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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06화 (20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06화

하이 엘프.

명석함과 총명한 눈빛을 가지고 있 다 하여 아주 먼 과거에 그들은 ‘현 명한 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똑똑함의 상징인 하이 엘프들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다고 칭송 받 는 이가 있었으니,여왕 파티크리스 의 군사 하르몬이었다.

하르몬은 세리디안의 정원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갔다. 지금껏 수많은 이변이 발생했을 때에도 언제나 완 벽하게 척척 해내던 그가 대처하지 못했던 단 하나의 사건.

정체불명의 불완전한 게이트의 발 생.

그곳에서 또다시 이변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르몬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파티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여,여왕 폐하.”

“진정하거라,하르몬.”

“하지만……

그는 게이트로 슬쩍 시선을 두었 다. 그곳에는 젊은 하이 엘프 둘과 유니콘 한 마리가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의료팀이 그들을 살 펴보더니 그저 가벼운 쇼크 현상이 라고 말을 건넸다.

“걱정할 것 없다. 나의 아이들도 무사한 모양이고,세리디안의 영혼 역시 안전하게 회수해왔으니.”

세리디안의 영혼은 크린에와 필리 어스가 이곳으로 돌아오자마자 즉시 개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얼 마 안 있어,새로운 세리디안이 탄

생할 것이다.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의미.

하지만 하르몬은 파티크리스의 표 정이 여전히 어둡다는 것을 쉽게 알 아챘다. 또한 하르몬 본인 역시 아 직까지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 했다.

슝슝슝슝!

게이트에서 공간이 비틀리는 소음 이 사방에 울려 퍼지더니 작은 빛을 내뿜음과 동시에 완전히 닫혀버렸 다. 마법사 몇 명이 다가가 기계를 조작해 스캔을 펼치더니 고개를 끄 덕였다.

“공간이 봉쇄되었습니다.”

“그렇구나.”

파티크리스는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려나왔 다.

“……서천영 님께서는 오지 않으신 겁니까?”

하르몬의 질문에 파티크리스는 잠 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 말하면서도 그녀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천영을 걱정하고 있었 다.

“그는 서천영이다. 다른 누구도 아 닌,서천영 님을 우리가 걱정한단 말인가? 당장 제 앞가림도 못하는 내게 그럴 자격 따위는 없다.”

“폐하……

하르몬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 자 파티크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는 돌아올 수밖에 없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세리디안의 혼이 돌아오자마자 꽃 밭은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넘쳐나 는 생기를 느끼며 파티크리스는 몸

을 돌렸다.

“그는 이제 우리들에게 남은 하나 뿐인 빛이니까.”

그리 말한 뒤 파티크리스는 곧장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꽃밭을 가로질러 파티크리스가 걷 자 바닥까지 쓸리는 드레스가 휘날 렸다. 그녀는 천영이 돌아오지 않더 라도,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었다.

현재 대륙 곳곳에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나라시움의 장군 급들이 대거 소집된 상태. 파티크리

스는 그들이 모여 있을 회의장을 열 고 들어갔다. 그러자 떠들썩하던 엘 프 장군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파티크리스는 의지가 깃든 눈으로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우리 하이 엘프의 제국 카나라시움은 인간들이 만든 ‘그리 픈 연합’에 합류한다. 다른 엘프 동 지들을 포함하여,모든 자연의 종족 들에게 전하라.”

그리 말한 뒤,파티크리스는 그대 로 사라졌다.

장군들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다 가,방금 전 여왕께서 선언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선 경악하고 말았다.

쿵! 쿵! 쿵!

두둥! 두둥! 둥!

거인들의 발자국 소리.

인간들의 북소리.

괴수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물러설 곳 없는 병사들의 함성이.

모두 뒤섞여,심장의 울림을 만들 어낸다.

척.

마그아티온의 황녀,벨레인이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자 수많은 병사들 이 자신들의 무기를 바닥에 쿵 내려 찍는다. 동시에 소리의 파동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

기선제압.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가장 중요 한 포인트였다.

