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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78화 (17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78화

48장 용이여,승천하라.

“어……

네청은 힘겹게 목을 세웠다.

뭔가,잘못되었다.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은 서천영, 방금 전까지 그를 관통하고 있는 것

은 드래곤에게 있어서 저주나 다름 없는 ‘드래곤 킬러’라는 이름을 가 진 무구였다.

“아니,잠깐……

천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네청이다. 죽음은 덧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또한 죽음으로 인한 이별 역시 익숙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네청은 천영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 면서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말을 듣지 않고,뼈가 반쯤 뭉개진 채였고,상처투성이에,기력

또한 바닥난 상태였지만,그럼에도 네청은 몸을 곳꼿이 세울 수밖에 없 었다.

이런 몸뚱이가 저주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팔도 없고,다리도 없으며 제대로 된 시력조차 없어 까막눈인 이 쓸모 없는 신체를.

하지만 이무기가 된 이후로,그녀 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졌다.

크고 아름다워진 이무기의 신체는 누가 보아도 감탄할 정도로 살아 움 직이는 예술품이 되었고,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아름다워지고,강해졌다 해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네청은 바로 자신의 앞을 떨어져 내리는 천영을 지켜보았다.

팔을 쭉 내뻗는다. 오랜 시간,천 영과 함께하며 인간의 신체에 너무 나도 익숙해진 탓에 나온 버릇.

하나,의지만이 손을 내뻗었을 뿐.

그녀에게는 손이 없었다. 발조차 없다.

그녀에게 손과 발은 그저 허상일

뿐이었다.

“……아.”

쉬익,쿵!

천영의 신체가 마침내 바닥에 처박 혔고,네청은 고개를 푹 떨궜다.

황급히 파트라슈가 튀어나왔다.

바닥에 떨어져 내린 천영은 기침조 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상,처가……

-주인,정신 차려! 복부에 마나를 집중해! 드래곤 하트를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키란 말이야!

파트라슈의 절규가 천영과 네청의 귓가를 세게 내려친다.

하나,천영의 판단력은 점점 깊은 수면 속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런 생각조차 하기가 싫 었다.

너무 편했다.

잠드는 것이,이렇게나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 동안 왜 몰랐을까.

-……안 되겠군,이래서 모지리 주 인을 둔 내가 항상 고생한다니까.

파트라슈는 혀를 쯧 차더니 황급히 천영의 복부로 달려들었다.

-상처가 등을 관통했군. 젠장,독 소가 혈류를 타고 벌써 온몸을 잠식 시켰어.

어마어마한 독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독에 대해서 면역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을 가볍게 중독시키다 니.

과연,드래곤 슬레이어가 수백 년 간 연구해서 만든 독다웠다.

하지만 감탄할 새는 없다. 파트라 슈에게 있어서 그 사실은 그 무엇보 다도 절망적이었으니까.

네청은 조금씩 기어서 천영에게 접 근했다.

뭔가,이상한 감정이었다.

자그마한 뱀으로부터 시작해,‘이 성’을 가지게 되었고,또한 신선이 됨으로써 감정이라는 것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그 모든 과청을 거친 네청에게 쓸 데없는 감정은 모두 배제되었어야 맞았다.

“천영, 저,정신 차리거라……

“쿨럭……

파트라슈가 강제로 천영의 정신을

붙들고 있었다.

이대로 그가 완전히 의식의 심해 속으로 잠들어버리면,영영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죽…… 겠군……

천영의 말버릇이 흘러나온다. 뭐라 고 반응해야 할까.

그는 아직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상황은 절망적이었 다.

마스터 스피루나는 말없이 천영을 내려 보았다.

‘뭔가,이상하군…….,

천영이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네청이 이상했다.

아니,네청의 그 존재 자체가 이상 했다.

그녀는 약했다. 애초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따위가 드래곤 슬레이 어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 까.

하지만,단순한 ‘강함’의 문제가 아 니었다.

스피루나 역시 수많은 차원계를 다 녀보았기 때문에,차원의 냄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맡을 수 있었다.

‘저 여자는……. 이상해. 너무 이상

해. 냄새가……’

냄새가 나질 않아.

“아,아아……

절규하는 네청.

여태껏 용이,이무기가, 절규하는 모습을 얼마나 보았던가.

