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마 팀장님이 선택한 남자라···. 멋지긴 한데, 왠지 어감이 이상하다. 칫!”
“응? 뭐가 이상해?”
“마 팀장이 선택한 남자라니. 마 팀장님이 여자도 아니고.”
“그런가? 그럼, 말을 바꾸자!”
미래의 투정에 시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추미래가 선택한 남자, 태준호 대리. 이렇게. 어때?”
“뭐어? 야아···. 아직 서··· 선택한 건 아니고.”
“마음은 이미 절반 이상 기울어 놓고는. 안 그래?”
“음···. 그렇긴 한데. 아 참! 시연아. 너 정지영 과장님도 알지?”
“그럼, 당연히 알지.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세 명의 여자 중 한 명인데.”
“윤시연 네가 부러워하는 여자가 세 명씩이나 있다고? 이 시대 최고 신붓감으로 꼽히는 윤시연이 대체 누굴 부러워한다는 말이야?”
“한 명은 조연서 언니야. 우리 동수씨 생명의 은인이 계셔. 백우찬 오라버니라고. 그분의 애인인데, 정말정말 예뻐. 연예인을 제외하고 내가 태어나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뻤어.”
“태어나서 본 여자 중에서 제일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궁금해? 잠깐만. 여기 이 분. 어때? 예쁘지?”
시연은 그렇게 말하고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자신과 함께 찍은 조연서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우와! 대에박···! 진짜 아름다우시다.”
“그지그지? 완전 예쁘시지?”
“어! 진짜진짜 예뻐. 누가 보면 연예인 줄 알겠다, 얘!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긴 하다.”
“뭐가?”
“보통 저런 예쁜 언니 옆에서 사진을 같이 찍으면, 웬만큼 예쁘지 않고서는 못생겨 보이게 마련이거든. 그런데 어떻게 둘 다 빛이 나냐? 막상막하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정말? 진짜? 진짜 내가 연서 언니 막상막하야?”
아무리 예쁘다고 칭찬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시연이지만, 조연서와 비교하는 칭찬은 달랐다.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었고, 까칠한 동수조차도 예쁘다고 인정한 사람이라 은근한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그럼! 물론 약간 느낌이 다르긴 해. 저 언니가 섹시하다면, 넌 청순한 느낌? 그런데 남자들은 시연이 너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할걸?”
“다른 남자들이 좋아하는 건 나랑 상관없어. 우리 동수씨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야지.”
“나 원···. 너, 그거 병이다, 병.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팀장님 바라기네. 그건 그렇고 두 번째는 누구야?
“고장희 언니! 그 언니는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최고로 귀여워. 진짜 깜찍해서 깨물어주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야. 장희 언니 사진도 있으니까, 보여줄 게. 어디있더라. 아···! 여기 있다. 어때? 귀엽지?”
“꺅! 어떡해, 어떡해. 완전 귀여우시다. 우와! 사람이야, 인형이야?”
미래는 귀여운 강아지라도 만난 듯 비명까지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름다운 조연서의 사진에도 이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그지? 내가 부러워할 만하지?
“응···. 부럽다. 진짜. 이 언니랑 친해? 나도 좀 소개해주면 안 돼? 이렇게 귀여운 언니랑은 꼭 친해지고 싶어.”
“그럴까? 잠시만 기다려봐. 지금 뭐하시는지 문자 보내볼게.”
시연은 고장희가 미래가 다니는 동지그룹 고진성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일단 ‘언니 뭐 하세요?’라는 문자만 보냈다.
“장희라는 분하고는 진짜 친한가 봐?”
“응! 완전! 꼭 내 친언니 같아. 그러니까 너랑도 잘 맞을 거야. 혹시 오늘 안 되면, 다음에 날 잡아서 같이 꼭 보자.”
“그래! 나도 꼭 친해지고 싶다. 호호. 아참! 그럼 네가 부러워하는 마지막은 누구야? 설마 정지영 과장님은 아니지?”
“왜 아니겠어. 당연히 정 과장님이지?”
“왜에? 아··· 아니. 그러니까 정 과장님 외모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네가 보여준 두 분은 절대 미(美), 절대 귀여움을 가지신 분이라고. 그렇지만 정 과장님은 거기에 비하면 평범한 외모라고 할 수 있잖아.”
미래는 시연의 말이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정지영 과장은 예쁘다기보다는 귀여운 외모였다. 그렇지만 귀여움 계(?)에는 절대 귀여움을 자랑하는 고장희가 있었다.
