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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16화 (316/424)

0031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방방곡곡 프로젝트는 사실 사장님이 선물해주신 스마트폰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내가 선물한 아이폰? 어허. 이 사람들. 그냥 좀 더 편해지라고 선물한 기기를 선물했더니, 그걸로 아이디어를 얻어? 완전히 일 중독자군 그래.”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관해 설명 듣던 고현호 사장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장님. 보셨죠? 그것 보세요. 사장님은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니까요. 절대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러네. 내가 직장 상사에게 한 번도 순수한 목적의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방방곡곡 프로젝트가 탄생은, 조기훈 차장이 고현호 사장의 선물에 뭔가 의도가 담겨있을 거라는 오해에서 시작되었다. 절대 그런 음흉한 뒤 꿍꿍이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지만, 그동안 워낙 이상한 직장상사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내 말을 쉽게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현호 사장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내 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응? 두 사람 지금 내 이야길 하는 겁니까?”

“사실 저랑 차장님이랑 내기를 했거든요.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선물하신 스마트폰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여부에 대해서요.”

“스마트폰에 숨어있는 의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마 팀장? 아이폰에 이상한 앱이라도 깔렸었어?”

“아니요. 그냥 조기훈 차장이 음모론을 좋아해서 그런 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싱겁기는. 그래서 내기는 누가 이겼는데?”

“당연히 제가 이겼죠. 하하하.”

“그래? 그럼 오늘 밥은 나 대신 마 팀장이 사라.”

“아니 왜요?”

“왜긴? 내 덕분에 내기에서 이겼으니 당연히 한턱 쏴야지.”

“아··· 진짜! 부자가 그렇게 벼룩의 간을 내먹는 거 아닙니다. 뭐···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하하하. 그럼 잘 먹을게. 일단 주문부터 할까? 난 무조건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거. 조 차장님도 저랑 같은 걸로 하시죠? 여기 일식 풀코스 3번. 정말 최고입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마 팀장이 산다니까 마음껏 드시죠?”

“아··· 그럴까요? 마 팀장. 고마워. 잘 먹을 게.”

내가 최대한 불쌍한 척 투정을 부려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현호 사장과 조기훈 차장은 어느새 작당 모의를 하고는 오늘 만난 일식집에서 제일 비싼, 1인분에 50만 원 정도 하는 풀코스 요리를 시켰다.

대체 뭐가 들어갔기에 한 끼 밥이 50만 원이 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고현호 사장이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준 법인 카드를 긁을 수밖에.

“네. 네. 마음껏 드세요. 이왕이면 술도 제일 비싼 걸로 시키시고요.”

“이야. 우리 마 팀장에게서 처음 보는 호탕함인데? 잘 먹고, 잘 마실게. 일단 주문은 했으니, 그럼 식사가 나오기 전에 보고할 내용에 관해 이야길 해볼까?”

“그러시죠.”

“방방곡곡 프로젝트. 대체 그게 뭐야?”

“우리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를 인수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쇼핑몰 운영 경비가 아까울 정도로 매출이 미미하죠.”

“그렇지. 앞으로는 온라인이 대세가 될 건데 쉽게 포기하지는 못하고, 계속 적자는 보고 있고. 사실 온라인 사업팀이 동지마트의 계륵이나 마찬가지이긴 했어. 그런데 무슨 해결책이라도 생긴 거야?”

“네. 사실 지금 온라인 시장은 이전투구와 다를 바 없이 혼잡합니다. 여기에 끼어봤자 손해만 보기 십상이죠. 그래서 우리는 모바일 시장을 주목했습니다.”

“모바일 시장? 스마트폰을 말하는 거야?”

“네. 스마트폰 덕분에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가 없이도 인터넷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건 스마트폰으로 쇼핑도 가능하다는 이야긴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점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모바일로 쇼핑까지 가능하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지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 팀장 말은 모바일 쪽을 투자해서 스마트폰으로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다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 그런 뜻이야?”

“네.”

“오호. 나도 가끔 불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긴 했어. 스마트폰으로 괜찮은 상품을 봤을 때 바로 결제를 못 하고, 매번 컴퓨터로 다시 검색해서 결제했거든. 게다가 스마트폰 사용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겠어. 만약 모바일 쇼핑몰 시장을 우리가 선점한다면, 어쩌면 온라인 시장도 부럽지 않겠는걸?”

“팀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참. 생각지도 못한 묘수군, 그래. 그런데 왜 이름이 방방곡곡이야. 모바일 쇼핑몰 프로젝트치고는 이름이 좀 클래식하지 않아?”

