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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서바이벌-78화 (78/176)

<78화>

세 사람이 그 뒤를 곧장 뒤따랐다. 혹시나 용병들이 실수로 놓치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남은 사람들에겐 격전 중 좀비들이 침입하지 않도록 주변 엄호를 맡겼다.

조심스럽게 정문과 창문을 열어봤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유리창을 깨기 위해 신호를 주려던 찰나, 무전기에서 옹 상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장님, 왼쪽에 철 사다리가 있습니다.

요한이 철구를 바라봤다. 철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인원을 반으로 나눠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교전이 시작되면 나머지 분들도 진입하세요.”

잠시 후, 건물 안에서 총격전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자마자 요한이 창문을 깼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용병들이 안으로 진입했다.

여기저기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요한은 허겁지겁 내려오는 서생연 생존자를 향해 소총을 격발했다.

양옆에서 동시에 지원사격이 쏟아진다. 내려오던 생존자는 그대로 펄럭거리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좀비 한 구 사각지대로 들어갔다. 주의해.

무전기에서 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한이 대답하려는 찰나 용병 한 명이 쇼트 나이프를 요한의 뒤쪽으로 쏜살같이 던졌다. 좀비는 창문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교전은 금세 끝났다. 건물 주변에서도 총소리를 듣고 몰려든 좀비들이 있었는지 반대 방향에서 격발음이 들렸다.

격전지로 좀비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을 격전지에서 먼 곳으로 배치하고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좀비들의 시선을 끌게 지시해 두었었다.

전투 중에 좀비들까지 끼어들면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용병 인원들은 생각보다 잘 싸웠다.

수적 우세와 기습이라는 장점을 고려하고서라도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었다.

오히려 서생연보다 더 잘 싸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요한이 천천히 내부를 훑으며 적의 머릿수를 확인했다.

8명.

한 명이 빈다.

김설화에게 설명 들었던 수색 2조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이 빕니다. 헤드가 없어요.”

-지금 옆 건물 정비소 확인하고 있습니다.

요한 일행이 천천히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하필 살아 있는 사람이 간부급이라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건물 밖으로 나온 요한이 정비소 정문 셔터 주변을 얼쩡거리는 인원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려는 찰나, 한 용병이 카센터 입구를 막고 있던 셔터를 들어 올렸다.

셔터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열린 셔터 안쪽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요한이 급하게 소리쳤다.

“피해! 뒤로 빠져!”

요한이 스위퍼와 혁을 밀치듯이 차 뒤로 밀어 넣고선 자신 또한 슬라이딩하듯 몸을 숨겼다. 소총이나 권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진 건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두두두두!

거치대에 올려진 채 사내의 손아귀에 쥐여 있던 M60 기관총이 새빨간 불을 뿜어 댔다. 전신을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있던 용병들이 픽픽 쓰러졌다.

‘···철갑탄.’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아홉 명이 죽어 나갔다. 합판으로 만들어진 방탄복도 무용지물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철구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간신히 중형 세단 뒤로 몸을 피한 스위퍼와 혁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대장 형씨. 저 자식, 전부 몸통만 노리고 쐈어.”

“저 아저씨들 전부 방탄복을 입고 있을 텐데······.”

“대기 중 감염을 알고 있다. 저 탄은 7.62mm 철갑탄이야. 저 정도 두께 방탄복으론 어림도 없지.”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속이 쓰렸다. 한 명한테 아홉 명이나 죽었다는 사실도 뼈아프고 당장 저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더 뼈아프다. 지금쯤 놈이 본대에 무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리더랍시고 혼자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던 건지.

-사방에서 좀비들이 총소리 듣고 몰려들고 있습니다! 막을 수 있는 수가 아닙니다!

옹 상병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전해졌다.

서생연 간부의 기관총은 그 위력만큼이나 거대한 소음을 쏟아냈고 기관총 소리를 들은 좀비들이 사방에서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주유소 뒤쪽에서 숨어 있던 좀비들이 나타났다. 벌판에 누워 있던 좀비들도 몸을 일으켰다.

