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허허허.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이봐요. 강 이사님. 제 말이 우습습니까?”
“아뇨. 제가 어떻게 조 이사님의 말을 우습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냥 지금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우리 동지그룹이 어떤 곳입니까?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그런 동지그룹을 움직이는 부회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상무님까지 모인 자리에서 논의한다는 게 고작 계열사 팀장의 진퇴 여부라니, 좀 그렇지 않습니까?”
“크흠···. 그··· 그게 그러니까. 동지마트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 아닙니까?”
“동지마트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요? 어떤 일을 제대로 안 했다는 말씀입니까?”
“문제가 많은 마동수 팀장을 계속 동지마트 핵심 팀의 리더로 두고 있지 않습니까? 안 좋은 소문이 그룹 전체에 퍼질 정도로 행실에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면, 동지마트에서 먼저 사표를 받고 내보냈어야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고현호 이사님의 고유권한입니다. 조 이사님. 지금 고현호 이사님의 인사권에 간섭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입니다.”
“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닙니다. 그룹에 안 좋은 소문이 나고 있으니 마동수 팀장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그만. 조 이사님. 말씀은 잘 알았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듣도록 하겠습니다.”
박 이사에 이어 조 이사까지 침착성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자 보다 못한 고정호 전무가 그의 말을 멈추게 했다.
“알겠습니다. 전무님.”
“고현호 이사.”
“네. 전무님.”
“내정 간섭이다 뭐다 하며 기분 나빠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번 회의의 진행자로서 꼭 한 가지만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전무님.”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다고 해도 그룹 내 안 좋은 소문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 마동수 팀장입니다. 자칫 우리 그룹의 이미지까지 나빠질까 걱정이군요. 그런데도 계속 데리고 있을 겁니까?”
“큰 공을 세운 사람입니다. 소문만으로 그런 사람을 내보낸다면 앞으로 누가 우리 동지그룹을 위해 일을 하겠습니까?”
“대가성이 있든 없든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는 건 우리 동지그룹 사규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법행위입니다. 고현호 이사가 계속 마동수 팀장을 감싸고 돈다면 나는 이번 회의의 직권자로서 그에 대한 파면을 결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곳 회의에 참석한 이사진들은 고정호 전무 측 세력이 3, 고평호 상무 측 세력이 3, 고현호 이사 측 세력이 1 그리고 중립이 2인 비율이다. 고작 계열사 팀장의 진퇴여부를 가지고 이사회가 투표한다는 게 우습긴 해도 고현호 이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동수를 짜를 수 있다면 그 정도 창피함은 감수하겠다는 게 고정호 전무의 생각이었다. 이는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고평호 상무 측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전무님. 죄송하지만 감사팀의 조사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감사팀의 조사가 잘못되었다고 했나요?”
“솔직히 말씀드려 대체 왜 우리 마동수 팀장에게 직접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전화로 물어만 봤어도 이런 오해는 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저도 동지그룹에 돌고 있던 마동수 팀장에 대한 해괴한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불러 대놓고 사실 여부를 물어봤죠.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소문이 사실이냐?’ 이렇게요.”
“그랬더니 마동수 팀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사실이라고 그러더군요.”
“그것 보십시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소문이 사실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고현호 이사의 대답에 조용히 앉아있던 박 이사가 그제야 흥이 난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런데 다시 돌려줬다고 하더군요.”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제대로 조사하면 나올 일을 제가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여러분들도 아시는 것처럼 마동수 팀장의 마케팅 능력은 탁월합니다. 동지랜드, D&Y 피트니스 클럽, 동지마트. 그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성공을 거두었거나 거두고 있습니다. 그 능력을 알아본 윤 스포츠센터의 윤승태 사장이 마동수 팀장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두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아이두의 성공에 고무된 윤승태 사장은 기꺼운 마음으로 마동수 팀장에게 돈을 건넸습니다. 아이두에 대한 아이디어를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사용료와 계약금 명목이었죠. 하지만 마동수 팀장은 우리 동지그룹 사람이기 때문에 그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도 완강히 거절하는 윤승태 사장 때문에 고민 끝에 그와 그의 연인인 윤시연 양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를 해버렸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3억 원입니다. 그 거액을 한 푼도 안 남기고 전부 기부하다니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을 믿겠습니다.”
