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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후라 터졌냐고? >

몬스터들의 대변을 뒤지게 된 계기?

아주 우연한 발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게...그래. 그렇지. 초짜 때 사체처리를 하다가, 실수로 대장부근을 찢어버렸을 때였지.”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들이 똥물과 함께 흘러내릴 때, 그 사이로 함께 떨어져 내리는 아주 조그마한 광채들을 보았다.

‘...마석?’

일정 등급 이상의 몬스터를 잡을 경우, 놈들의 심장에서 간간히 발견되는 특이한 돌조각, 그 자그마한 파편들이 똥물에 섞여 흘러나온 것이다.

모래알처럼 너무도 작은 조각이라, 이내 그 광채를 잃어버렸지만, 잠깐의 그 반짝임만으로도 깨달음은 충분했다.

‘유레카!’

노다지가 그곳에 있었다.

**

몬스터 심장에서 나오는 작은 돌멩이.

[마석!]

거기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담겨있었다.

이를 활용한 여러 개발들로 인해, 기존 에너지자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갔다.

그 값어치가 오르는 건 당연했고, 헌터들의 사냥 타깃도 사체에서 마석으로 넘어갔다.

마석의 등급은 크기와 색깔로 구분된다.

그 때문일까?

“이게...꿀꺽...대체 얼마짜리야?”

마루는 제 손에 쥔 ‘물건’을 바라보며, 연신 군침을 삼켜야만 했다.

일단 색깔.

‘1등급인 붉은색이라니. 꿀꺽!’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마석은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빛깔로 등급이 나뉜다. 보라색이 가장 낮은 등급이고, 붉은색이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그 다음으로 크기.

‘후아~! 눈깔사탕이 따로 없네.’

평균치를 떠올려봤다.

[공깃돌~메추리알]

“최상품이다!”

손이 떨리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소 수천!’

제대로 값을 치른다면?

“꺼...억!”

억 소리가 날 만큼 엄청난 물건이었다.

꿀꺽!

목젖의 꿀렁임은 본능이었다.

‘형태가 좀 요상하긴 한데...’

그 부분이 살짝 걸렸다.

마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울퉁불퉁하거나 뾰족한 돌멩이의 외형을 띄고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원형이라니, 너무도 생경한 형태였다.

‘혹시...’

다시금 심장이 뛰었다.

“...마정석?”

레이드 클래스급 몬스터의 경우, 마석의 정수라고 불리는 아주 특수한 돌멩이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마정석이었다.

물론, 김칫국을 삼키진 않았다.

[와이번 마정석은 확보됐다더라.]

그 같은 정보가 떠올랐다. 당연히 이 돌멩이가 마정석일 리도 없었다.

‘심장이 두 개라면 모를까.’

여태껏 몬스터가 마정석을 두 개나 토해냈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마정석은 기대도 안 했다. 그가 노린 건 와이번에게 먹힌, 다른 몬스터의 마석이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마석이 타깃이었다.

‘상위종이니 삼킨 놈들도 보통이 아니겠지.’

마정석?

그럴 리가 없다면서 고개를 저어버렸다.

‘이렇게 작은 마정석이 어딨누.’

마석으로 치면 최상급의 색과 크기지만, 마정석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하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보, 남, 파, 초, 노, 주, 빨]

마정석은 무지개의 역순이었다.

“일단, 색깔은 합격점인데.”

크기가 문제였다.

[야구공~농구공]

‘눈깔사탕 정도론, 무리!’

그 반절도 안 되는 걸 마정석과 비교하는 게 웃긴 일이었다. 그래도 마석은 확실할 거라 여겼다. 뒤이어 새로운 고민이 하나 떠올랐다.

[어떻게 옮기는가?]

중급 마석부턴 관리가 철저해진다.

‘돈 좀 쓰지 뭐. 이러려고 통장을 불려놓은 거니까.’

사실, 그마저도 행복한 고민이긴 했다.

“흐흐흐흐...”

자꾸만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후...후우...후우우우...”

애써 가슴을 진정시킨 뒤, 차분히 주위를 돌아보며 한 차례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외쳤다.

“심봤다!”

물론, 새가슴에 한껏 삼킨 음성은 공터만 맴돌 뿐이었다.

**

기쁨은 짧았다.

“이거 하빠리네.”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기분일까?

“예?”

귀가 막혀 되묻는 게 아니다.

“하...뭐요?”

기가 막혀서 묻는 거였다.

“하품이라고.”

대답은 변함없었다.

그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소리에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

“무...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자...장난하지 말고, 제대로 좀 봐 봐요.”