도롯가 멀리서부터 나타난 좀비 떼는 마치 좀비 웨이브가 일어난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해일이 되었다.

죽은 자들이 내장을 드러내거나, 사지를 덜렁거리거나, 바닥을 기거나, 살점이 녹아내린 채로도 특유의 꼬릿한 썩은 내를 풍기며 모여들었다.

혁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웬만해서는 당황하지 않는 스위퍼마저도 미간을 조프렸다.

두두두 울리는 총성이 몇 번이고 귓가를 때렸다. 차고 안으로 몰려가던 좀비들이 살점을 토하며 쓰러졌다.

놈은 철저하게 자신의 근처로 오는 좀비들만 사격했다. 분명히 이곳을 의식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숨어 있는 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먹잇감이 좀비 떼에 밀려 기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좀비들의 이빨을 피해 튀어나온 피식자들에게 철갑마저 뚫어버리는 AP 탄을 쏟아부으리라.

“아아악! 사, 살려······.”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카센터 사무실로 쓰이던 건물 입구에서 비명이 들렸다.

건물 주변에서 대기하던 용병 한 명이 좀비들을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쏟아진 탄환의 희생양이 됐다.

좀비들이 사방에서 접근하고 있었으나 요한 일행이 숨은 중형 세단 근처에는 몸을 피할 만한 곳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카센터 건물.

그러나 차에서부터 건물까지의 공간은 차고지의 기관총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분명 몇 걸음 가지 못해 몸이 총알구멍으로 도배될 거다.

어차피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요한이 굳은 표정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옹 상병.”

-괜찮으십니까, 대장님!?

“아직은. 여기, 세 명이 고립됐어. 네가 해줘야겠다. 차고지 안에 기관총 든 놈 보여?”

-차고지 안까지는 시야가 안 닿습니다······.

“저격이 가능한 곳까지 이동해서 놈을 잡아라. 부탁한다.”

-하지만 좀비가······.

“요한!”

스위퍼의 목소리에 옹 상병의 목소리가 묻혔다. 좀비들이 이제는 코앞에 있었다.

요한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두 사람도 그를 따라 구부정하게 몸을 일으켰다. 중형 세단은 세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주지 못했다.

자칫 세단 너머로 모습이 드러나서는 안 됐기에 세 사람은 구부정한 자세로 반원 모양으로 진형을 잡은 후 전투를 준비했다.

좀비 하나가 쇳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무더운 날씨에 전신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시체다.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상태가 훼손됐다.

누군가에게 물어뜯긴 듯 훤히 열린 복강에서 떨어진 내장은 반쯤 날아가 덜렁거렸고, 한여름의 열기에 녹아내린 듯한 안구에서는 흰 구더기가 득실거렸다.

이곳의 대부분 좀비가 그랬다. 계속해서 치우는 사람이 없으니 도시 전체가 썩어가는 거였다. 세 사람은 차에 달라붙어 좀비들을 발로 차고 두개골 안쪽을 파냈다. 동이 튼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차체가 뜨끈했다. 스위퍼가 오랜만에 앓는 소리를 했다.

“아 이거, 큰일 났는데.”

“버텨. 놈이 계속 기관총을 쏴대는 덕에 우리 쪽으로 오던 좀비들도 저쪽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어. 총알이 무한정 있지는 않을 거다. 기관총 소리가 끊어지면 차고로 습격한다.”

셋이서는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어그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병기로 싸우다가 여차하면 소총을 갈겨서 순간적으로 길을 뚫을 수 있었다.

옹 상병이 놈을 피살하든 놈의 총알이 다 떨어지든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기회는 온다.

위기는 호시탐탐 찾아왔다.

왼쪽에서 좀비 두 마리를 양손으로 밀며 버티던 혁의 아래쪽에서 좀비 한 마리가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가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한쪽 발을 들으려는 찰나 스위퍼의 손도끼가 좀비 한 마리의 턱을 까부쉈다.

