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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니스 카터
아그니스 카터가 세실리아 화이트의 저택을 떠난 다음날 밤이었다. 아, 종이 치고 새벽이 되었다. 이제 동이 트면 세실리아 화이트의 재판이 열릴 것이다.
아그니스 카터는 텅 빈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후드를 깊게 뒤집어쓰고, 짙은 빛의 천자락이 그녀의 발목까지 감췄으니 아무도 그 인영이 그녀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늘에는 달이 걸려 있었고, 길거리에 있는 가로등에 걸린 촛불은 바람에 따라 정처없이 흔들린다. 아그니스는 몸을 수그리고 더 빨리 걷기 시작한다. 율러 밤의 길거리는 절대 여자에게 친절한 곳이 아니었다. 오늘은 검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검. 아그니스 카터가 가장 중히 여기는 것이었다. 그녀는 훌륭한 기사였으며 그에 걸맞는 주군을 섬기고 싶어했다. 하지만 율러는 그녀의 꿈을 펼치기 위한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여자들은 왕의 군대에 지원할 수 없었으며, 왕의 기사가 되기 위한 시험 또한 볼 수 없었다.
율러의 여성들 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자들은 모두 혈통이 좋았다. 그것도 블러디 리사처럼 훌륭한 전쟁귀는 드물었다. 여자들은 주로 세상보다는 남자들을 지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살아갔고, 아그니스가 원하던 것은 분명 그것이 아니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저를 둘러싼 세상을 고깝게 보았다. 아그니스는 스스로를 레이디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게 이 사회 제도에 잡아먹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게 구혼하는 남자들을 다 밀어내왔다. 그게 그녀의 삶을 지배해온 그녀의 신념이었다. 그녀는 평생 순결할 것을 검에 맹세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쉰다. 아마도 이 여관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늘을 올려다본다. 간판에 글자가 적혀있다. ‘헬레니아.’ 아마도 간판에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고급 여관이었다. 평민들이 묵는 여관 같은 곳에는 간판에 글자가 없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 안으로 들어간다. 깔끔한 프런트가 보였다. 아그니스는 조용히 카운터로 걸어간다. 바닥이 너무 깨끗해 단화의 굽에서 따각 따각 소리가 났다.
“도와드릴 일이라도?”
수염을 특이하게 기른 종업원이 말을 걸어온다. 아그니스는 망설이다 말한다.
“……요나단 화이트 경의 방을 알려주세요.”
“아.”
종업원이 바닥을 닦고 있던 하녀에게 눈짓한다. 하녀는 아그니스에게 걸어와 옆에 선다.
“레이디, 그 분께서 기다리십니다. 어서 에밀리를 따라 가시죠.”
하녀가 아그니스의 소매를 잡고 여러번 당긴다. 아그니스는 그녀의 뒤를 따른다.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실내가 미궁같은지, 길을 잘못 들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하녀는 어느 문 앞에서 조용히 멈춰선다. 아그니스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이곳이니?”
하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후드 안주머니에서 은화 몇 개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준다. 하녀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멀어진다. 아그니스는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한숨을 쉰다.
“열려 있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때, 분명 축제날에 제 귓속을 간질이던 목소리였다. 문을 연다.
“안녕.”
아그니스는 얼어붙는다.
“우리 구면이지?”
“아이작 밸런타인.”
아그니스가 읊조린다. 요나단은 하찮다는 듯 그녀를 비웃는다.
“아니. 그건 내 시종의 이름이었어. 내가 열다섯 살 때 가졌던.”
“…….”
“훌륭한 시종이었지. 그런데 그 애가.”
그는 조금 술에 취해 있어 보였다. 그 일그러진 얼굴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내 뒤에서 나보다 내 동생새끼를 섬기고 싶다 해서.”
그가 킥킥대며 웃었다.
“호수에 빠트려 죽였어. 그리고 실수라 했지.”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요?”
“아?”
요나단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아그니스를 시선 속에 넣었다.
“세상은 곧 아이작을 잊었어. 나는 그 애의 부모에게 돈을 좀 쥐어주었지.”
그가 자리에서 비틀대며 일어났다. 그리고 아그니스를 보았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응?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요나단은 빈정대며 아그니스를 바라보았지만, 후드 속 그녀의 얼굴은 무엇보다도 평온했다. 그녀는 한참동안 요나단을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요나단은 그 시선이 익숙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바라보았을 때엔 눈을 뽑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 여자는 괜찮았다.
그에겐 아그니스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갖고 싶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랬다. 여자는 제 후드를 벗었다. 그녀를 보는 요나단의 눈에는 탐욕이 어려 있었다.
“당신, 불쌍해요.”
“뭐?”
