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전직-장난. 나랑. 지금. 하냐? >
여느 게임이 다 그러하듯, 전직 퀘스트란 게임의 첫 이벤트나 마찬가지인 만큼, 적잖은 스토리와 난관 그리고 보상이 준비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PP역시도 다를 게 없었다.
단지, 성직자 계열은 유독 골 때리는 걸로 유명할 뿐이었다.
‘이 짓거리를 또 하게 되다니.’
마루는 한숨과 함께 신전을 찾았다.
“이른 아침, 새벽빛을 머금은 이슬을 이 안에 가득 담아 오시면 됩니다.”
형제님의 정성을 기대하니 어쩌니 하며 큼지막한 통 하나를 내미는데, 이를 받아보는 이들은 대부분 한 가지 물건을 떠올리기 마련이었다.
‘약수통...’
저 커다란 물건 가득 아침 이슬을 담아 와야 하는 것인데, 새벽이슬은 성수를 비롯하여 각종 포션의 원료로 쓰이는 만큼, 성직계열 전직 이후로는 관련 퀘스트가 수시로 언급되고는 했다.
그 때문인지 자연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루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도 수차례 했던 퀘스트니까. 어려울 건 없죠?
그런 이유로 한숨을 쉬는 와중에도 미소를 지으며 받아 들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와중에 떠오르는 의문 한 가지.
“어째 통이 더 커진 것 같지 않냐?”
-그러게요. 어라, 왜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미의 모습에, 고개만 저었다.
“네가 아는 게 뭐니?”
-에잇!
토닥토닥...
분노의 주먹질이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래도 일반 퀘가 아니라 전직 퀘와 엮여서, 평소보다 더 과한 크기를 제시한 것이겠거니 하며, 약수통을 들고 신전 밖으로 향했다.
퀘스트 진행은 문제없었다.
전직 과정을 알기에 이른 새벽에 신전문을 두드렸고, 바로 이슬을 받으러 움직일 수도 있었다.
“흐흐! 몽크 커뮤니티에서 팁을 배웠지.”
-꼼수겠죠.
“......”
그들 커뮤니티는 2차 전직 이후에만 가입할 수 있단 점이 함정이었다. 실질적으로 하위구간 팁들은 활용된 적이 없는 것이다.
‘우스갯처럼 이야기하던 몽크 2회차가 내가 될 줄이야.’
헛웃음과 함께 꿀팁을 실행했다.
운 좋으면 하루고 재수가 없어도 이틀이면 통을 다 채울 수 있지만, 마루는 어떻게든 첫 날에 퀘스트를 끝낼 생각이었다.
“하루 차이로도 업적 수치가 달라지니까.”
문제라고 한다면 여러 물병을 설치해 이슬을 받는, 그런 꼼수는 통하지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직 이거 하나로만 받아야 되니.’
그렇다면 어떻게 이 큰 물통을 이슬로 채울 수 있을까?
“현실이라면 몰라도.”
PP는 게임이었고, 이 안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돈이 아깝지만.”
-어머? 짠돌이께서 웬일이래.
“커흠!”
보상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고, 그는 그 길로 영주성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관리 전담하는 순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는데, 마루는 비싼 돈을 치르며 왕복권을 산 뒤 마법진에 올랐다.
“목적지. 워터 플라워!”
아침 이슬이 샘처럼 솟구치는 곳이라면?
‘이 정도 통을 채우는 건 일도 아니지.’
루미의 말처럼 꼼수지만, 뜻밖에도 결과는?
“오오...형제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간 보여주신 정성을 떠올리며 기대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 주실 줄이야.”
신관은 활짝 웃으며 묵직한 약수통을 받아들었다.
커뮤니티는 말했다.
[푼돈이 들어가면 꼼수지만, 지갑을 바치면?]
[등가교환이다.]
[아끼지 마라!]
[훌쩍...]
돈 아끼려고 몽크하는 이들도 많다보니, 댓글은 통곡의 눈물바다였다.
이어지는 퀘스트도 골치 아팠다.
“형제님의 신실하심을 증명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더니 다시금 약수통을 건넨다.
“분명 축복이 함께하실 거라 믿습니다.”
숨겨진 속뜻은 간단했다.
‘이걸 전부 성수로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구겨지려는 안면을 애써 바로잡은 채, 힘겹게 미소를 띄운 마루가 대답했다.
“믿음으로 보답하겠나이다.”
