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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돌발 특수 1급! >

드디어 첫 실전의 아침이 밝았다.

공식 데뷔의 날이었다.

“마수지대도 현장인데 실전으로 안 친다니.”

그 날이 실질적 데뷔전이건만, 혜성 자체적으로는 비공식으로 처리되었는데, 이는 모의훈련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 수준은 몸 풀기일 뿐이라는 거겠지.’

마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새삼 혜성길드의 위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

바로 최근까지 저들의 훈련장에 발 하나라도 비벼보기 위해, 이리저리 몸부림을 쳤던 입장인지라, 괜히 입맛이 쓰고 혀끝이 떫었다.

게다가 속까지 끓게 만드는 상황이 겹쳤다.

“자, CT-Back.”

오토바이 가게 사장 김근식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바이크 키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첫 출근이라니까요.”

“회사는 몇 번 가봤잖아.”

“오늘은 데뷔날이잖습니까.”

“알아. 그래서 CT도 제일 깨끗한 놈으로 준비했잖아. 봐봐 커스텀까지 된 놈이라서, 모양도 잘 빠졌어.”

확실히 기존에 타던 놈들과 달리, 날렵한 모양새가 보기 좋긴 했다.

‘그럼, 뭐해.’

“결국 CT잖아요.”

“CT-헌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되지.”

“아니. 누가 CT-헌터입니까?”

“널 위한 프로모션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시꺼! 그리고 우리 가게처럼 코딱지만한 바이크점에서, 이 이상 바라는 것도 오바다.”

한숨을 푹 내쉬며 키를 받아들었다.

부릉...

시원하게 토해내는 엔진음을 보니, 다행히 상태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에휴~! 진짜 차를 한 대 사던가 해야지.”

그의 투덜거림을 들었는지, 김근식이 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짠돌이가? 크...그 말만 벌써 몇 년 째냐. 장담하는데, 평생 못 살 거다. 아니, 안 살 거야. 내기해도 돼.”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핸들을 당겼다.

바아아앙...

과연, 상태가 좋다는 게 허튼 소리는 아니었던지,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출동이었다.

**

모의훈련을 통해 능력을 드러낸 덕분일까?

혜성길드 특수 1팀은 더 이상 신입에 대해 뒷말을 나누지 않았다.

실력만 확실하다면?

말이 나올 이유도 없었다.

거기다가 팀의 알파와 베타가 함께 받아들인 사람이기에, 한 번 인정하고 난 뒤로는 온전히 일원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몸조심해.”

“거 방아쇠 찬찬히 당겨. 그러다가 훅 가니까.”

“혹시 고급 정화수 필요하면 말하고.”

“막 각성해서 사념폐해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마. 정신계 쪽이 원래 한 방에 몰아서 들어오는 거니까.”

“안.전.제.일.”

덕분에 이런 식으로 걱정 어린 이야기도 제법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기준 이하의 무구를 추천하는 이들은 없었다. 인정하고 걱정하는 것과 별개로, 팀의 기준점을 지키는 건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오버클럭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이들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첫 데뷔전이 B급 던전이라 빡세긴 하겠지만. 너무 나서지만 않으면 문제없을 거야.”

원래라면 본인 등급보다 최소 한 급수는 낮게 시작을 해야 할 것이나, 혜성이라는 이름값과 특수 1팀이라는 무게감으로 인해, 그들의 최소기준치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팀에서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정화가 제대로 된 무구를 제공하거나, 관련한 작업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즈음, 이소희가 앞장서며 말했다.

“들어가자.”

그녀가 먼저 던전으로 발을 들이고, 팀원들이 하나하나 안으로 몸을 던졌다.

마루 역시 그들을 뒤따랐다.

시야가 암전되고 방향감각도 사라졌지만, 한 차례 경험한 바 있기에 당황하지 않은 채, 등불을 기다렸다.

잠시 후 등불이 피어났다.

그곳으로 걷고 또 걸으며 빛과 마주했을 때, 새로운 세상이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언젠가 마주했던 그 느낌이 찾아왔다.

‘퍼펙트 플레이!’

PP의 그 감각을 다시금 체험할 수 있었다.

이질적인 장소에서 익숙한 향기를 느꼈고, 잠시 거기에 집중하려는 찰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방해꾼이 있었다.

“뭐하냐?”

“정신 챙겨.”

어느새 모인 팀원들이 멍하니 있는 그를 부른 것이다.

놀라 정신을 차린 마루가 급히 이동하며 빈 공간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상황 설명 및 역할분배가 이뤄진 뒤, 개인용 무전기가 하달되고, 던전용 특수 GPS 기기도 전해졌다.

이는 던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특수 중계기와 연동되는 것으로써, 던전의 세부적인 모양새까진 무리더라도,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기기였다.

기기에는 각자가 맡아야 할 포인트도 체크되어 있었는데, 팀은 이에 맞춰서 조를 짠 뒤 나눠지는 것이다.

“신입은 나하고 같이 가자.”

