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5화
44장 드래곤 블랙 샤크는 굉장히 무서운 물고기야
신목 탈림에는 정말 수많은 생명체 들이 살고 있었다. 세혈을 따라 천 영은 이 넓고 높은 신목을 돌며,이 나무가 어지간한 소도시급의 규모 정도라는 판단을 내렸다.
비록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인간 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적었 고 유사인종 또한 매우 드물었지만. 신목 탈림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대부분이 날개가 달렸고 또한 깨달 음을 얻기 위해 수양하는 현자들이 었다.
“무슨 일이오?”
웬 하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기 댄 채 담배를 뻐끔거리며 말했다. 평범한 하마처럼 생긴 그 생명체는 등에 천영의 손바닥만 한 날개 하나 가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날개의 기능이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 만,하여튼 날개가 달리긴 달렸다.
“클런비. 혹시 용이 남겨두고 간 유물에 대해 알고 있나?”
“용? 흠,글쎄. 올라한테 가서 물 어봐. 속세 얘기는 그 친구가 항상 준비해서 오잖아.”
“올라는 인간이야. 죽은 지 백 년 은 더 됐어.”
“아,그랬나. 작별 인사도 못했는데 아쉽게 됐군.”
그 대화만 들어도 그들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또한 바깥 세상에 얼 마나 관여를 하지 않고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신선이라 해서 꼭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그
저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야할 것만 알고 있었다. 단지 하나를 알려주면 순식간에 열 아니,백을 깨우치는 것이 바로 신선들이다.
“그럼 트랑코에게 가보던가. 그 친 구 얼마 전에 바깥에 나갔다 왔다고 했어.”
클런비의 말에 따라 또다시 한참을 걷자 이번엔 몸이 거의 10m에 달하 는 독수리가 나타났다.
그 독수리가 머무는 곳은 나뭇가지 의 폭이 넓어 꽤나 커다란 광장 같 은 장소였는데 주변에 새끼 새들이 꽤 많이 있었다. 세혈이 다가가자 독수리가 눈을 떴다.
“오,세혈. 그대의 눈빛을 보니 내 가슴이 또 다시 쿵쿵 뛰는구려.”
“그래,신독수. 오랜만이다.”
-어쩐지 인사 방식이 특이한 놈들 이네.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파트라슈가 그리 말했다. 천영도 그 말에 전적 으로 동의했다.
“잠깐,옆의 그녀는 설마 네청인 가? 맙소사!”
신독수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갑작 스레 몸이 빛으로 휩싸였다. 이윽고 다시 나타난 신독수의 모습은 인간 의 형태에 가까웠다. 키가 180을 가
뿐히 넘는 기다란 키에 목덜미까지 찰랑이는 금발,하늘의 품고 있는 듯한 하늘색의 눈동자. 천영 식으로 표현하자면 굉장히 재수 없는 인상 이었고 평범한 사람 식으로 표현하 자면 끝내주게 잘생긴 남자였다.
인간으로 변한 신독수는 네청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손등 에 입맞춤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흡사,몇 백 년 전의 중세 귀족들이 나 취할 법한 예였다.
“하루하루가 살아가는 낙이 없어 사막처럼 메마른 나날,밤하늘의 별 처럼 빛나는 그대가 내 앞에 나타나 니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오아시스가
아니겠소?”
“후후. 너는 여전히 재미있구나.”
네청의 말에 천영과 백화연의 표정 이 일그러졌다.
‘재미있다고? 저게?’
21세기에서(비록 그리픈은 21세기 가 아니지만) 그 어떤 남자가 저런 식으로 여자를 꼬신단 말인가. 그야 말로 구식 중의 구식. 고전 소설에 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가 실제로 존 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현기 증이 날 지경이었다.
백화연과 천영은 슬쩍 횐묘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괜히 이상한 놈
이랑 꼬이기 싫었던 탓이다.
“그나저나 뭘 찾는다고?”
“용의 유물이다.”
“흐음. 그러고 보니 아는 놈들 중 그런 물건에 관심 있는 친구를 알긴 아는데 말이지.”
그렇게 해서,나름대로 이 거대한 신목 탈림에 수많은 인맥을 보유하 고 있는 신독수의 소개를 받아 천영 일행은 하루종일 이곳을 돌아다녔 다.
만난 음유시인 중에는 썬글라스를 낀 채로 잔뜩 똥폼을 잡고 있는 흑 색 돌고래도 있었다. 어떻게 물 밖
에 나와서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 었지만,그는 나무에 기댄 채로 지 평선 저 너머를 바라보며 물었다.
“용의 유물이라…… 멋진 울림이 군.”
“……아니,그래서 들어보셨냐구
요.”
그 돌고래는 선글라스를 슬쩍 내려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말했다.
“그 용이 남긴 유물이란거…… 혹 시 정육면체의 형태인가?”
“어,맞아요.”