전직 전의 유저가 성력을 부여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에게는 특수 보상을 통한 [성호]스킬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수를 만들 수 없었다.
“진짜 신관이라면 이 정도는 ‘전용스킬’로 가볍게 해결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신관계열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직자!’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커뮤니티는 말했다.
[아까지 마라!]
“결국 또 돈인가.”
노동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약초 구하러 발품 파느니, 그냥 상점에서 사는 게 낫지.”
-짠돌이가 돈이라니.
“역소환 할까?”
-헤헤! 사랑합니다 주인님.
손가락 하트를 뿅뿅 날리는 모습에 결국 웃어버렸다.
포션을 만드는 것처럼 물약 제조를 하면 되는 것인데, 관련 레시피를 구해서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끝이었다.
맘 같아서는 발품을 팔고 싶지만, 이는 좋은 해결법이 아니었다.
“이것도 업적 수치가 걸렸으니까.”
-전진 퀘는 빠를수록 보상도 좋죠.
“보상으로 나올 수 있는 최고등급이 뭐지?”
-유물급 장비라고 들었어요.
허투루 볼 수 없었다.
[아끼지 마라!]
그 결과는?
“역시! 과연! 믿었습니다. 형제님께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성수를 탄생시키시다니. 사랑합니다. 형제님!”
[사랑합니다. 고갱님!]
‘환청인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신관을 바라보는데, 눈부실 만큼 환한 미소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냥 흔한 재료가 아닌, 아주 특별한 레시피에 비싼 재료까지 듬뿍 퍼부어가며, 수준급의 성수를 만들어 온 까닭이리라.
‘유니콘 뿔까지 갈아 넣은 건 오바였나? 페어리의 가루도 좀 과했던 것 같기도 하고...품질에 따라서도 업적 수치가 나뉘니. 쯧!’
보상 한 번 제대로 긁어보자는 생각에, 알고 있는 레시피 중 가장 좋은 걸 꺼내들었고, 덕분에 계승자의 주머니가 단번에 홀쭉해질 정도였다.
‘적당히 트롤 피 정도만 섞을 걸 그랬나? 아니. 아니지. 몬스터 사체로 만든 성수는 일반 포션하고 다를 게 없으니까. 괜히 품질만 떨어지지.’
신전에서 사용될 포션이었다.
‘재료도 특별해야지.’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는 와중에도 전직 퀘스트는 착착 진행됐다.
“자, 이제 기도문을 외울 때입니다.”
“고행의 시간입니다. 이 장작들을 전부...”
“신전 청소를 하시면서 형제님의...”
“신전의 보수공사야 말로...”
“신전...”
그렇게 대망의 하이라이트.
“형제님께서는 이 성수를 가져가셔서,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어린양들을 구원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재차 약수통을 건네는데 받아드는 마루의 눈매가 얇아졌다.
‘...통은 왜 바꾸는데?’
-아앗! 밑장빼ㄱ...읍읍!
급히 루미의 입을 막았다.
원래라면 그가 만든 성수를 들고 필드로 향해야 했다. 그 부분까지 계산하고 비싼 레시피를 사용한 것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다른 성수통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
“상품의 성수가 하품으로 돌아오다니...하!”
-어째, 그 신관 생긴 게 고약하긴 했어요.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욕을 한바가지 쏟아내고 신전 벽에다가 오줌을 싸갈기고 싶었지만, 최후 보상만을 떠올리며 애써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원래 이렇게 많았었나?”
퀘스트 목록을 재차 확인해봤다.
[좀비 퇴치 - 0/100]
약수통의 크기에선 착각이라 여길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원래는 10마리 퇴치일 텐데.”
-그러게요. 약수통도 그렇고, 자꾸 이상하네요.
무려 10배나 뻥튀기된 거라 바로 알아봤다.
‘달라졌어.’
퀘스트 난이도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세월이 지났고, 2차, 3차 전직 제한에 레벨제한도 여럿 풀렸으니까. 그래. 분명, 바뀔 순 있지. 바뀔 수야 있어.”
-그래도 이건 아니죠. 난이도가 내려가면 내려가야지. 이렇게까지 올라가는 건 이상하잖아요.”
루미의 말처럼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직 퀘스트를 뒤집을 수도 없고.’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업적 보상은커녕 마이너스로 기본 혜택마저 깎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피곤하게 하네.”
물론, 좀비 100마리라고 해서 어렵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까이거.’