앞서 모의훈련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마루의 곁에는 베타 김연희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녀의 위치가 부팀장에 베타라지만, 평소에는 조장이 아닌 알파조의 조원으로 뛰는 만큼, 개별적으로 행동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일당백의 전사랬지.’

그간 짧게나마 팀원과 만남을 나누고 회식까지 치룬 덕분일까?

특수 1팀의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알게 된 김연희의 정보가 또 놀라웠다.

‘러시아의 랭커 이반나의 비공식 제자.’

이는 고급 정보였지만, 탑 시크릿 수준까진 아니다 보니, 팀원이 된 기념으로 회식자리에서 알려준 정보였다.

그녀의 제자답게 김연희 역시 근접전투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이반나가 성난 뿔곰이라 불리듯, 김연희도 비슷한 별명이 하나 있었다.

‘뿔난 괭이.’

정확히는 호랑이였다.

스킬을 사용하면 호랑이 같은 아우라가 일렁인다는 것인데, 김연희의 작고 아담한 체구와 귀여운 얼굴 때문일까?

뒤에서는 전부 고양이나 괭이라는 식의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왜 뿔난 괭이냐고?]

[앞에서 고양이라 해 봐. 어떻게 뿔나는지 볼 수 있을 테니까.]

[부팀장님이 뿔나면, 넌 불나는 거야.]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따라와.”

김연희가 그리 말하며 먼저 앞장을 서는데, 그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군장을 메고 가는 모습이, 왠지 모를 만화적인 이미지라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캐릭터성 제대로네.’

힘겹게 이를 삼키며 뒤를 쫓아 움직였다.

대개 던전의 경우, 등급이 올라가면 그 내부의 생태계나 규모도 커지는 만큼, 저만한 등짐이 크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마루 역시 비슷하게 큼지막한 등짐을 지고 있지 않던가.

포인트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간간히 몬스터가 발견되며, 자연스레 사냥이 거듭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던전 외곽지대인 까닭인지, 하위 등급의 동물형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급 몬스터인 까닭일까?

퍼퍼퍽!

김연희는 별 다른 스킬발현 없이, 그저 맨주먹으로 후려 패며 전진하고 있었다.

귀여움을 넘어 깜찍하기까지 한 외모와 달리, 저리도 패도적인 권격이라니. 언밸런스한 그 모습에 슬쩍 마른침이 넘어갔다.

‘웃지 말자! 이빨 보이면 족 된다.’

곤죽이 되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긴장감이 빡 돌았다.

신입생을 위해 최대한 편의를 봐 주며 몬스터를 처리해 주고 있었지만, 과연 B급 던전이라 해야 할지, 외곽지역부터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수가 상당했다.

그 때문인지 마루 역시 수시로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휘유...오늘따라 더 빡센 것 같네.”

어느새 포인트에 도착하고, 김연희가 가볍게 땀을 닦아내며 적당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은 뒤, 다른 조와 무전을 나눴다.

“일단, 꼴등은 아니네.”

그러더니 망원경을 들고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오늘 사냥 타깃 보인다.”

멀찌감치 보이는 건 몬스터들의 군락지였다.

‘골루크!’

C급 몬스터였지만, 무리 생활을 하는 탓에 잡기가 까다로웠다. 게다가 저처럼 군락지를 도모할 경우, 한 등급 높은 특수형 개체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탓에, 사냥이 쉽지 않았다.

이전 조사에서 족장까지 확인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족장이면, 전사에 주술사는 기본 옵션이야.]

마루와 같은 저격수들이 담당해야 할 건, 주술사 계열의 특수개체였다.

‘몸뚱이는 약하니까. 한 방에 확실하게 잡아도 되겠지.’

어떤 식으로 사냥할지 간단히 정리하며 총기점검에 들어갔다. 그리고 김연희는 그의 이런 모습을 조용히 그리고 유심히 관찰했다.

**

혜성길드 특수 1팀이 던전에 들어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시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계팀에 비상이 걸렸다.

“측정 이상 발생!”

소란이 이는 와중에 팀원들의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몬스터 웨이브?”

“설마, 던전 승급인가?”

과거였다면 웨이브를 대비하면 됐을 것이나, 앞서 한 차례 이변이 발생했던 까닭일까?

상황에 따른 경우의 수가 늘어버렸다.

“젠장!”

“B급 던전의 웨이브면 주변 초토화야.”

“승급이여도 골 때리는 건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일단 웨이브보단 승급이 났지.”

팀원들이 흔들리고 있을 때, 팀장이 나서서 중심을 잡았다.

“시끄러!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떠들 때야? 당장 비상 울리고, 주변에 지원 요청해.”

대형 길드급 경계령이 울리고, 인근 주변만이 아니라 지역규모의 경보와 함께, 대대적인 소집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이상현상을 깨달은 건, 특수 1팀의 최고 실력자인 이소희였다.

S급 랭커에 한발 걸친 그녀의 감각이 외쳐댔다.

‘대기의 흐름이...’