“외모는 약간 평범하긴 해도, 그분 또한 절대 반지 급의 매력이 있잖아.”
“그게 뭔데?”
“절대 바스트!”
“뭐? 윤시연 너, 진짜 엉뚱하다. 절대 바스트?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하지만 부러운 걸 어떡해? 넌 안 그래?”
“뭐··· 솔직히 좀 부럽긴 하지. 그렇지만 시연이 너도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잖아.”
“왜 작은 편이 아니야? 가까스로 B컵 커트라인에 겨우 들었는데.”
“그 정도면 큰 거거든!”
“그래도 절대 바스트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어. 음··· 그런데 정지영 과장님이 왜?”
“응?”
“네가 그랬잖아. 정지영 과장님 아느냐고.”
“아···! 맞다. 그랬지. 얼마 전에 회의를 하는데, 정지영 과장님이 그러시더라고. 팀장님을 위해 웃통을 벗었다고. 그리고 그걸 태 대리님도 넋을 잃고 봤대.”
“뭐?”
“어? 너도 처음 듣는 소리야? 마 팀장님이 시연이 네게 물어보면 알 거라고 했는데.”
“아아···.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다. 갑자기 다짜고짜 우리 동수씨를 위해 웃통을 벗었다니까 놀랬잖아. 정 과장님의 장점 중 하나가 절대 바스트 만큼이나 성격도 호탕하다는 거야.”
“그건 나도 인정. 그런데 절대 바스트랑 성격이 호탕한 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그런가? 어쨌든! 그게 무슨 소리냐면. 혹시 D&Y 피트니스 클럽 1호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
“알지. 철거하려고 했던 미래 백화점을 팀장님이 온몸으로 달려들어서 겨우 막았다고 들었어.”
“아니야. 동수씨도 큰 활약을 하긴 했지만, 그날의 주역은 정 과장님하고, 태 대리님이야.”
“태 대리님이?”
“태 대리님이 준 주연이라면, 정 과장님은 진짜 주연이라고 할 수 있지.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시연은 도롱뇽을 살리자는 가짜 시위를 하며 철거를 막은 것부터 시작해서 정지영 과장이 상의를 벗어가며 위기의 순간을 넘긴 부분까지, 마치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손에 땀을 쥐도록 리얼하게 설명했다.
“어머어머어머. 세상에! 정지영 과장님 진짜 멋있으시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하실 수 있지? 대단하다, 대단해.”
“그러니까 말이야. 정지영 과장님 아니었으면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는 실패했을지도 몰라. 그랬으면 미래 너랑 나랑도 못 만났을걸?”
“진짜 그러네? 그럼 팀장님을 만난 것도 시연이 너를 만난 것도 전부 정지영 과장님이 웃통을 벗어서 그런 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절대 바스트 덕분이라고나 할까?”
“그럼 우린 이제 정 과장님의 가슴에 감사를 드려야 하는 거야? 호호호호호. 그런데 시연아. 진짜 대단한 건 태 대리님이 아니야?”
“응?”
“태 대리님은 포크레인 밑으로 들어가셨다면서? 그건 진짜 목숨을 건 거잖아! 난 지금까지 태 대리님이 순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강단이 있을 줄이야.”
“헐···. 이미 넘어갔네, 넘어갔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대단한 건 태 대리님이라면서?”
“사실이지 않아?”
“내가 볼 때 진짜 고생한 건 우리 동수씨 같은데, 미래 너는 태 대리님을 신경 쓰고 있잖아. 그게 넘어간 거지, 뭐야?”
“에에? 그···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지나친 확대해석이야.”
시연의 말을 미래가 부정했으나, 그녀의 말투에는 확신이 없었다.
“흥! 됐거든. 속일 사람을 속여라. 오늘 네가 보자고 한 것도, 결국은 정지영 과장님이 한 이상한 뉘앙스의 말이 마음에 걸려서잖아. 안 그래?”
“그··· 그것도 그렇고, 서연이 네 얼굴 본지도 오래됐고···.”
“풉! 그래도 좀 솔직해졌네, 우리 미래. 아니라고 부정 안 하는 걸 보니.”
시연의 지적에 미래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생각해보니 시연의 말이 맞았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 얼굴을 보자고 조른 건 정지영 과장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리고 더 솔직한 심정은 준호에 대한 이야기를 시연에게 물어보고
띠링.
“어···! 언니한테 문자 왔나 보다. 잠깐만···. 미래야. 언니 지금 시간 괜찮다고 여기로 오겠다는데 넌 어때?”
“아까 그 귀여운 언니?”
