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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07화 (206/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07화

어찌보면 천운이라고도 할 수 있었 다.

길르텐 펄 리쉬가 강령술을 펼치고 있는 동안은,제대로 된 힘을 사용 하기가 어려웠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늦었다는 의미이 기도 했다. 그녀의 계획이 시작되었 다는 뜻이니까.

레이븐 생텀 그리고 길르텐 펄 리

쉬.

그들에게는 별 다른 대화가 필요하 지 않았다.

이제 와서 목숨만 구걸하면 조금이 라도 더 살게 해주겠다느니,계획을 포기하라느니.

그러한 잡담은 무의미했다.

한쪽은 천 년이나 이 계획을 실행 하기 위해 숨어 살았으며,다른 한 쪽은 천 년이나 이 계획을 막기 위 해 살아왔던 마법사의 제자였으니 까.

그렇게.

싸움은 무미건조하게 시작되었지

만,싸움의 내용은 전혀 무미건조하 기 않았다.

레이븐은 손바닥 위에 작은 태양을 하나 생성하였다. 섭씨 3천 도를 가 뿐히 넘어가는 불꽃 덩어리. 맞으면 그대로 녹아내린다.

그것을 힘껏 집어 던졌지만 길르텐 은 손에 새하얀 기운을 두른 채 그 것을 쳐냈다.

신성력이 가진 어마어마한 반탄력 은,8서클 마법사의 마법조차 손으 로 쳐낼 수 있는 수준으로 신체능력 을 끌어올리게 만든다.

‘정말,엄청난 신념이군.’

사제의 신성력은 곧 ‘믿음’과 비례 한다. 설령 신을 믿지 않는다 하더 라도,무언가를 믿는다면 그 신성력 은 강해지기 마련.

길르텐 펄 리쉬는 천 년이라는 세 월 동안 ‘골드 드래곤’이라는 존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았고,덕분에 믿을 수 없는 신성력이 체내에 쌓이 게 되었다.

물론 그 신성력은 전부 그녀의 수 명을 연장시키는데 쓰이게 된다.

‘위험해. 지금 신성력을 쓰면 죽을 지도 몰라.’

길르텐의 상황은 에니안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에니안이 자신의 모든 힘을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길르텐 역시 수명을 연장시키기도 벅차다.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허락된 수명 은 고작해야 백 년 남짓. 그런 그녀 들이 천 년이나 살아온 것은 기적이 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길르텐 뿐만 이 아니라 레이븐 역시 잘 알고 있 었다.

그저 강력한 공격을 먹여가며 그녀 의 신성력을 조금씩 줄이는 소모전

으로만 가도 자신이 유리해질 것이 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솔렝 오르앙,솔렝 오르앙! 어디 에 있느냐!”

길르텐 펄 리쉬는 다급히 소리쳤 다.

레이븐 생텀? 8서클의 대마법사? 금색 별 마탑주?

상관없다.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

하나 안 그래도 부족한 신성력은 현재 강령술을 시전하느라 더더욱 빠져나가고 있었고,그녀가 운용할 수 있는 힘은 한정되어 있었다.

최악의 시기.

하필이면 지금.

그러한 때에 레이븐이 찾아왔다.

‘막아줄 사람이 필요해. 누구라도 좋으니까.’

언제나. 어디에 있더라도.

솔렝 오르앙은 호출하면 반드시 몇 초 안에 찾아오는 충실한 사냥개였 으나.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상황인 지금 에 와서,어째서인지 나타나질 않았 다.

쉬익,퍼엉!

하늘 높이,땅을 통째로 들어 올린 레이븐은 그것을 그대로 길르텐에게 투척했다.

지형 개조?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니다.

레이븐과 길르텐의 일격이 충돌할 때마다 지도를 대폭 수정해야할 정 도로 차원이 다른 초월적인 싸음이 었다.

호수가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고.

산이 생성되었다가 무너졌으며.

구름이 새로 그려졌다가 녹아내리

눈이 내렸다가,폭풍우가 몰아치며, 화산이 폭발하고,지진으로 인해 땅 이 박살나며,천둥벼락으로 인해 지 상의 모든 것들이 진동한다.

레이븐이 공격하고,길르텐이 수비 한다.

그런 단순한 상황에서도 상처가 늘 어나는 것은 길르텐이 아닌 오히려 레이븐이 었다.

아무리 천재 마법사라도,8서클의 고명한 대마법사라도,심지어는 상 대방의 모든 힘이 제약되어있는 상 태라도.

천 년이라는 세월은 꺾을 수 없었

다.

쿠구구구구구!!