던전 전체적인 공기가 한층 무거워진 걸 느낀 것이다.

“어째, 좀 답답하네.”

“그러게. 텁텁한 게 입가심이 필요한가?”

팀원들도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느낀 듯, 하나같이 묘한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급히 무전을 들어 다른 조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감마. 이상 감지. 오버!]

[델타. 이상 감지. 오버!]

[제타. 이상 감지. 오버!]

아니나 다를까.

꼭 같은 반응들이 나온 것이다. 그제야 팀원 전체가 문제를 인지하며, 한층 경각심을 세운 모습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살폈다.

그 와중에 발생한 돌발 상황.

[델타. 포인트 발각.]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인조인 델타라는 점이었다. 발 빠른 게 장점인 팀이 아니던가. 그 부분을 상기하며 걱정을 덜 때였다.

[델타. 장로 출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연달아 터져버렸다.

‘골루크 장로라고?’

전사 그리고 주술사의 혼종이라 할 수 있는 특수 개체로써, 족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녀석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마검사와 같은 위치라서, 특히 번거로운 면이 있었다.

조의 배치가 정 반대편이었기에, 가장 가까울 저격조의 제타에게 지원을 부탁한 뒤, 급히 조원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엡실론. 상황 보고 바람.”

지원조의 엡실론은 사냥터를 전체적으로 관찰하고 있을 터, 돌발 상황에 불안감이 든 그녀는 골루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을 요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군락 오픈.]

놈들이 집밖으로 나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잘근거리며 입술을 짓씹는 건, 그녀가 정말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와중에도 중심만큼은 제대로 잡으며, 적절한 무전으로 각종 지시들을 내리는데, 그에 따라서 특수 1팀의 움직임도 크게 변동을 일으켜갔다.

기존 계획서는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

김연희는 여제의 무전을 듣고, 그 즉시 스킬을 한계치까지 끌어낸 뒤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 덕분일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세계가...’

그녀의 눈이, 남과 다른 걸 보는 스킬이, 요동치는 대기의 흐름 일부를 감지해낸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크윽!”

불쏘시개로 지진 듯, 두 눈 가득 화끈한 통증이 밀려오며 강제로 스킬이 중단되고, 잠시간 시야가 암전되는 경험까지 해야만 했다.

겨우 빛이 돌아왔을 때도, 그 여파가 남아있던지 시야는 제대로 된 걸 담지 못했다. 그로 인해 한 발자국 떼기도 어려워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루는 상황이 복잡해졌음을 깨달았다.

‘부상?’

김연희의 스킬에 대해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했고, 이내 알 수 없는 반동으로 커다란 충격을 먹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주륵...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눈물이 그 증거였다.

게다가 연신 경련을 일으키거나, 쉬이 눈을 뜨지 못하는 행동 역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골치 아프게 됐네.’

입술을 짓씹는 것도 잠시였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

마루는 자리를 잡고 자세를 취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상황이야 어쨌건, 그의 기존 포지션은 보조 저격 및 서포터가 아니던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투우우웅...

묵직한 총성이 대기를 갈랐다.

**

엡실론 주우련은 그리 대단한 각성자는 아니었다.

B급 A형!

부족하다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형 길드의 간판자리에 들기에는 모자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혜성길드의 특수 1팀에서 한 개 조의 지휘까지 맡게 된 건, 남다른 경력과 경험 덕분이었다.

대격변의 시대 초창기, 1세대 각성자로써 무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긴 시간을 생존해온 특급 헌터였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서, 지원조를 맡으며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게 된 것 역시, 그런 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짬에서 오는 바이브가 있지.”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그런 농으로 여유를 부린 주우련은 스킬을 한껏 개방했다.

[스킬 : 공명정진(共鳴靜振)]

진동계의 이중주 스킬이었다.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진하게 발생한 파문이 주변으로 넓게 퍼져나갔다. 그는 거기에 스치는 모든 정보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따악...딱...

지원조의 다른 이들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정보수집에 여념이 없었고,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한데 모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데.”

스킬을 한계치까지 끌어다 쓴 여파일까?

주우련이 급격히 시든 얼굴을 한 채, 따로 준비한 지도를 펼쳐들었다. 그리고 곳곳에 손가락을 찍어가며 포인트를 새기는데, 그 결과가 실로 암담했다.

“돌연변이가 이렇게 많이 나온다고?”

“어째, 예감이 안 좋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거’ 같은데요.”

“으음...”

조원들의 시선이 교차됐다.

무언가 짐작하는 바가 있기라도 한 듯, 하나같이 하얗게 질린 안색을 한 채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해 브리핑 받은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 발생했던 상황.

‘말도 안 돼!’

머리는 아니라 외치지만, 가슴의 울렁임은 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주우련이 입술을 짓씹으며 무전을 들었다.

“엡실론. 긴급. 돌발 특수 1급.”

마른침을 삼킨 뒤, 어렵사리 한 마디를 뱉었다.

“던전 승급!”

최악의 변수였다.

< #23. 돌발 특수 1급!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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