아무리 좀비들을 많이 죽여본 백전노장들이라도 이런 물량 공세에는 장사가 없었다. 세 사람은 당장에라도 좀비들의 물결에 휩쓸릴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누구 한 명이 물어뜯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리고 한 명이 물어뜯긴 순간 남은 사람들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인 상황이었다.

버텨. 버텨라.

요한이 두 사람에게 세뇌하듯 중얼거렸다.

* * *

“아으, 아악!”

옹 상병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수색 조장을 피살하라는 무전을 끝으로 요한에게선 더 이상 무전이 오지 않았다.

난간 너머로 얼핏 보기에도 차 뒤에 숨은 세 사람은 위태위태해 보였다. 저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저 세 사람의 발을 묶고 있는 적을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 자신밖에 없다.

“미쳤······.”

말이 쉽지. 밖은 지금 좀비 밭이다. 자신에게는 저격 총 한 정과 대검뿐. 저걸 뚫고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갈 수 있을 리가······.

“에이 씨!”

할 수밖에 없잖아······.

옹 상병이 눈을 질끈 감고선 일어나 고정 삼각대와 총기를 해체하고 멜빵끈을 단단히 묶었다.

등에 걸린 애인, K-14가 상당히 걸리적거렸다. 마치 등 뒤에서 좀비가 자신더러 죽으라고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옹 상병이 사격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기 위해 차고지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하지만 차고지 안까지 저격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 가급적이면 높은 곳, 저격하는 동안 안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차고지 측면은 주유소며 폐차장이며 좋은 포인트들이 있었지만, 정면의 도로 반대편은 그저 허허벌판이었다. 자신이 있는 이 원예상점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피조물이다. 만약 허허벌판에서 저격하겠답시고 자리를 잡는 건 그냥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고뇌하는 상병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비닐하우스였다.

저기라면. 올라가기까지 잠깐의 시간만이라도 벌 수 있다면. 하지만 그 이후는?

어찌어찌 저기서 임무를 완수한다고 치고, 몰린 좀비들에게서는 어떻게 벗어나지?

옹 상병은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이대로 그들이 죽기만을 넋 놓고 바라볼 순 없었다. 옹 상병이 계단 아래로 전속력으로 내려가다 입구의 유리문 앞에서 황급히 멈췄다.

문 앞에 좀비 떼가 지나가고 있었다.

발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 왔다. 시체들의 흐릿한 시선이 유리 벽 너머의 상병을 본 순간 섬뜩하게 발광하며 유리벽에 다다닥 달라붙었다.

허우적거리며 이빨을 딱딱거리는데, 마치 벌써부터 몸이 뜯겨 나가는 것 같았다.

“아으으-”

문을 여는 순간 죽는다. 경직된 근육이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못 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항상 자신에게 최선의 환경만 제공하며 잘한다고, 잘했다고만 하던 형들의 비호가 그제서야 얼마나 값지고 단단한 방패막이였는지 절절히 깨닫는다.

그때, 벽에 달라붙어 있던 좀비의 머리가 뚫리고 하나둘 쓰러졌다. 피로 붓칠을 해 놓은 듯한 유리문 너머, 검붉은 피를 뒤집어쓴 하진의 모습이 보였다. 옹 상병이 허겁지겁 유리문을 열었다.

“조장님!”

“무전 들었다. 서두르자.”

“언제 여기까지······.”

“잡담할 시간 없다. 서둘러. 어디로 갈 거지?”

“차고 건너편 500m 지점에 언덕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밖에 없습니다.”

“앞장서지. 총 꽉 쥐고 따라와. 하앗!”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뚫고 온 걸까. 인원은 부족했고 감시해야 할 범위는 넓었기에 하나의 포인트마다 한 명의 인원밖에 배치될 수 없었다.

그리고 경계 인원 중에 이곳을 혈혈단신으로 뚫고 올 수 있는 것은, 역시 하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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