“진심으로 그렇다고요.”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가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요나단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아무도 그를 그렇게 볼 수 없었다. 그를 동정할 수 없었다.
“당신 동생에 대한 자격지심.”
요나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행복에 대한 질투.”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강함에 대한 동경.”
아그니스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게 당신이에요.”
요나단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이 멍해졌다. 저 여자가 어떻게 저기까지 알고 있던 것일까. 그는 천천히 아그니스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를 마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겁에 질리지 않았다. 그저 당돌하게 저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요나단의 탐욕어린 눈동자가 번뜩였다. 저를 보고도 겁에 질리지 않아하는 여자였다. 귀족 여자. 가슴이 뛰었다.
“세실리아가 당신이 한 일들에 대해 다 말했거든요.”
“…….”
“설마 했더니. 정말 아이작 밸런타인이 당신이었잖아.”
요나단의 떨리는 손이 아그니스에게로 향했다. 그가 천천히 아그니스의 뺨을 어루만졌다. 표정은 애절했다. 그의 앞에 있는 여자가 마치 성녀같았다.
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인간이리만큼, 제 죄악을 아는 여자인만큼, 저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인만큼. 저를 품을 수 있는 사람같아 보였다. 그래, 그 여자가 싫은 건.
질투였다. 제롬의 행복이 부러웠다. 저와 똑같은 괴물이면서 혼자서만 행복하려 하는 게 질투가 났다. 다른 이유들은 핑계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여자라면. 이 여자라면 제롬의 행복을 베낀 저만의 낙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그거였다. 여자.
제롬이 애초에 행복한 이유는 그 여자 때문이었다. 요나단이 제롬의 두 대영토를 뺴앗아도 그의 마음 깊숙이 자리한 마음의 공백은 여전할 터. 하지만 이 여자라면. 요나단은 생각했다.
이 여자라면 제롬이 가진 행복을 저 또한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요나단은 빛보다도 더 빠르게 아그니스에게 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잔상,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흔적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열정이고 마약이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었다.
“나, 난.”
그는 황홀감에 젖어 감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의 상념을 깨부순 건 그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편지는 잘 읽어보았어요. 우리 서로가 원하는 게 있죠?”
“맞아. 맞아, 맞아.”
요나단은 얼이 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앞에 있는 여자를 가질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소름끼치게 아름다웠다. 그녀에 대해서 더 알수록 그랬다.
여태껏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혼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아그니스 카터는 그에게 절벽 위의 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꺾고자 했지만 실패한, 하지만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아그니스 카터의 떨리는 손이 그녀의 후드 끈으로 다가갔다. 요나단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후드 끈을 당겼다.
그와 동시에 옷자락이 부스럭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렀다. 요나단은 홀린 듯 제 앞에 있는 아름다운 여체를 바라보았다. 간단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그를 구원하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천사 같았다. 그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걸어가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 아래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그를 밀어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속해줘요.”
“뭐든지, 뭐든지 해 줄게.”
그녀가 제 앞에 있는데, 물의 언어술사가 누구건 복수가 무엇이건 다 의미없었다.
“이제 세실리아와 제롬을 괴롭히지 마세요.”
“좋아. 그럴게, 그럴게.”
“당신의 유언을 어디에 숨겼는지 이야기해줘요. 당신이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놨다는.”
“율리아 슐츠에게.”
아그니스는 충격으로 얼어붙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질투가 정말 무섭긴 하지. 안 그래?”
요나단은 동의를 구하듯 웃었다. 아그니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웃었다.
“……율리아가 세실리아를 싫어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가 나한테 먼저 찾아왔어.”
요나단이 피식 웃었다.
“내가 사교계에 세실리아에 대한 소문을 풀자마자. 바로 나를 찾아왔어. 그리고서는 그녀를 무너트리고 싶다고 말하더군. 나는 그 여자 눈빛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어. 나랑 동류구나.”
“흐음.”
아그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지어보였다.
“행복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재화이긴 해요, 안 그래요. 도련님? 모두들 이렇게 탐내잖아. 모두들 이렇게 갖고 싶어하잖아.”
“너는?”
요나단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그니스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너는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아그니스는 얼어붙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걸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이곳에 온 것은 자의일까, 타의일까. 아그니스 카터.”
침묵이 일었다. 아그니스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세실리아는 제가 여기 있다는 걸 몰라요. 그리고 알아서도 안 되죠.”
“매일 네 사촌이 저지른 실수나 뒤처리하고 다니고. 지치지도 않나?”
“…….”
“너는 네 행복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 아그니스 카터?”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나단은 자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줄 수 있어. 너한테, 다. 세실리아의 자리도 너한테 얻어줄 수 있어. 나는 화이트야. 세실리아가 없는 제롬은 버티질 못할 거야. 내가 화이트 가문의 정당한 가주가 되면.”