그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고 고결하 고 순결한 그 모습을 유지한 채 마 지막 숨결을 꺼뜨렸다.

용이란 그런 존재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아무리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더라 도,그들은 그것의 상실에 대해 슬

퍼하지 않는다. 상실의 아픔은,가볍 게 접어둔다.

그것이 바로,용이다. 용이 강하다 는 증거.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미련을 두지 않는 그 냉혹함.

파트라슈는,그제야 깨달을 수 있 었다.

‘알겠군. 이 여자가 용이 되지 못 했던 이유를……

네청은 이를 까독 깨물었다.

슬픔이라는 감정,분노라는 감정을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가.

그 어떤 것을 보더라도 감흥이 없 던 네청이었다.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였기 때문 에,당연했다. 용은 그 무엇에도 관 심을 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청은 천영에게 관심을 주 었다.

용이 되기 직전,마지막 미련이, 그렇게 발생했다. 천영을 만나고 나 서부터.

속세에 미련을 뒀기 때문에.

천영이라는 존재에게,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네청은 용이 될 수 없었다.

“……이게,무슨 개고생이야……

천영의 힘없는 목소리에 네청의 가 슴이 미어졌다.

반쯤 죽어가는 그의 모습을 볼 때 마다,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무 언가가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 았다.

파트라슈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천영을 서둘러 치료하다가 인상을 찌뿌렸다.

-잠깐 주인 능력 좀 빌릴게.

화아악!

천영의 몸이 점차 작아지더니,이

내 인간 형태의 모습으로 변화되었 다.

드래곤 상태일 때는 인간일 때보다 피가 더욱 빨리 돌기 때문에 독소 역시 빠르게 퍼진다.

차라리 인간의 형태가 나았다.

게다가,인간의 형태로 작아질 경 우 상처의 크기 역시 비율에 맞춰 작아지기 때문에 치유에 드는 힘은 똑같이 들더라도 상대적으로 파트라 슈가 집중하기에 편했다.

네청은 영혼이 사라진 눈빛으로 천 영이 다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 다. 파트라슈가 치료를 하다 말고,

네청에게 힐끗 눈길을 주었다.

-이봐,어린 이무기. 정신 차려.

고개를 든다.

여전히 스피루나가 그들을 응시하 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인 상을 찌뿌린 채로.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청은 도망치고 싶지 않았 다.

애초에 도망쳐봐야 살아남을 수 있 을 턱도 없었지만,그는 이곳에서

천영이 죽어가도록 놔두고 싶지 않 았다. 그저,천영이 살기를 바랐다.

네청의 유일한 바람.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 서천영이 꼭 살아남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희생되어야만 했다.

지금,네청은 서천영과도 꼭 비숫 한 생각을 떠올리고 말았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천영은 인간 답게 잔꾀를 부려 다른 차원으로 도 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네청은.

용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희생되기로 했다. 자신의 목숨 하나를 바쳐,파트라슈 가 천영을 대피시킬 아주 잠깐의 틈 을 만들 수만 있다면. 아주 잠시나 마,시간을 벌 수 있다면. 용이 되 지도 못한 이 하찮은 목숨 따위 얼 마든지 내다 던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네청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천영에게 가지고 있던 한 가닥의 미련을 내려놓는다.

용이 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이 유. 용이 되기 직전,마음 한편에 짊어지게 되어버린 ’하나뿐인 미련' 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간다.

“……잠깐,그렇군,이제야 알겠 어.”

간신히 무언가를 떠올린 스피루나 는,황급히 손톱을 세웠다.

“너는,너는……

이곳,그리픈에 속한 존재가 아니 야!

스피루나는 그 말을 끝마치지 못했 다.

빛의 기둥이,떨어져 내렸기 때문 이었다. 사실 그 표현은 잘못 되었 을지도 모른다.

빛의 기둥이 지상에서부터 솟구쳐 올라갔던 것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저,새하얀 빛의 기둥이 하늘과 대지를 연결하였다.

그 여파로 인해 스피루나는 한참이 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세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폭풍이 휘몰아치며 스피루나 의 시야를 방해했다.

‘맙소사,진작 저 여자를 죽였여야 하거늘!’

하찮은 호기심이 화를 불러왔다.

