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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11화 (211/424)

00211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급한 일을 마무리 지은 나는 아침 일찍 시민은행 본점을 찾아갔다.

“어서 오십시오. 마동수 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팀장 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게요. 제가 요즘 많이 바빴습니다. 그런데 제가 팀장 단 건 어떻게 아시고...”

원래라면 고객님이라고 부르던 박 차장이었다.

“최근에 증권가 찌라시에 마동수 팀장님이 이름이 잠깐이지만 오르내렸습니다.”

“네? 제 이름이요? 왜 갑자기 제 이름이...”

“그 동네가 원체 별별 소문이 다 도는 곳입니다. D&Y피트니스 클럽과 아이두 기획이 팀장님 머리에서 나온 거라면서요?”

“아... 그게... 일단 아이디어는 제가 냈지만, 같이 일했던 팀원 전체가 같이 이뤄낸 일이죠.”

“겸손하신 말씀이군요. 솔직히 저도 갑자기 증권가에서 ‘마동수’라는 이름이 오르내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닌데,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 좀 더 자세히 알아봤었죠. 그런데 그 사람이 주식회사 동지에서 일하는 마케팅 소속 직원이라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신기한 일이네요. 증권가 찌라시 이런 건 꽤 유명한 사람들 이야기만 도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솔직히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대체 뭐라고 증권가에 이름이 돌았나 의아한 마음도 들었고, 혹시나 로또에 당첨된 사실이 알려진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를 하는데, 증권가에서 연예인에 대한 소문은 극히 일부 정보일 뿐입니다. 대부분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정보들이 오가죠. 그리고 D&Y피트니스 클럽나 아이두 덕분에 주식회사 동지와 동지 호텔·리조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 않습니까? 그 일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니 이름이 알려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건 없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게 끝이 아닐 것 같군요.”

“네. 그런 큰 공을 세웠는데도 한직으로 밀려날 뻔했다면서요? 아니지. 동지마트면 한직으로 밀려난 거나 마찬가지죠. 그 때문에 팀장님을 스카우트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농담 아니시죠?”

“제가 왜 중요한 고객님을 앞에 두고 농을 하겠습니까?”

믿기 지가 않아서 반문했지만 박 차장의 얼굴은 진지했다.

“저를 스카우트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있다니 신기하잖아요. 제 이름을 다른 회사가 알고 있다는 것도 웃기고요.”

“이런. 마동수 팀장님. 본인을 그렇게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우리 시민은행과 동지그룹 간에 있었던 어린이날 행사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셨지 않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동지랜드도 팀장님이 살렸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혹시 사실입니까?”

“와! 비밀이 없다더니, 세상 참 무섭네요. 그런 사소한 정보까지 알려지는 곳입니까?”

“사소한 게 아니라 그만큼 팀장님의 가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D&Y피트니스 클럽의 성공이 결정적이었지만요. 그리고 미 대사 부부와 연계된 어린이날 행사부터 동지랜드 그리고 D&Y피트니스 클럽과 아이두까지 건드리는 프로젝트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사실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요.”

“그러니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겁니다. 투자비용만 수백억씩 투입해서 이룬 일이 아니라 오직 마케팅 하나로만 성공했다는 게 더 대단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해도 최초로 기획하는 건 어렵습니다.”

“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믿기지도 않고요.”

“이미 헤드헌터 업계에서는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쪽을 통해서 팀장님 정보를 얻은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어떻게 팀장이 된 사실을 알았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혹시 헤드헌터 쪽에서 연락이 가지는 않았습니까?”

“아니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이상하군요. 관심이 상당히 많아서 연락이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최근에 좀 안 좋은 일을 겪어서 휴대전화번호를 바꿨습니다. 그리고 메일이 몇 개 날아오긴 했는데, 지금 연봉의 1.5배에서 2배를 준다는 말에 그냥 스팸이라고 생각하고 지워버렸고요. 헤드헌터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설지 않습니까?”

헤드헌터.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대신 찾아서 소개해주는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민간인력 소개업체를 말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임원채용은 물론 경영 컨설팅까지도 헤드헌터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같은 나라의 이야기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해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런 식으로 180도 바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인 것 같다.

“저런. 그래서 그랬군요. 거기다 최근에는 고현호 이사와 완전히 같은 배를 탔다고 소문이 퍼졌으니 그 사람들은 일부러 연락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겠군요.”

“전 그룹 내에서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고현호 이사의 사람이 된 겁니까?”

“제가 팀장님이 아니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죠.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소문이 났습니다.”

“쩝.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네요. 스카우트 제의가 왔으면 긍정적으로 생각이나 해볼걸. 아쉽네요.”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고현호 이사가 제시한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으려고요? 마동수 팀장님의 거취는 결정이 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팀장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또 왜요?”

“만약 동지마트까지 살리면 그건 진짜 실력이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고현호 이사와 엮였다고 해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갈 겁니다. 몸값도 지금보다 최소 다섯 배 이상 뛰겠죠. 기업 규모에 따라서는 곧바로 임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성공하고 싶군요.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주목받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잘 알고 계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동지마트 주식을 사려고요.”