바닥에 떨어져있던 돌맹이가 무형 의 기운에 의해 달싹거리며 떠올랐 다.

레이븐은 피를 쿨럭 토해내며 허리 를 폈다. 길르텐의 주변을 어른거리 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더욱 강해 지고 있었다.

“젠장…… 거 아줌마,살살 좀 하 쇼. 아주 죽겠는데?”

레이븐은 눈을 가늘게 떴다. 길르 텐의 눈빛이 아주 서서히,조금씩, 눈치 채기도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다.

‘강령술이라는 것까진 알겠는

데……. 대체 저게 뭐지?’

뭔가가 아른거리는 것까지는 볼 수 있었다. 그나마도 레이븐이 대마법 사이기 때문에 간신히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었을 뿐이지,제대로 된 형 태는 보이지 않았다.

레이븐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건 분명히 약점이다.

하나,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 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레이븐 생텀.”

“예,부르셨습니까요,마님.”

“에니안 그 멍청이의 제자 치고는 꽤나 멋지게 컸구나.”

“……뭐?”

난데없는 칭찬에 레이븐이 멍 때리 자 길르텐이 슬픈 듯 눈을 감았다.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한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그게. 술 드셨어?”

“하하하.”

길르텐은 레이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너 또한 사랑한다. 이 세상

을 미워할 수 있을 리 없지 않느냐. ……다른 누구도 아닌,나의 사랑이 직접 구원해주었던 세상인 것을.”

길르텐 펄 리쉬의 사랑.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

레이븐은 혀로 입술을 할았다.

“오호라…… 어쩐지,뭔가 이상하 다 했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지구의 컴퓨터 와도 맞먹는 레이븐의 두뇌가 쏜살 같은 속도로 굴러간다. 그는 길르텐 의 목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하 지만 그 동안 얻은 정보는 얼마든지

있었다.

기이할 정도로 대륙을 공격하는 그 행각.

자신의 부하들을 그저 이용만 할 뿐,전혀 지휘하지 않는 태도까지.

레이븐은 하나의 명쾌한 해답을 얻 을 수 있었다.

“아줌마,나이를 생각하셔야죠. 설 마 첫사랑 찾겠다고 이러는 거요?”

길르텐 펄 리쉬는 대답하지 않았 다.

시간은 점점 더 흐르고 있었고,정

체를 알 수 없는 영혼은 점점 더 길르텐에게 결합되고 있었다.

하나 레이븐은 자신이 시간이 끌리 고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대화를 멈 추지 않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에는 수많은 형태가 있고,그 중 하나일 뿐이다.”

“아니,아줌마는 지금 사랑하는 것 을 부수려하고 있잖아.”

“그래.”

부정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사랑과 마음이 가는

사랑은 다르다. 나는 내 심장이 향 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면,사랑 하는 모든 것들을 부술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레이븐은 마침내 깨달았다.

그의 입이 쩍 벌어진다.

“설마…… 아줌마,그 강령술…… “후후.”

그녀는 웃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너는 너무 늦었어. 빙의가 끝나기 전에,날 죽였어야지.”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위대한 성 직자 길르텐 펄 리쉬는 그렇게 말했 고,갑작스레 하늘에 구멍이 송송 뚫리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오!!

폭풍이 몰아치며,하늘과 땅에 거 대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동시에.

하늘에 구멍이 송송 뚫리기 시작한 다.

수많은 차원들. 그것들 중 가장 거 대한,6개의 그랜드 디멘션.

그 모든 차원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연결되기 시작했다.

“단 한 번.”

“단 한 번뿐이지만 인간이 아닌 다 른 존재라도……

차원계 하나를 통째로 희생시키는 대가로, 용의 영혼을 몸에 받아들인 다면.

“차원 여행자의 길잡이 (Dimensional traveler’s Assistant) 의 서약서에 이름을 적을 수 있게 되어,원하는 차원을 찾아갈 수 있 게 된다.”

“맙소사……

아주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녀는 악당이다.

또한,보통 악당의 목표는 작게는 세계 정복에서 크게는 세계 멸망까 지 스케일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 경우는 너무했다.

‘참 나. 첫사랑을 찾아가기 위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웃기지도 않는 스토리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나 오지 않았다.

“아…… 이제 조금 보이네.”

빙의가 거의 끝나가는 것일까,어 른거리던 형체를 확실히 두 눈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저것은,용이었다.

크기가 거대한 구름보다도 더욱 거 대한,용의 형체가 길르텐 펄 리쉬 를 감싸고 있었다. 비록 색도 없고 형태도 없었지만,이상하게도 볼 수 있었다.

