾌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천영은 아무도 보지 못했 다.

‘뭐지? 어디에 있는 거지?’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그렇게 생각 하고 있을 때 네청 역시 환해진 얼 굴로 둥지를 향해 다가갔다.

“정말로 오랜만이구나. 너는 여전 하구나.”

“후후. 너는 예전처럼 무식하게 본 래의 모습으로 오지는 않아서 다행 이구나.”

“이 모습이 익숙해진지는 얼마 안 되었다.”

그제야 볼 수 있었다.

작은 참새였다. 새하얀 참새. 그러

나 평범하지 않은 참새. 손바닥보다 도 자그마한 그 참새는 네청의 손바 닥 위로 파다닥 날아올라 안착했다. 그 작은 부리에서 선율이 흘러나온 다.

“그나저나 저 아이는 설마……

“그래,용이다.”

“맙소사. 다음에 용을 보게 될 때 는 네가 승천했을 때라 생각했거

느 ”

“후후,그렇게 되었다.”

그 작은 참새는 천영의 존재가 놀 라운 것인지 자그마한 눈동자를 깜 빡이다가 천영의 품으로 날아왔다.

얼떨결에 손바닥을 펼치자 참새는 그곳에 딱 안착했다.

“반갑구나,어린 아이야. 내 이름은 ‘세혈’이라 한다. 보다시피 신선이 지.”

“……저는 서천영이라 합니다.”

작았다. 분명 손바닥보다도 작았다. 본체로 돌아간 천영의 손톱보다도 작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위기, 위 압감,힘,기운,존재감이.

그 모든 것들이 천영을 가볍게 짓 눌렀다.

“후후,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느 냐?”

세혈이 그리 묻자 천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용의 큐브를 찾으러 왔습니 다.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가 남겨두 고 간 유물입니다.”

드디어 용의 큐브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음유시인 들을 지휘하는 작은 신선.

신선들은 바람의 속삭임을 듣고 이 슬과 이야기를 나누며 떠나가는 구 름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잠이 든다.

신선이자 또한 이 땅에서 몇 백

년이 넘도록 살아갔을 것이 분명한 세혈은 용의 큐브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르겠는데?”

천영은 갑작스레 앞날이 새까닿게 물드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착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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