“그게 끝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모바일 쇼핑에 배달 및 택배 사업을 추가할 생각이니까요.”

“뭐어? 배달 및 택배 사업?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우리 동지마트가 언제부터 택배 사업을 했다고? 좀 자세히 설명해주지?”

“사장님. 혹시 3-마트와 엘마트가 온라인 쇼핑몰 강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음···. 글쎄. 대형 할인 마트가 온라인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라···. 신뢰성?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하지, 직접 제품을 판매하진 않잖아. 반면 대형 할인 마트의 경우 자신들이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취급하니까, 만약 배송 상품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관계가 명확하지.”

신뢰성도 물론 하나의 장점이라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사기당할까 봐 걱정돼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꺼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은 단순히 중개자 역할만 하니까요. 하지만 3-마트나 엘마트가 온라인에서 살아날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당일 배송이죠.”

“아···! 그렇지. 그게 있었지. 그런데 우리 동지마트에서는 이미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거로 알고 있어. 설마 실패한 걸 다시 하겠다고? 쉽지 않을 텐데? 지금 온라인 쇼핑몰들은 거의 포화 상태라고.”

“우리에게는 DJ마트가 있지 않습니까?”

“DJ마트? 갑자기 거긴 왜?”

“3-마트는 대형 할인 마트와 SSM을 합쳐 봐야 1,000곳도 안 됩니다. 우리는 DJ마트 희망자만 수만 명을 넘습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잘하면 중급 도시까지도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는 의미죠.”

나는 준비해온 자료를 고현호 사장에게 넘기고 방방곡곡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마트마다 특성화를 통해 비교적 작은 규모인 동네 슈퍼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과 모바일과의 결합과 당일 배송을 확대한 택배 사업까지, 이 모든 사업이 하나로 연계된 체계적인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게 바로 이름하여 방방곡곡이다?”

“그렇죠. 이름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야. 그런데 마 팀장. 한 가지 문제점이 보이는군. 알고는 있는 거야?”

“물론이죠. 막대한 초기 투자금이 들어가겠죠. 만약 10,000곳의 DJ마트가 생긴다면 약 3,000대 이상의 배달차량과 배달기사가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문 즉시 해당 매장에 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도 있어야겠죠. DJ마트 가맹점을 희망하는 동네 슈퍼 사장에게 절대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으니, 그런 비용까지 모두 우리 동지마트가 책임져야 하고요.”

“그래서 총비용을 얼마 정도로 예상하는데?”

“일단 2,000억 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달용 1톤 탑차 가격을 1,500만 원으로 잡아도 3,000대면 450억 원이다. 그리고 우리가 야심 차게 계획을 세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비용이 대략 800억 원. 거기에 3,000명에 이르는 새로운 직원 채용과 각종 시스템 개발비, DJ마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대략 그 정도 금액이 산출된다.

“아이고야. 2,000억? 와···! 마 팀장. 그게 뉘 집 멍멍이 이름인 줄 알아? 마치 껌값 이야기하듯 말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성공하면 모바일 시장은 물론이고 운송사업의 헤게모니를 거머쥘 수도 있는 사업 아이템입니다. 게다가 다른 대형 할인 마트들은 우리를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가 없어요. DJ마트처럼 가맹점을 몇만 곳씩 만들기가 불가능하죠. 이런 대박 성과를 얻기 위해 2,000억 원밖에 들지 않는다면 솔직히 껌값이나 다름없죠.”

“아무리 그래도 2,000억 원이 쉽게 나올 수 있는 금액은 아니잖아.”

“에이. 우리가 그룹에 아껴준 돈이 얼만데요. 그리고 새로운 고용창출 3,000명. 점진적이라고 해도 요즘같이 취업난이 심할 때 신규 직원 채용 소식은 언론이 상당히 좋아할 만한 뉴스거리죠. 물론 사장님이 내켜 하지 않는다면 방방곡곡 프로젝트는 포기하겠습니다.”

“끄응···. 포기··· 하면 안 되지. 하자고, 해.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비싼 밥을 얻어먹는 건데. 50만 원짜리 밥 얻어먹고, 2,000억 원이면 내가 너무 손해잖아.”

“음···. 그럼 저도 사장님을 위해 아쉽지만 한발 양보할게요.”

“뭘 양보해?”

“원래는 오늘 계산, 사장님이 주신 법인카드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제가 냅니다.”

“··· 참 고맙다. 마.동.수. 팀장아.”

“하하하. 별말씀을요. 어··· 이제 식사가 나오나 보네요. 밥 먹고 합시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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