번쩍!

용 아니,길르텐 펄 리쉬가 금색의 두 눈동자가 눈을 부릅뜨더니 레이 븐과 눈을 마주했다.

“끝났군.”

그녀는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유성우가 떨어지 기 시작했다.

슈옹,과아앙!

그 모든 유성우가 레이븐 생텀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마치 소나기 처럼 멸어진다. 제아무리 대마법사 라도 방어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지가,마치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육중한 충격파.

유성우가 떨어진 시간은 10초 남 짓으로 꽤나 긴 시간이었지만,단 한 번의 파동이 퍼졌다고 생각될 정 도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고막이 인 지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굉음이었 다.

길르텐은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마지막 방해꾼이었던 레이븐 또한 처리했다.

아직까지 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 을 서천영이 상당히 신경 쓰이긴 했 지만,아직 성룡 조차 되지 못한 그 가 와봐야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드래곤이니까.

‘살아남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서천영.’

차원 그 자체가 소멸되고 나면 모 든 생명체는 죽는다.

하나,드래곤은 죽지 않는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모 든 것들을 모조리 잃어야만 할 것이 다.

“그 점은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서천영도 편히 죽여

주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는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길르텐 펄 리쉬는 하늘을 향해 손 을 내뻗었다. 유성우로 인한 회색빛 재가 허공을 휘날린다.

“애초부터 세계란,차원 그 자체를 이어주는 그저 연결 다리일 뿐. 나 는 그 다리를 지금부터 건너겠

사아아악!

움찔.

길르텐은 동작을 멈추었다.

싸늘한 마나의 감촉이 온 세상을 훌고 지나갔다.

아니,착각이다.

그것은 그저 길르텐 펄 리쉬 단 하나만을 탐했을 뿐이다.

“무슨……!”

덜컥,덜커덕,쿵!

바위가 들썩이더니 그 아래쪽에서 레이븐이 기어 나왔다. 온몸이 피투 성이에,살아있는 것이 기적일 정도 로 찢겨진 채였지만 그럼에도 그의 숨은 붙어있었다.

레이븐의 목에 금색의 목줄 같은

세상…… 차원계를 뛰어넘 아주 저 멀리……. 여섯 번 통로를 지나친,쿨럭! 남자 영혼을 바라고 있다……

마법진 하나가 윙윙대고 있었다.

“늦을…… 뻔했군……

“잠깐,너 그건……

길르텐 펄 리쉬의 눈이 커진다.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물건.

아주 오래 전,에니안 생텀에 의해 대륙 어딘가에 봉인되었을 물건인 ‘일곱 번째 통로’가 현재 레이븐의 목에서 빛나고 있었다.

i 의 I 어째가

길르텐은 황급히 레이븐을 향해 무 형의 기운을 쏘아 보냈다. 그것은 레이븐의 목을 정확히 관통하였지 만,그의 말은 끊어지지 않았다.

“여섯 개의 영혼을 모두 수거 한…… 그 남자는,쿨럭. 이제 일곱 번째의 통로를…… 지나치려……

“안 돼…… 잠깐,기다려.”

레이븐의 목에서,금빛이 번쩍인다.

그는 쓰게 웃었다.

‘제이나,미안해.’

원래의 계획은 처음부터 이것을 사 용하는 것이었으나,그는 그러질 못

했다.

일곱 번째의 통로.

대상의 영혼을 차원 저 너머로 던 져버리는 아티팩트.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에 의해 전해 졌다고 했으며,현재까지 사용된 횟 수는 전 차원을 총 통틀어 여섯 번.

이것이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당 연하게도.

‘시전자 역시…… 영혼이 추방당하 기 때문이지.’

레이븐은 처음부터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나,제이나 때문에.

그는 그러질 못했다.

레이븐은 살고 싶었다.

죽으려 했으나,마지막 순간.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일곱 번째 통로를 사 용하기로 마음 먹어놓고선,이것을 꺼내지도 않았다.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되 니.

레이븐은 알 수 있었다.

애초부터 이 물건이 그리픈 대륙에 존재했어야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레이븐 생텀 본인이 오늘 사용할 운 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만둬. 제발. 부탁이야.”

“그럴,수 없어……

“제발……

마침내.

천 년이나 그리던 사랑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부탁이야……. 나는, 나는 정말로 그를 꼭 만나고 싶단 말이야……

“하하. 나도…… 마찬가지……

제이나의 얼굴이 시야에 어른거린 다. 언제나 잔소리에 구박만 해대지

만 자신에게 철저했던 그 여자. 일 평생 모두를 레이븐에게 바친,누구 보다도 헌신적이고 아름다웠던 그 여인.