40레벨은 돼야 잡을 수 있는 몬스터지만, 스탯이 60레벨대에 이른 그에게 있어, 좀비 100마리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레벨 : 50]
[힘 : 77(+10)] [지능 : 77(+10)]
[체력 : 75+2(+10)] [정신력 : 73+5(+10)]
[민첩 : 77(+10)]
[스탯 : 0]
장비 스탯까지 포함하면? 이미 70레벨 중반대를 꿰뚫고 있을 정도가 아니던가.
“이 하급 성수만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살짝 골치긴 하지만...”
재차 언급하지만, 그에게는 문제될 게 아니었다.
‘스탯으로 압살해 버리면 되니까.’
부족한 버프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저 꾸준한 의문을 제기할 뿐이었다.
왜?
“100마리나 잡는 거지?”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퀘스트가 진행되는 건데?”
평범한 50레벨대의 유저일 경우, 적잖은 고생을 해야 10마리의 좀비를 잡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요?
옆에서 루미도 함께 궁리해 봤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으음...”
그렇게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퀘스트는 바쁘게 진행되었다.
으워어어어어...
촤악! 빠악!
워우워우워어오오...
촤좍! 빠박!
달려드는 좀비들에게 성수를 뿌린 뒤, 쉼 없이 주먹질을 하며 곤죽으로 만드는 행위의 반복이었다.
사냥 할 때, 루미는 역소환 상태여서, 조금 외롭게 필드를 돌아야만 했다.
“있을 땐 시끄러운데. 없으면 또 아쉽다니. 하!”
조련 당했다며 투덜거리며 좀비를 조졌다.
“그나저나, 클리어 조건도 골 때리네.”
대개 전직 퀘스트는 파티를 짜는 게 기본이건만, 이 부분에서도 의문을 느끼게 만드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 단독 사냥]
여러모로 의문을 느끼게 만들었다.
허우후워어어...
촤아악! 쫘아악! 찰싹!
허흥!
그러면서도 착실히 퀘스트를 진행했다.
“10배 빡세니까 10배 특별한 게 나오겠지?”
의문의 크기만큼 부푼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이는 뜻밖의 결과로써 그를 두드렸다.
“오오! 위대하신 주신께서 형제님께 과업을 내리셨습니다.”
신관의 계시,
“그대 푸른 신수의 의지를 잇는 자여, 칠흑빛 어둠 속에 피어오를 청명한 바람이며 찬란할 광명일지니.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대 오롯한 걸음으로 나아가 거룩한 일대기를 기록하리라.”
그리고 알람.
[장관장님의 ‘수호자’ 전직을 축하합니다!]
일순 마루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환청을 들었나 싶어 알람을 되새겼고, 이내 스탯창을 열어 확인까지 했다.
[직업 : 수호자]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What?”
저도 모르게 외국어가 튀어나왔다.
몽크계 육성을 하게 될 경우, 수도사 혹은 수행자라는 직업을 얻게 된다.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어느 지역, 어느 신전에서 전직을 했는가.]
별 다를 건 없었다.
어차피 성국을 찾아가 명칭 변경을 신청할 경우 ‘몽크’로 통합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뭘까?
‘수행자가 아니라 수호자?’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선택권이 부여되는 게 아니라. 그냥, 전직?’
직업군을 고를 기회도 없었다는 것이다. 몽크 계열로 육성하긴 했지만, 전직의 순간 마지막으로 직업 변경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직업을 바꿀 경우, 그간 쌓아온 공헌도가 몽땅 날아가기에, 사실 의미 없는 선택권이긴 했다.
그래도 지금 마루에겐 간절한 선택권이었다.
“빛의 의지가 함께하시길.”
하지만 신관은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계시를 끝내며 전직 이벤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보상은?’
실로 황당한 일이었다.
‘정말로 이게 끝이라고?’
선택권도 없이 웬 듣보잡 직업으로 넘어간 것도 황당한데, 빡센 퀘스트와 어울리지 않는 빵점 보상이라니.
“허...허허...허허허허...”
마루의 입에서는 연신 웃음이 새나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정말로 웃음인지 넋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는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어멋! 드디어 몽크를 버리셨구나. 만세! 나도 이제 멋진 드레스 입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신고, 백도 들고...
타 직업의 추가 아바타를 생각하는지, 루미는 만세 삼창이 한창이었다.
이는 신전을 나설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하...미치겠네.”
-퀘스트가 좀 이상하더라니. 특수직 루트였나봐요. 공헌도가 너무 높아서, 자동 갱신 된 걸려나?