“아! 하긴 동지마트뿐만 아니라 용역비리에 관련된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긴 하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긴 하지만 동지마트에겐 그것조차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주당 2,000원이던 동지마트의 주가는 최근 사태로 인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못 가 파산이 될지도 모른다. 걱정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동지마트를 살릴 수 있을지 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해놓고, 주식을 사는 건 걱정하다니 뭔가 좀 웃겼다. 물론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네. 요 며칠 동안 일을 진행하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동할 수 있는 현금이 얼마나 될까요?”

“지금 제가 관리하고 있는 마동수 팀장님의 지금 현재 105억 원 정도 됩니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제가 처음에 90억 원을 맡겼던 것 같은데요.”

“금 펀드를 비롯한 몇몇 투자처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제가 꾸준히 보고를 드렸습니다만.”

“하하하. 금액이 너무 크다 보니 아직 현실감이 없어서 ‘많구나.’라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많이 늘어났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 돈 전부를 주식 사는데 투입할 순 없겠죠?”

“네. 그렇게 되면 손해가 꽤 발생합니다. 다행히 며칠 전에 15억 원 정도를 회수했습니다. 적당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그 돈으로 매입하면 어떻습니까?”

“좀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죠. 제가 하는 일이라 조짐이 좋긴 한데, 감만 믿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투자를 할 수는 없죠.”

“음... 혹시 말입니다.”

내 말에 박 차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말씀하십시오.”

“정말 확신이 있으시다면 두 방안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요? 어떤 방법인데요.”

“하나는 지금 가지고 계신 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주식을 사는 겁니다.”

“빌딩도 제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산 건데, 거기서 또 대출을 받기는 좀...”

당시 빌딩 구입 비용으로 65억 원이 들어갔고, 그중에 60억 원은 시민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했다. 그런데 대출해서 구입한 빌딩을 다시 담보로 잡히려고 하니 뭔가 좀 찜찜했다.

“아니면 아예 빌딩을 매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 빌딩을요? 그걸 사겠다는 사람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원래 가격이 100억 원 정도 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최근에 경기가 다시 회복되어서 예전 가격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관리하는 고객님들 중에서도 빌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는데요?”

65억 원을 주고 산 빌딩이다. 솔직히 80억 원 이상만 받아도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100억 원은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네? 얼마요?”

“100억 원입니다. 경기가 좋아서 좀 더 가지고 있으셔도 됩니다만, 동지마트에 대해 확신하고 계신다면 팔아서 주식을 사는 것도 괜찮겠죠. 제가 봐도 바닥을 친 건 사실이니까요.”

“미치겠군.”

“네?”

“하하하. 혼잣말입니다. 어이가 없어서요. 불과 작년 초만 해도 돈 백만 원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왔던 제 삶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입니다. 100억 원이면, 세금 등 여러 가지 부수 비용이 나가겠지만, 고작 1년 6개월 사이에 35억 원을 번 셈입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죠. 박 차장님이 자산 관리를 잘 해주신 덕분에 시민은행에 맡긴 돈도 15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무려 50억 원입니다. 이게 대체 뭔지 허무하기까지 하군요.”

단순히 50억 원이 끝이 아니다. 시연이가 산 빌라 가격도 20억 원이다. 로또를 제외하고도 나는 그동안 가만히 앉아 70억 원을 번 셈이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물론 제가 마동수 팀장님처럼 거금을 번 적은 없지만, 옆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지켜봤으니까요.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팀장님이 운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90억 원으로 1년 반 사이에 50억 원을 벌었으니까요. 이건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줄은요.”

“감사합니다. 처음에 경매 건물을 사라고 했을 때는 조금은 미심쩍은 면이 있었는데 기우였네요. 정말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별말씀을요. 믿어주셔서 저도 많은 이득을 봤습니다. 우리끼리 속된 말로 ‘운장’이라고 하는데, 고객 중에 보면 유난히 운이 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을 얻을 정도로요.”

“제가 그렇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마동수 팀장님을 담당한 이후 다른 고객님들의 일까지 술술 풀리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동지마트를 주식을 사신다는 것도 적극적으로 반대를 안 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는 두 손 두 발 들고 반대를 해야 하거든요.”

“자산 관리하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좀 이상한데요.”

“우리 쪽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미신을 많이 믿습니다. 중요한 투자를 결정하는 날 면도를 안 하는 사람은 꽤 있고, 심지어 여자 속옷을 입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내게 운이 따른다는 말은 박 차장이 처음이 아니었다. 고현호 이사 또한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로또에 당첨된 이후 정말로 내가 하는 일마다 운이 따라 주는 것 같긴 했다.

아무리 적절하게 잔머리를 썼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상황마저 내게 유리하게 돌아가곤 했다. 미 대사 부인이 아이를 온몸으로 감싸서 사고를 막았던 일이나 D&Y피트니스 클럽 목동 부지선정을 위해 무리하다가 죽을 뻔한 일도 생각해보면 내게는 전화위복이었다. 이번에 모 기업 이사가 내뱉은 부적절한 발언 또한 사건은 키웠지만, 우리 동지마트 입장에서 보면 그리 나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행운은 시연이를 만난 것이다. 아니면 그녀가 나의 행운의 여신이든가. 생각이 그렇게 미치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의 재산을 한 번 짚어달라는 분이 계셔서 간단하게 언급했습니다.

시민은행 자산관리 105억 + 빌딩 100억 + 고급빌라 20억 - 은행대출 60억 = 165억

빌딩이 좀 뻥 튄 느낌이지만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그냥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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