“여 봐봐. 보라색 등 켜졌잖아.”

감정사의 말처럼 마석 측정기가 보라색 빛을 내고 있었다. 최하등급 표시였다.

“이...이거 뭔가 잘못 된 겁니다. 여기 마석 보면 새빨갛게 선지색이잖아요. 어떻게 보라등급이 나올 수 있는 겁니까?”

감정사 정춘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긴, 뭐야. 몬스터 핏물에 푸욱 과 놓기라도 한 모양이지.”

“아!”

뒤늦게 아차 싶었다.

‘그걸 깜빡하다니.’

최상급 마석을 구했다는 착각 때문일까?

‘빌어먹을!’

너무 흥분해버린 것이다. 워낙 드문 경우라 쉬이 떠올리지 못한 것도 있었다.

“혹시 이번에 나왔다던 와이번 사냥터라도 뒤지고 온 겨? 레이드급 핏물에 푸욱 과 놨으면 이 정도 빛깔은 당연하지.”

“......”

‘똥 색깔이 뻘겋긴 했지.’

흔히 말하는 피똥이었다.

마루의 침묵에 정춘동이 새삼 놀랍다는 얼굴로 감정중인 마석을 바라봤다.

“허...사냥 끝나고 길드에서 측정기 돌렸을 텐데. 그래도 어떻게 마석 하나 구해왔네. 운빨 좀 받았나 봐? 술값 벌었어.”

[길드와 측정기?]

분명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지.’

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레이드 클레스쯤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 상위종은 사망 시 특수파동을 뿌린다.

2. 그로 인해 측정기의 감도가 낮아진다.

3. 두어 등급 아래까진 파장이 걸러진다.

‘측정기는 섬세한 물건이니까.’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써, 그 역시 운 좋게 이쪽 방면의 전문가를 만나서 알게 된, 아주 특별한 정보였다.

그 같은 결론에 의한다면?

‘운 좋으면 상급 마석도 구할 수 있는 건데.’

이미 마정석의 발견 소식을 들었지 않던가.

[마정석-붉은 마석-주황 마석]

두 단계 아래, 주황색의 상급 마석!

불가능한 이야긴 아니었다.

붉은 마석?

아주 희박한, 티끌만한, 미세먼지 수준의 확률로, 진짜일 가능성도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오히려 망했단 생각만 가득했다.

‘씨발! 생뚱맞게 주황색도 아닌, 붉은색이 나왔을 때, 의심해 봤어야 하는 건데.’

정춘동의 이야기에 허탈한 한숨만 나왔다.

‘하...’

쓰린 속을 달래고 있는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춘동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쨌든 보라색이면 하품 중에서도 최하품인데. 그래도 워낙 알이 굵고, 형태 자체도 특이하니까. 수집가들은 좋아하겠네. 1품 올려서 오십 정도는 쳐 줄 수 있는데. 워째? 여기서 팔 텨?”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마루가 물었다.

“정말로 다른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물어 뭐해? 측정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기계가 고장 난 건 아니고요?”

“이 짜식이. 이게 몇 억 짜린데.”

“벌써 10년이나 넘은 기종이잖습니까. 게다가 저거 만든 회사 망해서 단종 됐다면서요.”

정춘동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그 회사 정직원이 나였다 이 쉐끼야. 내 손으로 꼬박꼬박 정비하고 고치는데, 지금 내 실력 의심 하냐? 짜식이 공짜로 측정기 돌려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팍 씨! 기분 상했어. 그거 안 산다. 안 사!”

그의 반응에 마루도 아차 싶었다.

“그깟 하빠리. 잘 쳐줘도 30만원이나 나올까 싶은 걸, 그간 인연을 생각해서 50까지 쳐 줄랬더니.”

어디서 꺼낸 건지 소금을 통째로 던져대는 모습에, 마루는 걸음아 나 살리라며, 도망치듯 밖으로 튀어나와야만 했다.

“으음...”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회사 이야기를 해선 안 됐는데.”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실수했네.”

이렇게 미련 없이 쫓아낸 걸 봤을 때, 그가 지닌 마석이 정말 하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틀 후면 마수지대 파견도 끝나는 만큼, 당장 아쉬울 건 없었지만, 차후 원활한 거래를 생각한다면? 시간을 내서 달랠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화 좀 풀리면 찾아가자.’

맘 놓고 ‘보물’을 의뢰할 수 있는 감정사는 몇 안 됐고, 정춘동은 그 중 한명이었다.

‘이건 결국 보물이 아니었지만. 하!’

입맛이 썼다.