“은은한 빛을 띄고 있겠지. 겉에는 이상한 문자가 잔뜩 새겨져 있고.”
“맞아요,바로 그거예요!”
처음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 었지만 드디어 용의 큐브에 관해 아 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천영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용의 큐브에 대해 뭔 가를 들어봤을 것이 틀림없다.
“어딨는지 아세요?”
“응? 내가 어떻게 알아?”
“……네? 방금 그건……
“몰라. 그냥 찍은 건데. 하여튼 그 런 건 처음 들어본다. 후후,그래도
멋진 시를 쓸 수 있겠어.’
결국 다른 사람에게 가는 수밖에 없었다.
“용의 유물? 그게 뭐냐?”
“글쎄. 처음 듣는데.”
“난 모르는데. 년 알아?”
“나도 몰라.”
“너도?”
“나도!”
“용이 남기고 간 유물이라…… 갑 자기 굉장한 가사가 떠올랐다. 고맙
다,소년!”
“..<?,,
하지만 아무리 신목에 거주하는 음 유시인들을 수소문해보았지만 자세 한 정보는커녕 들어봤다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그들은 다시 세혈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네. 네청의 친구라 해서,꼭 도와주고 싶었다만…… 아무래도 이 곳에 머무는 놈들이 죄다 속세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말이지.”
“어쩔 수 없죠.”
“아,그렇지. 차라리 우리 말고 인
간들이 머무는 곳에 찾아가보는 건 어떤가? 이곳은 음유시인들만 지내 는 곳이라 노래 말고는 관심이 없어 서 돌아다니는 정보가 적다만 인간 들은 워낙 호기심이 왕성하니 말이 야.”
“인간이 머물고 있나?”
네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 다.
“후후,당연하지. 시대가 어느 땐 데,인간이 없겠나. 그들은 어디서라 도 적응하고 살아가는 종족이야.”
“그렇군…… 조금 놀랐어. 내가 마 지막으로 떠날 때만 해도 이곳은 인
간들이 들어을 수 없는 장소였으니 말이야.”
“뭐,몇 백 년이나 지났으니까.”
세혈은 그 작은 몸을 파닥거려 천 영의 머리 위에 날아와 앉았다.
“어쩌겠느냐. 우리보단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음…… 아무래도 여기에선 막막할 것 같으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직 신목 탈림을 제대로 돌아보진 않았지만 굳이 전부 돌아보지 않아 도 가망성이 없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세혈의 말대로 차라리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묻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곳에 수 백 년이 넘도록 살아왔던 영수들과는 달리 인간들이 이곳에 정착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 겠지만 인간들은 그 종족 특성상 한 번 들은 이야기를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이라는 것을 하기 마련 이다.
신선,영물, 영수들이 비록 그 이 야기를 잊었다 해도 인간들은 그 이 야기의 파편 조각을 모으고 또 모아 서 반드시 어딘가에 남겨두었을 것 이다.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할 게요.”
룰 렌 평<야는 예로부터 개발이 되 지 않아,온갖 야수와 살아 숨 쉬는 식물들이 모여드는 장소였다.
인간들은 지형이 복잡하여 다니기 힘든 이곳을 기피했지만 인간도 인 간 나름이었다. 오히려 이곳에 머물 기를 택한 인간들은 룰 렌 평야에서 도 가장 지형이 복잡한 곳을 택했 다.
“장관이구만.”
폭포와 폭포 그리고 또 폭포. 한 두 개가 아닌 수십 개의 폭포가 모 여있는 호수의 한가운데 그 위에 거 대한 시설물이 눈에 띈다.
나무로 이어진 다리 같은 것이 얽 혀져 있고 또한 거기에 집이 지어져 있다. 게다가 호수의 끝자락에는 여 태까지 모인 폭포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어 자칫하면 시설물 전체 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었지만 아무래도 끄떡없는 모양이 다.
통칭 ‘방랑객의 작은 오두막.’
그러니 ‘작은’이라는 단어가 붙기
에는 이제는 너무나도 거대해진 모 습이 다.
“근데 호수의 위까지 어떻게 걸어 가는 거지?”
물론 천영 정도나 되는 인물들이면 물 정도는 밟고 이동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불가능하다. 설마 이곳 에 지내는 인간들은 전부 신선급인 가 하고 생각하는데 네청이 손가락 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꽃잎을 밟고 이동할 것이다.”
“저건……
연꽃과도 비슷했지만 살짝 느낌이 다른 푸른색의 꽃이 호수 위에 예쁘
게 피어있었다.
“마침 저기 아낙네가 지나가는구 나.”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있는 어떤 여인이 호숫가를 사박사박 걷더니, 푸른 꽃을 밟는다. 양 발에 각각 하 나씩 밟은 뒤 발을 앞으로 당기자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져갔 다.
“오오,겁나 신기하네.”
아낙네가 방랑객의 작은 오두막까 지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천영도 후다닥 달려가 꽃 위에 발을 얹었 다. 그러자 슝 하는 느낌과 함께 발
이 미끄러졌다.
