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5화 (25/325)

< #24. 데스크! >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오랜만에 공감되네.’

마루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주변을 돌아봤다.

‘클놈, 패피, 루띠.’

각기 아기 공룡과 펭귄 그리고 비버로써, 호로로의 절친이라 할 수 있는 얼굴들이 곁에 있었다.

‘클놈은 남자, 패피 루띠는 여자.’

체형과 복장으로 견적이 나왔다.

“오늘도 사냥이야?”

“같이 할까?”

“노라줘!”

헛소리가 귓가에 앵앵 거린다.

그가 가면을 쓰고 정신없이 필드를 도는 사이, 어느 틈엔가 하나 둘 따라붙은 이들이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가면 퀄리티도 상당히 높았다.

‘자체 제작 삘인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클놈 저 놈, 체구는 또비가 더 어울리는데.’

자그마한 아기 공룡보단, 커다란 북극곰이 어울릴 것 같은 클놈의 덩치 때문일까? 자주 이목이 쏠리고는 했다.

‘하아! 이 미친놈들을 어쩐다?’

쫓아내도 그때만 잠깐이었다.

‘이러다가 나머지 캐릭도 달라붙는 건 아니겠지?’

겨우 셋이라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꺄륵...”

“꺄르륵...”

머리에 꽃 하나씩 꽂아야 할 것처럼 웃어대며 주변을 빙빙 맴도는데, 똥파리들과는 다른 의미로 골 때리는 놈들이었다.

‘나도 즐겜러였지만, 이놈들은 참...’

필드에 간간히 출몰하는 골통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말 그대로 게임 자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주 멋대로 맛대로 씹고 즐기는 이들이었다.

더욱 골치 아픈 부분이 무엇인가 하니,

‘하나같이 고인물이라는 거지.’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수가 고인물 부캐들의 막장 유희 종류로 봐야 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이유?

‘...누워서 침 뱉기인가.’

그 역시도 한때는 저들 무리처럼, 막장으로 놀아나던 시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현타’시기였다.

‘질풍노도의 30대였지. 킁!’

오춘기 혹은 삼촌기라고 할까?

‘하...멱을 딸 수도 없고, 미치겠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것들 중에 본캐가 랭커인 놈이 있을지 누가 아냐고.’

실제 그 같은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잘못 건드렸다간 역풍을 몸살 나게 맞을 확률도 상당했다.

어떻게 알아내는지 매번 귀신처럼 따라붙었다.

‘장소 옮겨도 찾아오고.’

‘복장 바꿔도 찾아오고.’

‘가면 바꿔도 찾아오고.’

쓸데없는 지출이었는데, 저들의 집요한 등장에 결국 상점에 되팔았다.

‘반값밖에 못 받을 줄이야.’

환장할 노릇이었다.

‘장비 덧칠을 다시 하는 건?’

[귀찮게 굴면 뒤진다!]

무리였다. 허파is토스의 분위기로 봐선, 한 번으로 끝이었다.

‘다음엔 돈 내야겠지?’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거냐?”

참다못해서 그리 묻자,

“우리 루띠가 눈썰미가 끝내주지.”

“초능력 수준이라니까.”

“훗!”

황당한 대답만 들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초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똥파리 놈들도 못 잡는 건데?’

결국, 백기를 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이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작정하고 어울려 주기로 했다.

당황하는 걸 즐기던 3인방이었다. 뜻밖의 반전에 역으로 당혹감을 드러냈지만, 이내 즐겜러 특유의 가벼움을 앞세우며, 새로운 분위기에 맞춰나갔다.

“오늘은 두더지 잡기다!”

라고 외친 마루는 토쿠라고 불리는 두더지과 몬스터를 사냥했다.

뿅망치 대신 망치를 들고, 연신 땅거죽을 두드리다 보면? 토쿠들이 하나 둘 토굴에서 고개를 드는데, 이걸 사냥하면 되는 것이다.

각기 지진을 비롯하여, 토벽 그리고 돌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놈들이라 쉽진 않았지만, 마루까지 포함한 고인물 파티에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지진?

“뛰엇!”

공중으로 피하면 그만이다.

토벽?

“발판이다.”

딱 징검다리 수준의 문제였다.

돌폭탄?

가장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지만, 놈들이 일으킨 토벽을 오히려 방패삼으면 그걸로 해결이었다. 이를 위해 토벽은 부수기보단 남겨놓는 게 좋았다.

콰앙! 쾅! 콰아아앙...

“반격이다!”

“역습!”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3인방은 호로로 가면이 제대로 고인물이라는 걸 확인했다.

대개 이쯤 되면 흥미요소가 떨어져 발길을 끊을 텐데, 뜻밖의 요소가 발견되며 그들을 붙잡아 놨다.

‘몽크 2회차!’

‘진짜다!’

‘변태!’

1차적으로 루띠의 말도 안 되는 눈썰미가 작동하고, 2차적으로 사냥 중 드러나는 마루의 전투 패턴이 교차되며, 그의 정체를 유추해낸 것이다.