‘밖에 나가서 처리해야겠네.’

최하품으로 판명 난 돌멩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후우우우......”

따로 판매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춘동처럼 인연 있는 거래처가 아닐 경우, 이런 하품은 밖으로 가져가서 파는 게 이득이었다.

“썅! 쓸데없이 떼 가는 세금이 너무 많아.”

이런저런 항목을 들이대며, 거의 원가에 가까운 세금을 떼어 갈 터였다.

와이번 사냥터를 다시 찾을까도 싶었지만, 파견도 막바지였고 심적 타격도 컸던 탓에, 남은 시간은 푹 쉬다 복귀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할당량은 이미 끝냈으니까.’

한껏 늘어진 걸음으로 막사로 향했고, 남은 시간 내내 퍼질러 잤다.

**

백두산(白頭山)마수지대 축소작전!

북한의 요청과 중국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 작전으로써,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펼쳐지는 대대적인 작업이었다.

[최소 1년!]

토벌이 아닌 외곽지대의 구역정리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중국 측의 헌터들만이 아니라, 인근 여러 나라의 헌터들도 대거 참가했는데, 거기에는 한국 측 헌터와 처리업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체처리 업체 바이트!]

그들 역시도 이런 루트를 타고 들어왔는데, 헌터 길드 루시아의 하청으로써 작전에 참가한 업체였다.

하지만 루시아와 연계된 업체는 그들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바이트가 이번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었다.

“으아아아...벌써 두 달이라니.”

“쉴 새 없이 작업만 해서 그런가? 시간 한 번 더럽게 빨리 가네.”

“진짜 일만 하다가 가네.”

“빡세다. 빡세!”

“그래도 백두산 마굴이라, 일당은 짭짤했어.”

바이트는 오늘부로 파견기간이 끝났기에, 일제히 짐을 챙겨 바깥으로 향했다.

“오늘 밤에 쐬주 한 잔 찐하게 걸치자고.”

“좋지! 간만에 간 좀 녹여보자.”

“난 패스! 한 보름 정도는 푸욱 쉬어야것어.”

“마! 남자 아이가. 먹고 짜지라.”

마루도 그들 무리에 낀 채, 적당히 말을 나누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검문소다.”

“장비 벗어.”

“미리미리 박스에 담아.”

“야야! 새치기 하지 말고.”

저 앞으로 마수지대 출구가 보였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바로 그 시점에서 마루는 걸음을 늦췄다.

“아재, 또 변이야?”

“그만 좀 싸. 그러다 마후라 터질라.”

“똥꼬 안 나가게 조심해.”

“크하하하!”

등 뒤로 날아드는 동료들의 농에, 가운데 손가락으로 응수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대변기 칸으로 들어간 뒤, 품에서 하품 마석을 꺼냈다. 검문소에 설치된 측정기를 피하기 위해, ‘작업’을 해야 할 때였다.

‘싸구려인 것도 빡치는데, 세금까지 뗄 순 없지.’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한 푼도 뜯기고 싶지 않았다. 현재 그가 하려는 건, 불법 밀수에서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원래라면 캡슐에 씌워서 삼키지만.’

각지고 뾰족한 마석 특유의 외형 때문에, 위와 장을 보호하고자 특수한 캡슐을 씌워 삼키는 것이다.

‘모난 데도 없으니까. 그냥 삼켜도 되겠네.’

하급 마석은 고유파동이 약해, 위와 장에 막히면 측정기를 피할 수 있었다.

‘마석을 삼킨다고 문제될 것도 없고’

돌멩이나 마찬가지였다.

‘캡슐 나오기 전엔, 그냥 삼키고 다녔지.’

모난 부분을 깍은 뒤 삼킨 것이다.

‘이건, 사탕이다. 사탕이다!’

특수하게 제작된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마석이나 마정석의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냥 삼키는 걸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재수 없으면, 피똥이나 좀 쌀려나?’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석을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륵...

기겁하고야 말았다.

“헉!”

마치 솜사탕이라도 되는 듯, 그대로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퉷! 퉤잇!”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뱉어내려 했지만, 이미 그 시점에선 전부 녹아서 넘어가버린 뒤였다.

“어...이...이......”

‘...이게, 무슨?’

말문이 턱 막혔다.

“아재! 마루 아재요. 똥간에 빠졌수? 찢어졌수?”

“으...어...으어......?”

“마후라 터졌냐고?”

팀장 김태식이 직접 부르며 찾아올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대변기에 앉아 어버버 거려야만 했다.

< #2. 마후라 터졌냐고?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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