벨레인은 자신의 금강은벽 기사단 뿐만이 아니라 타국가,무려 5개의 거대 왕국의 군사들을 총괄지휘를 해야만 하는 위치였다. 그러나 그녀 의 눈빛에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

언제부턴가 그녀는 이러한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러서면 바로 자신들의 제국이 있다.

이 싸옴에서 지면 제국,그리픈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인 마그아티온이 위태롭게 된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이기기 힘든 싸움이라는 사실을 알 면서도,절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벨레인의 검에서 푸르른 빛이 조금 씩 새어나왔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벨레 인의 검은 군중의 심장을 더욱 떨리 게 만들었다. 그리고 근육의 팽창과 수축을 조금 더 유연하게 조종하였 고 용기를 북돋아줬으며 마나의 흐 름과 행운,승리 그 자체가 깃들게 만들었다.

서천영이 선물이라며 남겨두고 간 것.

용의 큐브.

그것이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벨레 인의 검은 비록 살상용도로는 크게 뒤떨어질지 몰라도,만 단위가 가뿐 히 넘어가는 군대를 지휘할 때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두려움을 망각하게 할 수는 없다. 다만,두려움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려움을 두려워하게 된 군 대는 곧 무적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

역사상 다시없을 무적의 군대가, 이종족의 괴수들과 대전투를 치르려 하고 있었다.

벨레인은 검을 척,내리치며 힘껏 외쳤다.

“전부,죽여버려!”

“와아아아아!!”

그리하여.

그리픈 대륙의 중앙에 거대한 폭풍 이 몰아치기 시작할 무렵,

하늘에 구멍이 송송 뚫리기 시작했 다.

숫자를 짐작하는 것이 더 힘들어 보인다.

셀라임은 손가락으로 그들을 하나 하나 그룹으로 묶어서 셈을 했다.

“일만,이만,삼만……. 많기도 해

라. 어디서 저런 놈들이 숨어있던 거지?”

새삼 일곱 다리의 연결자가 얼마나 사회에 깊숙이 박혀있던 놈들이지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규모였다.

마법사.

용병.

괴수들.

그 모든 것들이 합쳐,성지 중 한 곳인 ‘길르텐의 마지막 고리’가 위 치한 대평야로 침범해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본격적으 로 이 대륙을 자신들의 힘으로 거머 쥐겠다는 것이다.

“살다살다,칼라할 교단의 성지가 악마 놈들의 표적이 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어떤 병사가 그리 말한다.

당연하다. 칼라할 교단은 그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을 뿐인 그저 그런 교단이었고,그들이 가진 성지라고 해봐야 큰 의미도 없을 것이라 생각 했지만.

하지만 칼라할 교단은 과거,영웅 리오폰드 3세의 동료였던 여인 길르 텐 펄 리쉬가 세운 집단.

그녀는 성지 곳곳에 자신의 물건을 숨겨두었고,일곱 다리의 연결자들

은 그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이곳에 위치한 것은,별 볼 일도 없는 경계의 축. 그러나 저들의 손 에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 지……

리우펠리우스는 최전선에 선 채 대 평야를 훌어보았다.

인간들의 손에서는 별 다른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그저 매일매일 낡 아가는 유물일 뿐이지만 차원의 힘 을 다루는 마법사들의 손에 넘어갈 경우,그것은 차원과 차원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다.

절대로 넘겨주어선 안 된다.

자신들의 ‘영웅’ 길르텐 펄 리쉬가 천 년 전 인간들에게 남겨두고 간 마지막 유물이었으니.

리우펠리우스는 칼라할 교단의 심 볼에 입술을 맞췄다.

‘과거,가장 현명한 드래곤과 함께 했던 위대한 성녀 길르텐 펄 리쉬님 께서 이 평야를 수호해주시길……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일곱 다리의 연결 자들 역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길르텐 펄 리쉬님이시여,저희들 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읍소 서……

그들의 기도문이 평야를 물들일 무 렵 하늘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바시락은 반쯤 졸린 눈으로 폭포 아래를 째려보았다. 금색의 로브를 입은 노인 하나가 인형을 들고선 설 렁설렁 걸어왔다.