최근 유명세를 떨친 한 유저!

[장관장!]

흥미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그들은 더욱 질척하게 달라붙으며 마루의 곁에서 사냥을 거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인물 파티!

하급 필드 접수는 껌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허...이렇게 버스를 타네.’

생각지도 못한 동행이며 원치 않던 어울림이었지만, 덕분에 제대로 된 팀이 완성됐고, 성장판에도 제대로 불이 들어왔다.

그렇게 단숨에 35레벨에 오르고,

변화가 찾아왔다.

**

[레벨 : 35]

[힘 : 60(+10)] [지능 : 60(+10)]

[체력 : 58+2(+10)] [정신력 : 55+5(+10)]

[민첩 : 60(+10)]

[스탯 : 0]

마루는 지난 밤 확인했던 자신의 PP 스탯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새롭게 변한 현실 상태창을 확인했다.

[정마루]

[각성 등급 : C]

[컨디션 : 7]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

유독 그의 시선을 잡아끄는 한 단어.

‘C등급!’

지난 밤 잠자리가 유독 힘겹다 싶었더니, 설마 했던 등급 상승을 경험한 것이다.

‘전체 스탯 60 때문인가?’

신체적인 변화가 예상됐다.

‘요상한 꿈도 꾼 것 같은데.’

왠지 그 부분은 기억이 희미했다.

“우웩!”

코끝을 찌르는 냄새로 인해, 생각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침대보 빨아야겠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꿀꺽...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엔트라 데스크(Entra-Desk) 오픈!”

그 순간 시야를 가득 메우는 거대한 화면 하나.

[엔트라 데스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헌터들의 은밀한 사생활이라고도 불리는 공간, 그들만의 소통 창구가 열린 것이다.

D와 C등급의 차이?

그게 바로 엔트라 데스크의 존재유무였다. 이곳의 접속유무를 통해, 별도 테스트 없이 각성 측정도 가능했다.

“D등급을 준회원이라고 하는 것도 엔트라 데스크 때문이지.”

사실, C등급도 제한이 있었다.

“아직까진 눈팅 정도인가.”

정회원이지만 아직 병아리인 것이다. 기억을 뒤적이며 관련 정보들을 하나하나 나열해봤다.

“급에 따라 데스크 활용도가 높아진다.”

“데스크의 정식 이용은 B등급부터.”

“A등급끼린 물물거래도 가능하다.”

“C등급은 별점을 다는 게 전부.”

각성여부 확인도 바로 이 ‘별점’을 통해 이뤄진다. 비밀글을 공유한 채, 별점 등록으로 자격검증을 하는 것이다.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데스크의 활용도 역시 높아졌다.

“A등급이 개꿀인데.”

세계 어디서건, 공간을 넘어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1일 횟수 제한이 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능이었다.

물론, 아직은 아득히 먼 이야기였다.

“데스크 오픈이 어디야.”

헌터들의 정보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걸로도 감지덕지였다.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으려나.”

데스크를 훑는 그의 눈빛이, 새 장난감을 찾은 아이마냥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

엔트라 데스크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지만, 거기에 빠져서 세월 네월 시간만 보내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확인해야 할 게 있기 때문이다.

[스킬 : 오염된 여의주] [?] [#]

새로운 퀘스트의 알람이 뜬 까닭이었다.

[?]부분을 누르자,

[! 던전 클리어]

생각지도 못한 미션이 튀어나왔다.

“미친 거 아니야?”

저도 모르게 그런 외침이 터져버렸다.

“아니, 겨우 C등급 헌터한테 던전을 클리어하라고?”

마수지대 입장권을 획득한 정도일 뿐, 여전히 그는 헌터세상의 하류인생이었다.

‘B급 정도면 모를까.’

그나마도 길드를 통해야 가능한 이야기로써, 그것도 던전 입장권을 획득하는 정도지, 클리어 자격을 취한 건 아니었다.

던전 클리어?

A등급 정도는 돼야 비벼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미션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궁리하며 방법을 찾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퀘스트를 주진 않았을 거야.”

첫 번째 퀘스트를 떠올리며 답을 찾았다.

혹시, 어쩌면?

“이번에도 PP로 해결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쉬운 일도 아니지.”

PP에서 그의 레벨은 이제 겨우 35로써, 당장은 필드를 감당하기도 버거울 시기였다.

‘스탯까지 놓고 보면 모르지만.’

이미 50레벨 전직 스탯을 채우고 있는데다가, 제법 쓸 만한 장비까지 지니고 있지 않던가. 이러한 부분들을 염두에 둔 채, 냉정히 판단을 해 봤다.

“쉽진 않아.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닌가?”

던전을 돌려고 본다면 충분한 스탯이지만, 클리어를 하라고 이야기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수준이었다.

“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중, 떠오르는 해결책이 하나 있었다.

“...허 참, 이게 또 이렇게 풀리나.”

입맛을 다신 그가 기기를 쓰고 PP에 접속했다.