아그니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요나단은 영혼을 탐하는 악마처럼 그녀에게 웃어보인다.
“너를 내 옆에 앉혀줄게. 나는 할 수 있어.”
아그니스의 얼굴은 고뇌에 차 있었다. 그녀는 망설인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천천히. 요나단에게 걸어간다. 조심스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요나단이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아, 잘 생각했어.”
그가 아그니스를 침대에 눕힌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다. 요나단은 거의 숨을 헐떡이면서도 부지런히 그녀의 몸을 멋대로 주무르며 탐했다. 힘줄이 두드러진 그의 손이 아래로 향할 때.
“자, 잠깐.”
아그니스가 그의 손을 막아세운다.
“저, 저.”
요나단은 얼굴을 찌푸렸다. 입에 침이 범벅이 된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차분히 말한다.
“처음이에요.”
짜릿했다. 요나단의 광기가 격해진다. 피의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가 실소했다. 아그니스는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읊조린다.
“……같은 동료 기사들의 음담패설을 들은 적은 많아도, 이렇게 하는 건.”
“괜찮아.”
요나단은 천사같이 아름다운 얼굴로 그녀를 어른다.
“내가 잘 해줄게. 나 잘 해.”
아그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질끈 감는다. 요나단의 미소가 짙어진다.
* * *
새벽이었지만 두 커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그니스는 요나단의 품에 안겨 있었고, 요나단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있잖아.”
요나단의 목소리는 여유에 차 있었다. 암컷을 안은 맹수의 느긋함이었다.
“언젠가, 그래 언젠가.”
아그니스가 고개를 들어 요나단을 본다.
“카사로 제국의 황태자가 내게 물은 적이 있어. 물의 언어술사를 찾고 있으니까, 도와달라고.”
요나단이 낮게 웃었다.
“그런데 내가 그 새끼한테 뭐라 한 줄 알아? 그딴 건 없다고 했어. 그 놈은 믿지를 않았지. 내 말을. 아주 징하게 그 여자를 찾아다니겠다고 그러더라고.”
그는 피고 있던 시가를 옆에 있던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었어. 물의 언어술사는 없다는 걸. 왜냐.”
그가 자조한다.
“평생을 찾아 헤맸거든. 나를 구원할, 평화를 안겨다 줄 그 여자라는 존재를.”
“……그래서 찾으셨나요?”
“아니. 못 찾았어. 그게 문제였지. 그래서 나는 그 여자가 없다는 걸 알아서, 세드릭 서덴베르크 그 놈한테 경고한 거였어. 물의 언어술사는 찾아봐야 없다고.”
아그니스가 요나단의 가슴을 더듬으며 교태어린 미소를 지어보인다.
“당신에게 평화를 안겨다 주고, 그리고 제롬 화이트 공작을 구원할 여자. 신탁이 그 여자, 물의 언어술사를 그렇게 정의하던가요?”
“그래. 그랬지.”
요나단은 조심스레 아그니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그니스는 평온히 웃어보인다.
“나는 알 것 같은데, 그 사람.”
“그래. 하지만 이제 그 여자따윈, 나한텐 상관없어.”
요나단이 아그니스를 본다.
“나한텐 너 뿐이야.”
“…….”
“모든 일이 끝나면 사람들이 공작부인이라고 칭송하는건 네가 될 거야, 아그니스.”
아그니스는 눈을 감는다.
* * *
밤이었다. 새벽이었고, 내일이면 세실리아의 재판이 열린다.
이곳은 제롬의 집무실이었다. 제롬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 아내는 오늘 하루종일 술을 마셔댔고, 제롬은 그렇다는 그녀의 소식을 전해듣고도 묵묵부답이었다.
그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그러게 두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는 마치 신기루 같아서, 곧 사라질 것 같았다. 제롬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벽면 하나를 차지하는 창 밖을 내다본다. 하늘엔 달이 떠 있다.
그때 그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다. 그는 뜻모를 불쾌함에 안주머니에 담긴 그 무언가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손수건이었다. 못난 자수 솜씨로 삐뚤빼뚤 장미를 수놓은.
그는 피식 웃었다.
평생 실수를 저질러왔다. 그의 형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가 실수를 하고 뉘우쳤을 때, 모든 건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되돌리려 해도 후회만 해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아직 늦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그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하나 흘러나와 그의 볼을 갈랐다. 그간 그는 얼마나 머저리였던가!
아직 늦지 않았다. 그 말에 그의 가슴이 뛰었다. 하늘이 그에게 기회를 내려 준 것만 같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그는 읊조렸다. 꽉 쥔 주먹에 힘줄이 두드러져 한없이 떨린다.
‘세실리아.’
그는 읊조렸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