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Holy... >
뭔가, 말할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를, 무려 2개나 터트렸다.
크워어어어...
오우거의 울부짖음에서 선명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크아아악!
아픔을 분노로 치환한 듯, 포효가 터졌다.
저 깊은 내장에서부터 끌어올린 것 마냥, 아찔한 피어가 코앞에서 터져 나오니, 스킬로 정신방벽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이 꺾이는 걸 느꼈다.
‘젠장!’
뒤이어 통나무 같은 팔뚝이 휘둘러져 왔다.
[태세전환 - 터틀]
방어력을 높이며 이를 막았다.
다행이라면 거리가 워낙 가까웠고, 자세도 엉망인 상태에서 휘두른 일격인지라, 각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그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크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크게 흔들리며 상태를 뒤집어 놨다. 피하기보단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간격을 유지해야 돼!’
지금 이 거리가 그에게 가장 유리한 위치였다.
크륵...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또 버텨냈다는 게 놀라운지, 오우거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게 보였다.
[가속]
마루는 더 깊이 더 질척하게 달라붙으며 오우거의 몸뚱이에 올라탔다.
붙잡은 팔을 휘감으며 슬쩍 관절기를 걸어봤다.
카악!
잠깐이지만 통증을 느낀 녀석이 발악하는 사이, 빠르게 기술을 풀며 어깨를 짚고 올라갔다.
마치 암벽 등반을 하듯, 눈 깜짝할 사이에 타고 오르더니 등 뒤로 돌아간 마루가 그대로 헤드락을 걸었다.
온몸으로 건 기술이라 모양새가 좀 요상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들어간 듯, 오우거가 짧게 호흡을 끊어 치며 몸부림을 쳤다.
애초에 길게 볼 생각이 없었던 마루는 이번에도 슬며시 기술을 풀며 이동했다.
순식간에 등을 타고 내려간 뒤, 후방을 점한 그가 작정하고 호흡을 고르며 널찍한 등판 위로 일격을 내질렀다.
[태세전환 - 울프] [동력] [순살] [철권]
앞서의 연계기가 또 다시 발휘되는데, 뒤를 돌아보려던 오우거의 허리가 크게 꺾였다.
커허어엉...
손맛이 좋았다.
울부짖는 오우거의 모습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문제없다는 듯, 여전히 팔팔한 모습으로 몸뚱이를 일으키는 게 보였다.
‘확실하게 터트렸는데, 벌써?’
울분을 쌓아 급소의 아픔을 털어낸 모양이었다.
‘안 되지!’
마루는 이를 쉽게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용서해라.’
이는 오우거가 아닌, 자신의 오른팔에 하는 소리였다.
푸우우욱!
과감히 내지른 일권이 저 어딘가 깊숙이 박혀들었다.
꺼허어어억...
놈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다시금 무릎을 꿇었다.
‘크으...지독하네.’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손을 빼는 순간, 오랜만에 맡는 구수한 냄새가 올라왔다. 덕지덕지 묻어있는 건더기들이 보였다.
관장공장공장장. 장관장.
왠지 캐릭명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크륵...크우으으...
문득, 오우거와 눈이 마주쳤다. 분노로 충혈 된 와중에도 살짝 풀린 동공이 놈의 상태를 말해줬다. 또륵 새나온 한 방울 눈물도 비쳤다. 정말 아픈 것이다.
묘하게도 그 시선이 읽혀지는 느낌은 뭘까?
[더럽고, 치사한 놈!]
왠지 모르게 뜨끔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크흠...’
손을 흔들어 건더기를 털어내며, 다시금 바짝 달라붙었다.
앞, 뒤로 치명타를 입은 까닭일까?
그의 접근을 보면서도 반격하기보단 몸을 웅크리는 오우거의 모습이란, 알 수 없는 동정심을 자극했다.
빠바바바바박!
마루의 찐한 타격기가 펼쳐졌다.
‘때릴 데가 많아서 좋긴 하네.’
혹시라도 회복할까, 틈틈이 급소도 건드려줬다.
꺼헉! 크헝...
A등급 상위종 계열의 오우거지만, 샌드백으로 전락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
혜성길드 특수 1팀은 A등급 던전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팀이었다.