“응. 좀 늦은 시간인데 괜찮아?”
“괜찮아. 그 언니 꼭 보고 싶었어. 너무 늦다 싶으면 네가 태워다 줄 거지?”
“그럼. 나중에는 태 대리님이 하실 일이지만, 그때까진 내가 우리 미래 에스코트해줄게. 아! 맞다. 그리고 태 대리님 이야기, 장희 언니에게 물어보자. 그 언니가 나와 동수씨 사이도 많이 도와줬거든. 진짜 제대로 된 연애 고수야. 그러니 네 고민도 해결해 주실 거야.”
“정말?”
“됐다고 안 하는 걸 보니 궁금하긴 하나 보네.”
미래는 시연의 놀림에 싱긋 웃기만 했다. 지금 만날 언니가 연애 고수라고 하자 괜시리 마음이 떨렸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고 있었다. 장희의 연애는 예나 지금이나 딱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시연의 연애에 도움을 준다면서 가터벨트를 추천해주거나, 왁싱샾에 데려가는 등 쓸데없는 조언 말고는 별로 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
“어서 오세요. 조 차장님.”
“식사 초대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냥 사무실에서 보고를 받으셔도 되는데, 일부러 이렇게 불러주시고···.”
새로운 방방곡곡 프로젝트(이번 프로젝트 이름을 방방곡곡이라고 지었다.)는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굉장히 탄탄한 기획서로 새롭게 태어났다. DJ마트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팀 전체를 무식할 정도로 몰아붙였고, 덕분에 팀원들의 얼굴은 중노동에라도 시달린 듯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초췌하게 변했다.
보고 준비를 마치고 고현호 사장의 결재를 받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저녁을 같이 먹으며 보고를 듣겠다고 나와 조기훈 차장을 식사에 초대했다.
“아닙니다. 진즉 이런 시간을 가졌어야죠. 합병 작업이 끝났을 때 그동안 고생한 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크게 회식 자리를 한 번 마련하려고 했는데, 마 팀장이 안 된다고 그러더군요.”
“마 팀장이요? 마 팀장. 너, 왜 안 된다고 했는데?”
고현호 사장이 고자질하듯 말하자 조기훈 차장이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에이. 겨우 합병했다고 거하게 회식하는 건 좀 아니죠.”
“뭐? 겨우 합병? 합병 준비하느라 팀원들이 전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런 소리를 해?”
“합병했다고 끝난 게 아니니까요. 합병 후 구 포에버마트 지점들의 매출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하느냐가 더 중요하잖아요. 괜히 화장실 가서 뒤 안 닦은 기분으로 찜찜하게 하루 회식 하느니 이번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면 그때 제대로 즐기자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거죠. 대신···.”
“대신?”
“방방곡곡 프로젝트 끝나면 전원 해외여행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셨어요.”
“오···! 진짜?”
“그럼요. 해외에 있는 동지 호텔·리조트 중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그럼 조금만 더 고생하면 해외 나가서 푹 쉬고 올 수 있는 거야?”
“그럼요. 저 잘했죠?”
“그래. 잘했다. 회식은 아무리 좋은 걸 먹어봐야 고기에 술 아니냐. 해외여행하고 비할 바가 못 되지. 하하하. 생각만 해도 신 난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조기훈 차장은 지금 당장 해외로 나갈 것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보세요. 사장님은 왜 그 말씀을 안 하셔서 저를 나쁜 놈으로 만드세요.”
“회식으로 간단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마 팀장 너 때문에 큰돈 깨지게 생겼잖아. 그래서 심술 좀 부렸다.”
고현호 사장이 돈 아까운 듯 말하고 있지만, 이건 그냥 장난이다. 아직 조금은 서먹서먹한 조기훈 차장과 친해지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해야 하나?
물론 두 사람이 친해질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 이 한 몸 바칠 수 있다.
“흐흐흐.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말씀드릴 방방곡곡 프로젝트를 들으시면 그런 생각은 싹 다 사라질 겁니다.”
“아까도 나온 것 같은데. 대체 그 방방곡곡 프로젝트라는 게 뭔데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
============================ 작품 후기 ============================
어쩌다보니 시연과 미래의 대화가 좀 길어졌습니다. ㅠㅜ
방방곡곡이라는 이름이 좀 촌스럽나요? ㅎㅎ 나중엔 방방곡곡 앱도 나올겁니다.
그리고 심하진 않지만 스맛폰 논쟁을 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러지 마세요. 그냥 자기가 불편함 없이 사용하면 그게 최고입니다. 상대의 스맛폰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개취존 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되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