진작,그녀의 숨통을 끊었어야 했 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 았다.

다만 위화감. 어째서인지,그녀의 목을 벨 수 없을 것만 같았던,그 압도감.

마치,운명에 이끌리둣. 스피루나는 차마 네청을 벨 수 없었다.

-맙소사…….

파트라슈는 믿을 수 없다는 둣,눈

동자를 커다랗게 떴다.

네청의 몸속에서 용의 큐브가 튀어 나오더니 둥실 떠올랐다.

일전에 천영이 네청에게 잠시 맡겨 두었던 그것이었다. 그것은 사락사 락 돌아가며 스스로 형태를 갖추더 니,이내 백색의 구슬이 되었다.

•드래곤 하트 r

용의 심장,현자의 돌,천령의 보 주,세계의 기적.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 물 건은,이렇게 불리기도 한다.

여의주(如意珠)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한,마지막 관문.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가 ’이무기•에 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

천 년 전,골드 드래곤 레가로스는 서천영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 을 것이다.

어째서 자신과 함께하는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했는가.

어째서 그는 승천하지 못한 채,영 영 이무기로 남아야만 했던 것일까.

이무기로 살아가다,더는 버티지 못한 채 차원의 이면 속으로 그가 숨어들자 그제야 레가로스는 크게

한탄하여 ’여의주‘를 준비했다.

수많은 세월을 걸쳐,용이 용에게 로,또다시 용에게로 계승되어오던 용의 큐브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_용의 심장을 이루는 껍질’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 었다.

네청이 태어난 해. 그리픈을 떠났 던 황금색 드래곤이 미리 준비해둔 물건.

천 년의 기다림 끝에,마침내 ’여의 주’는 주인을 찾았다.

-레가로스,너 역시 그 이무기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냐…….

하나 레가로스가 이무기에게 줄 여 의주를 만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무기는 이미 이성을 잃은 채 영 원히 차원의 이면을 떠돌아야만 하 는 몸이 되었고,그 모습을 차마 바 라볼 수 없었던 레가로스는 그에게 여의주를 떠넘긴 채 그대로 외면하 는 것을 택했다.

’그래,레가로스는 그런 놈이었지:

파트라슈는 서서히 힘을 뿜어내는 여의주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져,레가로스 의 얼굴 형태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천 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 어,후대에게 전해지는 아주 훌륭한 선물이 되었다.

스위이이잉!

백색으로 빛나는 여의주가 네청의 입으로 날아가 턱,물리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이무기의 심장을 이 루는 틀이 되었고,그 속으로 기운 이 스펀지처럼 흡수되어가 진정된 • 용의 심장'이 완성되었다.

이윽고,이무기의 그 검은색 피부 가 벗겨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물고기 ‘청랑

어(靑浪魚)’의 피부처럼 푸르게 변 했고,턱 밑에 새하얀 수염이 한 가 닥 자라났으며 머리 위에는 사슴뿔 같은 것이 돋아났다.

네청이 간절히도 원했던 손과 발이 튀어나왔으며, 꼬리부터 둥까지 척 추를 타고 불꽃처럼 흔들거리는 비 늘이 돋아났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군.

네청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늘 높이,이 세상을 가르듯 둥실 떠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마치 사 자의 턱처럼 변한 주둥이를 내뻗어

포효하자,하늘 높게 떠있던 게이트 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네청은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 다.

자신이 용이 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이 용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하여.

용이 되고 나서야,천 년이라는 세 월 동안 궁금했던 것을 깨닫고야 말 았다.

‘아아,나는 결국 사랑하는 것을 버릴 수 없었기에,버려야만 하는구 나.’

하늘 높이 날아오른 네청은 씁쓸한 눈빛으로 천영을 내려 보았다.

파트라슈에 의해 간신히 정신을 차 린 천영은 힘겹게 네청을 바라본다.

“……네청님.”

네청은,부드럽게 웃었다. 아름답게 변한 턱이 호를 그리며 올라간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자태에,천 영은 혼을 쏙 빼앗기고 말았다.

“미안하구나,천영.”

“그,게…… 무슨……

어쩐지,네청은 천영에게 사과를 건넸다. 불현듯 든 생각에,천영은

눈을 부릅떴으나 안타깝게도 남아 있는 힘이 없었다.