“오……!”
그렇게 3초 뒤,얼굴을 찡그린다.
“그냥 내 발로 걸을래.”
“……불편하구나?”
“ 〇 ᄍ
뭔가 종아리 근육에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고 무게 중심을 잡느라 신경 쓰였다. 차라리 마나 조금 사용해서 직접 물 위를 걷는게 마음에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셋 모두 호수 위를 걸어, 방랑객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기나
긴 나무 다리를 밟고 걸어가자 중간 중간에 작게 지어진 정자가 나타났 다. 정자 위에는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들은 네청 과 천영이 지나감에도 별 생각도 하 지 않고 술병을 흔들었다.
“예쁜 아가씨들,한 잔 하실라우?”
물론 그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 다.
천영은 방랑객의 작은 오두막이라 는 이름을 가진,거대한 시설물을 지나다니며 건물을 하나하나 살폈 다. 이곳에 오기 전,세혈이 ‘론두’ 라는 인물을 한 번 만나보라고 했기 때문. 그리고 그 론두라는 인물은
언제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낚시하는 아저씨들 너무 많은데.”
온통 사방이 낚싯대 드리운 아저씨 들이었다.
삿갓까지 쓴 채 여유롭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닥에 누워있거나 잠을 청하는 그 모습은 강태공 수십 명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결국 천영은 지나다니면서 하나하 나 론두에 대해 물었다.
“론두? 난 아닌데.”
“글쎄. 저리로 가보던가.” “드르렁...
그렇게 한 명씩 수소문을 하자,드 디어 론두에 대해 아는 남자가 나타 났다.
“론두는 여기서 낚시 안 해. 요새 는 잘 안 낚인다고. 저기,론두의 낚싯터가 따로 있어.”
그 낚시꾼 남자는 손가락으로 어딘 가를 가리켰다. 방랑객의 작은 오두 막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거대한 바 위 위로 떨어지는 폭포 그 사이. 그 곳에 기다란 실이 이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바위 위에 론두가
있는 모양이었다.
낚시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천영 은 그대로 가볍게 날아올라,바위 위로 안착했다.
역시나 딱 봐도 게을러 보이는 남 자가 낚싯대를 여러 개도 아니고 딱 하나 드리운 채 바닥에 누워서 콧노 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삿갓으로 는 얼굴을 가려,절대 피부가 상하 지 않는다. 네버.
론두의 바로 지척까지 접근한 천영 은 슬쩍 삿갓을 옆으로 밀었다. 그 러자 론두가 한쪽 눈을 슬쩍 떠서 천영과 눈을 마주쳤다.
“어이쿠,깜짝이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론두가 온몸 을 발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둣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가,갑자기 그,그런 얼굴 들이밀 면 사람 심장에 안 좋단다 꼬마야.”
저런 반응도 슬슬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 여러모로 미묘한 느낌에 천 영은 입맛이 썼다. 론두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더니 휘파람을 휘익 불 었다.
“웬 미인 셋이 날 찾아오다니. 꿈
은 아닌 것 같고. 내가 드디어 낚싯 대로 선녀 세 명을 낚은 건가?”
천영은 슬쩍 론두의 바구니를 확인 했다. 자기 전용 낚시터까지 만들 정도라서 뭔가 굉장한 낚시꾼일 줄 알았는데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했 다.
“……댁의 실력으로는 아무래도 선 녀는커녕 꽃게 하나 못 낚겠는 걸 요.”
“하핫. 게는 원래 낚는 게 아니라 줍는 거야.”
“왜요,낚을 수도 있죠.”
그리 말하며 천영은 론두의 낚싯대
를 잡았다.
그 다음 그것에다가 나이트급 기사 들의 상징인 오러 레이션을 불어넣 고 휘익 흔들자 근처에 있던 바위까 지 직행으로 날아가 지나가던 게 한 마리를 낚아채서 돌아왔다.
“봤죠?”
“•“…그래,인정하지.”
척 봐도 꼬맹이처럼 보이는 천영이 었지만,자신보다도 굉장한 낚시 실 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론두는 쓴 입을 쩝찜 다셨다.
당연 하지만 천영은 그저 낚싯대에 오러 레이션을 비롯하여 염력까지
불어넣어 세부 컨트롤만 잘할 뿐, 실제 물고기를 낚는 건 못한다. 애 초에 천영이 드리운 미끼에 물고기 가 몰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예쁜 누님들이 날 찾으신 이유는 뭔가?”
론두가 배를 긁적이며 그리 묻자 천영이 반쯤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용의 유물. 그걸 찾고 있어요.”
그에,론두가 졸린 눈으로 입꼬리 를 살짝 올렸다.
“뭐,잘 찾아왔군. 그에 대해 알고 있긴 하지.”
룰 렌 평야에서 헤매인지 이틀 차.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