그리고 잠시간 필드를 돌고 있노라니, 그가 떠올렸던 해결책들이 다가왔다.

“와~! 호로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놀자!”

클놈과 패피 그리고 루띠까지, 고인물 3인방이 등장한 것이다.

‘거 참, 할 일도 없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고인물 파티면 하급 던전 정도는 클리어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그가 양 팔을 한껏 벌리며 외쳤다.

“친구들 모여라!”

이에 꺄르륵 거리면서 다가오는 고인물 3인방.

“오늘은 뭐 할 거야?”

“또 사냥?”

“낚시하러 가자.”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지방방송을 손짓으로 제압한 뒤, 호로로 가면을 앞세우며 선언했다.

“오늘은 탐험이다!”

“탐험?”

“사냥은 쉬어?”

“노는 거야?”

이어지는 질문에 마루가 답했다.

“던전에 가서 사냥하고 재밌게 캠핑도 하는 거지.”

3인방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가면에 가려 그 표정을 정확히 읽기는 어려웠지만,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작정하고 빨대를 꽂네?]

[장난 나랑, 지금 하냐?]

대충 그런 얼굴로 보고 있으리라.

여기서 밀당이 중요했다.

“싫음 말고.”

혼자서 즐기겠다며 발길을 휙 돌린 뒤, 성큼성큼 걸어가 버리는 게 포인트였다. 3인방이 오히려 당황한 듯, 서로 바쁘게 시선을 교환했다.

‘40레벨은 돼야 비빌 수 있을 텐데.’

‘혼자서 던전을 간다고? 뭘 믿고?’

‘미친 자.’

자연스레 그들의 호기심도 커졌다. 즐겜러들은 흥미요소에 무너지며, 다급히 마루 뒤로 따라붙었다.

“텐트도 치는 거야?”

“고기도 굽나?”

“사냥해서 바로 먹나?”

그렇게 호로로들이 향한 곳은? 가까운 고스트 필드의 하급 던전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반발이 심했다.

“엑! 여길 들어간다고?”

“버프 준비 안 했잖아!”

“여긴 고기 없어.”

마루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그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는 품 안에서 메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따라해.”

그리 말하며 손에 쥔 메달로, 이마 그리고 양쪽 어깨를 찍어 삼각형을 그린 뒤, 그 중앙이라 할 수 있는 인중에 가져다댔다.

PP특유의 성호 긋는 방법이었다.

“헉!”

3인방이 화들짝 놀라면서도 급히 따라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마루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메달이 빛으로 화해 흩뿌려지더니 일행들에게로 쏟아졌다.

[스킬 : 성호]

[등급 : 일반-발동]

[성호를 긋고 20분간 빛 속성 추가-쿨타임 30분]

발동 직후부터 쿨타임이 돌아가는 만큼, 실질적인 대기시간은 10분이었다.

‘20분 사냥에 10분 휴식. 딱이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3인방의 음성이 쏟아졌다.

“어떻게 벌써 전직 스킬을 쓰는 거야?”

“아니, 것보다 이거 신관 스킬이잖아.”

“호로로는 보통 변태가 아니구나.”

끄트머리에 이상한 내용이 살짝 섞여있었지만, 어쨌든 저들의 의문은 당연한 거였다. 비록 기본 스킬일 뿐이지만, 성호는 신관으로 전직해야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몽크계가 신관계 스킬을?

‘배울 수야 있지.’

직업 전용 스킬이 아니기에, 성직계열이면 누구나 익힐 수 있었다. 단, 신관이 아닌 경우에는 약간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했다.

일주일간의 새벽기도 같은 거랄까?

‘어렵진 않지만, 귀찮아!’

익힌 방법?

‘특수보상이 이래서 개꿀이지.’

지난번 발토 퀘스트 덕분이었다.

[허...설마 암흑신의 추종자가 숨어있었을 줄이야. 형제님께서 고생해주신 덕분에 마을도 안정되었고, 저희 신전을 휘감던 불순한 그림자도 한 꺼풀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90탄이 비록 정식 암흑사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견습 포지션은 지키고 있었다.

신전과 대립관계에 있는 암흑신의 추종자였다. 당연히 짭짤한 보상이 추가됐는데, 그게 바로 신관계 기본 버프 스킬인 ‘성호’였다.

‘몽크계 고인물들만 아는 비전이지. 흐흐!’

암흑사제 전직에 수시로 치인 덕분일까? 자연스레 몽크들의 비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하급 던전+고인물 파티+성호 스킬]

‘클리어 조건은 전부 갖춰졌다.’

마루가 호기롭게 외쳤다.

“호롱호롱 호로롱!”

구호라도 되는 듯 3인방도 박자를 맞춰 목소리를 높였다.

“호롱호롱 호로롱!”

“호롱호롱 호로롱!”

“호롱호롱 호롱호롱 호롱호롱 호롱 호.로.롱!”

그렇게 호로로들이 호기롭게 던전으로 들어갔다.

< #24. 데스크!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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