루미의 혼잣말이 조금이나마 상황을 유추시켰다.
‘하...너무 열심히 해서?’
뒤통수가 뻐근해왔다.
-특수직 축하드려요~!
“......”
입을 열었다간 욕이 나올 것 같아, 꾸욱 입술을 말아 넣었다.
PP에도 히든 직업이라 불리는 특수직들이 존재하긴 했다. 익살자 길드가 소수정예를 이룰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특수직의 위력이지 않던가.
‘그렇다고 특수직이 절대적인 건 아니야.’
분명 특별한 건 사실이지만, 육성 방식이나 컨트롤에 따라서 얼마든 커버 가능했다. 실제로 상위 랭커 중에는 일반 직업군도 상당하지 않던가.
‘컨트롤이 좀 더 쉬운 것뿐이지.’
그가 생각하는 특수직의 개념이었다.
때문에 굳이 특수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라는 게 마루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니. 애초에 특수직이 필요했으면 육성 루트를 이렇게 안 잡았지. 어이가 없네!”
-좋은 게 좋은 거죠. 좋게 좋게 생각해요. 헤헤!
루미는 이미 입 꼬리가 광대까지 승천한 상태였다.
“하...”
그 모습에 살짝 실소가 나오긴 했다.
PP 초기부터 플레이해 온 고인물 유저로써, 그 역시 나름의 특수직 루트를 몇 가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크계로 육성했다.
이유?
‘아는 만큼 보이니까!’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보니, 도전과 모험이 아닌 안정감을 선택하며, 몽크계로 다시 뛰어든 것이 아니던가.
직업 교체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리셋!]
“다시 키울 수도 없고.”
-이 좋은 직업을 왜 다시 키워요. 안 되욧!
“무슨 직업인 줄은 알고?”
-몽크보단 낫겠죠.
“......”
여러모로 골치 아픈 게임이었다.
“빌어먹을!”
나직한 욕설 한 마디로 정신을 다잡은 뒤, 변화 확인을 위해 스탯을 열어 전직창을 클릭했다.
[직업 : 수호자]
[전용스킬 - PRI]
마루의 눈매가 얇아졌다.
‘첫 스킬은 분명히 연공법일 텐데.’
HP와 MP의 회복력을 높여주고, 소소하게 버프 작용까지 하며 스킬 위력도 추가시켜주는 것, 그게 바로 직업전용 스킬인 ‘연공법’이었다.
전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이것도 분명 연공법일 텐데.’
느낌이 싸 했다.
‘일단 확인이 먼저!’
설명창을 열었다.
[PRI - 피나고 알배기며 이 갈리는 고행을 통해 궁극의 육신을 완성하라.]
[스킬 위력 5% 증가]
‘10도 7도 아니고, 겨우 5%?’
뭔가 특별한 게 있길 기대했건만, 효능 자체는 일반직과 다를 게 없었다.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치미는 분노 속에서 결국,
“에라, 썅!”
-어멋! 난 몰라.
루미가 다급히 역소환으로 도망치는 가운데, 신전에다 뜨뜻미지근한 벽화를 남겨놓았다.
직접 청소했던 자리였다.
**
뜬금없는 전직 루트의 원인이 뭘까?
‘업적? 공헌도?’
문득, 계시가 떠올랐다.
[그대 ‘푸른 신수’의 의지를 잇는 자.]
마루는 ‘신수’ 청룡의 보옥에서 답을 찾았다.
‘오염된 여의주!’
그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육성 중간에 암흑사제를 역관광했던 일이 조금 특별한 이벤트긴 했다.
“그래도 직업 자체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야.”
이미 ‘성호’스킬로 합당한 보상도 받지 않았던가.
‘역시, 여의주 때문인가.’
이 타이밍에 필요한 건?
“초롱아~!”
급히 인벤을 열어 아기를 깨우는데, 기이할 만큼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귀를 기울여보는데, 잠자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꾸준한 부름에도 반응이 없어, 결국 백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홀로 궁리하길 한참, 최초의 의문 하나를 떠올렸다.
“도대체 이 여의주는 뭐지?”
그뿐만이 아니라 ‘삶의 변화’ 이후, 꾸준히 이어져왔던 의혹 하나도 밖으로 튀어나왔다.
“PP는 정말 게임인가?”
의문과 의혹!
그날 밤, 꿈속으로 미스터리가 찾아왔다.
< #5. 전직-장난. 나랑. 지금. 하냐? > 끝
ⓒ 주작(朱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