이를 상기한다면 갑작스런 승급에도 크게 당황할 이유가 없어야 할 것이나,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던전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거기에 맞는 장비를 준비해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그들의 장비는 B급 장비였다.
B등급 던전에 A등급 장비?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었다.
B등급 던전이기에 B등급 장비가 맞았다.
상위의 무구는 그만큼의 사념체가 얽혀있는 만큼, 제아무리 오랜 시간 길들이기를 했더라도, 적당한 경계는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각 던전에 맞는 무구를 준비해서 들고 다니는 것이다.
[신입의 공식 데뷔전!]
거기에 맞춰 외곽 경계만 돌 생각으로, 철저하게 B급 장비로만 세팅을 한 것인데, 갑작스런 승급으로 상황이 복잡해져버렸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빠져나가야 돼.’
이소희는 골루크 군락지를 두드리며 빠른 후퇴를 결심했다. 토벌에 대한 계획은 일찌감치 접어버린 상태였다.
“특수 개체가 너무 많은데요.”
“아무래도 승급의 영향 같습니다.”
일반 골루크가 진화하며 전사가 되는 걸 확인했다. 그로 인해서 외부의 돌발 상황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던 놈들 중에서 진화한 놈들이 나온 거겠지.’
첫 돌발 상황의 장로가 그러했고, 지금 꾸준히 보고되는 다른 특수개체 역시 그 같은 변화를 거친 것이리라.
그런 이유로 골루크 군락지 내부에서도 특수 개체가 쏟아지듯 튀어나왔는데, 그 수가 기존에 보고된 걸 한참이나 웃도는 숫자였다.
군락지는 보통 세 자릿수를 훌쩍 넘기는 기본 개체가 살아가는 만큼, 그 속에서 얼마만큼의 진화가 이뤄졌을지, 쉬이 견적을 내기가 어려웠다.
새로운 정보 조사와 계획이 필요했다.
그들 일행이 당장 발을 빼지 않는 건, 외부의 상황이 정리되기까지 이곳 군락지의 시선을 잡아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슬슬 기운이 빠져가는 걸 느낄 즈음, 엡실론에게서 기다리던 신호가 왔다.
[퇴로 확보.]
물러날 타이밍이었다.
**
꺼어...억...꺽......
비참한 최후라고 해야 할까?
마루는 혀를 빼 물고 죽어버린 오우거를 한참 내려다보다 돌연 무릎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너부러졌다.
“후우...훕...후웁...푸후우우...”
뒤이어 터져 나오는 숨소리가 거칠기 짝이 없었다.
‘괴물 같은 놈!’
어린놈이라지만 그래도 상위종의 한 부류라는 것일까?
‘때리다가 지칠 줄이야.’
전신이 바르르 떨렸다.
뿐만 아니라 각종 스킬로 보호하고 강화했을 주먹이 팅팅 부어있는 것 역시 눈에 들어왔다.
치는 와중에 축적된 데미지가 손발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산탄권]
장풍계 권격으로써, 닿지 않고 두드리는 스킬이 아니었더라면, 일찌감치 두 주먹이 뭉개졌을 터였다.
‘위력이야 좀 떨어져도, 상황엔 딱 맞았지.’
산탄권의 장점이라 한다면?
효과음에 있었다.
[타탕! 탕! 타타타탕...]
마치 총성을 따라하듯, 요란한 타격성이 터진다는 점이었다.
시야가 고장난 김연희에게 총화기로 대응하고 있다며, 차후 변명을 위한 밑밥을 깔아놓은 거였다.
‘얼마나 속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물론, 막판에는 계산보단 주먹 보호를 위한 발동이었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때리다가 지쳐서 역전패를 당할 뻔 봤는데, 시기적절하게 발동된 스킬이 뒷심을 불어넣어 줬다.
[PRI] [태세전환 - 버드] [도전자]
전투 중에 발동되는 버프가 이어지고, 거기에 회복계열 스킬의 연계까지 더해지니,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다.
“후욱...훅...후훅......”
‘그래도...잡았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그는 ‘오우거’를 잡았다.
무려 A등급 몬스터였다.