“끌끌끌. 정신 나간 놈들이 잔뜩 모여 있어.”

“댁보다 정신이 나갔을까.”

“예끼,이놈아. 나는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 그저 미쳐있는 거라구!”

그게 그 소리 아닙니까.

바시락은 더 이상 그와 대화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시간 낭비일 뿐이 다.

‘팔천…… 아니,일만인가? 많이도 모였군.’

폭포의 아래에는 세로로 누워진 흑 색의 탑 다섯 채가 고요히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많은 이형 마법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 태였다.

군대란 기본적으로 전사와 궁수, 마법사가 밸런스 맞게 있어야만 비

로소 군대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저것들은 군대가 아니다. 단순히 정신 나간 광신도 집단이나 다름없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저 정신 나 간 광신도 집단일 뿐인 그들이 여태 까지 박살낸 왕국이 3개나 된다는 것.

정복한 땅을 완전히 이계의 환경으 로 오염시켜 더 이상 복구가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뜨리고,그곳에 자신 들의 터전을 만들어낸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산성으로 이루어진 강. 그런 것들은 그저 애 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그리픈의

환경을 끔찍하게 망쳐놓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땐,저들은 죄악 이고 우리는 정의의 용사가 되어 저 것들을 집행해야한다 이거지.”

“주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떻습니 까?”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맥골라 스 머치팽이 그리 묻자 바시락이 뭐 그런 질문이 다 있냐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주관적으로는,뭐. 기분 나쁘게 생 겼네. 그러니까 족친다. 끝.”

“멋지군요.”

“불만이라도 있으면 네가 스승 하

던가.”

“아뇨,아주 마음에 쏙 듭니다.”

그저 어깨를 으쑥하며 맥골라스 머 치펭 또한 그의 말에 동조했다.

확실히 기분이 나쁘게 생기긴 했 다.

맥골라스 머치팽은 자신의 뒤쪽, 그러니까 대략 만 명가량이나 되는 12마탑의 마법사들을 슬쩍 고갯짓 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무리 금탑의 마법사라도 저들을 제어하긴 힘들 겁니다. 어디 가서 천재 소리 들으면서 평생 살아왔던 이들이니까요.”

일곱 다리의 연결자. 그들 중에서 도 정예로 추정되는 집단은 총 세 군데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폭포 아래에서 흑색 탑을 둥실 띄운 채 음침하게 웃어대며 대기하고 있는 저들,‘그림자 마법사단’이었다.

그들은 압도적인 힘으로 교회와 왕 국을 모두 갈기갈기 찢어버렸고,대 륙 깊숙한 곳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했다.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

더 강한 마법사 집단으로 맞서 싸 운다.

바시락은 피곤하다는 듯 반쯤 감긴 눈으로 간단한 결론을 내뱉었다.

“누가 지휘 한 대?”

“예?”

“지들 꼴리는 대로 싸우라 그래. 내가 귀찮게 뭐하러 통제해? 나 할 거 찾기도 바쁜데.”

농담이 아니었다.

레이븐도 없고, 서천영도 자리를 비운 지금 저들을 통제할 만한 영향 력을 가진 이들은 이곳에 없다.

기본적으로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들은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 은 채 혼자 활동하기만 했던 방구석 천재들이라 인간관계가 원활치 못하 다.

그런 그들에게 지휘라도 맡겼다가 는,아주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마음대로 싸우게 놔둔다.

그것이 바시락의 전략이었고,곧 금색 별 마탑의 전략이기도 했다.

“이건 전쟁이 아니야.”

바시락의 오른손에서 결계 마법진 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법사들 간의 자존심이 걸린 체 스 게임이지.”

그러니까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신호를 내리면,게 임이 시작된다.

그것이 곧 룰의 시작이자 마지막.

바시락이 하늘 높이 결계의 진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12 아니, 13마 탑의 연합이 모조리 마법을 캐스팅 하기 시작했고 또한 그림자 마법사 단 역시 흑색 탑에 기이한 마나를 불어넣었다.

역사상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마법

전투전.

직후,하늘에 구멍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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