“이 망할 드래곤이……. 나를 두고 한 눈을 팔다니……

스피루나가 힘겹게 손을 휘적였다.

재해급의 폭풍이 발생했지만,네청 은 아랑곳 않고 천영에게 말했다.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나는,이곳 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 것이 내가 용이 되는 길을 가로막았 다.”

아니,어쩌면 진작 깨닫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네청은 어렴풋이 짐작 하고 있었다.

자신이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언제나 그리픈 대륙에서 공허한 마 음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던 이유를, 이 하늘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이유 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애초부터 ‘그리픈을 수호하 는 용’이 아니었던 것이지. 나는 이 곳보다도 훨씬 멀고도,가까운 차원. 그래,그곳을 지키기 위해 용이 되 어야만 했다.”

용은 한 차원에 둘씩이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떠한 특별한 ‘제약’이 있

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만,

“한 차원에,용이 둘씩이나 필요치 는 않는구나.”

나라를 지배하는 왕은 하늘 아래 단 하나뿐이다. 또한,용 역시 마찬 가지이다.

하늘 아래 두 개체의 용이 필요하 지 않았기 때문에,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저,그런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 에,그런 하찮은 이유 때문에,그런 중요한 이유 때문에.

•나는,떠나야만 한다.”

네청이 고개를 느리게 돌렸다. 스 피루나의 심장.

꾸득,꾸드드득!!

불현듯,스피루나의 가슴팍이 갈라 졌다.

“크,크아악! 끄아아아아아아!!!”

심장이 생으로 뜯겨나가는 고통에, 스피루나가 울부짖었다.

하지만 고통어린 절규에도 용의 큐 브는 멈추지 않았다.

용의 큐브를 동력원으로 한 스피루 나는 이전보다도 더욱 강해졌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용의 물건을 빌려

서 쓰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용을 상대함에 있어 서 취약했다.

"그건 네 것이 아니다."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용의 큐브를 응시하던 네청은 그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이내,빙그레 웃으며 천영의 머리 맡에 그것을 내려놓는다.

“으,으아아아아!!”

심장이 빼앗긴 스피루나는 비록 죽 지는 않았지만,동력원이 사라져 영 혼과 육체를 결속시킬 힘을 전부 잃 고 말았다.

네청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스피 루나의 몸체 역시 둥실 떠올랐다.

용의 큐브고 뭐고,천영에게는 아 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어딘가로 가버리려는 둣 한 네청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안 돼……. 가지 말아요,제 발…… 제발……

이대로,보내기 싫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무언가,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가?

모르겠다. 티를 낸 적도 없다. 속

마음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애초 에,네청에 대해서 아무런 고려도 해본 적 없었다.

그는 그저 그렇게 단순하게도 생각 했다.

하지만,‘인간’이란 너무나도 어리 석어 있을 때보다도 없을 때 그 존 재의 가치를 알았다.

인간이란,그렇게나 어리석었다. 꽃 이 지고서야,봄이었음을 깨닫는,그 런 멍청이들.

천영은 너무나도 멍청했다. 같이 있던 시간이 그토록이나 많았으면 서, 어째서 확인하지 않았을까.

하늘이 열렸다.

금색으로 빛나며,십자의 형태로 아름답게 갈라지며. 온통 황금색으 로 빛나는 또 다른 세계가 그 찬란 한 빛을 내뿜으며 네청을 반겼다.

어서 오라,우리는 그대를 기다리 고 있었다.

“자,잠깐만……. 제발,잠깐만 기 다려줘요,제발.”

구멍이 뻥 뚫려 피가 줄줄 흐르는 채로 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겹게,힘겹게 기어가며 네청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이대로 그녀를 보내선 안 된다. 그 러면,분명 후회할 것이다.

한 마디만.

딱 한 마디만이라도,말을 더 섞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나 네청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더 이곳에 있을 수가 없구

제약 같은 건 없다. 하지만,운명 의 부름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네청 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내줘,천영.

“안 돼……

용이 승천하는 신성스러운 광경이 었다. 그 어떤 존재라도 막을 수는 없다.

-용이여,승천하라.

그대에게 언제나 희망이 뒤따를 테 니.

네청은 빙그레 웃으며 파트라슈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천영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언젠가는,꼭 다시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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