B급 헌터가 1대1로 잡을 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아니 A급 헌터도 혼자서 잡는 건 쉽지 않을 터였다.
‘상위종을 잡았어!’
가슴이 뛰었다. 치열했던 격전의 여파와 무관하게 심장이 널뛰었다.
[엔트라넷 등급 : B]
그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보이는 거 이상을 지녔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가슴 한편이 든든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감이 생겼다.
‘것보다, 쉴 시간 없는데.’
끓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당장 상황에 집중하려 해 보는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지금 필요한 건 하나였다.
‘연공법으로 회복을 해야...’
그 타이밍에 끼어드는 음성 하나.
“고생했다.”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지쳐 쓰러진 그의 곁에 김연희가 서 있었다.
“이젠, 좀 쉬어라.”
마루가 깜짝 놀라 그녀를 올려다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녀가 그의 전투를 봤는지에 대해서였다.
변명거릴 준비해 놓긴 했다.
‘전투를 봤으면 말짱 꽝인데.’
긴장된 음성으로 물었다.
“눈이 보이시는 겁니까?”
김연희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직. 그래도 어렴풋이 윤곽 정도는 잡히네. 속도 좀 괜찮아 졌고.”
그 때문인지 환상과도 같던 색상의 세계가 문을 닫아버렸지만, 역으로 상태는 나아져서 스킬도 일부 발동됐다.
“경계는 내가 설 테니까. 일단 좀 쉬어.”
이에 마루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당장 거기에 허비할 심력이 없던 터라, 일단 연공법을 시작했다.
‘못 봤더라도, 모를 순 없겠지?’
나름대로 이런저런 밑밥과 변명거리를 준비했지만, 오우거는 너무 대어였다.
당장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김연희가 굳이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입 닥치고 있어야지.’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부정적인 생각은 회복 이후에 떠올리면 될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회복이니까!’
홀리십이나 활력의 춤 같은 스킬이 회복에는 최선이겠지만, 거동이 쉽지 않은 탓에 둘 다 무리였다.
사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차후에도 홀리십은 무조건 제외였다.
‘그 미친 막춤을 남들 앞에서 할 순 없지.’
이럴 때를 위해서 익혀 놓은 게 있었다.
순수하게 회복을 위한 연공법이라 별다른 버프는 기대할 수 없는데다가, 회복수준도 극히 평범한 그런 연공법이지만, 이런 상황에 쓰기 위해 대외용으로 배워놨었다.
[들숨날숨]
장점이라면 어떤 자세에서건 발동된다는 점으로써, 그 덕분에 벌러덩 드러누운 상태에서도 편하게 연공법을 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0분 남짓?
그 즈음 날아든 무전이 그를 일으켰다.
[퇴로 확보.]
게다가 마냥 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오우거가 죽은 걸 들킨 모양이다.”
나무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김연희가 그리 말하며 다가온 것이다.
아우라를 보는 스킬의 장점이라면, 그저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탐색이 된다는 점이었다. 시야나 시력 등의 여부와는 무관한 탐색이었다.
그녀는 다양한 아우라의 접근을 발견했다.
상위종의 출현에 몸을 사리던 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오우거의 등장과 난동으로 이미 이 주변은 일종의 핫플레이스가 된 상태였다.
그 소란이 끝났으니, 하나 둘 고개를 들 법도 했다.
“그래도 당장 달려들진 않을 거야.”
일단 상위종을 잡은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살피려는 모양새였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발을 빼기가 힘들겠네요.”
“그렇지. 힘들겠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돼.”
오우거의 사체가 아깝기는 하지만, 괜히 수습하려다 발목이 잡힐 판국이었다.
마루나 김연희 둘 다 정상이 아닌 상황이었다.
‘짧은 전투라면 모르겠지만, 몰려드는 수가 만만찮아.’
시기적절하게 퇴로 확보 무전도 왔다.
“일단 지원조 요청을 해 놨으니까. 기존 루트 유지하며 빠지다 보면 서포터가 들어올 거야.”
마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연공법의 효과가 있는 모양인지, 작게나마 기력이 채워지면서 무릎을 바로세울 수 있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내가 앞장을 설 게.”