“보고 싶구나……

“보고 싶다고……

금색의 목줄이,길르텐 펄 리쉬에 게 채워진다.

아무리 용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였다 할지라도,진짜 용이 만 든 물건을 이겨낼 수는 없다.

길르텐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고 인 눈물이 조금씩 뚝뚝 흘러내렸다.

마침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저지당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서럽고,슬폈다. 위이이이잉!

찬란하고 아름다운 사형 선고가 시 작되 었다.

금색빛이 레이븐과 길르텐을 뒤덮 는다.

그들의 영혼은,이제 머나먼 차원 으로 추방되어 영원히 떠돌게 될 것 이다.

허공에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나타나서 양 손을 쭉 뻗었다.

한 손은 길르텐에게 한 손은 레이

본에게.

그들의 영혼이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끌려가기 시작하려던 그 순 간.

갑작스레 길르텐에게 빙의되어있던 영혼 크라서스가 대신해서 그것에게 목을 붙잡혔다.

“옥!”

덜커덕.

몸을 관통하려던 영혼의 손길이 저 지당하자,길르텐은 두 눈을 커다랗 게 떴다.

크라서스의 영혼이 고개를 돌려 길 르텐을 바라본다.

“어,어째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길르텐 펄 리쉬를 저 멀리로 쳐내 버렸다.

‘아,아…… 잠깐……!,

그녀의 몸이 그저 종이비행기처럼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직후.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크라서스 의 배에 검을 꽂아 넣었다.

‘데려가겠소.’

이윽고,대가를 지불해야할 차례가 다가왔다.

레이븐의 몸이 덜컥 흔들린다.

그의 몸에서 영혼이 서서히 빠져나 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레이븐은 쓰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떠나오기 직전,제이나가 건네주었 던 반지의 모양을 띈 잡동사니.

이것을 꼭 전해주고 싶어서,지금 까지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러질 못하게 되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순간, 제이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데려가겠소.’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레이븐의 가슴을 향해 검을 겨눴고,그는 왼 손 약지에 반지를 꼈다. 그저 마지 막으로 제이나를 떠올리기 위한 단 순한 행위였을 뿐이었다.

정말 그 뿐이었는데.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서천영표 - 숭슝 날아라,달나라 4차원 공간 도약기!]

[그거 알아? 달나라에서는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구!]

순간,시간이 몇은 것만 같은 착각 이 들었다.

레이븐의 눈앞에 마치 넥스터들의 시스템과 흡사한,마치 ‘아이템’을 보는 것만 같은 반투명한 창이 떠올 랐다.

“이,이건……

반지가 새하얗게 물든다. 그저 녹 슨 철 덩어리,그저 잡동사니,방구 석에 굴러다니던 그저 쓰레기에 불 과했을 그 반지에는 서천영의 ‘언 어’가 새겨져 있었다.

“대체,무슨……?”

[여행을 간다면,좀 더 멋진 곳으 로!]

[생각해본 적 없지? 그럼 달나라 구경이나 갔다 오라고!]

[아참,연차에서 깔 테니 그렇게 아시길!]

명백한 서천영의 필체였다. 또한,서천영의 마법이었다. 어째서?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이 반지에 ‘용 언’으로 새겨진 마법이 깃들어 있다 는 것.

“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천영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레이 븐을 웃게 만들었다.

반지가 웅응대며 빛을 발했다.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검을 찔 러 넣기 직전,붉은색 눈을 커다랗 게 떴다.

‘기,기다리시오……!’

제 아무리 공간 도약 마법이라 할

지라도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에게 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차원에 속해있다면, 그 어디라도 찾 아갈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아주 약간의 이변.

하필이면 수많은 차원 게이트가 열 린 상태였고.

반지의 마법은 그 모든 곳들을 대 상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므로 용의 형상을 띈 무언가는 레이븐을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었 다.

’멈추시오!1

레이븐은 그것에게 대답하지 않았 다.

그저 눈을 감는다.

몸이 서서히 부유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 도약 장치일까?

알 수가 없다.

공간,시간 그 모든 곳을 통틀어 랜덤으로 도약하는 아주 간단하지만 최악의 마법.

그러나.

현재의 레이븐에게 있어서 가장 최 고의 마법이기도 했다.

“제이나.”

슈우우욱!

새하얀 빛이,레이븐을 덮었다.

“나 조금 쉬었다가 올게.”

그러다,레이븐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나 연차 다 썼는데.’ 아무렴 어때.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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