“박 이사님.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스캔들이 일어나자 인제 와서 전부 기부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박 이사님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네? 아니. 그··· 그건 아닙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고현호 이사의 엄청난 박력에 박 이사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항상 차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만 보여줬던 그의 색다른 모습에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상당수 이사의 눈빛이 호감으로 변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박 이사님. 제가 지금 보여드리는 건 조금 전에 발행된 석간신문입니다. 혹시라도 박 이사님처럼 무조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여러분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일부로 사왔습니다. 5페이지 사회면을 보면 재미있는 기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회의 진행을 돕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고현호 이사의 지시에 따라 신문을 모두 나눠주자 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신문의 5페이지를 열어볼 것을 권했다.
< 숨겨진 선행천사 –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아름다운 윤시연 작가
‘그에게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윤시연 작가. 최근 모 마트 CF에 등장해 엄청나게 아름다운 모습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모델과 그녀가 동일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윤시연 작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다. 작년에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3억 원이라는 거금을 희귀난치병 어린이돕기센터에 기부한 그녀는, 올 3월 또다시 두 사람 이름으로 1억 원을 같은 제단에 쾌척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전 자신이 출연한 CF 출연료로 받은 돈의 절반인 5,000만 원을 또다시 기부하면서 진정한 선행천사로 등극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실천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윤시연 작가는 기부뿐만 아니라 희귀난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직접 봉사활동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처음엔 저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공부만 하느라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약혼자가 주최했던 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기부나 봉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사람은 그것 말고도 매달 얼마씩 어린이집에 기부를 하고 가끔 시간이 나면 아이들을 보러 방문을 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 누군가를 도울 때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처음에 저는 남자친구가 좋아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녔을 뿐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데이트의 일종으로 생각했던 윤시연 작가는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약혼자보다 더 자주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죽는다는 게 뭔지도 모르는 천사같은 아이들이에요. 정말 작고 예뻐요. 그런 작고 여린 아이들이 태어나서 병원에서만 생활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병실에서 그냥 사그라지는 건 정말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죠. 제가 가서 세상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예쁜 누나, 언니가 왔다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제가 그 아이들을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제가 오히려 힐링을 받는 건지 헷갈릴 때조차 있어요.’
그녀는 직접 행동을 하면서 선행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그로 인해 행복과 보람을 알아가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 후략 ······················· >
고현호 이사가 알려준 기사를 읽느라 회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흐음···.”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의 나직한 탄성을 신호로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특히 이번 임시 이사회를 주도했던 고정호 전무 측의 사람들이 얼굴은 낭패를 만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현호 이사. 이런 소식을 알고 있었으면 임시 이사회가 소집되기 전에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네? 저는 전무님이 이 문제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마동수 팀장을 아끼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임시 이사회에 거론될 만큼 거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조금 전 발행된 석간신문까지 가지고 참석한 용의주도함을 보였지만, 고현호 이사는 일단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고정호 전무는 얄밉기까지 한 동생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섣불리 이사회까지 소집한 그의 실책이었다.
오랜만에 열렸던 동지그룹의 임시 이사회는 일종의 헤프닝처럼 아무 소득도 없이 그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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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동수가 어린이집(고아원)에 매달 100만 원씩 이 소설 초반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혹시라도 억지스럽게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사실 여주인 시연이를 너무 완벽하게만 만드는 것 같아 좀 걱정입니다. 인간적인 면도 있고 해야 좋은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캐릭터로 느끼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어쨌든 이 소설은 현실을 배경으로 한 대리만족형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