아직 시력 회복이 덜 됐지만, 스킬을 통해 아우라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주변 포위망의 빈틈을 찾아내는 게 가능했다.
몰려든 몬스터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최대한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길잡이를 부탁해.”
현장을 빠져나온 이후로는 김연희가 후방으로 빠졌다.
지금부터는 기존 루트를 통한 이동으로써,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기에, 시야가 온전한 마루가 이끄는 게 나았다.
“오우거의 사체를 미끼로 던져놓고 왔으니까. 쫓아올 놈은 몇 없을 거야.”
물론, 경계를 늦출 순 없었다.
실제로 빠져나오는 중에 뒤를 쫓은 놈들과 몇 차례 마찰이 발생했고, 마루는 거기서 김연희가 왜 뿔난 괭이라고 불리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냥이 맞네.’
마치 그가 태세전환을 할 때처럼, 독특한 아우라가 전신을 휘감는데, 언뜻 그 형태가 동물, 그 중에서도 고양이와 참 많이 닮아있었다.
게다가 손발을 휘젓는 모습이 성난 고양이의 앞발질을 꼭 닮아있었다.
냥냥펀치! 냥냥펀치!
타고나기를 귀염상인데 저런 아우라까지 두른다?
‘반칙이네.’
왠지, 먹을 걸 사주고 싶어졌다.
이 심각한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랴.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리기라도 하듯, 아우라의 형태가 흐려지고 희미해질 무렵, 기다리던 지원군이 도착했다.
“갓파!”
일찌감치 아우라를 확인한 듯, 김연희가 반갑게 외쳤다. 이에 등장한 사내가 버럭 성을 냈다.
“카파(Kappa)라구요!”
엡실론 조의 최고 실력자인 서지한이었다.
코드네임 때문에 웃기는 별명이 붙어버렸지만, 실상은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인해, 혜성길드 특수 1팀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사내였다.
그가 달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윈드 서퍼]
지원조 최고의 실력자이며, 가장 빠른 속도광이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타는 그의 스킬은 최대 3명의 손님을 실어 나르는 게 가능했다.
엡실론 조가 4명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퇴로 잡느라 바빠서 저만 왔습니다.”
그 말에 김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지한이 만든 윈드 보드로 올라탔다. 잠깐 주저하던 마루도 조심스레 그 위로 발을 들였고, 이내 셋을 태운 보드가 바람을 타고 질주했다.
**
특수 1팀의 모든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후아...지쳤다.”
“좀 쉬자.”
“이렇게 똥 쌀 던전이 아닌데.”
아직 안전지대까지 빠져나간 건 아니지만, 일단 퇴로를 밟는 중이었고, 전력이 한데 뭉쳤다는데서 오는 안도감이 그들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10분간 휴식.”
엡실론의 보고를 들은 이소희가 한줌 여유를 허락했다. 몸을 식혀선 안 되기에 쉬는 와중에도 각자 나름대로 몸을 푸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마루 역시도 슬그머니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연공하기 딱 좋은 분위기네.’
활력의 춤을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저도 몸 좀 풀겠습니다.”
적당히 밑밥을 깐 뒤, 연공을 시작했다.
‘...어?’
그리고 깜짝 놀라야만 했다.
‘뭐지?’
미묘하게 다른 흐름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건 마치, 몸이 멋대로 길을 조정하는 느낌이었다.
‘이거, 설마?’
마루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Holy...’
그는 자신의 몸동작을 살폈다.
우스꽝스런 막춤이 아닌, 절도 가득한 품세로써 분명 활력의 춤이 맞았다.
헌데, 미묘하게 세부 동작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그 부분을 집요하게 관찰한 결과가 놀라웠다.
‘맙소사! 변형 홀리십이잖아.’
아직 현실로 가져오지 않은 스킬이 아니던가.
‘어떻게?’
비구현 스킬이 발동될 수 있단 말인가.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져가는 가운데,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었다.
처음 그리고 두 번째인 오늘.
던전에 들어설 때의 그 감각.
‘분명, PP를 닮아있었어!’
의혹으로 번지기에 충분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
던전 그리고 PP!
의심의 싹이 피는 순간이었다.
< #25. Holy... > 끝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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